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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4화. 퇴사.
작성일 : 20-09-29 13:21     조회 : 76     추천 : 2     분량 : 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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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퇴사.

 

  그 사이 잠깐 비가 그쳤다.

  우리도 점심을 먹어야지. 비록 손님은 없었지만, 주린 배를 채워야 이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제까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밥부터 먹고 보자.

  평소에는 순번을 정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식사를 했다. 한 명이 식사를 마치면 교대로 먹는 것이다. 다른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로테이션으로 먹는다. 많은 인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밥 맛 이 좋다. 아주머니 솜씨도 진짜 최곤 거 같다. 사실 맛있는 점심 먹는 재미가 여기서 일하는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거의 모든 끼니를 집에서 먹어 버릇해서 식당 밥을 먹은 기억이 별로 많지가 않았다. 부모님 역시 외식을 싫어하셨다. 가족들과 외식을 한 것이 어린이날 꼬꼬마 시절 때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 먹은 게 마지막 기억일 정도다.   

  “ 오늘은 같이 먹어도 된대.”

  비가 와서 세차에 기대가 없어서인지 부장님이 둘이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단다.

  “ 비 와서 손님 없으니까 같이 먹어도 된다는 거지.”

  “ 그런가 봐. 봐 비 다시 오잖아.”

  “ 그래 일단은 밥 먹으러 가자.” 

   식당으로 올라가면서 여러 가지 음식의 섞인 냄새를 맡으며 오늘의 메뉴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다. 일단, 찌개는 김치찌개인 것 같다. 김치가 묵어서 시큼한 향이 코를 찌른다.

  ‘ 분명 두터운 돼지고기 뒷다리살이 먹음직스러운 크기로 들어가 있겠지?’

  뭔가 기름에 구운 거 같은 냄새도 난다. 비가 온다고 부침개를 부치신 거 같은데 김치 냄새에 모두 무친다.

  직원 식당은 주유소 사무실 위층에 온돌방 형태로 되어있는데 신발을 벗고 온돌 위에 앉아서 먹어야 한다. 강력한 김치찌개 냄새 덕에 내 발 냄새는 잘 묻히게 생겨서 안심이 된다. 

  “ 일루 와. 어서 앉아서들 먹어. 내가 밥 퍼줄게.”

  “ 고맙습니다. 찌개 냄새가 죽입니다. 이모.”

  “ 뭔 소리야. 비 오는 날에는 김치전이지.”

  아주 강력하게 김치찌개일 거란 나의 추측은 착각이었다.

  ‘김치전이었구나.’ 

  의구심이 풀렸다.

  “ 맛있게 먹으라고 그때그때 부쳐주는 거야.”

  친절도 하시지 그 귀찮은 걸 하신다. 식당 이모는 직원들을 자식처럼 대한다. 다 자기 자식들 또래라면서. 그래서 우리도 대할 때 편하다. 

  “ 이모 오늘도 역시 최곱니다.”  

  “ 더 먹어. 더 먹어. 날씨 추울 때는 든든하게 먹어야 혀. 그래야 덜 춥다니까.”

  “ 하하. 네. 한 공기 더 먹을까?” 

  “ 그러게. 추우니까 더 배고픈 거 같아.”

  “ 그렇지. 그렇지. 한 공기로 반씩 나눠서 먹자. 한 공기씩 먹기에는 너무 많아.”

  그렇게 배 터지게 먹고 다시 밖으로 나선다. 맙소사. 밥 먹는 사이 하늘은 구멍이 뚫렸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는가 싶더니 이제 아주 양동이로 퍼붓는 거 같다.

  “ 장난 아닌데?” 

  “ 하아. 이런 분위기로 계속 내린다면 우리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세종이가 혀를 찬다.

  “ 맞아. 누가 이렇게 비가 오는데 세차를 하겠어?”

  “ 사장님. 오시면 얘기하고 가자.”

  “ 지금 없어?”

  “ 봐. 사장님 차 없잖아.”

  고개를 둘러보니 없다. 각 그렌져. 부의 상징. 사장님의 상징. 차체 각이 90도로 꺾인 게 마치 그들을 보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90도로 꺾인 각은 평범한 사람들을 오를 수도 없게 가파르기 그지없다. IMF시대가 되어 가면서 서민들의 삶뿐만 아니라 자칭, 타칭 중산층들의 삶들도 그렌져의 각처럼 90도로 꺾여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는 대량해고와 힘 없이 쓰러져가는 중소기업을 일으킬 재간은 없어 보였다. 90도의 추락은 우리들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안전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대낮인데도 시커먼 하늘 탓에 밤처럼 어둑어둑 해 지고 있었다.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다 보니 옥상에 물이차서 50미리 우수관에서 터져 나오는 물소리는 무슨 폭포 소리 같이 들리고 있었고, 배수구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들이 바닥에 고여 있다가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 또한 만만치 않은 굉음을 내고 있었다.

  조그맣게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부활의 소나기가 맞는 거 같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 야. 주민아. 볼륨 좀 높여봐. 부활 형님들 음악 나온다.”

  “ 어. 선곡 죽이네.”

  우리 세대에 맞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당시 우리는 부활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 김태원은 천재야. 진정.”

  “ 승철이 형은 부활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 아 기타 소리. 너무 좋아.”

  “ 뭔가 센티해지는군.”

  아까의 황망한 기분은 음악 하나에 바뀌어져 있었다. 

