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소개팅하는 여자
작가 : 까망별하
작품등록일 : 2020.7.31

맞선이며 소개팅이며 줄기차게 해보았던 바리스타 33세 그녀, [금벼리]. 무슨 이유인지 매번 실패했던 연애 트라우마에,
더 이상, 연애고 남자고 생각이 없다.
남은 생은, 커피와 아이돌, ''윤제이''만 있음 돼! 하던 그녀 앞에, 무려 8살이나 차이나는 연하남,[은유비]가 거침없이 직진을 해오는데..그 어디에도 없던 직진 로맨스!!<소개팅 하는 여자>

 
7. 팬 사인회
작성일 : 20-08-06 02:00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88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해 수산 시장 골목에 위치한 한 횟집.

 [민경이네 어촌 밥상]

 

 이 이름의 간판이 걸린 넓은 식당 안.

 주방 바로 앞 테이블에서 성숙이 앞에 앉은 누군가를 눈치 보듯 힐끔 거리며 마늘을 까고 있었다.

 그녀가 힐끔 거리며 보는 사람은, 자신의 언니이자, 벼리의 엄마 희숙이었다.

 성숙은 벼리의 첫째 이모다.

 

 남해가 고향인, 지씨 자매들.

 특히 성숙은 남해에서 태어나 다른 자매들과는 달리, 남해를 길게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는, 남해 토박이다.

 

 손맛이 유난히 좋기로 소문난 성숙.

 그녀는 일찌감치 이 수산 시장 골목에서 터를 잡고 지금의 식당을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사람들이며, 맛 집 찾는 방송국이며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경기 영향으로 손님이 많이 줄은 상태였다.

 

 성숙의 식당이 대박을 한참 치던 때는, 식당 직원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 드니 이제는 파트 타임으로 알바 직원 두 명만 고용 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희숙이 종종 와서 손을 거들어 주기도 했다.

 

 몇 년 전, 희숙이 서울에서 하던 미용실을 접고, 또 벼리의 아빠이자 성숙의 형부인 일봉이 회사를 그만 두면서, 부부는 남해로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펜션 운영과 함께 농사도 소소하게 짓고 있었다.

 

 벼리와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하며 연신 싱글 벙글 거리던 희숙.

 그런데 벼리가 마지막으로 한 말 다음으로, 통화가 끊긴 후, 그녀의 표정이 한 동안 벙져 있었다.

 한 손 에는 까다 만 마늘 한 알과, 또 다른 한 손에는 과도를 든 채, 폰을 멍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희숙이었다.

 그러던 희숙이 갑자기 입을 열어 성숙을 향해 대뜸 물었다.

 “성숙아~ 벼리, 이* 방금 뭐라고 그랬냐?”

 

 “뭘 뭐라케? 지 타입 아니라 안 카나? 이제 웃기는 스타일 안 좋아하는 갑지! 원래 이상형은 수시로 바뀌는 기라, 언니야. 요즘 젊은 아들은 더 그렇지!”

 

 성숙은 희숙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투로 대답을 늘어놓았다.

 끼이익!

 

 그러자 갑자기 성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희숙이 마늘과 과도를 그대로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바람에 희숙이 앉아 있던 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다.

 그 소리에 희숙 뒤에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던 젊은 남녀 커플이 놀라 희숙을 살짝 쳐다보았다.

 

 “아이고! 무시라! 와? 그 칼 들고 벼리한테 쳐 들어갈 라꼬?”

 

 반면, 놀라는 손님들과는 달리 성숙은 덤덤한 표정으로 희숙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못산다! 진짜! 이 지지배는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벙진 표정에서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변한 희숙.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성숙에게 하소연을 토로 하듯 말을 뱉었다.

 

 “배부른 소리 한다~ 벼리만큼 알뜰하고 야무딱지고, 지 할 일 잘 찾아가 열심히 사는 아가 어디 있다꼬? 우리 민겨이 좀 봐 봐라~ 잘 살다가 갑자기 이혼 하고, 지 여행 책 쓸 기라꼬 해외로 쳐 안 싸돌아 댕기 쌌나? 뭐, 역마살? 지는 역마살 때문에 평생 그리 살아야 된다 카드나? 뭐라 카드나? 에효! 핏 덩거리 같은 지 얼라는, 지 전 서방한테 맡겨 놓고! 내가 진짜, 한 서방이랑 전 사돈들 볼 낯이 없어서 오장육부가 다 쪼그라 들었다! 그에 비하면, 벼리는 얼매나 야무딱지노?”

