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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102화 파황신군 옥성여제를 만나다.
작성일 : 22-02-28 07:11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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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파황신군 옥성여제를 만나다.

 

 살짝 드러난 음공무제 만총의 옷자락을 붙들고 한참동안 흐느끼던 파황신군은 다시 흙을 긁으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조금씩 파내려가 이윽고 만총의 낡은 옷과 유골이 나타나자 파황신군은 뼈만 남은 아우 만총을 끌어안고 눈이 펑펑 내리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크게 울부짖었다.

 

 광활한 설원에 성난 야수가 포효하듯 파황신군의 울부짖는 소리가 크고 길게 울려 퍼졌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를 지르던 파황신군이 갑자기 분연히 일어나며 노기를 띠고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내~ 이~ 설국의 놈들을!!!”

 

 파황신군은 아우 음공무제 만총이 단지 호기심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화풀이라도 할 모양으로 설국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었다. 몽은 설국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런 파황신군을 향해 말했다.

 

 “설국의 사람들은 지금의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몽이 타이르듯 말했지만, 파황신군은 그런 몽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런 상관이 없긴 왜 없어!! 그놈들이 노반의 후예를 불러 기관을 설치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

 

 몽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파황신군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파황신군은 소리를 질러놓고도 자신이 억지를 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몽을 슬쩍 돌아보았다. 파황신군과 몽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파황신군은 아직 어린 소년인 몽으로부터 자신을 향한 동정의 눈길을 느끼고는 다시 무릎을 굽혀 주저앉아 만총을 품에 안았다.

 

 지금 파황신군의 마음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이리 튀었다가 저리 튀었다가 오락가락했다.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흡사 미친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몽은 파황신군이 아우의 죽음에 슬퍼하고, 분노했다가, 그 분노를 가라앉히고 서서히 아우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곁에서 묵묵히 파황신군을 지켜봐주었다.

 

 파황신군은 곧 아우 만총의 유골을 품에 안고 일어섰다.

 

 “이만 가자.”

 

 파황신군이 몽에게 짧게 말하고는 신형을 날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잠시 화가 나서 설국의 사람들 운운했지만, 파황신군은 그렇게 사리분별을 하지 못할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몽은 그런 파황신군의 뒷모습을 보며 빙긋 웃고는 축지법을 써서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아갔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길이었기에, 길을 아는 파황신군은 몽보다 앞서서 달려갔다. 유골을 안고 빠르게 달려가는 파황신군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괴이하게 보일수도 있었지만, 몽의 눈에는 무척이나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은근히 부러워지기도 했다.

 

 ‘나에겐...... 내가 죽었을 때, 백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저토록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몽은 보옥과 하곤이 더욱 보고 싶고 그리워졌다.

 

 쏜살같이 달려 파황신군은 금세 자신과 아우 만총이 함께 음을 즐기며 지냈던 곳에 당도했다. 파황신군은 얼른 땅을 파고 그 속에 만총의 유골을 넣어 흙을 덮은 뒤 예를 갖추고, 술을 뿌렸다. 파황신군은 떨리는 음성으로 나직이 말했다.

 

 “잘 가게 아우......”

 

 술을 뿌리는 파황신군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몽은 파황신군이 만총을 묻을 때 자신으로부터 빼앗아갔던 오적과 천음신공을 함께 묻을까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밖에 놔두는 것을 보았었다. 술을 다 뿌리고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파황신군은 밖에 놔뒀던 오적과 천음신공을 몽에게 불쑥 건넸다. 몽은 음공무제 만총이 죽은 지금의 상황에서 이 물건들의 주인은 당연히 파황신군이라는 생각에 사양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 물건은 제가 가질만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자 파황신군이 몽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닐야. 자네가 가지는 게 맞아. 먼젓번에는 나의 실수로 이것들을 자네에게서 뺐었지만, 아우 만총이 자네에게 준 것이니 이것들은 자네의 것이야. 내가 마음대로 뺐고, 말고 할 물건들이 아니지.”

