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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8)
작성일 : 16-10-24 22:47     조회 : 337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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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도와줘야지!”

 

 진하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여러 부류의 진상들. 그 진상들은 자신이 아주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를 높게 잡고 있었다.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부당한 처사더라도 말이다.

 

 내 권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자는 남의 권리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역지사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기만 아는 이들은 지만 아는 사람,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우기면 다 되는 세상이니 우기면서 원하는 것들을 누리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들이 엿을 먹어야 했다. 제대로 엿을 먹고 망신을 당하게 되면 얼굴을 들 수 없게 되겠지. 지금은 그들이 하는 진상에 가까운 행위가 진상이라고 느끼지도 못하고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을의 연애 속 세계는 잘못되었기에 에리카는 지금이나마 진하가 제대로 된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리셋될 이야기이기에 진하에게 기억이 남지는 않지만 말이다.

 

 “나도 당연히 동참. 진하 언니가 답답한 캐릭터에서 좀 벗어나서 다행이야. 이제 먼저 나서서 진상 퇴치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이제 다 두 사람 덕분이야. 그런데 문제가 있어. 나는 아직 근무를 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적으로 손님에게 뭐라고 하면 귀책사유가 되지 않을까? 오히려 무개념 직원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어서.”

 

 에리카는 진하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무개념 낙인이 찍히는 세상이라. 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일까? 올해 중에 기술 협약을 위해서 한국 키퍼들이 방문한다고 들었는데. 행사 따위는 딱 귀찮지만 이번 행사는 필히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배경들, 사람들의 생각들이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알고 싶다.

 

 “그건 걱정 마. 저번에도 내가 끼어들고 에리카 언니가 합류해서 한 방 먹인 거잖아? 이번에도 다른 방식은 있겠지.”

 “다른 방법?”

 “그런 것 있잖아. 그 사람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하는 것. 마음 같아서는 멱살 잡고 이 새끼야 집에 가!! 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리스크가 너무 커.”

 

 조안나의 말이 맞다. 실제로 하고 싶은 것은 멱살잡이에 막말세례지만 그렇게 하면 이 소설의 여주와 난입한 두 사람은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쭈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리스크가 없이 진상을 퇴치할 수 있다고?”

 “응. 우린 그 사람 앞에서 더 정중한 사람이 되면 돼.”

 

 에리카는 조안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조안나는 나만 믿으라는 표정으로 종이에 작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정리되는 내용에 에리카는 감탄했다. 이 셋 중에서는 가장 어리지만 또 가장 현명한 것도 같다.

 

 “와, 역시 조안나야! 이런 생각을 해 내다니.”

 

 진하가 감탄하며 큰 소리를 냈다. 에리카도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지만 진하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엿을 먹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리카는 조안나의 작전을 더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켰다. 이제 내일을 위한 준비만이 필요했다. 그 준비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진상 고객에게 더 부끄러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에리카와 조안나는 처음 만났던 날보다 얌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 그 둘이 맡은 역할은 한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들어와 있는 외국인 학생이다. 노동시장의 실태 파악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카페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언니는 얌전한 옷을 입어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게 엄청 섹시하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너는 정말 모범생 같구나.”

 “모범생 맞아. 언니가 날 어떻게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 나 성적도 좋아서 다들 기대하고 있거든. H대 무난히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다들 그렇게 말해.”

 

 네가 말하는 H대학이 내가 아는 그 H가 맞느냐. 순간 에리카의 동공이 흔들렸다. 공부를 하지 않는, 공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 대학이 뭐기에 그러는가, 이럴 수도 있었지만 에리카는 그쪽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H대학에 가려다가 쭉 미끄러져서 키퍼가 된 인생이니. 뭐 할 말 다 했다. 미끄러진 이 인생이 그리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 대단한데? 그래, 어쩐지 작전을 술술 짜 낼 때도 예사롭지 않았어.”

 “그건 그냥. 임기응변이야. 딱히 대단할 것도 없다고. 아! 저 사람인 것 같지? 진하 언니가 말하는 인상착의와 무척이나 비슷한 것 같아.”

 

 뿔테 안경에 더벅머리, 빨간색 체크남방에 갈 길을 잃은 것 같은 정체 모를 청바지. 빨지 않은 것인지 꼬질꼬질한 운동화까지. 진하가 설명했던 진상 고객과 100퍼센트 일치하는 인상착의였다.

 

 운동화만 안 빨아 신는 게 아니라 옷도 매일 같은 옷을 입나보다. 대체 뭘 하는 사람이기에 늦은 시각에 카페에 와서 집에도 가지 않고 남의 퇴근도 방해하는가.

 

 카페 유리 너머로 굳은 표정의 진하가 보였다. 상글상글 웃으며 고객들을 상대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에리카가 옆에 서 있는 조안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안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조안나의 걸음을 보며 에리카도 당당하게,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다.

 

 자, 오늘 또 다른 진상 퇴치하러 갑니다!

 

 카페 문을 열자 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페에 있던 여섯 개의 눈동자가 두 사람을 주목했다. 진상 고객의 시선은 아니었다. 카페에 남아있던 마감조 직원들의 시선이었다.

 

 “어… 어서 오세요.”