 

 자신의 딸을 대놓고 디스하고 벼리와 비교를 하며 역으로 하소연을 늘어놓는 성숙.

 그럼에도 희숙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이 더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야무 딱지긴 뭐가 야무딱져? 지 실속도 못 챙기는데! 평생 커피만 만들다가 혼자 늙어 죽으려고 하는 건지. 민경이는 그래도 유준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한 서방이랑 연결 고리가 있으니까. 내가 가만 생각해 보니까, 벼리, 고* 뭐, 선이고 소개팅이고 지가 잘 해볼 생각을 안 하니까 다 실패 한 거야. 뭐, 바람을 펴서 찼다, 성격이 안 맞아서 찼다, 매너가 없어서 찼다. 이거 다 그냥 지가 연애 할 생각이 없으니까, 지 좋자고 핑계 거리 만든 거라고.”

 

 “아이고! 아지매요. 망상이다, 망상! 다 벼리 인연이 아니였는 갑지! 언니야도 옛날에 쩌기, 윗동네 살던 동철이 오빠야 하고, 그리 오래 사귀다가, 언니야 서울 가서 형부랑 눈 맞아가지고 결혼했다 아이가. 인연이 다~ 그런 거야. 아무리 서로 좋다고 해도, 이어지질 않으면, 그게 인연이 아닌 거지. 벼리도 아직 지한테 딱 들어맞는 인연이 안 나타난 거야. 그리 생각해야지. 벼리는 좋은 아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날 라꼬 그라는 거지. 그리고 요즘 벼리 나이가 옛날처럼 시집 못 가서 노처녀 취급 받는 나이도 아이고. 걱정을 하지 마라! 언니야! 다 때가 있고, 인연이 있다!”

 

 “벼리 아부지, 내년이면 환갑이다. 나도 곧바로 환갑이고. 환갑이 칠순 되는 게 한 순간이야. 사람 가는데 순서 없다고, 혹시라도 우리 없이, 벼리 혼자 덩그러니 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해봐. 그런 것 때문에 내가 계속 서두르려는 거 아니야. 대학을 제대로 나온 것도 아니고. 고졸에다가 나이까지 더 들면, 누가 데리고 가려고 할까 싶단 말이다. 내 말은.”

 

 그렇게 타일렀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희숙을 보며, 성숙은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까던 마늘을 계속 깠다.

 

 “사장님, 여기 계산 좀 해주세요!”

 

 그때 밥을 다 먹고 일어난 손님들이 카운터 앞으로 오며 성숙에게 말했다.

 성숙은 마늘과 칼을 내려놓고 얼른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움직였다.

 

 “아이고, 예예! 뭐 드셨지예? 아, 고등어조림 2인분 드셨지예? 16000원입니다.”

 

 “어? 저희 공기 밥도 하나 먹었는데요, 사장님?”

 

 커플 손님에게 성숙이 금액을 말하자 여자 손님이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며 성숙에게 알렸다.

 

 “아, 공기 밥은 써비스! 하하하!”

 

 “엇! 감사합니다!”

 

 “와~ 감사합니다. 사장님!”

 

 커플 손님은 연신 고개를 꾸벅 거리며 성숙에게 인사했다.

 성숙은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서 그들에게 계산을 해주었다.

 커플 손님이 식당을 나가자 그녀는 바로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로 가 남은 음식들을 정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남선녀, 스포츠 스타! 이제 선남 스포츠 선수 랭킹 1위가 남았는데요?]

 

 테이블을 정리하는 성숙의 귀로 식당 벽 쪽에서 TV 소리가 선명하게 흘러 들어왔다.

