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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11.
작성일 : 20-08-07 16:52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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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에스가 사라진 지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라니에스가 어디로 갔는지 조사하고 또 조사해봤으나 수확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정말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사라질 수 있었던 여자였다는 사실을 요 며칠 새 알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을 참으며 오늘도 그녀가 사라졌던 날에 대해 집사가 작성한 서류를 읽고 또 읽었다.

 몇 번째 읽는 서류지만 새삼 새롭게 읽는다 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사교계에서 라니에스가 사라진 사실이 언제 흘러나올지 몰랐다.

 뭔가 짚이는 곳이 있더라면…. 적어도 그녀가 무사하다는 소식만 알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라니에스…….”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여자는…. 라니에스의 몸을 해서는 어딜 가겠다고 한 걸까.

 아무리 정략결혼이 싫다고 해도 여자의 몸으로 혼자 가출하다니. 정말 다른 세계에서 온 여자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 여자들은 정략결혼이 정해지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렸다. 도망친다는 생각은 그 여자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라니에스와 그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자 가슴이 아렸다. 정말…. 라니에스는 사라진 것이다.

 

 라니에스의 몸에는 이제 그 여자가 사는 것이다. 나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서류를 바라봤으나 읽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결국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그녀를 찾지 않는 게 더 좋은 일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집을 떠난 것이다. 어쩌면 라니에스라는 이름을 지고 사는 것에 대한 부담과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을 떠난 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내 욕심 하나만으로 다시 불러서 잡으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거지? 그녀를 숨겨주고 그녀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을 거야.”

 

 그녀가 원하는 것은 라니에스가 아닌 삶일 것이다. 그토록 자신에게 자신은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말한 여자니 원하는 건 그것뿐이겠지.

 하지만 자신은 어떤가. 그녀를 보고 있으면 라니에스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라니에스의 얼굴을 앞두고 그녀를 라니에스라고 부르며 그녀를 라니에스라고 규정짓는 사람이 자신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이 찾아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 나름 행복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손에 힘을 주자 들고 있었던 서류가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눈을 뜨고 엉망이 된 서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당신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는 지독한 사람이군….”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라니에스가 지독하게 보고 싶었다. 설령, 그것이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해도.

 한편, 베르한은 마지막으로 라니에스를 만난 하녀장 데이지를 심문하고 있었다.

 커튼이 쳐진 방안은 희미하게 사물이 식별될만큼 밝았고 이상할 정도로 싸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데이지는 가만히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보며 베르한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데이지.”

 

 “네.”

 

 “그대가 내 딸이랑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걸 본 기사들이 있어. 사실인가?”

 

 “네, 아가씨께서 물을 달라고 하셔서 간 것뿐입니다.”

 

 “그러면 왜 내 딸이 원래 있던 하녀가 아니라 너에게 시켰을까?”

 

 “저는 아가씨의 마음을 모르죠.”

 

 “데이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자네의 신상에 도움이 될 거네.”

 

 “전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가씨께서 물을 달라고 하셔서 물을 드린 것뿐입니다.”

 

 “정말 자네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네, 그렇습니다.”

 

 “자네의 그 말에 한 점 거짓이 없어야 할 거야. 나가보게.”

 

 데이지는 베르한의 말에 그대로 일어서서 고개를 한 번 숙였다가 방 밖으로 나갔다.

 데이지가 나가자 베르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의자에 기댔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었다.

 데이지가 라니에스의 도주를 도운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일이었다. 그 방 안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던 건 데이지뿐이었다.

 데이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라니에스가 도와달라고 빌고 울어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아…. 라니에스…….”

 

 자신의 딸이 도망쳤다. 정략결혼을 시킬 거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표정이 생생히 떠올랐다.

 절망하는 듯한, 애원하는 듯한. 그런 그녀의 의지를 전부 무시하고 억지로 결혼을 추진하려 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생아 녀석과 어울리는 라니에스 역시 잘한 것은 없지 않은가!

 아니, 아니다. 적어도 라니에스의 의견을 한 번쯤 들어줬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겠지.

 내가 그때 너무 성급했다. 화가나 지나친 일을 했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오며 라니에스가 걱정됐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방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여보.”

