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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7)
작성일 : 16-10-23 22:25     조회 : 356     추천 : 0     분량 : 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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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에리카는 그녀에게만 들려오는 헤롤드의 목소리에 인상을 구겼다. 에리카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상만을 추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헤롤드의 목소리 덕분에 에리카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 나는 이 이야기를 바로잡기 위해 들어온 거였지.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여주인 진하의 곁에 계속 머물면서 상황을 확인해야 이 소설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도 나온다.

 

 -에리카 너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로맨스에 로맨스가 전혀 없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으면 어쩌자는 건데?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할 것 아냐? 어째서 로맨스소설이 갑에 저항하는 을의 반란으로 바뀌어 있는 건데!

 

 에리카는 아무 대꾸 없이 헤롤드가 쏟는 폭언을 듣기만 했다. 앞에 있는 두 여자 앞에서 정체를 드러낼 상황도 아니었다. 원래의 성격대로라면 이미 헤롤드의 말을 몇 번 끊고 분노를 쏟아냈을 테지만 말이다.

 

 -음… 대들지 않는 걸 보니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인가보군. 더 많은 걸 퍼붓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내가 파악한 부분의 줄거리를 요약해 주지. 길지는 않지만 말이다. 네가 조안나와 함께 끼어들어서 카페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전에 남주가 등장하고, 진상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상황이 종료된다.

 

 뭐라고? 진상 고객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그게 진정으로 말이 되는 상황이었던 거야? 에리카가 충격 받을 때였다.

 

 -그러고서 남주의 고백이 진행되더군. 울 것 같은 표정 하지 말라고.

 

 에? 갑자기 고백으로 넘어간다고? 에리카의 표정이 사석처럼 굳어갔다. 진상 고객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 상황으로 받은 열이 식기도 전에 급속도로 이야기가 전환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만 들어주고 상황을 정리한다고? 응징 하나도 없이? 괜히 억울함이 밀려왔다.

 

 -아, 말하기 힘들군. 우는 얼굴을 계속 보기 힘들어서 빠르게 진상 고객의 요구를 받아준 거라는 말을 했다.

 

 그렇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을 못 보는 타입인가? 그런 것 치고는 꽤나 늦게 등장했는데? 에리카는 도저히 승준을 좋게 보기가 힘들었다. 그 난리에 카페 안에 있었는데도 늦게 나타났던 이가 진짜로 진하를 좋아하는 게 맞다고? 곤란하면 바로 앞에 나타나서 구해줬어야지. 시간이 너무 늦잖아.

 

 -이어지는 고백이… 하아.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걸까? 헤롤드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큰 것이 분명했다. 그의 입으로 내뱉기에 상당한 항마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참 뜸을 들이며 한숨을 반복해서 쉬던 헤롤드의 입에서 드디어 그 고백의 말이 나왔다.

 

 -우는 얼굴을 보면 내 아래에서 울리고 싶다고. 이딴 소리를 했다.

 

 아놔!!!! 에리카는 당장이라도 카페로 돌아가 승준의 멱살을 잡고 마빡 박치기를 해 버리고 싶었다. 절대로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소설에서는 승준이 카페로 돌아오는 그 텀이 얼마나 긴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리얼북은 아니다. 승준이 나타난 타이밍이 무척이나 늦었다. 그 놈은 분명 상황을 지켜보며 진하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망할 변태 새끼.”

 “에? 뭐라고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까 조안나씨가 합의를 해 준 것이 영 못마땅해서 그랬어요. 그 여자 진짜 변태 같은 진상이었잖아요. 오호호호.”

 “그건 그랬죠. 제 소중한 머리카락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에리카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간 진심을 들어버린 진하와 조안나에게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다. 진상 고객에게는 미안하지만 미안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욕을 먹기 충분한 캐릭터였다. 어차피 까인 거 몇 번 더 까여도 되잖아?

 

 에리카에게 있어서 진정한 변태 새끼는 승준이었다. 감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품어? 뭐? 아래에서 울리고 싶다고? 세상에 이런 미친 새끼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설마 이런 말에 설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에리카는 승준의 대사에 설레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론 잘 팔리는 로맨스였다고 하니 이 코드가 꽤나 잘 먹히긴 할 것이다.

 

 -너도 열 받았구나. 그래, 내용이 조금 심하게 멘붕이라 나도 거기서 접어버렸다. 대신에 사서장에게 다 떠넘겼어. 지금은 그 사람이 읽으면서 내용을 요약하고 있을 거다.

 

 에리카는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도서관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서장이, 게다가 서른다섯이나 먹은 중년의 남자가 핑크빛이 감도는 여성향 로맨스소설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랬다. 게다가 레이널드는 헤롤드를 좋아한다고 해도 헤롤드는 아니었다. 헤롤드는 레이널드에게 엿을 먹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제대로 엿 한 번 먹였네. 이렇게 웃기는 모습은 직접 봐야 했는데. 아쉽다.

 

 -너는 꼭 사서장이 로맨스 읽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로저에게 미션 하나도 주고 왔다. 몰래 사진 한 장 찍으라고.

 

 고맙다 헤롤드. 을의 연애라는 소설은 을의 반란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설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을의 반란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헤롤드가 알고 있는 부분을 바탕으로 하면 이미 이 소설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승준은 진하에게 고백을 하는 대신 진하를 경찰서로 보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둘이 남아 고백을 하는 장면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승준의 고백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껴야 할 진하는 지금 경찰서 앞에서 다른 이유로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

 

 “자, 그러면 제대로 을의 반란을 이루어볼까요?”