 TV에서는 한 유명한 여자 VJ가 한국에서 핫한 이슈들을 랭킹 별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태권도 선수, 은유비 선수입니다! 훈훈한 비주얼과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에, 금메달까지 따낸 은유비 선수. 그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은유비 선수는 실력은 물론, 그 훈훈한 비주얼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수죠? 그런데 다음 올림픽에도 출전 할 줄 알았으나, 작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또 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킨 은유비 선수! 은퇴 후에도 너무나 핫한 나머지, 베일에 싸인 은유비 선수의 복잡한 집안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남은 음식들을 끌어 모으며 성숙은 TV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VJ 목소리가 깔린 화면에 올림픽에서 경기를 하는 은유비의 모습, 또 메달을 걸고 시상을 하고 있는 모습, 화보 촬영 현장 모습들까지 쓱쓱 지나쳐갔다.

 

 “옴마야~ 잘 생긴 것 좀 봐라. 저런 아들을 둔 부모는, 얼매나 든든하고 뿌듯할꼬? 우리 유준이도 태권도 좀 시키라 칼까? 그런데 저 태권도 선수 집안이 뭐 그리 복잡할 게 있지?”

 

 성숙은 테이블을 정리하다 말고 화면에 나오는 유비를 보며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갸웃 거리며 말을 흘렸다.

 바로 자신의 뒤에서 성숙이 유비를 극찬을 하고 있는데도 그녀의 소리가 희숙의 귀에는 희미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온통 신경이 벼리와의 통화가 끊어진 폰으로 가 있는 희숙이었다.

 

 ★☆★☆

 

 놀란 눈을 하고 서 있는 벼리 앞으로 유비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새벽에 보고, 아침에 보고, 낮에도 보니 좋네요. 사장님!”

 

 순간 앞이 캄캄해진 탓에 낯빛이 어두운 벼리.

 그의 반면, 유비는 벼리에게 그저 밝은 모습으로 말을 건넸다.

 

 “여기 제 태권도 학원이에요. 새벽이랑 아침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소개 못 드렸는데, 안 그래도 이사 끝나면 사장님 카페에 커피 사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반가워요. 전, 유비 태권도 학원, 주인, 은유비 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려요. 금별 사장님.”

 

 아직도 벙진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벼리에게 유비가 정중한 말투로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인사했다.

 그리고 벼리에게 악수를 청하려 그녀 앞으로 손을 쑥 내밀었다.

 

 그러나 유비의 손에 벼리의 손이 와 닿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신 그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던 벼리.

 그녀는 악수 대신 유비에게 짧게 한마디 툭 던졌다.

 

 “이, 이사 잘 하세요. 그럼.”

 

 그에게 그렇게 한마디 던진 벼리.

 그녀는 곧장 돌아서서 서둘러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

 끝내 유비의 손에 벼리의 손은 와 닿지 않았다.

 자신에게 짧디 짧은 한마디를 툭 던져 놓고 멀어져가는 그녀를, 유비가 입가에 옅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보고 서 있었다.

 

 ★☆★☆

 

 벼리는 카페로 다시 돌아와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그녀의 표정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한 채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뭐 들어오는 지, 보고 왔어? 뭐 들어왔데?”

 

 포스기 앞에 서 있던 제라가 벼리의 뒷모습에다 대고 물었다.

 

 “어?”

 

 제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벼리는 순간 뜨끔한 눈을 하고서 제라를 돌아보았다.

 

 “야, 저기 무슨 불법 영업소 같은 거라도 들어왔어? 밖에 나갔다 오더니, 애가 멍한 얼굴을 하고 돌아와 있네?”

 

 제라는 벼리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아, 그게 아니고, 태, 태권도! 태권도 학원 들어왔더라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벼리가 제리에게 대답해주었다.

 

 “아~ 태권도 학원? 한적 했던 골목길이 애기들 소리로 시끌 해지겠네? 흐흐~ 애들 운동하고 더우면 주스 같은 거 마시러 오겠다!”

 

 제라는 그렇게 말하며 싱크대 쪽으로 돌아와 고무장갑을 다시 꼈다.

 조금 전에 그녀가 깔끔하게 한 차례, 설거지를 했는데도 설거지 거리가 몇 개 더 담겨 있었다.

