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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7. 함부로 그립게
작성일 : 20-09-21 17:59     조회 : 138     추천 : 0     분량 : 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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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책을 끌어다 읽고 익혔다. 그러나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새해가 되어도, 정월이 되어 도성이 축제로 한바탕이어도 성은 우울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성은 창밖으로 보름달을 보고 있던 윤희에게로 갔다.

 

 “어머니.”

 “잠자리에 들지 않고요.”

 “예. 잠이 오질 않아서요.”

 “달이 밝아 그런가? 방 안이 훤하니, 나도 잠이 오질 않더이다.”

 

 성은 윤희의 말에 달을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크고 밝은 달이었다.

 

 “지난해 정월엔 아버지와 밤새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그 말에 윤희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함부로 그리워해선 안 됩니다.”

 “어머니.”

 “어마마마!”

 

 단호한 윤희의 말에 성은 멈칫했다.

 

 “예. 어마마마.”

 “우리는 주상전하의 은덕으로 이리 살아있는 것입니다. 그 은덕으로, 살아있는 겁니다.”

 “... 예.”

 “명심해야합니다. 입궐하지 못해도, 마음으로라도 매일같이 문안을 여쭙고, 효를 다하셔야 합니다. 아셨지요?”

 

 성이 찾던 어머니의 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성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성의 얼굴을 본 봉수가 빤히 쳐다보고 물었다.

 

 “마마께 혼이라도 나셨어요?”

 “아니다.”

 “허면, 어찌 얼굴이 그러십니까?”

 “봉수야.”

 “예.”

 “화원을 가고 싶어.”

 “무슨? 아... 근데, 저하. 당분간은 처소 밖 출입은 자제하시는 것이-”

 “왜? 누가 날 죽여?”

 “그, 그게 무슨 불경한 말씀이십니까?”

 “화원엘 가야겠다.”

 

 성은 벌떡 일어났다. 봉수는 성의 앞을 막았다.

 

 “저하!”

 “비켜.”

 “저하.”

 “죽고 싶은 게냐?”

 “왜 이러십니까? 정말 안 됩니다. 경을 치십니다.”

 “누가! 어머니가? 아님, 나보다 열 살 많으신 중궁이?!”

 “저, 저하!”

 

 봉수의 눈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성이 찌른 정곡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주 잘 숨겨왔다고 자부했다. 세상 소식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듣는 것인지, 봉수는 난감했다. 그리고 사실을 안다면 더욱 막아야했기에, 봉수는 바닥에 엎드려 빌고 빌었다.

 

 “예! 아신다면, 소인을 좀 살려주십시오!”

 

 봉수는 성의 다리를 붙잡았다. 나가려 발버둥 쳤지만, 성은 봉수의 힘을 이기지 않았다. 열 살이지만, 그가 누구인가? 힘이 천하장사라던 정훈세자의 아들이었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으나, 자신을 살려달라는 수족의 부탁에 멈칫한 것이었다.

 

 “내 걸음 하나가 그렇게 무겁더냐?”

 “저하...”

 “나는 문지방 하나를 넘을 뿐인데, 너는 내 걸음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구나.”

 “송구하옵니다.”

 “허나, 봉수야. 만약, 누군가가 내 걸음을 걸고 너의 목숨을 원한다면, 내 손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 내가 비록 궐에서도 쫓겨나고, 이리 갇혀 사는 신세라도, 그래도 세손이 아니냐. 전하께서 다행히도 그것은 아직 거두지 않으셨으니, 그땐 내 뒤에 숨어라.”

 “저하...”

 “그래주겠느냐?”

 “황공하옵니다, 세손저하.”

 

 성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부자리를 깔아다오. 잠이 오지 않아도 청해야겠구나.”

 

 봉수는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나 답했다.

 

 “예! 예, 저하!”

 

 저리도 기쁠까. 봉수가 이부자리를 깔기 위해 집안 노비를 불렀고, 성은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불이 꺼졌고, 방 안엔 은은한 달빛이 가득 찼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봉수도 자신의 방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때, 달빛 아래 더 시커먼 사람의 그림자가 집 담장을 넘었다. 그 그림자는 성의 방으로 향했고, 성의 방에 군불을 더 때려던 집안 노복에게 들켰다.

 

 “누구냐?! 도둑이야! 도둑이다! 저 놈 잡아라!”

 

 노복의 목소리에 집 안에 노비들은 모두 일어났고, 물론 잠자던 봉수도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봉수의 말에 노복이 답했다.

 

 “누군가가 저하의 처소에-”

 “뭐라?! 저하!! 저하!!!”

 

 봉수는 순식간에 성의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렇게 대놓고 살수를 보내다니. 혹여 정말 불상사라도 생겼으면 어쩌나 싶어 다리에 힘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는 성의 방 문을 열었다.

 

 “저하. 괜찮으십니까?”

 

 방 안엔 답이 없었다. 적막이 흘렀다.

 

 “저하?”

 “...”

 “저하...”

 

 봉수는 심장이 너무 뛰었다. 팔 다리가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너무 떨려서 문도 열지 못할 것 같았다. 자신의 눈앞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면 어쩌나 염려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저- 저하!!!”