 

 “아니, 그래도......”

 

 “아니. 괜찮다니까....... 다만......”

 

 “다만...요?”

 

 “음...... 지금은 자네가 갈 길이 바쁘다니, 서둘러 길을 떠나도록 하지. 하지만 한 가지 약조를 해야겠어.”

 

 “어...떤 약조 말입니까?”

 

 “이 오적과 천음신공은 내 아우가 살아가면서 가장 아끼던 물건들이다. 이것들을 자네가 물려받게 된 것이지. 그러니, 이 물건들을 물려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무덤 앞에서 한 곡조라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나?”

 

 몽은 파황신군이 무엇을 말하는지 대충 짐작했다. 몽이 파황신군을 향해 말했다.

 

 “저는 아직 음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입니다. 오적이 귀한 피리라는 것은 알겠지만 저는 피리를 부는 방법도 전혀 몰라요. 하지만, 가르쳐주신다면 열심히 배워 방금 말씀하신대로, 음공무제의 무덤 앞에서 언젠가 꼭 불어서 감사를 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파황신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됐다. 자, 그럼 이제 조나라의 수도 한단으로 갈 테니, 잘 따라 오거라.”

 

 파황신군은 말을 마치자마자 섬광처럼 쏘아져 날아갔고, 몽은 그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개문혈신만월팔괘진에서 빙글거리며 돌던 핏방울이 사라지고 나서 보옥은 마치 넋이 나간사람처럼 그 주위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보옥이 충동적으로 진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것을 몇 번이나 백강이 말렸다.

 

 “안 돼!! 거기에 들어갔다간 몽은 찾지도 못하고 오히려 네가 죽을 수도 있어!!”

 

 “그럼 어쩌라구요!! 이렇게 있다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야하냐구요!!”

 

 “네 마음은 알겠다만, 기다려보자!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백강은 진 주위를 미친 사람처럼 계속 맴도는 보옥을 가까스로 설득해서 취월루로 돌려보냈다. 보옥을 돌려보내지 않고는 그녀가 언제 진 속으로 뛰어들지 너무나 불안해서 백강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취월루로 돌아왔다고 해서 마음이 놓일 리 없었다. 보옥은 밤낮으로 몽을 생각하느라 한숨도 자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물론 금단을 복용하고 공청석유를 한 사발이나 들이켜 끝을 알 수 없는 내공을 지닌 보옥이 며칠 잠을 자지 않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깊은 근심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마음에서 피어나는 독이 되어 그토록 곱던 보옥의 모습이 점점 초췌해져만 갔다.

 

 보옥이 손에 쥐고 있던 나무로 된 섭선은 보옥이 조바심을 낼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가, 줄곧 부러져버렸기에 취월루의 루주 황묘선이 멀리 연나라에 있는 장인(匠人)에게 부탁하여 특별한 섭선을 만들었다. 그것은 만년한철로 대를 세우고, 그 대를 잇는 종이 대신에 만년한철을 마치 실처럼 한 가닥, 한 가닥 가늘게 뽑아 이어서 비단처럼 만든, 아주 귀한 만년한철 섭선이었다. 세심한 취월루의 루주 황묘선은 섭선에 흑영단의 상징인 해당화를 그려 넣는 것도 잊지 않고 부탁했다.

 

 보옥은 오늘도 창가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날이 저물자 침대에 누웠다. 루주인 황묘선이 직접 가져온 음식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창가의 탁자에 그대로 둔 채였다. 보옥은 누워서도 손에서 섭선을 놓지 않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섭선을 손에서 떼면 도저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옥은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게 뻔했다. 보옥의 눈앞에 몽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고개를 돌려도 바보처럼 벙글거리며 웃는 몽의 모습은 어디에도 존재했다. 보옥은 눈을 꼭 감았다. 보옥의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늘밤에도 보옥은 해가 뜰 때까지 눈물을 흘릴 것이었다.