 

 “부인. 몸도 안 좋은데 나를 부르지 그랬어요.”

 

 “우리 딸은요…? 어디로 갔는지 알았어요?”

 

 “…아뇨. 하지만 곧 알아낼 수 있을 거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우리 딸이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밤에 잠도 오지 않는걸요.”

 

 결국, 아내는 눈물을 터뜨렸다. 나는 아내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나가버리면 어머니를 걱정시키는 것도 모자라 내 속도 태우는 것도 모르고….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딸에게 원망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른 딸의 자취가 밝혀져야 나도 아내도 걱정을 덜 할 텐데……. 정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는 다시 한숨을 삼키며 우는 아내를 한동안 계속 달래줘야 했다.

 

 

 

 

 

 어제 수상한 점쟁이를 만나고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이 뭔지 찾기 위해 우선 샤와 함께 도서관으로 왔으나 책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해서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고 있자, 내 불편을 느꼈는지 사서가 나에게 다가왔다.

 

 “찾으시는 책이 있나요?”

 

 “저…. 혹시 아스트라이아의 관한 책이 있나요?”

 

 “아, 그 책이면 이쪽에 있습니다.”

 

 사서는 능숙하게 나를 데리고 한 책장 앞으로 데려갔다. 그쪽에는 온갖 신에 관한 문헌이 잔뜩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책 제목에 나도 아는 신들이 몇몇 적혀 있는 걸 보면서 꽤 신기해하고 있던 찰나 사서가 내게 책 몇 권을 건넸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샤가 자연스럽게 책을 받아들었다. 나는 사서가 건넨 책 제목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스트라이아, 정의의 신….”

 

 “네, 아스트라이아는 정의의 신이니까요. 이쪽 책은 다 아스트라이아에 대한 책이니 그거 말고도 다른 책이 보고 싶으시다면 이쪽에서 찾아보세요.”

 

 “감사합니다.”

 

 “뭘요. 그럼 또 문제가 있거나 찾으시는 책이 있으면 찾아와주세요.”

 

 사서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웃으면서 인사한 후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사서가 간 후 나와 샤는 근처 책상으로 가서 책을 내려놨다.

 그리고 사서가 건네줬던 책을 펼쳐 천천히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정의의 신인 아스트라이아가 어떤 신인지 적어놓은 것뿐이었다.

 대부분 신에 대한 찬사와 경의, 그리고 정의의 신인 그가 하는 일 같은 걸 쭉 적어놓은 걸 읽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아스트라이아는 손에 천칭을 들고 옳고 그름을 쟀다. 그는 정의의 신으로 하늘로 올라갈 때, 그의 물건인 천칭 역시 가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천칭…?”

 

 “왜 그러십니까? 찾으려던 걸 못 찾으신 겁니까? 다른 책을 가져올까요?”

 

 “아뇨,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 점술사는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이 하늘에 뜨는 달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이아의 물건은 천칭이었다.

 그게 하늘에 뜨는 거라면, 혹시 천칭자리를 말하는 걸까? 천칭자리가 뜨는 달은 몇 월달이지?

 그 생각이 미치자 이번엔 별자리 책을 찾아달라 사서에게 부탁했다. 사서는 어렵지 않게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줬다.

 나는 책을 꺼내자마자 자리에 앉을 생각도 못 하고 책을 펼쳐 천칭자리에 관해 찾기 시작했다.

 책장을 몇 장 넘기자 천칭자리에 관한 것들이 쓰여 있었다. 별의 밝기가 어쩌니 하는 설명을 쭉 넘기다 보니 천칭자리는 7월 초에 잘 보인다는 문장이 보였다.

 

 “7월…. 지금이 4월이니까…….”

 

 앞으로 3개월. 앞으로 3개월만 있으면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눈앞에서 보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짧을 수도, 또 어찌 보면 길 수도 있는 시간 3개월. 3개월 후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자신도 자신이 있던 자리로, 라니에스도 라니에스가 있던 자리로. 나는 흥분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심호흡하며 책을 덮었다.

 남은 건 누구에게도 자신이 라니에스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3개월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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