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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1
작성일 : 17-06-12 13:03     조회 : 141     추천 : 3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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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처음에 느낀 것은 냄새였다. 희뿌옇고 매캐한 연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낯익은 냄새가 코안에 그득히 담겼다. 눈이 따가와서 언뜻 손을 올리려다가 다시 내렸다. 그녀는 몇 번 푸에취! 격렬하게 재채기를 했다. 지금 눈을 만지면 백 퍼센트 후회한다. 눈이 더 아파올 것이 분명하다.

 

 불편한 곳은 눈만이 아니었다. 가슴은 두꺼운 이불보다 더 무거운 것에 눌려 납작해졌고 배는 답답해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왼쪽 팔은 손끝까지 끈적한 것이 묻어났다. 몸을 뒤척이자 팔월의 대천 해수욕장처럼 눈부시게 따가운 햇살이 얼굴에 정통으로 닿았다. 등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과 불편하게 찔러오는 나무뿌리까지. 그녀는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렸다.

 

 여덟 시간 동안 모니터를 노려본 것처럼 눈이 아팠다. 눈을 꾸우욱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얗고 말랑하니 조그만 것이 눈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놀라 입을 벌렸는데 보드랍고 촉촉한 감촉이 그대로 혀에 닿았다. 뭔지 모르는 것이 입에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다급하게 퉤퉤 뱉어내었다. 구더기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소리 없는 비명이 목너머로 새어나왔다.

 

 ‘여기가 어디지?’

 

 코를 몸 위를 덮고 있는 불편하고 무거운 것을 힘겹게 치워내려 바둥거렸다.

 

 부모님은 조그만 회사를 하셨다. 고독사하거나 자살한 사람들이 남겨진 집을 청소하는 업체였다. 직원은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며 쉽게 그만두었다. 그 때마다 그녀는 나가서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죽고나서 두 달, 세 달이 넘겨 발견된 이들은 차라리 깨끗하다. 하지만 여름날 며칠 되지 않아 발견한 이들이 제일 끔찍했다.

 

 그때 그 냄새였다. 야외에서 부패한 정도를 보면….

 

 ‘죽은지 하루, 이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어. 밀폐된 실내가 아니라 밖에 있으니까 벌레가 이렇게 끓은 거야….’

 

 맨살에 닿는 느낌이 소름끼쳤다. 언제나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을 끼고 들어가 안전하게 소독제를 뿌리고 나서 일을 시작했다. 보통은 그녀가 작업을 개시하기 하루 이틀 전 아버지가 미리 살충제를 뿌려 놔서 이렇게 살아있는 벌레들을 볼 일이 없었다. 죽은 벌레들 시체들만 그득히 봤다. 그때는 그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씨발, 움직이니까 더 싫어!’

 

 아버지께서 얼마나 그녀를 배려해 주셨는지. 더럽고 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중에서도 제일 거지 같은 일은 아버지가 하고 계셨던 것이다.

 

 시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오히려 차분해졌다.

 

 “난 괜찮아.”

 

 그녀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덜덜 떨리는 왼손을 들어 나뭇줄기에 문질렀다. 이미 피라고 부를 수 없는 검은 진액을 나뭇줄기에 힘있게 문대어 떼어냈다. 수백 년은 되었을 법한 거대한 소나무 껍질은 울퉁불퉁하고 껄끄러웠다. 가느다란 가시가 손등을 살짝 긁었다. 아팠다.

 

 “…난 괜찮아.”

 

 부모님이 급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고 세상에 오빠와 단둘이 남겨졌을 때도. 오빠가 부모님 회사가 빚만 남아있을 리 없다며 주장하다가 음주운전 사고로 죽었을 때도.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시체 치우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젊은 여자애는 안 쓴다며 서류부터 거절당했을 때도. 그녀는 내내 괜찮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시체와 함께 이름 모를 야산에 있다고 해도 특별히 상황이 더 나빠진 건 아니다.

 

 “나 아직 안 죽었어.”

 

 파들파들 몸을 떨면서 그녀는 손을 뻗어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꺾었다. 이파리를 뜯어낸 나뭇가지를 죽 뻗어 시체를 뒤집었다. 새까만 딱정벌레와 이름모를 지네, 수많은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눈과 코, 입술이 있었을 자리에는 바퀴벌레를 닮은 것들이 바글하니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파브르 곤충기. 파브르 곤충기. 난 지금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거야. 이건 현실이 아냐.’

 

 수염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도 남자였을 것이다. 입고 있는 옷은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괴상한 옛날 옷을 입고 있었다. 확실히 한복은 아닌데 고려시대나 백제? 신라? 아니, 오히려 중국옷에 가깝나? 역사드라마는 조선시대 것밖에 보지 않던 그녀는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 것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숲 속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무성한 나무들뿐, 어디로 가야 사람 사는 도시가 나오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여기 오기 전에 마지막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찬찬히 되짚어보았다. 언제 어디서든 침착하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무리 더러운 현장이라도 전부 한때는 사람 사는 곳이었다고,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녀는 외쳤다.

 

 “집에 데려다 줘!”

 

 그녀가 혼자서 걸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누군가 그녀를 여기에 데려다놓은 것이다. 그것도 재수 없게 시체 밑에 깔아 놓았다. 심지어 성실하게 매일매일 출근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던 그녀에게! 텔레마케터 일이 힘들다고 하루 한 다음에 문자로 퇴직하는 놈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왜!

 

 “나 퇴근했다고! 집에 가고 싶단 말이야!”

