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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4. 너의 이름은
작성일 : 20-09-21 17:57     조회 : 135     추천 : 0     분량 : 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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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숨넘어가겠네!”

 

 멀리서도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어찌나 잘 들리는지. 백씨, 청씨, 신씨에게 근래 3년 간 가장 재미난 일이 무어냐 묻는다면, 허구헛날 책방을 드나드는 작은 요조숙녀의 방문이라 하겠다.

 

 “아이고~ 아가씨. 넘어지십니다.”

 “백선생! 아재들도 안녕하세요!”

 

 어미가 없던 유아를 키운 또 다른 부모들이 이 운종가의 상인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경 가시려고?”

 

 유아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유아의 등장에 근처에 있던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상인들은 유아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항상 뒤를 따르던 큰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실이는요?”

 “연실이? 올 겁니다. 내가 너무 빨리 뛰어와서.”

 

 어린 유아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저 멀리서 뒤뚱뒤뚱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려오는 몸종 연실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하루 그 몸뚱이는 어찌나 잘 불어나는 지. 열아홉의 창창한 나이에도 벌써 몇 걸음이면 숨이 찬 그녀였다.

 

 “오늘은 사람도 많은데요.”

 “괜찮아요. 연실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어요? 그보다 백선생에게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왔는데.”

 “무엇입니까?”

 

 유아가 백씨에게만 귓속말을 했다. 유아의 귓속말이 끝나자 백씨가 시익 웃어보였다.

 

 “드디어 운명이 다가오는 군요.”

 “응?”

 

 백씨가 유아에게 찡긋 윙크를 보냈다. 정작 당사자는 알아듣지 못하고 갸웃했다. 대화가 끝이 나자 이제야 연실이 도착했다. 팔을 허우적거리며 유아를 불렀다.

 

 “아가씨!... 헉헉... 아가... 씨!... 어찌, 나날이, 걸음이, 재신지. 헉헉...”

 

 신씨가 부채 하나를 연실에게 건넸다. 곧 숨이 넘어갈 듯 주인을 뒤따르는 그녀가 안쓰러웠던 것이었고, 그녀에게 건네는 마음이었다. 얼굴에 땀범벅이던 연실이 부채를 빼앗듯이 덥석 받아들고는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아고~ 아가씨를 뒤따르다가는 제명에 살질 못하겠습니다.”

 

 비단가게 만영이 바가지에 물을 떠 연실에게 건넸다. 연실은 시익 웃어보이고는 받아든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캬~!”

 

 물도 참 맛나게 먹는 연실이었다. 연실이 숨을 돌리고 있는 와중에 어린 유아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자 연실은 몸과 어울리지 않는 재빠른 반응 속도로 잽싸게, 걸음을 떼던 유아의 목덜미를 덥석 잡아 세웠다.

 

 “숨 좀 쉬고요.”

 “바빠. 빨랑 가야한다고~오!”

 

 어깨를 잡힌 유아는 바동거렸다.

 

 “저 좀, 살려주시지 않고요!”

 “그러니, 살을 빼라니까?”

 “살 깎는 일이 쉽습니까요?”

 “그 옆에 차고 있는 간식만 줄여도 충분할 걸? 서둘러. 가자”

 

 어린 유아는 기어코 연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쫄래쫄래 걸음을 옮겼다. 연실은 급히 부채와 바가지를 각 주인들에게 돌려주고는, 아직 채 고르지 못한 숨을 뱉으며 고개로 인사를 전했다.

 

 “읍하~! 하... 놔...”

 

 연실은 다시 유아의 뒤를 따랐다. 상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절래 내저으며 한마디씩 건넸다.

 

 “거, 웬만하면 아씨 몸종을 더 붙여달라고 해!”

 “아가씨 갈 곳은 하나니, 그냥 내버려 둬!”

 “물 한 바가지 더 하고 가지!”

 

 그 중 아련한 눈빛으로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의 인사는 여운이 남았다.

 

 “또 보세! 연실이...”

 

 신씨는 애절한 눈빛을 하고는 연실의 뒤에 대고 외쳤다. 그 말에 다른 상인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응?”

 “자네... 설마, 아니지?”

 “어머, 신씨! 호호홍!”

 “눈이 삐었군. 쯧쯧...”

 

 신씨는 서른이 넘은 나이임에도 방물장수 신세에 장가도 가지 못한 숫총각이었다. 그는 지금 짝사랑 중이었다. 한편, 청씨는 고개를 젓다가 문뜩 백씨를 잡고 말했다.

 

 “설마... 아가씨가 가는 곳이...?”

 

 백씨가 작게 속삭였다.

 

 “맞네. 자네가 봤다는 그 운명.”

 

 청씨가 고개를 절래 저었다. 백씨는 시익 웃었다. 청씨는 대대로 무당 집안의 자손이지만,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가 신내림을 받아 자유가 되었다. 그래도 그 기운이 영험한 지, 청씨는 이상하게 무엇이듯 예측한 것을 잘 맞추었다. 이번에 백씨의 말도 그랬다.

 

 “쉬운 길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

 

 유아는 담장을 빙 돌아 큰 길로 나왔다.

 

 “아가씨... 저, 진짜 죽어요... 헉... 헉...”

 “아이 참! 연실이 너!”

 “아이고오~! 연실이 죽네!”

 

 연실은 그냥 길 한복판에 벌러덩 앉아버렸다.

 

 “이럼 늦는다고! 만나 뵙지 못하면 어째?”

 “근데 왜 이리로 와요?”

 “내 맘이야!”