 

 ‘내일은......내일은 꼭 진 속으로 들어가고야 말겠어! 내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보옥은 백강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말을 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자신이 없었다. 만약 자신이 개문혈신만월팔괘진으로 뛰어 들어간다면 누군가 자신을 향해 용기가 있다고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옥의 마음에는 오히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몽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더욱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몽을 찾기 위해 진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 죽음을 향해 뛰어드는 그것이 더욱 쉬운 일이었다.

 

 ‘몽...... 기다려...... 내일 내가 그곳으로 갈 테니까! 제발...... 내가 찾을 수 있는 곳에만 있어줘......’

 

 백강이 자신을 막으려 할 것이 뻔했기에 그것이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건 내일 상황을 봐가며 결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백강은 그곳에 없을 수도 있었다. 그도 몽이 존재하지 않는 진을 계속 지킬 이유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보옥은 깊은 새벽까지 그렇게 누워 있다가 타닥타닥 비가 내리는 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가 내리자 비 오는 날 귀신처럼 분장을 하고 몽을 찾아가 놀라게 해주려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만약......만약 그때 몽이 정말 놀라서 공가(空家)에서 떠나버렸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죽을 만큼 마음이 아플 일은 없었을까.......’

 

 보옥은 지난 일들을 생각하다가, 만약 자신이 개문혈신만월팔괘진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지금이 인간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새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른 아버지 황욱에게 남기는 서신을 한 통 썼다. 글을 쓰면서 아버지 황욱에게 무척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몽을 찾기 위해 떠나는 자신의 마음을 결코 돌릴 수는 없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으니 몽과 함께 처음으로 마셨던 원공주가 간절히 생각이 났다. 보옥은 사람을 불렀다. 깊은 새벽이었지만, 취월루에는 한밤중의 심부름을 위해 깨어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네. 부르셨습니까. 소단주님.”

 

 “그래요. 혹시 원공주가 있나요?”

 

 “원공주.....라면.......아, 네. 예전에 여불위 대방께서 주신 것이 좀 남아있습니다.”

 

 “잘됐군요. 그럼 그 원공주를 좀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네. 지금 즉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보옥의 부탁을 받은 여인은 루주 황묘선이 자신에게 신신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소단주님께서 무엇이든 말씀을 하시면, 무조건 해드리고 나에게도 즉시 보고를 하도록 해!”

 

 여인은 얼른 술을 보관하는 창고 앞으로 달려가 창고를 지키며 졸고 있는 창고지기에게 말했다.

 

 “이봐! 어서 일어나!”

 

 창고를 지키며 졸고 있던 남자는 여인의 말에 눈을 부비며 크게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크으~~아~하~암~. 뭐야? 이 한밤중에.”

 

 창고지기가 배를 벅벅 긁으며 귀찮다는 듯 여인을 향해 물었다.

 

 “술 좀 꺼내줘.”

 

 여인의 말에 창고지기가 의자에서 느릿느릿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 한밤중에....... 돈 많은 귀족이라도 갑자기 들이닥치셨나?”

 

 남자는 찰그락 거리며 창고 문을 열면서 짧게 물었다.

 

 “어떤 술?”

 

 “원공주.”

 

 여인의 말에 느릿느릿 거북이 같이 움직이던 남자가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 듯 움찔하더니 여인을 홱 돌아보며 크게 물었다.

 

 “뭐어? 아니, 단주님이라도 오신거야?”

 

 “아니. 소단주님이 찾으셔.”

 

 여인의 말에 남자는 허겁지겁 원공주를 찾았다.

 

 “찾으면 주방에 가져다 둬!”

 

 여인은 사내에게 일러두고는 곧장 루주 황묘선에게 보고를 하러 뛰어올라갔다. 황묘선은 깊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여인의 보고를 받고는 직접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 보옥이 마실 원공주와 먹을 음식들을 주방에서 직접 챙겼다. 그리고는 손수 그것들을 보옥의 방으로 들고 갔다.

