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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6. 김척론자가 무엇인고
작성일 : 20-09-21 17:58     조회 : 132     추천 : 0     분량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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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조대왕이 새 장가를 든 이후부터, 나라는 외척의 갑질에 오염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도성을 시작으로 한 비밀조직이 생겨났다. ‘김씨 척결론자’라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조직은 뚜렷한 특징도 없었고, 그래서 잡을 수도 없으며, 이름도 누군가로 시작해 ‘김척론자’라고 줄여 불릴 뿐이었다. 점조직으로 움직이며, 누가 수장인지 알 수 없는 모임. 이곳 운종가의 김척론자들이 모이는 곳은 바로 백씨네 책방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라 쉽게 들키지도 않았다.

 

 얼마 전, 백씨는 매일같이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유아에게 김척론자임을 들켰다. 그래서 며칠 전, 자신의 제자들과 밤늦게 임무를 내보냈었다. 물론, 아직 그 부분은 수장에게는 보고하지 못했다. 차마.

 

 “오늘 모임은 이만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저 아이도, 우리와 한 배를 탔소.”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얼마 전, 방을 붙이는 임무를 벌써 수행했소.”

 “어찌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있단 말입니까? 수장께서는 이를 알고도 받아들이셨단 말입니까?”

 “그게...”

 

 뜻하지 않은 유아의 등장으로 비밀 장소는 혼란스러워졌다. 오늘 이야기해야 할 사안도 많은데, 이것으로 이러쿵저러쿵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장소에서 최소한 시간 이상 머물지 않았다. 비밀 회합의 특징이기도 했다. 백선생은 이 어수선함을 정리해야했다.

 

 “우선, 다음으로 회합을 미룹시다.”

 

 이곳에서는 신분도, 지위의 높고 낮음도, 여인도 없었다. 다만, 모두를 위해 희생할 대장이 있을 뿐이었다. 백선생은 운종가지부의 대장이었고, 모든 책임을 져야했다. 그런데, 운종가 지부의 대장인 백씨의 제자가 여자아이라니, 문제가 커졌다.

 

 “자! 다들 일어납시다.”

 

 백선생의 말에 모두들 후다닥 자리를 떴다. 그리고 백선생은 다소 비장하게 비밀 장소를 나와 다시 책방으로 들어갔다.

 

 “스승님!”

 “하~음. 왜?”

 

 백선생은 잠에서 금방 깨어난 사람처럼 연기를 하며, 문을 열었다.

 

 “아이고, 아가씨. 이 시간에 무슨 일로?”

 “휴~ 저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고, 벌써 해가 떨어졌네! 오늘 장사 안하는 날입니다. 아시면서.”

 

 백선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등을 돌렸다. 하마터면 머리 가득 솟구치는 식은땀이 지는 해에 번뜩여 들킬 뻔했다.

 

 “하~음~!”

 “스승님 얼굴 보고 가려 했지요.”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 뭐 그리 궁금하시다고.”

 “자고로 제자가 스승의 안부를 묻는 것은 당연지사 아닙니까?”

 

 유아가 시익 웃어보였다.

 

 “예. 내가 제자 둔 보람이 있습니다. 길바닥에서 죽을 일은 없겠네.”

 “스승님도 참! 허면, 내일 뵙겠습니다. 간밤 안녕히 주무십시오.”

 “예. 그럼.”

 

 유아는 걸음을 옮기다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뒤돌아보았다.

 

 “헌데 말입니다, 스승님.”

 

 백선생은 움찔했다. 이미 등골은 땀으로 흥건했다.

 

 “어찌 댁으로 가지 않으시고, 이곳에서 잠을 청하십니까? 문도 다 닫으시고?”

 

 백선생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떠돌았다. 무엇으로 변명을 해야 잘 먹히려나 싶었다. 똘똘한 제자를 둔 것도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잔꾀는 결론에 이르렀다.

 

 “거, 곤란하게 스승의 사적인 일에 관여하시려고. 오늘은 집에 못 갑니다. 갔다가는 마누라 바가지에 제 명대로 못 살지요.”

 “무슨 잘못이라도 하셨습니까?”

 “이 비싼 운종가 골목 한 자리 하고도, 집에 쌀 한 가마니 제대로 두질 못하니, 별 수 있습니까?”

 “아...”

 

 오호라, 제자가 모르는 분야를 건드려버리니, 유아는 그대로 수긍하고 말았다.

 

 “허면.”

 

 유아는 다시 인사를 건네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다시 뒤로 휙 돌아보았다.

 

 “허면! 저희 집에서 조금 슬쩍?”

 

 백선생은 죽을 맛이었다. 긴장이 순간 풀려 다리가 휘청할 뻔했다. 그러나 아주 능글맞게 시익 웃어보였다.

 

 “스승이 제자에게 도둑질을 시킬 수야 없지요. 스승의 일은 염려 말고, 어서 귀가하시지요~.”

 “예, 스승님.”

 

 그때였다. 책방으로 향하는 작은 골목길에서 후다닥 소리가 들렸고, 살짝 지려하는 해로 인해 그림자가 길어지며 유아의 시선에 닿아버렸다.

 

 “어?”

 

 금방 유아의 시선이 쏠렸다. 연실은 유아가 매번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에 아주 귀찮아했다.

