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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9. 두렵다
작성일 : 20-09-21 18:00     조회 : 123     추천 : 0     분량 :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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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는, 제 스승이 계시니까요. 그러는 도련님은요?”

 “난, 서책을 보려고.”

 “뒤를 따라오신 겁니까?”

 “무슨 소리. 아니다.”

 

 유아는 성과 봉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았다. 그리고 때마침 지하에서 백씨와 규수가 나타났다. 규수의 손엔 언제나처럼 향낭이 있었다.

 

 “한 냥입니다. 아이고, 사흘 뒤에 뵙겠습니다.”

 “스승님. 저도 가보면 안 됩니까?”

 “다른 곳은 몰라도, 거긴 안 됩니다.”

 “왜요~”

 “안 됩니다.”

 “치! 손님 왔어요.”

 

 그리고 유아는 책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떤 서책을 찾으십니까?”

 “책을 살 수도 있는가?”

 “사시려면, 꽤 비싼데요.”

 “괜찮다.”

 

 그리고 시장 마당에 놀이패가 도착했다. 모든 이들이 같은 표정이었다. 즐거움이 가득한. 놀이패의 등장에 백씨가 성에게 말했다.

 

 “놀이패 구경이나 하고 가시지요. 그 서책들은 필사하여 사흘 뒤에 오시면 드리겠습니다.”

 “그리해주게.”

 

 백씨도 간만에 온 놀이패 구경에 시선이 팔려있었다. 그런데, 지금쯤 옆 가게 2층에서 놀이패 구경에 신나있어야 할 유아가 보이지 않았다. 봉수도 놀이패에 신경이 쏠려있었는데, 유아가 백씨의 시선을 피해 다시 책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성이 발견했다.

 

 “뭐야?”

 

 성이 유아를 불렀지만, 사람들의 환호성에 소리가 묻혔다. 유아는 지하 동굴로 향하는 문을 열고,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고, 성도 유아를 뒤따라 지하로 들어갔다. 긴 계단을 내려와 마침내 지하 동굴로 입성한 유아. 환하게 불을 켜니, 온갖 진귀하고 신기한 것이 가득했다.

 

 “우와~!”

 “이게 다 무엇이냐?”

 “엄마야!”

 “이게 다, 뭐란 말이냐?”

 “간 떨어질 뻔 했네. 따라 온 겁니까?”

 “도둑마냥 오기에.”

 “도둑 아니거든요.”

 

 탁자 위 투명한 유리구슬에 성도 유아도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역시. 스승님은 음흉해.”

 “대체 저자의 정체가 무엇이냐?”

 “보면 모르십니까? 책방 주인이지.”

 “이걸 보고도?”

 “기밀입니다.”

 “뭔가를 안단 거군?”

 “쉿!”

 

 잠시 정적이 흘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지하에도 울렸다. 유아와 성은 본격적으로 주위에 신기한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유아는 뒷걸음질 치다가 탁자 위에 있던 서역의 카드를 툭 치고 말았다. 카드는 탁자에서 우두두 떨어졌는데, 그 중 한 카드만이 뒤집혀 그림을 보였다.

 

 “이게 뭐지?”

 

 유아의 말에 성은 카드 속 그림을 보았다.

 

 “왕관을 쓴 여인이구나. 왕비겠군.”

 “왕비.”

 

 유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정리했다. 그리고 다른 물건들에 정신이 팔린 성은 유아의 이끌림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올라가요. 곧 놀이패도 끝낼 텐데. 들키면, 저 정말 엄청 혼나요. 다신 여기 못 올 수도 있어요.”

 “사제의 인연이 오래되었느냐?”

 “한 3년 정도? 왜요?”

 “신기해서.”

 “뭔들. 도련님, 세상 구경 좀 하고 사세요.”

 “도와주겠느냐?”

 “제가요?”

 “나보단 많이 아는 것 같으니.”

 “아깐, 엄청 무시하시더니.”

 “내가? 언제?”

 “시치미에도 재능이 있으시네요.”

 “돕지 않겠단 것이냐?”

 “여력이 되면요.”

 “깐깐하군.”

 “하지 말까요?”

 “아니다. 아까 말은 취소하겠다.”

 

 유아가 피식 웃었다. 유아를 따라 성도 피식 웃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유아입니다. 김유아. 도련님은요?”

 “나는, 성이다. 홍 성.”

 “홍, 성.”

 

 유아와 성은 매일 책방 앞에서 만났다. 시간을 정해서 하루는 책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기도 했고, 하루는 놀이패 구경에 시장 구경을 했다. 운종가를 지나 다른 마을 개울가에서 놀기도 했고, 더 멀리 반촌으로 가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의 나이가 같았기에, 이젠 서로 말도 트기로 했다.

 

 “성아! 이제 돌아가야 해. 반촌은 해 지면, 위험해.”

 “그래. 가자.”

 “너는 계속 혜빈마마네서 지내는 거야?”

 “응. 한동안. 그러고 보니, 유아 너희 집은 어디야?”

 “저기, 서촌 감나무집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

 “그렇구나.”

 “내일은 어디 갈까?”

 “내가 아무한테다 보여주는 곳이 아닌데, 특별히 너만 데리고 가 줄게.”

 “어디?”

 “너, 꽃구경 실컷 하고 싶다며.”

 “응!”

 “내가 꽃구경 실컷 시켜줄게.”

 “정말?”

 “그럼.”

 “그래! 내일 꼭 구경 시켜주는 거다?”

 “그래. 약속해.”