 

 “소단주님.”

 

 목소리를 들은 보옥은 그녀가 황묘선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챘다.

 

 “루주님?”

 

 “네. 원공주를 가져왔습니다.”

 

 보옥은 황묘선이 일부러 자신을 위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애가 쓰일 만도 했을 터였다. 하필이면 이곳 취월루에서 자신이 이러고 있으니,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애꿎은 취월루의 루주 황묘선만 질책을 받을 것이 뻔했다.

 

 “들어오세요.”

 

 보옥의 말에 황묘선이 문을 열고 보옥의 방으로 들어왔다. 묘선은 창가의 탁자로 가서 저녁에 가져다 놓았던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먼저 치웠다. 그리고는 원공주와 술잔을 보옥의 앞에 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리구이와 볶은 야채 한 접시를 탁자에 함께 올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묘선이 탁자에 술과 음식을 올려놓고 돌아서려고 하자 보옥이 묘선을 불렀다.

 

 “잠깐만요.”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보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어...... 아, 저, 감사하다구요.”

 

 보옥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황묘선은 보옥의 말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소단주님. 언제든 하명하실 일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럼.”

 

 황묘선이 나가자 보옥은 잠시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원공주의 마개를 열었다. 마개를 열자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원공주의 그윽한 향기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메웠다.

 

 “흐으음......”

 

 보옥은 원공주의 향을 한껏 들이키고는 잔에 따라서 한 모금 입에 잠시 머금었다가 목으로 부드럽게 넘겼다. 짜릿하면서도 알싸한 느낌이 속에서 짜르르 흐르면서 곧 수십, 수백 가지의 과일향이 몸속에서 피어올랐다.

 

 “하아......”

 

 원공주의 향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감미롭고, 향기로웠지만, 그 속에 묻어 있는 지난날의 추억을 더욱 짙게 물들이며 보옥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보옥이 한잔을 완전히 비우고 또 한잔을 따랐다. 술을 붓고, 추억을 붓고, 눈물을 부어 마셨다. 그렇게 회상에 잠겨 원공주를 반병쯤 마시자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푸른 새벽이 창밖의 세상에 드리운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나?’

 

 보옥은 더 이상 이곳에서 몽을 기다리고만 있을 용기가 없었다. 보옥은 마지막으로 원공주를 따라 놓은 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갑자기 멀리서 굉장한 속도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뭐지?’

 

 순간 긴장한 보옥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그 둘이 만약 사람이라면 무공이 절정의 경지에 오른 대단한 자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혈랑신교?’

 

 보옥은 그들이 혈랑신교에서 오는 무사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이제껏 느꼈던 기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은추가 먼저 다녀갔으니 분명 그들은 자신이 취월루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지금 그들은 정확히 취월루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보옥은 긴장하며 온몸에 공력을 끌어올려 명옥신공을 펼칠 준비를 했다. 그들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취월루에 당도했고, 당도하자마자 곧장 보옥의 방 창문으로 뛰어 들어왔다.

 

 “명옥신......”

 

 보옥은 그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면 곧바로 명옥신공으로 응수를 하려고 했는데, 상대는 전혀 엉뚱하게도 원공주가 든 병을 빠르게 낚아채기에 보옥도 손을 거뒀다.

 

 “크하하하하하!! 역시!! 이것 보거라!! 원공주가 여기에 있지 않느냐!! 어떠냐? 내 코가!”

 

 수염이 성성하게 난 노인이 보옥의 방 안에서 원공주가 든 병을 손에 들고서 창가에 서있는 한 소년을 향해 말했고, 그 소년을 본 보옥은 온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풀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소년은 주저앉은 보옥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어? 진짜네? 소단주님! 어떻게 제가 올 거란 걸 미리알고 꼭두새벽에 원공주 술상을 차려놓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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