 

 이불을 뒤집어 쓴 성의 모습에 봉수는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살수가 그의 근처에까지 왔구나 싶었다. 어린 것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싶어 이불을 천천히 들췄다.

 

 “저하. 접니다. 봉수입니다, 저하. 저하?”

 

 봉수가 성의 이불을 들추기 시작하면서 봉수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봉수를 뒤따라 노복이 불을 들고 들어왔다.

 

 “불! 불을 밝혀라.”

 “예!”

 

 노복이 방 안을 밝히자, 봉수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하...”

 “저하께선 괜찮으십니까?”

 “그럴 리가.”

 “예?!”

 

 노복이 성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얼굴 대신 긴 베게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봉수는 허탈함에 혼이 나간 듯 보였다. 온 몸에 기운도 다 빠졌다.

 

 “에구머니나! 저하께서 어딜?”

 “너는 노복들 다섯 정도 마당에 모이라고 해. 저하를 뫼시러 가야하니.”

 “어디로 가신 줄 아십니까?”

 “갈 만한 곳은 딱 하나지. 아니, 간다고 하셨구나. 이미.”

 “예?”

 “세손저하...”

 

 노복은 갸웃했고, 봉수는 배신감에 점점 화가 끌어 올랐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감언이설에 그렇게 감동을 받았더랬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행복한 마음을 안고 잘 잤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했을까?

 

 집 안의 소동에 윤희가 성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온 봉수와 마주했다.

 

 “무슨 일이냐? 세손은? 세손은 무사하시고?”

 “예. 푹 주무십니다. 세상 엎어가도 모를 만큼 주무시어, 조금 허탈할 지경입니다.”

 “다행이구나.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소인이 노복들 데리고 집 주위를 순찰할 터이니, 염려마시고 침소에 드소서.”

 “그래. 고생이 많구나.”

 

 성에게는 성가신 내관이어도, 봉수는 누구보다 내관에 아니, 충신에 최적화 된 내관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몇 년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두 분의 왕을 직접 모셨던 상선이었다. 봉수의 아버지는 그를 마음으로 낳았고, 잘 길렀다. 따라서 그는 타고난 내관이었다.

 

 봉수는 노복 다섯을 데리고, 늦은 밤 순시를 도는 순라군들의 눈을 피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가파르지는 않은 산이지만, 크고 길이 많은 산이라 늦은 밤 오르면 위험한 곳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성이 있을 것이었다. 성이 그토록 가고 싶다고 했던 화원이 이 산의 중턱에 숨겨져 있었다. 말 그대로 비밀의 화원이었다.

 

 “헉... 헉...”

 “헉... 헉... 나리... 길은 알고 가시지요?”

 “헉... 염려... 말게... 내가... 헉... 이 길은... 눈 감고도 가지.”

 “헉... 아이고~오! 죽겄다!”

 “다... 왔네... 조금만 더 가면 돼.”

 

 비밀의 화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토록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았는데. 밤인지라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더 힘들다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봉수는 노복들을 데리고 비밀의 화원 입구에 도착했다.

 

 “팔 다리 하나씩 맡아 모셔 와야 하네. 꼭 붙잡아야 해.”

 “예!”

 “가세.”

 

 봉수는 노복들과 꽤 비장하게 화원으로 들어섰다. 어둠 속 산 중턱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왕족이 소유한 땅을 누가 쉽게 밟지도 않을뿐더러, 일부러 인적이 없도록 길을 험하게 만든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넝쿨이 만든 터널을 지나 화원으로 들어서자, 넓은 꽃밭이 펼쳐졌다. 달빛아래 꽃들이 하얗게 빛났다.

 

 “놔! 야! 이거 놔! 안 놔? 차봉수~우!!!!”

 

 화원 가득 성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소 민망하게 팔 다리가 붙잡혀 허공에 붕 뜬 채, 잡혀가는 세손의 모습과 함께였다.

 

 성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일탈을 한 지 약 한 시간 만이었다. 투덜대며 방으로 돌아온 성은 자신의 책상 위에 처음 보는 서찰을 발견했다. 서찰이라기엔 쪽지 같았다. 성은 그 쪽지를 펼쳐보았다.

 

 ‘세손저하께. 이 터전 또한 미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하를 돕겠습니다. 그림자 올림.’

 

 “그림자?”

 

 성에게 다가온 알 수 없는 쪽지. 그림자라는 의문의 존재가 성에게 다가왔다.

 

 ***

 

 백선생의 책방. 유아도 집으로 돌아간 늦은 밤이었다. 백선생은 홀로 책상에 앉아 쪽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관절..."

 

 그가 책상 위에 힘없이 내려놓은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김유아. 경기도관찰사의 딸. 김척론자의 이름으로 특별히 임명한다.'

 

 같은 시각, 성의 책상 위 의문의 쪽지의 내용도 문제가 있었다. 성은 화로에 쪽지를 던졌다. 쪽지는 불씨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성. 정훈세자의 아들. 운명은 그대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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