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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9)
작성일 : 16-10-25 23:15     조회 : 479     추천 : 0     분량 : 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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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제 집인 양 굴고 있는 체크 남방을 보자니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카페에서 이방인을 따지자면 체크 남방이다. 폐점 시간 근처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주제에 시끄럽다면서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다니. 에리카는 두 눈을 살벌하게 빛내며 체크 남방을 보았다. 쫄지 않는 눈빛을 보니 제대로 또라이다.

 

 “아 진짜, 적당히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제일 문제예요. 알아요? 지금 폐점 시간 지났는데 계속 앉아계셨죠? 아저씨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 과제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노동시장 참 뭐 같네.”

 “뭐라고? 말 다 했어? 그래, 내가 폐점 시간 넘은 시간에 있긴 하지. 그런데 그거 아나? 커피 가격에는 자릿세가 포함되어 있단 말이다.”

 

 이건 무슨 다람쥐가 도토리 집어던지는 소리인가. 아주 당연하게 자릿세를 운운하는 남자를 보니 기가 찼다. 자릿세는 무슨! 자릿세 내고 이 공간이 내 공간이다 하고 싶다면 모텔을 가거나 호텔을 가거나 했어야지. 여긴 그저 카페라고!

 

 테이크아웃과 가격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테이크아웃이 더 비싼 곳도 있다.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음료가 담기는 재료의 가격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였다.

 

 “자릿세요? 그런 게 있던가요?”

 

 에리카는 승준을 쳐다보며 물었다. 승준을 양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승준이더라도 이것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제대로 적중했다.

 

 “그런 개념은 없습니다. 오랜 시간 계셔도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저도 신경은 쓰이죠. 다른 손님들도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니 말입니다.”

 “내가 그래서 이렇게 폐점에 가까운 시간에 오는 거라고!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제대로 일하려고!”

 

 일? 지금 일이라고 했어? 다른 사람들의 퇴근을 방해하면서 일을 한다고? 에리카의 눈이 번뜩였다. 에리카는 그녀와 비슷한 눈빛을 하고 있는 조안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제대로 진상 고객 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구나.

 

 “그러면 우리도 저 아저씨 논리대로 움직여볼까요? 저희도 음료 주문하고 자리를 살게요. 괜찮죠? 어차피 마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음료 좀 주세요. 아니, 음료도 필요 없어요. 가격 지불하고 공간만 살게요. 괜찮죠?”

 “저기 손.”

 “괜찮습니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에리카와 조안나의 막무가내 조건을 거부하려 승준이 입을 열었지만 진하의 말과 행동이 더 빨랐다. 진하는 승준의 말을 딱 자르며 에리카와 조안나를 제대로 보조했다. 빠르게 카드를 내밀고 결제를 마쳤다.

 

 “자, 이제 우리도 손님의 권리가 있으니까. 부탁 하나 드리죠. 어차피 폐점 시간이고 다른 사람들 안 오죠? 저희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시끄러운 클럽 음악으로 부탁드려요!”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방해해주겠다. 감히 남의 퇴근을 방해하면서 일을 하려고 해? 그럴 거면 집에 가서 하란 말이다.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 가든지!

 

 “네, 제대로 알아 모시겠습니다!”

 

 진하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듣던 시끄러운 음악을 스피커에 연결하고 재생시켰다.

 

 『빌붙는 것들 다 꺼져! 눈치 없는 것들 다 꺼져! 예의 없는 것들도 다 꺼져! 싹 다 꺼져! 꺼지라면 꺼져! 한대 패기 전에 꺼져!』

 

 눈치 없이 카페에 머물고 있던 체크 남방에게 딱 적격인 노래였다. 어쩜 이렇게 선곡도 탁월한지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대놓고 꺼지라고 하고 있는 가사. 에리카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이기에 꾹 참았다.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사이다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콜라와 비슷한 한국 음료였다. 마셔 보니 그 음료 역시 시원하게 내려가는 맛이 참 좋았다. 에리카는 사이다를 원샷한 것 같은 개운함을 느끼며 체크 남방을 보았다. 부들부들 떠는 게 참 보기 좋다.

 

 “시… 시끄러워! 이러면 내가 일을 할 수 없단 말이야.”

 “일을 할 거면 제대로 공간을 마련해서 하시든가요. 여기는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의 공간이고. 심지어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공간이죠. 이 공간을 제대로 가지고 싶으면 세를 주고 얻으세요. 정당한 방식으로요. 그게 아니면 집에서 짜져서 일하든지. 자릿세니 뭐니 하는 찌질한 핑계 대지 말고요.”

 

 지금까지 말을 아끼고 있던 조안나의 입에서 속사포 랩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 자릿세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조안나는 무척이나 참고 있었을 것이다. 임팩트 있는 한 방을 위해 때를 기다리고 성질을 죽였을 조안나를 보니 무척이나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깟 커피, 자릿세가 아니라면 이렇게 비쌀 리가 없어.”

 “웃기고 있네요.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움직이면서 최고의 맛을 선사하고 있는데. 이걸 집에서 쉽게 타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와 비교하는 건 아니겠죠?”

 

 이깟 커피라는 말이 남자 직원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퇴근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던, 퇴근이 늦어져서 짜증이 났던 것 같은 남자에게서 반박의 말이 튀어나왔다.

 

 “커피라는 게 어떤 사람을 만나냐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로 변한단 말입니다. 이깟 커피라니! 커피를 모독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이런 곳에 와서 음료를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늘이 을의 반란을 돕는 기분이었다. 이름 모를 저 직원이 퇴근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커피였다니.

