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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4.
작성일 : 20-08-03 23:10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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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가 돌아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운 것을 들켰을 거야. 누가 봐도 이 얼굴은 어제 한참 운 얼굴이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했지. 오늘 같은 날은 가만히 집 안에만 있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무슨 파티를 3일씩이나 하는지……. 나는 절로 탄식이 새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화려한 파티장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과 빛나는 세계 속에 자신만이 꼭 이물질인 기분. 그런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자신이어야 했을까. 내가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서? 독자는 나 말고도 많았을 것이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이유는 지천에 널렸다.

 많고 많은 독자와 팬 사이에 왜 하필 나였을까. 왜 내가 라니에스가 되는 일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누구의 멱살이라도 잡고 원망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가씨, 빨리 준비를 하셔야 파티에 늦지 않게 도착합니다.”

 

 “…그래. 드레스를 가져와. 어제 골라놨던 거로.”

 

 “네, 알겠습니다.”

 

 복잡한 마음과 다르게 몸은 착실하게도 파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 드레스는 치맛자락이 풍성한 드레스였다.

 남색에 가까운 보라색 드레스는 밤하늘처럼 은은히 빛났고, 치맛자락에 달린 하얀 프릴이 마치 은하수 같았다.

 이 세상에 와서 딱 하나 좋은 점을 꼽으라면 자신은 망설임 없이 이런 드레스를 여한 없이 입어보는 것이었다.

 드레스를 입자 머리를 만져주는 하녀가 머리를 한쪽으로 땋아 옆으로 내렸다.

 어제는 생기발랄한 봄꽃 같은 느낌이라면 오늘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달빛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라니에스는 이런 드레스를 더 좋아했지.’

 

 원작에서도 드레스를 입는 장면은 무척 많이 나왔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작가가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라니에스가 좋아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유독 한색 드레스를 자주 입었다.

 나는 괜히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라니에스라서 그런 걸까, 순간 내가 라니에스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야.’

 

 나는 순간 든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거울을 바라봤다. 분명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라니에스였으나, 나는 라니에스가 아녔다.

 내 이름, 내 고향. 엄마, 아빠, 친구들의 이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기억도 선명했다.

 

 혹시나 하나라도 잊을까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 익숙한 광경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자주 가던 가게의 간판 색이 뭐였는지 떠오르지 않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잊어가는 걸까. 지금은 간판 색이지만 어쩌면 나중이 돼서는 그 가게의 이름조차 잊어버릴지도 몰랐다.

 내가 모든 걸 잊기 전에 돌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내가 나임을 잊는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

 이 세상의 나를 아는 것은 나뿐이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리면, 이곳의 누구도 나를 기억해주지 못 할 것이다.

 

 ‘아니, 에드워드도 있나.’

 

 그 사람도, 라니에스가 아닌 나를 기억해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그 누구보다도 라니에스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다.

 하지만 만약 라니에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라니에스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내가 살던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아니야, 그런 생각하지 말자….”

 

 라니에스가 돌아오지 않는다니. 그건 라니에스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리 아닌가. 라니에스의 육체가 여기 있는데 죽을 리가 없다.

 그러나 한번 트인 불안의 물꼬는 마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어쩌면, 혹시나 하는 불안과 의심. 내가 여기 있는 것이 이 세계의 라니에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 생각까지 들자 걸음이 멈췄다.

 

 “아가씨?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얼른 타셔야죠.”

 

 “아…. 미안해, 가자.”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생각이 자꾸 확장되었다. 어쩌면 내 생각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 발목을 붙잡는 느낌이었다.

 힘겹게 발걸음을 떼 마차 앞으로 가자 에드워드가 나를 보며 눈을 크게 뜨더니 바람처럼 빠르게 내게 다가왔다.

 

 “라니에스?”

 

 “…….”

 

 “라니에스, 당신이에요?”

 

 “…아니에요.”

 

 아무래도 내 드레스 색이 원래 라니에스의 취향대로 바뀌어서 자신이 알던 라니에스가 돌아온 게 아닌가 기대한 모양이었다.

 아니라는 대답에 그의 얼굴에 짙은 실망감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떠다니다가 정리됐다.