 

 사실, 조금 더 모아서 해도 될 일이지만 청소와 정리, 설거지 같은 건 그때그때 해야 속이 시원하다는 그녀, 제라였다.

 벼리는 그녀와 위치 교체라도 하듯 포스기 앞으로 갔다.

 

 딸랑~

 

 포스 화면에서 재고 목록 버튼을 터치해 막 들여다보려던 벼리.

 그녀의 귀로 카페 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어서 오세…….”

 

 벼리는 그 방울 소리에 시선을 포스기에서 떼고 문 쪽으로 꽂으며 인사하려 입을 열였다.

 그런데 그녀는 인사를 하다 말고 멈칫했다.

 카페 안으로 유비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자신을 보며 넋을 놓고 서 있는 벼리 앞으로 유비가 다가와 섰다.

 

 “와, 오늘 손님 많네요? 저, 이삿짐 옮겨 주시는 사장님들 드릴 커피 사러 왔어요!”

 

 멀뚱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벼리에게 유비가 말했다.

 유비의 목소리에 설거지를 하면서 제라가 카운터 쪽을 한 번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설거지에 집중하는 제라.

 

 “어떤 걸로 드릴까요?”

 

 벼리는 유비의 말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물었다.

 

 “바닐라 라떼랑, 아메리카노랑? 그린 티 라떼 하나씩 주세요. 아! 다 아이스로요!”

 

 벼리는 포스 화면에 시선을 꽂은 채 그가 주문한 메뉴들을 하나씩 찍었다.

 메뉴를 다 찍은 벼리의 시선에 카드를 꺼내 패드에 꽂을 준비를 하고 있는 유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그를 향해 벼리가 서둘러 말했다.

 

 “아!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그냥 드릴게요.”

 

 벼리의 말에 유비가 살짝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말없이 잠시 보던 유비.

 곧 그가 벼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라면도 얻어먹었는데, 아니에요~ 인심 좋으신 사장님, 성의만 받겠습니다! 감사해요!”

 

 그가 정중하고 느긋하게 뱉은 말에 벼리는 순간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때, 설거지를 마치고 물을 막 잠근 제라.

 그녀가 벼리와 유비 쪽으로 고개를 돌려 흘리듯 말을 뱉었다.

 

 “으잉? 라면?”

 

 벼리는 제라의 시선이 뒤에서 느껴지자 더 당황한 표정으로 유비를 보고 서 있었다.

 이상한 느낌을 받기는 했으나, 제라는 곧바로 다시 싱크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행주로 싱크대의 물기를 닦으며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제라를 계속 의식하며 벼리가 미세하게 붉어진 얼굴로 유비가 주문했던 메뉴들을 찍어 넘겼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유비가 더 가까이 다가와 속닥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벼리를 불렀다.

 벼리는 흠칫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바로 그녀에게 다시 속닥거리며 이어서 말하는 유비.

 

 “이걸로 그냥 퉁 치시려고 하셨던 거죠? 밥, 대신.”

 

 “아! 그 놈의 밥!”

 

 그의 물음에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던 벼리.

 드디어 참고 있던 게 폭발한 그녀였다.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팍 내며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외치듯 말을 뱉은 벼리였다.

 

 수다로 꽉 채워졌던 골드스타.

 그녀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골드스타가 찬물이라도 끼얹힌 듯 고요해졌다.

 지금 이 분위기를 느낀 벼리가 홀을 눈으로 쭉 훑었다.

 

 하나같이 의아해하거나 뚱한 시선으로 벼리를 향해 꽂혀 있는 매장 안의 손님들.

 싱크대 정리를 막 마친 제라의 시선 또한 벼리에게 꽂혀 있었다.

 카페 안은 지금, 이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정적이 맴돌았다.

 그러나 그 정적은 곧바로 깨졌다.

 유비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오는 대학생들의 의해서 말이다.

 

 “은유비 선배님, 맞으시죠?”

 

 남학생 두 명과 한 명의 여학생으로 이루어진 대학생 무리.

 그들이 유비 곁으로 다가왔고 그 중에 남학생 한 명이 대표로 유비에게 물었다.