 

 “그 맛이 그 맛이구만 뭘.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만큼 손님 입맛이 싸구려겠지요. 아니면 미각이 덜 발달했거나.”

 “뭐라고?”

 “자꾸 그렇게 반말하지 마십시오. 나이 많은 게 벼슬이 아니고, 손님이 왕인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참았지만 지금부터 한 마디만 더 반말 하시면 제 나름대로 대응하겠습니다.”

 

 화가 났지만 예의를 지키는 남자는 무섭다. 그리고 그만큼 매력이 넘쳐흐른다. 에리카는 지금 체크 남방에 맞서서 한 마디도 물러서지 않고 정중하게 대응하고 있는 남자에게서 강력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에리카는 차라리 이 남자가 남주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된다면 몰입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건 뭐, 전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니. 답답해 죽겠다. 결국 남주가 바뀐다면 본래 소설의 내용을 받아들이기도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희망을 가지고 을의 연애를 다시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런 에리카의 생각을 끊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 지금은 을의 반란을 진행 중이었지 참. 직원의 목소리가 단호박을 먹어서였는지 체크 남방의 말끝이 정중해졌다.

 

 “아… 그러니까. 제 일을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끝까지 일 타령만 하는 진상 고객은 자기만 하는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 내가 하면 정당하지만 남이 하면 아니니라. 이런 자기중심적 생각은 무척이나 피곤하다.

 

 당하고 사는 사람은 평생 당하기만 해야 하는가. 진상은 진상이기에 대접받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일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 그 생각이 들자 에리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가 가져온 노트북 앞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뭐야… 대단한 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글쟁이였어?”

 

 에리카는 진상 고객을 소설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글쟁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다. 글을 쓰려고 남의 시간을 빼앗았다고? 고작 이런 내용 때문에?

 

 “너… 너!!!”

 

 글쟁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체크 남방이 에리카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에리카는 그의 행동이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달려들어서 어쩔 건데? 때리기라도 하려고? 때려 봐. 경찰서에 같이 가서 엿 먹여줄 테니.

 

 “적당히 좀 하라고!”

 

 에리카는 진상 고객에게 가장 큰 엿을 먹이고 싶었다. 그녀는 빠르게 진상 고객이 쓰던 글 전체를 선택했다. 그리고 백스페이스를 누른 후에 저장버튼을 눌렀다. 남의 시간을 방해해서 글을 썼으니 너도 제대로 방해 좀 받아 봐. 그 빡침의 감정을 비슷하게 느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 안 돼!!! 내 원고오!!!”

 

 체크 남방의 절규소리가 카페 안 노래와 함께 섞이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몰아갔다. 소소하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을의 반란은 생각보다 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극적이다 못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군. 이 내용이 원래 소설의 내용이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어. 안 그래? 응?”

 

 로맨스 을의 연애를 모두 읽은 후 내용을 정리해주러 왔던 레이널드는 헤롤드가 확인하고 있는 리얼북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말에 동의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레이널드였기에 헤롤드는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밑에서 우는 여주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쓰레기 점장놈을 보는 것보다 통쾌한 엿먹이기를 보는 것이 낫긴 하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확실히 원작의 내용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잘 읽혔다.

 

 “다 읽은 감상은 어떻습니까?”

 

 헤롤드가 해야 하는 일은 이 상황을 정리하고 을의 연애를 원래의 스토리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시원하고 읽기 좋은 스토리와 지켜야 하는 스토리가 다르다는 것이 괴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을의 반란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헤롤드는 지금 그가 국립도서관에 채용된 키퍼의 리더, 을이기 때문에 그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해야 했다.

 

 “후… 넘어오지 않네? 이번에는 꽤나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가능성 말입니까?”

 “나는 탈선하는 헤롤드의 모습도 꽤나 보고 싶었거든.”“제가 무슨 10대 청소년입니까? 탈선이라는 표현을 쓰시게요. 그럴 일 없으니 일이나 하죠.”

 “이래서 더 괴롭히고 싶은 거야. 언젠가 제대로 삐뚤어질 헤롤드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말이지.”

 

 헤롤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레이널드가 을의 연애 줄거리를 말해줄 순간을 기다렸다. 삐뚤어질 모습을 기대하다니. 키퍼의 수장으로 임명한 사람인 주제에. 이런 식으로 발을 묶은 것이 본인이면서. 왜 탈선하길 바라냐는 말이다.

 

 웃기지도 않는다. 절대로 업무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다짐하며 헤롤드는 레이널드를 재촉했다.

 

 “자꾸 그렇게 엉뚱한 소리만 하실 겁니까? 어서 내용이나 부십시오! 더 멀리 가기 전에 말입니다!!”

 “그렇지만 을의 반란도 꽤나 재밌는걸.”

 “시끄럽습니다. 을의 반란이 재밌으면 사서장님이 직접 들어가서 체험하면 됩니다. 그땐 제가 친히 리셋을 해 드리지요.”

 “아… 그것도 괜찮겠네.”

 

 확 리셋 안 하고 책 속에서 살게 만들어버릴라. 욱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워워. 표정 무섭다고. 나 책에 가둘 생각 했지?”

 

 귀신같은 사람. 이래서 사서장 오래 해 먹고 있나보다. 레이널드는 잠깐 했던 좋지 않은 생각을 접었다.

 

 “말 없는 것 보니 진짜인가보네. 휴우. 더 미움 받기 싫으니 얘기해야겠지? 자 지금부터 을의 열애 요약정리 들어갑니다.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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