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길과 미령이 호텔방에 들어섰지만 서먹했다. 원길이 말없이 휠체어에
앉아있었고 미령은 훌쩍거리다 원길 앞에 무릎 꿇었다. 원길이 이러지 말
라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미안해요....."
"아뇨... 내가 오히려 미령씨한테 부끄러워요...."
".........."
"미령씨한테 너무 부족한 남자에요... 남편될 자격이 없어요. 그게 부끄
러워서 미령씨를 만날 수 없었어요..... 미령씨를 용서 못한다는 건 순전
히 제 잘못을 덮으려고 했을 뿐이에요..."
"검찰에 가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떠나요. 같이 갈게요. 원길씨가 가는
곳 따라 갈게요..."
원길이 미령의 머리카락을 넘기듯 만졌다.
발그레진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라도 떳떳해질래요..."
"원길씨....."
"떠나지 않아요. 죄가 있거든요.. 죄를 벗고나면 미령씨한텐 조금이나마
떳떳한 남자가 될 거에요.... 그때까지 기다려 줄래요?"
미령이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됐어요...."
"원길씨......."
원길이 두 팔을 벌려 품에 안았다.
"그거면 되요. 미령씨만 있으면 되요...."
"잘 될 거에요. 당신이 진 죄는 나쁘지 않아요"
"고마워요...."
미령도 활짝 웃고 성현을 바라봤다.
"근데... 왜 이렇게 안 됐어요?"
미령은 휠체어를 밀고 욕실로 갔다.
세면거울 앞에 휠체어를 세우두고 타올을 꺼내 원길 어깨에 올려놨다. 미
령은 면도거품을 풀어 턱에 문질렀다. 원길이 간지러운 듯 슬쩍 웃었다.
미령이 면도칼로 살살 밀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부시도록 아름답게....
미령은 사랑스럽게 원길을 닦아주었다. 머리를 감겨주고 수건으로 물기
를 닦아냈다. 고운 손가락은 희긋희긋 쉰 머리카락을 골라내기 시작했
다. 원길이 세면거울로 미령을 보며 다짐했다. 다시는 눈물 나게 하지 않
겠다고....... 미령이 거울로 비친 원길과 눈이 마주쳤다. 흐뭇하게 서로
를 보고 웃었다.
미령은 깨끗해진 원길 뺨에 살짝 키스했다. 원길이 당황하다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곤 미령이 형광등 아래 서서 옷을 벗었다. 원길이 못 쳐다보
자 미령이 다가가 원길의 고개를 똑바로 세워두었다. 겉옷을 다 벗고 속
옷만 남겨두었다. 미령이 브레지어를 풀어헤치자 풍만한 가슴이 나왔다.
팬티까지 벗어 던지니 아름다운 나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원길이 감탄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령이 즐기듯 혓바닥을 굴렸다.
"오늘 하루쯤은 날 창녀로 봐줘도 괜찮아요....."
"미령씨 그런 말이......"
미령이 원길의 셔츠 단추를 풀렀다. 원길을 안아 욕조에 앉히고 미령도
들어가 앉았다. 목욕솜으로 원길을 닦아주었다.
"난 한번도 미령씰 창녀로 생각한 적 없어요...."
"원길씨를 믿어요....."
시원하게 씻고 나온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내일 검찰에 자진출두할 거에요.."
".........."
"오늘 만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았어요....."
미령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도 오늘만큼은 원길씨가 보고 싶어하지 않아도 만나리라 했어요..."
원길이 딸기를 문듯한 입술을 만지고 키스했다. 미령은 원길을 힘껏 껴안
아 뜨거운 김을 퍼부었다. 잊을수 없은 둘 만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흘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