 

 “아가씨! 지금 어디 둘러보고 할 시간 없습니다. 서둘러야 해 지기 전에 들어가지요. 저녁 굶고 싶으십니까, 또? 저는 저녁 굶는 벌이 세상 가장 싫다고요.”

 “아니, 저기. 못 봤어?”

 “눈에도 살이 쪄서 그런가, 잘 안 보입니다. 가시지요~”

 

 연실은 유아를 힘주어 이끌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연실의 눈에도 긴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옴마야!”

 “봤지?! 너도 봤지?”

 

 유아와 연실의 시선 끝. 책방의 뒷 건물 벽에 다섯의 김척론자 다섯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혹여나 숨소리라도 나갈까 벽에 붙어 서로의 과오를 시선으로 혼내고 있었다. 아직 채 몸을 피하지 못한 운종가 동지들이었다.

 

 “누가 있나봐.”

 

 유아가 그곳으로 가보려 하자, 겁 많은 연실이 유아를 붙잡고 막았다. 문을 닫다가 이를 지켜보던 백선생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마른침도 함부로 삼킬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시간에 스승님 책방에서... 혹시?”

 

 유아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연실을 보자, 백선생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스리슬쩍 조금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뒷문을 열어 이들을 숨겨야했다.

 

 “설마...?”

 

 유아와 연실이 책방을 돌아보았다. 순간 백선생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문 뒤에 숨어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유아의 발걸음이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자 백선생은 가려진 문 뒤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우왕좌왕이었다.

 

 “쉿!”

 

 유아는 살금살금 뒤로 걸어갔다. 점점 다가올수록 백선생은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유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야하는데,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 들리지도 않았다. 얼굴은 타들어갈 듯 불타올랐다. 뒷문과 정문 사이에서 갈팡질팡. 유아의 걸음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마른 침을 꼴깍 삼킨 후 백선생은 마침내 발걸음을 정문으로 정했다. 그리고 하나, 둘, 셋을 헤아림과 동시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유아와 연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어?”

 “잡았다!”

 “잡아?”

 

 유아의 목소리만이 우렁차게 들렸다. 그리고 유아에게 잡인 사람은 다름 아닌 뒤에 숨어있던 다섯 중 하나였다. 백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냐!”

 

 잡힌 김척론자는 얼굴을 가리고 보이려 하지 않았다.

 

 “누구냐고!”

 

 백선생은 어찌 해야 할지 전전긍긍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동지들은 걸음이 느린 한 동지를 버리고 책방을 빙 돌아 다시 정문으로 왔다. 다행히 살아남았고, 이들은 백선생의 앞에 나타났다. 백선생은 급히 이들을 책방으로 집어넣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어찌 합니까, 대장?”

 “쉿! 대체 뭐하고 있던 것이오?”

 “정신이 없어서, 징표를 잊고 갔지 뭡니까?”

 “이를 어찌한다?”

 “기절을 시킵시다.”

 “내 제자요!”

 “이런 난감할 때가.”

 

 유아는 여전히 그 김척론자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유아가 잡고 있었다기보다는 연실의 손에 잡혔으니, 건장한 남자라도 벗어날 턱이 없었다. 김척론자가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자 연실이 그 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그의 품에서 종이 소리가 들렸다.

 

 “응? 무슨 소리가 나는데요?”

 

 유아는 김척론자의 품에 쑥 빠져나온 종이를 스윽 빼들었다. 종이 소리에 백선생과 나머지 동지들도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설마... 김척론자인가?”

 

 잡힌 김척론자가 몸부림쳤다.

 

 “안 돼!”

 

 김척론자가 발버둥을 쳤지만, 다리가 붕 들린 그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발버둥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백선생과 다른 김척론자들은 걸음을 옮기려다 일제히 멈췄다.

 

 “헉!”

 “왜요? 뭐 이상한 거라도 쓰여 있는 거예요?”

 “아니... 그냥 놔 드려.”

 “예? 왜요?”

 “어서.”

 “예.”

 

 유아는 보았다. 이 사내의 정체를. 그리고 답은 역시나 하나였다. 유아의 목소리를 들은 백선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동지들에게 말했다.

 

 “뒷문으로 나가시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지.”

 

 백선생의 안내로 나머지 동지들도 무사히 뒷문으로 몸을 숨겼다. 유아의 말에 연실은 어리둥절했다. 유아는 책방을 다시 빙 돌아 입구로 향했다. 백선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입구에 서 있었다.

 

 “아가씨.”

 “스승님.”

 “잠시 들어오시지요.”

 

 유아는 백선생을 따라 들어갔다. 연실도 따라 들어갔다.

 

 “왜 저는 여전히 비밀이어야 합니까?”

 “김척론자가 가장 경계하는 바! 그것이, 여인입니다.”

 “여인이어서 차별하는 것은 나쁘다 하셨잖아요.”

 “해서, 경계를 내 손으로 허문 나는 지금, 하나뿐인 나의 제자를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유아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허면, 저도 이제 진정한 김척론자가 되는 것입니까?”

 

 '휙!'

 

 "아얏!"

 "아가씨!"

 

 바깥 어디선가 날아와 그들의 사이를 날아 꽂힌 화살. 화살은 나무 기둥에 박혀버렸다. 누군가의 쪽지를 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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