 

 진하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이었다. 에리카는 이 방향을 돌릴 수 없다. 왜냐면 역시 아직 이야기의 끝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강제종료하기 위해서 스위치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스위치는 아무 곳에나 위치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제대로 모르는 자에게는 스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키퍼가 자신이 담당하는 책의 스토리를 전부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에리카의 눈에 스위치는 보이지 않았다. 보일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이야기를 보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밌다. 어쩌면 원작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에리카는 조금 더 이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레이널드가 좀 뺀질거리기는 해도 일 하나는 완벽하게 잘 하는 사람이니까. 그래 보여도 사서장이니까. 완벽하게 난장판이 되기 전에는 책을 다 읽고 내용을 정리해서 헤롤드에게 전달하겠지.

 

 에리카는 씩 웃었다. 망설일 게 뭐 있어. 저지르면 그만이야.

 

 “그래요. 그 을의 반란, 제대로 한 번 해 보죠!”

 

 현실의 을도 반란을 하니까, 소설로 들어온 또 다른 을도 나름의 반란을 저질러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래보겠어? 에리카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저질러버렸다. 인생에는 저지르는 재미도 있으니 말이다.

 

 

 

 

 

 * * *

 

 을의 반란을 위해 단합한 세 여자는 매일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금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곳은 소설 속에 마련된 조안나의 공간, 그녀의 집이었다.

 

 “진하 언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아! 지금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사실 이게 며칠 반복된 거거든? 나는 딱 한 번 그랬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아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래. 화도 잘 내지 않는 네가 화 내니까 이상하다.”

 “다 에리카 언니 덕이야. 나 요새 언니가 화내는 거 보면서 저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에리카는 그녀를 통해 화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진하의 말이 어쩐지 쑥스러웠다. 착한 사람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가르치는 나쁜 언니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진하가 인간적으로 변하기는 했다. 무슨 일이든 다 참고 인내하던 캐릭터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내 덕이라니. 그냥 그만큼 쌓였던 게 많았던 거라고 말해! 말하라고!”

 “으하하하, 그렇다고 치죠.”

 “그나저나 언니, 반복되는 그 일이 뭔데요?”

 

 조안나의 질문에 에리카도 눈을 빛냈다. 진하의 입을 통해 듣는 진상 고객은 무척이나 많았고 그 군종도 다양했다. 세상에는 이런 또라이도 있구나, 그런 배움이 생겼다. 오늘은 또 어떤 또라이를 만나게 될 것인가. 에리카는 기대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진하의 입을 주시했다.

 

 “우리도 퇴근을 하는 시간이 있잖아. 오픈조나 미들조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마감조일 때는 폐점을 해야 해. 그런데 꼭 폐점 5분 전에 와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있어. 나는 저번에 나 있을 때만 그런 줄 알고 한 번 고객의 편의를 봐 줬었거든? 그런데 그 놈이 매일 그러고 있는 거야.”

 “매일? 헐… 걔는 뭐 하는 놈인데 그래? 밤에 잠 안 잔대?”

 “몰라. 노트북도 들고 다니는 걸 보니 뭔가 하는 건 같은데. 야간에 카페에서 작업하고 싶으면 24시간 카페를 찾든가. 왜 시간 맞춰 폐점하는 카페에 마감 5분 전에 와서 주문하고 나가질 않는지. 게다가 폐점이라고 말하면 막 욕을 해. 고객이 있으면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또라이네.”

 “그러게, 또라이네.”

 

 에리카와 조안나는 진상 고객을 또라이로 인정했다. 간판, 또는 카페의 인테리어에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을 적어두는 이유는 그것을 보고 참고하라는 것이다. 카페 내의 룰이기도 한 것이다. 그 룰을 감히 제 3자가 깨려고 하는 것이다. 돈을 주고 음료와 디저트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난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질 않는데. 돈을 주고 무엇을 구매하면 다 들어주는 게 맞는 거야? 나 같은 경우는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테이크아웃을 한 경우도 많았어.”

 

 에리카가 자주 방문하는 단골 카페는 그랬다. 워낙 공간이 협소하기도 했지만 소박하면서도 맛이 좋아서 손님들이 많이 찾았다. 그 카페는 테이크아웃 위주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더라도 긴 시간을 머물지 않았다. 그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카페가 좋기에 그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암묵적 룰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갑질이랄 것도 없었다.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받는데, 그에 비해서 가격이 무척이나 싼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항상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페를 방문하곤 했었다.

 

 그런데 진하의 경우는 다르다. 금액을 지불했으니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해야 한다고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에리카의 상식에서는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래. 이 나라는 조금만 진상을 떨면 본사에서 조용히 처리해 주라고 하거든. 지랄을 하면 들어주니까. 그래서 모두가 지랄형 캐릭터로 진화하는 거지.”

 “아 싫다, 지랄형 캐릭터. 말만 들어도 막 상상되고 그래.”

 

 조안나는 정말 싫다는 것처럼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웃던 진하가 본론을 꺼내놓았다.

 

 “나 그 진상 손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어졌어. 도와줄 거지?”

 

 이제 드디어 을의 반란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인가? 기다리던 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에리카는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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