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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과 머나먼 여정
작가 : 설가1
작품등록일 : 2020.3.9

대학 MT를 가던 중 이세계 아르피아 대륙에 떨어진 현희수!
실버 드래곤과 히드라의 혈투 끝에 억울하게 소환된 인간 현희수를 위해 거대괴수들이 손을 내민다.
[미안해, 인간. 우리가 너를 꼭 집으로 돌려보내줄게!]
인간과 실버 드래곤, 히드라, 종족은 다르지만 서로의 우정을 믿으며 그렇게 함께 머나먼 여정을 출발한다!

 
괴물의 사연
작성일 : 20-03-16 23:20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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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하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애꿎은 인간에게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 알카디우스.

 자신의 빌어먹을 처지에 한참 울분을 폭발시키던 희수가 지쳐서 잠이 들고, 알카디우스는 그를 계속 바라보다 두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괴로운 신음을 토해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던 자신의 목숨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저 애꿎은 인간의 귀에는 치졸한 변명으로만 들려 당장 잠에서 깨어나면 또 어떤 격한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알카디우스 입장에서 야속할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되든 안 되든 미안한 감정을 변치 않았다.

 

 “하아…….”

 

 알카디우스 못지않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존재가 또 있었으니, 지금 상황에서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머리 셋 달린 뱀 괴물 히드라였다.

 알카디우스 못지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희수를 바라보던 그가, 지금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닥불 앞에 힘없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알카디우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직 볼일이, 남았니?”

 

 얼굴이 무릎에 묻힌 상태라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드래곤 특유의 민감한 감각은 커다란 기운이 풀풀 풍기는 히드라를 어렵지 않게 감지해냈다,

 히드라와 목숨을 건 혈투까지 벌였었는데, 알카디우스는 별다른 경계 없이 힘없는 목소리만 흘릴 뿐이다.

 

 “아, 그게 저, 그러니까…….”

 

 제법 기세 좋게 다가올 때는 언제고 지금은 소심하게 말도 못 꺼내다니! 무릎에서 살며시 들어 올려진 알카디우스의 루비 눈동자에 비친 머뭇머뭇 히드라의 모습이 덩칫값도 못 한다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릴 정도로 우습게 보인다.

 

 “후훗.”

 

 혹시라도 민망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웃음을 흘리는 알카디우스. 무슨 용무인지는 모르지만, 히드라에게서 적대감이나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렇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안심해도 돼.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께 천벌을 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아니, 그걸 어떻게……?”

 “본의 아니게, 인간에게 엎드려 사정하던 모습을 지켜봤어. 네가 생각하는 이애나님의 사자가 아닌 아르피아 대륙과 아무 상관도 없는 머나먼 세계에서 소환된 평범한 인간이야.”

 “그, 그렇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평범한 인간에게 굽실굽실! 살육과 약탈을 일삼는 잔인한 괴수 체면 다 구겨지는구나!

 당장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두 개가 아닌 무려 세 개나 되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호들갑을 떨어대는 모습이 또 어찌나 우스운지.

 

 “저기, 알카디우스라고 했지?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던 히드라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꺼낸 말이다.

 

 “응, 맞아. 아주 잠깐이었지만 인간과 나누었던 대화를 잘 기억하고 있었구나?”

 

 인간 현희수를 위한 설명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통성명. 히드라 녀석이 용케 그녀의 이름을 듣고 기억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놓은 모양이다.

 

 “히드라, 너에게도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물어봐도 괜찮겠니?”

 “그, 그럼! 내 소개가 너무 늦었지?”

 

 눈앞의 그녀가 정말 방금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실버 드래곤이 맞는 걸까? 원한 따윈 개나 줘버린 지 오래인지 따뜻한 눈빛에 말투는 아무리 잔인한 히드라도 고분고분해지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저기, 내 이름은 ‘리스’야. 흔히 인간들의 마을을 습격해서 먹고 산다는 잔인한 뱀 괴물 히드라. 뭐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테니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끄덕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알카디우스. 히드라 리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여전히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뒷말을 흐리고, 여섯 개나 되는 눈을 연신 아래로 떨어뜨리며 알카디우스의 시선을 피하던 리스는 잠시 피가 흐를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알카디우스와 다시 마주하게 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하다, 실버 드래곤… 아니, 알카디우스.”

 “……?!”

 

 지금, 인간들 사이에서 잔인한 괴물로 알려진 히드라가 사과를 건네온 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진 알카디우스의 눈동자에 비친 히드라의 모습은 분명 진심이었다.

 

 “257년 동안 사과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니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어.”

 “리스…….”

 

 리스의 애절한 호소를 들었지만, 알카디우스는 별다른 대답 없이 천천히 다가가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리스도, 나처럼 사연이 많은 친구인 걸까?’

 

 흔히 알려진 히드라와 달리 리스는 심성이 그렇게 나쁜 녀석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슨 사연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취조하듯 꼬치꼬치 묻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분명 이상한 생각이 들었을 거야. 너뿐만 아니라 히드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녀석들이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겠지. 그게 정상일 테니까.”