 

 에리카는 그녀와 조안나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승준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미소가 절대로 좋은 의미의 미소는 아니었다. 아, 그래. 너는 우리를 기억하는구나. 나 또한 너를 기억한단다. 다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나서지 않았던, 변태 같은 점장 놈! 이런 놈이 남주라니, 이런 남주에게 심쿵하는 여주 진하라니. 역시 본래의 스토리는 취향이 아닐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곧 마감이죠?”

 “네, 10분 후 마감입니다.”

 

 마감을 준비하던 다른 남자직원이 대답했다. 그는 퇴근이 간절해 보였다. 진상 손님이 주문을 하고 앉은 순간에도 열심히 테이블을 닦고 돌아다니며 눈치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방금 한 질문에 진하보다도 빨리 대답하는 것을 보니 백프로였다.

 

 “마감 앞두고 계신데 죄송합니다. 저희가 과제 중인데 설문조사가 좀 필요해서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도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그냥 부탁드리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에리카는 준비한 대사를 읊으며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저 진상 고객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어쨌거나 업무 외의 시간을 저희들 때문에 투자하게 되실 것 같아서요. 소정의 봉급을 준비했습니다.”

 “네?”

 

 놀란 소리는 승준에게서 나왔다. 그래, 넌 원작에서도 진상 고객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나서 작업을 걸었다고 했었지. 너에게는 기대하는 게 1그램도 없단다. 에리카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시급 드리겠다고요. 어쨌거나 우리가 퇴근 못하게 붙잡아두고 부탁드리는 거니까요.”

 

 에리카는 시급과 퇴근에 힘을 주어 말하며 진상 고객을 살폈다. 자, 어서 가책을 느껴라. 부끄러움을 느껴라. 느끼지 못한다면 너는 인간이 아니라 개새끼다. 아니, 개새끼는 개에게 미안하니 안 되겠다. 개만도 못한 새끼다. 아, 그것도 개에게 미안하다. 개와 비교하는 자체가 미안하다. 너는 그냥 쓰레기다.

 

 “시급을 주시겠다고요? 얼마나요? 얼마나 주실 수 있는데요?”

 

 진하였다. 이것은 사전에 준비된 멘트였다. 말도 안 된다고 다른 직원들이 우리를 내보내려 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애초에 거절할 수 없게 진하가 상황을 받아버리는 것이다.

 

 “진하씨!”

 “사실 뭐 무급으로 퇴근도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돈 받는 게 낫잖아요. 저기, 매일 마감 때 와서 돈 한 푼 안 주고 시간 때우는 분도 있는데요 뭘. 자기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면서.”

 

 진하가 세게 나갔다. 연습할 때는 버벅이더니 이제는 술술 풀어낸다. 우리 진하씨, 랩 해도 되겠어요. 아주 대사가 차져요. 입에 착착 붙어요. 에리카는 흐뭇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하긴, 진하 누나 말이 틀린 건 없네요.”

 

 퇴근을 간절히 원하는 것 같았던 남자 직원도 거들었다. 승준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손님들의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만. 저희가 그런 이유로 돈을 받는 것은 좀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일단 여기는 업장이고요.”

 “그래도 저희는 사람의 시간을 뺏으면서 날로 먹는 과제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저희 과제가 노동시장 실태파악이거든요. 얼마나 많은 야근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하는지. 그런 것을 조사하고 있어요. 아, 저기 계신 분은 카페 관계자신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저 분은.”

 “아. 그러면 야근을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겠군요?”

 

 조안나가 결정타를 날렸다. 에리카는 움찔 하는 빨간 체크 남방의 등짝을 보았다. 그래, 여기에 거기 너 말고는 카페 관계자 아닌 사람이 없어요.

 

 “아… 아하하. 말씀들이 조금 지나친 것 같습니다. 고객은 왕이죠.”

 “와, 일 하는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하니 사람들이 야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지. 저희는 미래에 이 시장에 나와서 일을 할 예비 노동자인데요. 이런 말을 하는 상사 밑에서는 일을 하고 싶지 않네요.”

 

 조안나는 승준에게도 한 방을 먹였다. 그 상황이 무척이나 통쾌하면서 고소했다. 이런 남주에게 사랑을 느끼는 진하라고? 정말로? 리얼리? 에리카는 승준의 캐릭터를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그는 남주와 가깝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승준에게서 진하를 데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진짜 숨겨진 남주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갑니까? 그리고 당신들이 뭐라도 됩니까? 왜 시급을 주네 마네 하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듭니까?”

 “복잡하게 만들다니요? 우리는 그냥 정도를 지키면서 과제를 하는 건데요?”

 

 조안나는 태연했다. 그녀보다 큰 남자를 상대로도 전혀 쫄지 않았다. 에리카는 조안나의 화력에도 감탄했다. 많은 연습이 없어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조안나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한참 카페 안이 시끄러워질 때였다. 에리카는 인기척을 느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빨간 체크 남방이 쭈뼛거리며 일어났다. 남자의 등 대신 얼굴이 보였다.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에리카의 눈에 남자의 표정이 점점 선명하게 들어왔다. 남자의 표정에 담긴 것은 민망함도, 부끄러움도, 뒤늦은 깨달음도 아니었다.

 

 그의 표정에 담긴 감정은 분노였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방해 받았다는 분노.

 

 얼씨구나. 뭐 뀐 놈이 성 낸다더니. 딱 저 놈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씩씩거리며 대화가 이루어지는 카운터를 향해 오던 체크 남방이 소리를 빽 질렀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떠들 거면 좀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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