 “사람도 없는데. 반대쪽이라니까요. 또 고집이십니까?”

 “아니거든?”

 “맞네, 똥고집은.”

 “아니야!”

 “에휴~ 난 못 가요.”

 “너, 진짜! 일어나! 빨리~이!”

 

 유아가 연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꿈쩍하기는커녕 제 힘에 스스로 밀려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좀 쉬었다 가요. 제가 다시 길을 찾아 드릴 테니.”

 “빨리 일어나, 돼지야!”

 “또 돼지- 안 가! 안 가요!”

 “이 멍청이 돼지야!”

 

 유아와 연실이 길 한복판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동안, 성은 우겸과 길을 걷고 있었다. 저 멀리 덩치가 큰 여인과 끙끙대는 작은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길에 유달리 눈에 띄는 풍경이었다. 그 풍경은 스무 걸음이면 가까이 마주할 수 있었다.

 

 “연실아~아~ 제발~!”

 “다섯 번만 숨 좀 쉬고 일어날게요.”

 “빨리 쉬어. 하나~ 두울~ 세~엣!”

 “아고, 그렇게 쉬다가 죽어요!”

 

 유아는 연실이 미웠다. 얄미웠고, 서운했다.

 

 “흐앙~! 아앙~!”

 

 조용하던 거리가 유아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단 다섯 발자국. 느티나무 아래에 덩치 큰 여종. 그 곁에 주저앉아 있는 어린 여자아이가 성의 눈에 들어왔다. 성은 유아를 보았다. 참으로 서럽게도 울고 있었다.

 

 “아이고... 뉘집 딸인지.”

 

 뒤를 따르던 봉수가 고개를 저었다. 성은 서럽게 우는 유아가 부러웠다.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저렇게 우는 것이 부러웠다.

 

 “너 미워~엉~ 흐앙~!”

 “아, 아가씨...”

 “흐앙~ 아아아~ 너 때문에 구경도 못하고오~ 아앙~!”

 “아가씨~이! 아이, 참.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예? 가요. 제가 업어 드릴까요?”

 

 얼굴도 참 올망졸망 예쁜 아이가 울면서도 씩씩하게 할 말은 다 했다. 유아를 관찰하던 성이 피식 웃었다. 성이 이내 웃음을 감추려 했지만, 한번 터진 웃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얼굴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풋!”

 

 유아가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르자, 그 무겁던 연실의 몸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연실은 앉아 우는 유아를 일으켜 세워 옷을 털어주며 달랬다.

 

 “알았습니다. 소인이 잘못했어요. 뚝! 갑시다. 놓치기 전에 빨리 구경 갑시다.”

 “너, 못됐어.”

 “예. 제가 아주 나빴습니다. 됐지요?”

 

 유아가 훌쩍이며 울음을 그쳤다. 소매로 눈물을 스윽 닦더니, 눈물에 씻겨 더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연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성이 유아의 바로 옆을 지나쳤다.

 

 “가자.”

 

 유아도 갈 길을, 성도 갈 길을 갔다. 그런데, 유아가 가는 길이 뭔가 이상했다. 자신과 반대로 움직이는 유아의 걸음에 성이 멈춰섰다.

 

 “저기는...?”

 

 성도, 우겸도, 봉수도 모두 갸웃했다.

 

 “우리 집인데?”

 

 성은 뒤를 돌아 유아에게 외쳤다.

 

 “저기!...”

 

 성의 부름에 유아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성은 자신이 불러 세우고 놀랐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후회가 금방 들었다.

 

 “어딜 가는 길인 것이냐?”

 “응?”

 “어딜 가는 것이냔 말이다. 그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고 아는 것이냐?”

 

 유아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성을 바라보았다.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자, 성은 이상하게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그보다, 그 앞에서 상당히 고까운 표정으로 매서운 눈빛을 날리는 연실이 팔짱을 낀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기, 어린 나리. 갈 길 가십시오. 아무리 우리 아가씨가 말을 걸고 싶게 생겼기로서니, 말 딱 자르고 예의가 없으시네.”

 

 연실의 말에 봉수가 덩달아 버럭했다.

 

 “어디 감히! 이 분이 뉘신 줄 알고! 천한 것이 분수도 모르고 어딜 나서?”

 

 그러자 연실이 싸울 기세로 콧김을 뿜어냈다. 그 사이 유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가 아닌가? 정말?”

 

 유아가 갸웃하자, 성은 피식 웃었다. 그 와중에 연실과 봉수는 정말 싸울 기세였다.

 

 “아니, 뭐 얼마나 귀한 분이기에 감히야? 아니, 네 놈도 종놈 주제에 어따가 신분을 얹어?”

 “뭐, 뭐라? 나는 종이 아니다!”

 “그럼? 백정이냐?”

 “네, 이년!”

 “네, 이노~옴!!”

 “그만 두지 못할까?”

 

 우겸의 만류로 연실과 봉수의 실랑이는 일단락되었다. 성은 유아를 보고 말을 건넸다. 물론, 연실이 의도적으로 성의 시선을 가로 막아, 큰 덩치에 유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쪽은 대군 저가 아니오. 대군 저는 반대쪽이오. 저 곳은, 혜빈마마의 사가이니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듯합니다.”

 

 유아는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성은 잘못된 길을 고쳐주고는 다시 우겸과 걸음을 옮겼다. 연실이 우쭐대며 유아에게 말했다.

 

 “거 보십시오. 제 말이 맞죠?”

 “치!...”

 “가시지요.”

 

 유아가 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낯이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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