 

  “앗! 네!”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페 안에 모든 손님들.

 또 당황한 표정을 하고 서 있는 벼리.

 그의 반면, 표정 변화 없이 태연하게 벼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던 유비가 학생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저희 연운대 학생들이에요! 선배님!”

 

 다른 한 명의 남학생이 유비에게 바로 말을 붙였다.

 두 남학생들은 물론 그들 옆에서 수줍게 서 있던 여학생도 유비가 대답하자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입을 가리며 꺅꺅, 짧은 탄성까지 내질렀다.

 

 “어머! 대박! 은유비 선수다!”

 

 “어? 진짜네?”

 

 “대박! 대박!”

 

 이 대학생들뿐인가?

 저 쪽에서 주부 무리들도 유비를 알아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라 또한, 그제야 유비를 알아 본 모양인지, 놀란 눈을 하고서 그를 응시했다.

 그렇게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유비를 보고 서 있던 제라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세요!”

 

 앞치마에 물기가 묻은 손을 쓱쓱 닦으며 그녀는 벼리 옆으로 와서 섰다.

 그리고 조금 쑥스러운 듯한 표정과 함께 헤벌쭉한 미소를 지으며 유비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비도 제라에게 인사해 주었다.

 

 “저, 여기 사장님 친구에요! 가끔 일, 도와주러 와요!”

 

 “아, 그러세요? 전, 여기 옆에 태권도 학원을 열게 된, 은유비 라고 합니다.”

 

 “알아요! 은유비 선수! 은유비 선수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없을 걸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거의 간첩이죠! 저도 팬입니다~ 호호~”

 

 제라는 유비와 인사를 나누면 나눌수록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종종 콧소리들도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방금 제라, 그녀가 한 말에 벼리는 왠지 모를 뜨끔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제라의 말에 유비는 조금 쑥스러워져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 그에게 제라가 다시 말했다.

 

 “세상에! 저 옆에 새로 생겼다는 태권도 학원이 은유비 선수 학원이었다니! 대박! 앗, 금 사장님! 나 여기 정 직원 시켜 주세요!”

 

 쑥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는 유비와 달리, 제라는 농담까지 하며 너스레를 떨어댔다.

 벼리는 제라를 쳐다보며 그저 실소를 터트렸다.

 

 “선배님, 저희 사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

 

 벼리의 귀에 남학생 목소리가 다시 흘러 들어왔다. 학생들은 어느새 각자 A4용지들을 한 장씩 들고 그에게 내밀고 있었다. 그저 순수하고 맑은 학생들의 표정.

 

 “어! 그래요!”

 

 흔쾌히 자신들의 사인 요청을 유비가 허락하자 학생들이 유비에게 앉아서 하라며 극진하게 그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 모습을 본 주부들.

 그녀들도 갑자기 사인 받을 종이와 펜을 각각 가지고 유비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나도 사인 받아야지!”

 

 제라도 포스기 밑, 진열장에 모아 두었던 이면지들 중에서 한 장을 꺼내 말을 뱉으며 홀로 나갔다.

 갑자기 은유비의 팬 사인회 장소가 되어 버린, 골드스타.

 순간적으로 일어나 자신의 카페의 진풍경을 그저 벙진 얼굴로 벼리가 쳐다보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10. 서울은 좁다 2020 / 8 / 8 212 0 7155   
9 9. 문전성시 2020 / 8 / 7 219 0 6995   
8 8. 점점 선명해지는 꿈 2020 / 8 / 6 231 0 5813   
7 7. 팬 사인회 2020 / 8 / 6 218 0 7881   
6 6. 지나칠 인연이기에 2020 / 8 / 5 210 0 6853   
5 5. 밥 먹어요! 2020 / 8 / 4 220 0 7644   
4 4. 다시는 선 안 봐! 2020 / 8 / 3 227 0 7903   
3 3. 멋진 이웃사촌 2020 / 8 / 2 223 0 5686   
2 2. 뜻밖에 고백 2020 / 8 / 1 228 0 5615   
1 1. Goldstar 2020 / 8 / 1 365 0 93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해월(海月) : 뒤
까망별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