  “ 어. 저기 사장님 들어오신다.”

  “ 들어가시면 조금 있다가 들어가 보자.”

  “ 아니 그냥 내가 가서 말할 테니까 주민이 넌 여기 있어.”

  “ 왜? 그냥 같이 가지?”

  “ 내가 가서 슬쩍 떠 보면서 말해 볼게. 둘이 가서 얘기하면 작정하고 말하는 거 같아 보일까 봐.”

  “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 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세종이가 사무실에 들어가고 나는 조금 멍해져 있었다. 물기가 가득한 바닥에 어떤 차에서 샌 건지 알 수 없는 기름이 물과 섞이지 않은 채 부유 하 듯 여러 빛깔로 유영하고 있다. 왼쪽으로 흐르며 속도가 빨라지더니 이내 배수구로 쳐 박힌다. 어떤 것이던지 간에 그것이 아름답던 추하던 존재하다가 사라지는구나.

  ‘ 한낱 저 기름도 아주 잠깐 나에게 아름다운 빛깔을 발산하고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는구나.’

  “ 아니 씨발. 더러 원서 못해 먹겠네.”

  세종이의 목소리가 상념을 비집고 들어와 내 귀에 박힌다.

  ‘ 뭐지? 살살 떠본다는 녀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걸음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 아니. 어떻게 하라고요. 봉사하러 나온 거 아니거든요?”

  세종이의 격양된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 그래도 약속한 시간은 채우고 가야지.”

  “ 아니.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그것도 일주일 내내 내린다는데. 우리더러 일주일 동안 무료 봉사하라는 말이세요?”

  세종이는 머리꼭지가 돌아 있었다. 

  “ 야. 침착해. 잘 말한다고 하더니 싸우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일단, 세종이 흥분부터 가라앉히자.

  “ 아니. 내가 뭐 비더러 오라고 했나? 왜 나한테 시비야. 시비는”

  사장님도 세종이가 발끈하니까 덩달아 언성을 높이고 계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주민아. 앞으로 일주일 동안을 계속 오늘 같이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 하자. 오늘까지만 하자.

  “ 사장님. 그냥 오늘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금부로 그만두겠습니다.” 

  “ 뭐? 이건 한 술 더 뜨네. 일기예보 맞는 거 봤어? 경솔하게 굴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 

   머리털이 위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입에서 불을 뿜어 내고 싶었지만 냉정을 찾아야 했다. 

  “ 아니.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시고 노동력을 착취해도 유분수지. 정말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회 초년생 대학교 휴학생이라고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니냐고요. 가만히 있으면서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시나 본데. 무슨 이런 환경에서 세차고 내부 세차고 하겠습니까? 부탁이 아닙니다. 통보 정도로 아세요. 가자. 세종아!”

  “ 가. 그럼 가. 안 붙잡으니까.”

  “ 젠장. 이쪽 방향으로 오줌도 안 싼다!” 

  “ 당장 꺼져.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사회생활 그 따게 하는 거 아냐!”

  “ 아니. 이 양반이.”

  꼭지가 돈 세종이가 사장님의 멱살을 잡으려던 그때.

  “ 참아. 세종아. 상대하지 말자.”

 며 붙잡아 나왔다. 초소 같았던 우리 자리에서 가방과 우산을 챙겨 들고 씩씩 거리며 나오는 길에 보니 우리가 나오고 나서 그 누나 중에 키가 작은 누나가 사무실로 들어가서 뭔가 말을 하는 장면을 뒤로하고 우리는 빠르게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야. 주민아. 기분도 더러운데 안양시내 있는 락신 이라고 있는데 거기나 가자.”

  “락신? 술집이야?”

  “ 어. 거기 가면 전에 내가 말했던 형도 있고 일단, 신청곡 신청하면 다 틀어줘. 사운드도 죽이고.”

  “ 그래 가자. 무슨 장마에 세차 일을 하겠다고. 끝내고 나오면서 생각해 보니까.”

  “ 우리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 효민이도 불러.”

  “ 효민이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걸. 한 일주일 됐을 거야.”

  “ 다들 알바 인생이구만.”

  “ 이따 끝나고 오라고 하면 되지.”

  길을 건너가야 안양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내다본다. 우리가 일했던 한양 주유소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 아까 사무실에서 뭔가 말을 하던 그 누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서양화. 유화를 주로 한다고 했는데 작업실이 따로 있는 건가?’

  물어볼 말이 많았는데 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다니. 젠장.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멍하게 차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세종이의 말이 들렸다.

  “ 아니. 그 유화한다는 누나. 작업실이 따로 있으려나?”

  “ 무슨 21살짜리가 작업실이 있겠냐? 어디 화실 같은데 다니나 보지 뭐.”

  “ 화실?” 

  “ 관심 있냐? 주민이도 연애하나요?”

  그 사이 기분이 풀린 모양이다. 참 단순한 녀석이다.

  “ 아니 무슨 연애. 그런 게 아니라 동료가 하나 생긴 거 같은 기분이었거든.”

   “ 아 몰라. 가서 술이나 퍼 먹자.”

  “ 그래 가자. 맥주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렇게 4일 천하로 우리의 세차장 입성은 끝이 났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교훈도 남겼고, 밖에서 보면 서글서글하게 웃어주는 사장님들의 검은 속내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알바를 같이 해보려는 속셈 또한 무리수였다. 락신이라 했던가? 거기나 가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머리 좀 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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