 그리고 정리가 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마차에 올라타 내게 손을 내미는 모습은 무척 눈에 익은 것이었다.

 

 원작에서도 에드워드는 라니에스가 마차를 탈 때마다 이렇게 에스코트해 줬었다.

 내가 라니에스가 아님에도 그가 라니에스에게 해줬던 걸 모두 아는 이 상황이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라면 몰라야 될 것들을 아는 상황. 마치 내가 라니에스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 상황…. 아까 했던 생각과 지금 이 상황이 맞물려 자꾸 내게 결론을 내게 했다.

 네가 생각했던 가설을 진실로 믿으라고, 자꾸 누군가가 등 뒤를 떠미는 느낌이었다.

 

 ‘가설은 가설일 뿐이야. 확신하지 말자. 어떤 증거도 없잖아.’

 

 그래. 함부로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일렀다. 내가 없어진 라니에스 대신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들을 정리하며 겨우 에드워드의 손을 잡고 마차를 탈 수 있었다.

 마차 안은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다. 들리는 것이라곤 밖에서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땅을 밀어내는 바퀴 소리뿐.

 서로의 생각에 잠겨 파티장에 도착한 것도 모른 채 앉아있다 마부의 헛기침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파티장에 도착했군요. 오늘은 끝까지 있어 주셔야 합니다. 어찌 됐건, 당신은 라니에스니까요.”

 

 “…네, 그럴게요.”

 

 “내리죠. …라니에스.”

 

 라니에스가 아님에도 라니에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 사실이 이토록 거부감 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난 이제야 드디어 내가 살아갈 세상을 마주 보는 걸지도 몰랐다. 이제는 내가 알던 나로 살 수 없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내가 아무리 나임을 증명하려 애써도 소용없을 것이다. 어쨌건 겉모습은 라니에스이니, 다들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라니에스 셰리카. 이 이름의 무게가 이제야 새삼스레 와닿는다. 소설 속 주인공을 책으로 엿본 것과 진짜 그 인물이 되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내 긴장을 읽은 것인지 마차에서 내리기 위해 에드워드의 손을 잡자 평소보다 내 손을 세게 잡아 왔다.

 한순간이지만, 그를 무척 의지하는 순간이었다. 손을 잡고 마차에 내려 웃는 이 순간 나는 라니에스였다.

 이곳에서 라니에스로 살아가는 한, 나는 그녀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라니에스의 껍질을 쓰고 있는 한…. 그건 계속되겠지.

 

 “꼭 들어가야 하는 거죠?”

 

 “이제 와서 돌아가는 건 결례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에요.”

 

 “왜 그렇게 약해지신 건지 모르겠군요. 처음 본 당신은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분이었는데.”

 

 “지금이랑 그때랑 어떻게 같나요?”

 

 “다를 건 뭐가 있죠?”

 

 “…….”

 

 “당신은 당신입니다. …자신의 입으로 라니에스가 아니라고 말한 건 당신이에요.”

 

 뭘 알고 말하는 것일까. 그는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본 듯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단박에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라니에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그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을까?

 자신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잡은 손도 큰 남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남자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드워드의 손을 잡고 파티장을 향해 걸어가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저절로 입이 열렸다.

 

 “난…. 라니에스로 여기 온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불청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이 라니에스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외관은 라니에스니까요.”

 

 “…….”

 

 “하지만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당신과 제가 알고 있습니다. 부족하다면 점점 당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들면 돼요.”

 

 “만들면 된다…….”

 

 “그래요. 라니에스로 왔지만, 당신을 당신으로 봐주는 사람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여기는 파티장이니까요. 새 친구를 사귀기엔 알맞은 장소 아닙니까?”

 

 그의 말이 나의 고민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그래, 나는 여기 라니에스로 왔지만 나는 라니에스가 아니었다.

 그럼 진짜 나를 알아줄 사람을 만들면 되는 거다. 라니에스가 아닌, 여기 이 안에서 숨 쉬는 나를 알아봐 줄 사람을.

 나는 내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고마워요, 에드워드.”

 

 “…….”

 

 “당신 덕에 머리가 상쾌해졌어요. 그래요, 날 알아주는 사람을 만들면 되죠. 마치 당신처럼.”

 

 “……그래요. 마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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