 

 대답이라도 하듯 나무 위에서 다람쥐가 톡 튀어내려 바닥의 낙엽사이로 사라졌다. 그 아래 회색 베에 감싸인 보퉁이가 보였다. 그녀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그 옆으로 다가갔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보퉁이를 풀어헤쳤다. 베 천은 너무 까끌까끌하고 따가워서 손을 닦는데 불편하고 괴로웠다. 보퉁이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밖에 없었다. 어떤 단서라도 있을까 싶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자가 새겨진 낡고 조잡한 나무패와 나무곽. 다이소에서 천원에 파는 나무 필통도 이보다는 질이 좋다. 거친 나무 상자의 고리를 손가락에 잡아 끌자 안에서 가느다란 침과 고리들이 나왔다. 본 적 있다, 이건. 부황뜨는 거랑 침… 어머니가 해달라고 하셔서 몇 번 했던 그거다.

 

 죽은 사람의 직업을 미루어 짐작한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와 씨….”

 

 아까부터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은 해야 하겠구나 하고 그녀는 짧은 욕설을 내뱉었다.

 

 일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구덩이를 파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경험만이 아니라 자재 또한 부족했다. 삽도 장갑도 마스크도 없었다. 옆에 떨어져 있던 길다란 지팡이 비슷한 걸로 어떻게 조그만 구덩이 같은 걸 파기는 했는데 저 남자 시체의 잔해가 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져서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서 내던졌다.

 

 “삽… 장갑… 아냐. 물. 등산화….”

 

 이 사람을 묻어주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길 가다가 만난 시체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의 가족들이 분명히 더 좋은 장례를 치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이 불편했다.

 

 만일 우리 오빠 발견한 사람이 눈이라도 감겨 주지 않았으면.

 

 음주운전하다 코너링을 잘못해 그대로 절벽에 처박은 오빠는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병원이 아니라 영안실로 바로 옯겨진 오빠는 얼굴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얼룩덜룩하게 남아있었지만 그대로 사람 같아보였다. 누군가 오빠를 세심하게 만져준 것이다. 이미 여러번 시체를 봐온 그녀는 구분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보다는.

 

 “이러다가 가족들이 찾으러 와서 보면 어떡해….”

 

 눈이 따끔거리며 아팠다. 양손은 이미 흙으로 더러워져서 도저히 얼굴에 가져갈 수 없었다. 지금 눈을 비비면 백 퍼센트 눈병에 걸릴 거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그녀는 악으로 바닥에 지팡이를 내리 찍었다.

 

 “토렌트 다운로드도 켜놓고 왔는데…!”

 

 마른 잎사귀 사이로 드러난 흙 아래에 또 나무뿌리가 보였다. 한숨을 쉬며 그녀는 다시 옆으로 방향을 돌려 지팡이로 흙을 찍었다. 있는 힘껏 체중을 실어 바닥에 내리꽂고 옆으로 긁어 파낸다. 양손은 이미 새빨개져 감각이 없다.

 

 “집에 가서 보기만 하면 되는데!”

 

 그녀는 분명히 손해 보며 사는 성격이었다.

 

 개근상 받을 기세로 출근부를 찍어봤자 학교 때와는 달리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쉬는 다른 애들이 만만하게 보고 대신 일해 달라고 할 뿐이다. 일하기 시작한 처음에야 멋모르고 전부 수락했지만 몇년 연차가 쌓이자 이제 그런 엿같은 제안은 아예 딱 잘라 거절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시체를 만날 일이 몇 번이나! 더! 있겠냐고!”

 

 악을 쓰며 땅을 푹 푹 파들어가는데 갑자기 땅이 푹 꺼졌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그녀가 앞으로 콰당탕 넘어졌다.

 

 앗차차 하고 퉤퉤 침을 뱉었다. 이를 악물며 다시 일어난 그녀가 멍청하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바지 정장도 하얀 셔츠도 전부 흙과 나뭇잎으로 뒤덮여 원래 색깔도 재질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얼굴이 어떤지 알고 싶지 않을 정도다.

 

 “깊이 못 파서 다행이다….”

 

 영화 같은 걸 보면 삽질 몇 번 하면 슥슥 깊은 구덩이가 파지던데.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컷을 생략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삐긋한 발목을 보고 한숨을 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

 

 코 앞에 바로 둔탁한 무언가가 자리해있었다. 나무 바로 앞에 서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 그림자가 하나 막대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바로 겨냥하고 있었다. 날이 갈리지 않은 창이 늦된 나무막대에 꽂혀 그대로 그녀의 목 앞에, 몇 센티미터 되지 않는 거리에 서 있다. 아마도 그녀가 일어선다면 그녀와 비슷한 키일 것이다.

 

 “너. 우리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어!”

 

 자연스럽게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깨달음이 망치처럼 머리를 후려쳤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그녀가 모르는 그 어떤 곳이다. 그 유령 새끼가 나에게 아주 큰 엿을 먹였어. 행복이 어쩌니저쩌니 하더니 사람을 이런 곳에 처박아놔? 바가지 쓴 정수기 열 개 삼년 계약할 놈 같으니라고! 5메가짜리 인터넷 10년 약정하고 해약금 1억 나올 새끼야!

 

 “빨리 말해!”

 

 소년이 악을 썼다.

 

 눈앞에 선 소년이 좌절하고 분노한 것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들은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더이상 그 유령 놈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그냥 발견해서… 묻어 드리려던 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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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6-12 13:32
 
스티븐 킹의 괴기소설을 보는 느낌이네요. 도입부가 압도적이에요. 다음 회 또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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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하 17-06-23 10:28
 
사실 퓨전무협이라고 하지만 무협지는 아닌 것 같다고 강하게 느껴서 도입부를 아예 엎어버릴까 하고 심각하게 며칠 동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남겨주신 덧글 보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고치더라도 다 완성한 후에 고쳐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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