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길이 초초하게 남비서를 기다렸다.
남비서가 다소 밝게 들어왔다.
"없었나?"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듯 숨을 뱉았다.
"그럼 어딜 간 거지...."
"친구들 만나러 간 건 아닐까요?"
"친구들..... 아내 친구들을 잘 몰라서....."
"저도 그렇습니다."
남비서는 지금의 행동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회사 일로 머리
가 복잡한 원길었는데 미령의 남자 일로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
중에 따로 미령을 만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남비서는 후에 이 일을 뼈저
리게 후회했다.
"남편 만나 줄거지?"
성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울지마. 촌스러워 보여..."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촌스럽다... 언젠가 성현이 미령을 두고 했던 말이
었다.
"내가 운 건 마지막이야..."
"나한테 미안하지?"
"많이 미안해...."
"하지만 나 아직 원길씨에 대한 마음 한결 같아..."
"세련됐네..."
미령이 얄밉게 봤다.
"약속시간 장소 잡아서 전화 해줄게..."
짧게 포옹하고 미령이 나갔다. 성현이 아쉬운 듯 베란다로 나가 가는 미
령을 끝까지 내려봤다.
택시를 타고 나서야 미령이 늦었구나 싶었다. 운전기사한테 서둘러 달라
고 말했다.
거실에 벽시계는 벌써 열 한시를 가리켰다. 핸드폰은 꺼져 있었고, 미령
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납치라도 당한 건 아
닐까.... 안절부절이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게 어떻게냐고 비서에게 물었
지만 비서는 걱정말고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미령이 후다다닥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찔한 원길이었다. 안도의 숨
을 쉬고 미령에게 다가갔다.
"야단 맞을 각오하고 있어요...."
"핸드폰 왜 꺼놨어요?"
"핸드폰...... 아... 배터리가 나가서 꺼놨어요...."
"그랬군요...... 난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했어요..."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기로 하구선....."
원길이 괜찮다고 연신 말했다.
남비서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미령을 기다렸다. 가운 하나 걸치고 있던
미령이 남비서를 보고 화들짝 놀랬다.
"아직 안 갔어요?"
"그 사람 계속 만나실 겁니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주춤 물러났다.
"무... 무슨... 말이죠?"
"몰라서 묻습니까!!"
남비서가 한껏 격앙된 말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