 

 유아와 성은 서촌으로 향하는 다리 위에서 헤어졌다. 그 다리를 기점으로 유아는 서쪽으로, 성은 동쪽으로 갔다. 유아의 걸음은 가뿐했다. 폴짝 폴짝 뛰어가는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성은 웃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봉수는 그런 성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뭐든 일찍 깨우치시어 염려했더니, 이것마저...”

 “무엇을 말이냐?”

 “여인 말입니다.”

 “무슨! 난 아직 어리다. 유아도 마찬가지고.”

 “나중엔 어찌 밝히실 겁니까?”

 “그건, 다음에.”

 “다음에 언제요?”

 “봉수야.”

 “예~”

 “내관 일이 편하지?”

 “하... 또!”

 “또~오? 또~~오?”

 “송구합니다. 아주 팍팍하여 정신을 잃었나 봅니다.”

 

 유아의 발랄한 걸음은 금방 집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유아를 기다리는 연실이 보였다.

 

 “연실아!”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된 줄 아세요?”

 “왜? 새어머니가 나 찾아?”

 “나리 퇴청하실 시간 다 됐으니 그러죠.”

 “오셨어?”

 “아니요. 아직. 오늘은 대체 어딜 갔다 오셨습니까?”

 “반촌.”

 “예?! 내가, 내가 못 살아. 이러다가-”

 “헉! 해 지겠다! 아버지 오시겠어!”

 “말 돌리지 말고요! 아가씨! 아가씨잌!”

 

 유아는 연실을 휙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연실은 잔소리를 채 시작도 하지 못한 채로 씩씩 거리며 유아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저녁도 먹고, 씻고, 옷도 갈아입고, 이부자리에 누운 유아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애꿎은 이불만 탁탁 치고, 몸을 뒤척이며 설렘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뒤척이는 것은 성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 유아를 만나면 반드시 자신의 이름부터 분명히 알려주겠다는 결심으로 눈을 감았다.

 

 “저하. 저하?”

 

 웅웅하며 울리는 소리가 저 먼발치에 묻힌 목소리가 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저하.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저하.”

 

 봉수가 곁에 세숫물도 떠놓고 성의 머리맡에 앉아 귓가에 대고 성을 불렀다.

 

 “저하~아?”

 “음...”

 “해가 중천입니다~.”

 “어?”

 

 성은 잠결에 봉수의 말에 대답했다.

 

 “얼마나 됐어?”

 “벌써 미시(*오후 1시~3시)를 지나고 있사온데~”

 “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을 받은 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봉수가 쪼그려 앉아있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고~”

 “정말 미시야? 정말?!”

 “예. 제가 어찌 감히 저하께 거짓을 고할까요?”

 “왜 이제야 깨워?!”

 “저하. 소인은 정오부터 한 식경(*30분) 간격으로 고했습니다. 도통 깨질 않으시니.”

 “옷! 빨리! 늦었어.”

 “어딜요?”

 “백씨 책방.”

 “예?”

 “빨리!!”

 

 늦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이다가 늦게 잠을 이루는 바람에 이제야 일어나게 된 것이었다. 설렘이 독이 되어 버렸다.

 

 성이 부랴부랴 준비하는 사이, 유아는 이미 점심도 책방에서 때우고 하염없이 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책방 안이 아닌, 문 앞을 서성이며 운종가 거리를 지켜보는 유아를 본 백선생이 갸웃했다.

 

 “아가씨. 누구 기다리십니까?”

 “예?”

 “아니, 여기 와서 책 구경 한 번을 안 하시니.”

 “스승님.”

 “예.”

 “저, 딱! 두 식경(*한 시간)만 기다렸다가 갈 겁니다.”

 “예. 그러시지요. 헌데, 그걸 왜 저한테...?”

 

 유아는 백선생의 말에 대꾸도 않고 다시 바깥으로 시선을 옮겼다. 부채 장수인 신씨는 연실이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놀이패가 온 날, 신씨는 연실을 겨우 달랬다. 신씨는 연실이 좋아하는 엿이며, 곶감을 항상 품고 있었고, 연실은 신씨의 군것질을 노렸다. 신씨는 오늘도 연실의 군것질을 책임졌다. 이를 지켜보는 방물장수 청씨는 짐을 꾸렸다.

 

 “나 가네.”

 “어~”

 

 신씨는 연실에게 정신이 팔려 오랜 벗이 길을 떠나는 데도 허투루 인사를 건넸다.

 

 “나, 간다고.”

 “어~ 조심히 다녀오게.”

 “에휴~. 백씨! 나, 가네!”

 

 책방에 있던 백씨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지금 가려고? 곧 해가 질 텐데? 내일 일찍 가지 그러나?”

 “지금 청 사신이 오지 않았나? 모화관(*조선에 마련된 청 사신들의 숙소)쪽 슬쩍 둘러보고 갈 생각이라.”

 “아, 이번엔 향낭을 좀 넉넉하게 가져와야 해. 찾는 사람이 많다고.”

 “알았네. 다녀옴세.”

 

 유아는 청씨 아재가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거리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백씨는 유아의 등을 톡 건드렸다.

 

 “응? 예? 왜요?”

 “청씨가 물건 가지려 간답니다.”

 “아! 아재, 지금 가시려고요?”

 “예. 아가씨.”

 

 유아는 청씨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았다.

 

 “조심히 몸 사려가며 다녀오세요. 예쁜 거 많이 가져오시고요.”

 “아가씨마저 외면하면 아예 안 오려 했습니다. 친구 키워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더니.”

 “응? 자식... 아닌가? 무튼, 아재! 조심히 다녀오세요.”

 “예~.”

 

 그렇게 청씨는 길을 떠났다. 청씨가 떠나고 유아가 결심했던 1시간이 지났다. 유아는 절망했다. 살면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은 처음 맞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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