 

 알카디우스의 마음을 읽었는지 자기가 먼저 순순히 입을 여는 리스.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는 그의 표정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한두 살 먹은 인간 어린 애도 알고 있을 정도로 흔하게 알려진 히드라의 정보에, 지금 내 모습은 한참이나 어긋나 있지. 이 빌어먹을 머리 숫자 말이야.”

 

 머리가 두 개만 달려 있어도 인간의 시야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텐데, 리스는 머리 세 개인 자신의 모습을 원망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우리 동족 사이에서 머릿수 다섯 개 미만은, 재고의 가치도 없는 기형아 낙인에 무조건 추방이야. 혼자 남은 히드라는 곧 외로움에 시달리다 죽게 될 운명이라 다시 돌아가려면 어떻게든 머릿수를 늘려야 하는데…….”

 

 리스의 머리 세 개가 아래로 축 늘어지고, 여섯 개 눈에서는 눈물이 고여 매우 안쓰럽게 보인다.

 

 “드래곤 특유의 강렬한 기운이 담겨져 있다고 알려진 드래곤 하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것을 섭취하면 머릿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었구나?”

 “······.”

 

 알카디우스의 조용한 목소리에 리스는 대답 없이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나에게 가르론의 알을 강제로 먹인 이유도 명확히 알 것 같아. 가르론에게 내 자아를 갉아 먹혀 고통에 빠지면 내가 인간으로 변할 테고, 그때 즉시 나를 통째로 삼켜 드래곤 하트를 섭취할 생각이었지? 겉모습에 상관없이 심장은 드래곤 하트 그대로니까.”

 

 리스는 알카디우스에게 정곡을 제대로 찔려 침묵만 지켜야 했다. 마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을 훤히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다, 다시 한번 사과할게! 나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죄 없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너에게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어! 네가 내리는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을 테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다시 한번 사과를 건네는 리스. 하지만 순간 온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만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알카디우스가, 대답 대신 커다란 몸뚱이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 것이다.

 

 “많이 힘들었겠어. 가족 같던 동족들에게 버림받아 얼마나 많은 절망에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얼마나 동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었으면 이런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리스가 알카디우스의 진심 어린 따뜻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보니,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그럼, 나를 용서해주는 거야? 하마터면 개죽음을 당할 뻔했는데, 나에게 분이 풀릴 때까지 욕설을 퍼붓고 손찌검을 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목이 메어오고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

 

 “후훗.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또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준다면 몇 번이라도 용서할 수 있어.”

 “알카디우스······.”

 

 리스는 자꾸 목이 메어와 그녀의 이름 다섯 자를 내뱉는 것도 힘겨웠다. 또 이놈의 시야는 왜 이렇게 흐려지는지. 휙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회피해야 했다.

 

 “리스, 괜찮니?”

 

 확 등을 돌려 얼굴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는 리스에게서 맑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처음에는 단비처럼 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저대로 놔두면 홍수(?)가 날지도 모르겠다.

 

 “리스?”

 “미, 미안. 잔인한 괴물이나 되는 녀석이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나 보이고!”

 

 알카디우스의 근심이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에 리스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겨우 털어냈다. 아직도 눈가에 눈물이 제법 고여 있었지만, 얼굴빛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

 

 “리스, 혹시 괜찮다면, 나를 좀 도와줄 수 없겠니?”

 

 잠깐의 침묵 뒤에 알카디우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내 도움이 필요하니? 아하! 가르론에 대한 해독제를 찾는 일이라면, 내가 아르피아 대륙 전체를 뒤져서라도 꼭 구해오겠어.”

 “잠깐, 잠깐만! 내가 바라는 도움은 그런 게 아니야.”

 

 알카디우스가 급히 손을 들어 멋대로 넘겨짚는 리스의 입을 막았다. 가르론만큼 성가신 것도 없을 텐데 의아해하는 리스에게 알카디우스가 조용히 속삭였다.

 

 “가르론의 고통은 본래 모습으로 변할 때만 발생해서, 지금 인간의 모습에서는 크게 불편한 게 없어.”

 

 리스에게서 떠난 알카디우스의 시선이, 저쪽 바위 위에 머무르고 있는 인간 현희수에게 향했다.

 

 “리스, 나도 큰 죄를 짓고 말았어. 죽고 싶지 않다는 그 생각 하나 때문에, 이 세계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을 끌어들인 거야.”

 “인간? 아! 이애나님이 보내신 사자님… 아니, 아니! 평범한 인간이라고 했지?”

 

 진지한 이야기가 제법 길어지다 보니 잊고 있었다. 두 거대괴수가 당장 희수에게 다가가 보니 불안감 가득한 어두운 표정으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낯선 세계가 굉장히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텐데, 그래도 어떻게 잠이 들었네?”

 “응. 이렇게라도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을 거야. 깊은 잠에 빠진 순간만큼은 최소한 오늘 있었던 일을 잊을 수 있을 테니까.”

 

 낯선 아르피아 대륙에서 기상천외한 괴물 두 마리와 마주하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올라탄 자동차에 시동은 안 걸리고.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니코틴을 흡입한 건지, 그가 잠든 바위 주변에서 지독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알카디우스눈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희수의 갈색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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