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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20화 폐윤마을
작성일 : 19-11-11 21:53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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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는 느낄 수 없는 바람 소리가 귀에 걸려온다. 아무런 소리없이 조용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없이 세 사람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세 명의 거리였는데, 왠지 모르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은근하게 서로 눈치를 보며, 먼저 말을 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시은이는 이러한 분위기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특히나 더 싫어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운이라도 띄어보려고 했으나, 그렇게 먼저 시작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익숙치가 않았다.

  도와달라는 느낌으로 곁에서 걷고 있는 시야카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시야카는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나갈 뿐이었다. 이 때만큼은 시야카가 야속했다.

  시은이를 가운데로 두고 왼쪽엔 시야카, 오른쪽엔 지안 단보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가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구도는 숲을 나오면서부터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누가 먼저 앞서가지도 않았고, 뒤쳐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 거리만을 유지하며, 숲에서 나온지 4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지근 거리에서 느껴지는 바람을 모두가 느끼고 있을 때쯤, 드디어 셋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다 왔다네. 저기가 첫 번째로 들릴 '폐윤마을' 이라네."

  숲을 나와서 처음으로 말을 한 건, 지안 단보루였다. 앞으로의 길을 아는 건 셋 중 한 명뿐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차례이긴 했다.

  시은이는, 지안 단보루라고 하는 시야카의 스승을 믿고는 있는 편이지만, 워낙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지금 상황에서도 그저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 판단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은 이 곳에 온지 겨우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꽤나 가까운데요?"

  그에 반해, 시야카는 스승과 함께한 세월도 있고, 어디에나 잘 적응하는, 주변 환경을 그리 고려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그저 천역덕스럽게 물어왔다.

 "그렇지. 내가 아는 길이기에 금방 올 수 있었던 거지."

 '그런 것 치고는 단 한 번도 앞장 서서 나간 적이 없는데..'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지안 단보루에게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시은이는 마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진그마을과는 초입부터가 달랐다. 마을의 이름이 그대로 쓰여있는, 나무로 만든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나뭇가지와 입사귀 진흙 등이 얽히고 설켜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다.

 "와아, 정말 저기 써있네요!"

  지금까지 유지해온 균형을 깨며, 시야카가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갔다. 그리고는 뒤를 살짝 돌아보며, 뒤쳐진 둘에게 미소짓는다.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은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시은이와 단보루도 입구 앞의 팻말을 바라보았다. 시야카와 단보루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베타 세계의 공통언어였으나, 오리진에서 온 시은이는 차마 읽어낼 수 없었다.

  그런 반응을 눈치챈 것인지, 시은이의 옆에서 단보루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설마, 글까지 못읽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언어를 배운 것인가?"

  마찬가지로 시은이도 속삭이며 답했다.

 "다른 언어라고 함은?"

  이에 단보루는 조금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보았던 책 말일세. 난 처음보는 글자였네만."

  시은이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등쪽에 손을 가져다가 댔다. 다행히 묵직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전해져왔다. 그는 더 이상 숲에다가 책을 둘 수도 없고, 매번 이 곳을 들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을 챙겨 나오기로 했는데, 마땅히 넣고갈만한 가방 같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응용 2식 고정과 순수기 0식 연결을 이용해 자신의 엉덩이와 허리사이에 완전히 붙여놓았다.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자신의 의지로 순수식을 해제해서 꺼내볼 수 있었으며, 시야카와 단보루 둘이서 완력으로 억지로 떼어내려고 해도 떼지지가 않았다. 아마도 진그마을에서 며칠 간 계속해서 단련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것외에도 단보루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본인을 위해, 많이 남아있는 빈 병에다가 원두를 가득 담아두었고, 핸드드립을 내릴 수 있는 준비물들을 같이 챙겨왔다. 그건 단보루를 구슬려, 단보루가 평소에 메고 다니던 가죽보자기에다가 챙겨두었다. 단보루 본인도 만족했다. 언제든 커피라는 것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겠지.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건 제가 읽을 수 있었고, 저건 제가 읽을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으음.. 그렇겠구만. 하긴 기억을 잃어버린 자에게 괜한 말을 한 것 같네. 잊어주게."

  단보루는 아직 미심쩍은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믿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시은이도 마찬가지이다. 함께하기로 한 이상, 의심은 의심이고 믿음은 믿음인 것이다.

 "저희가 또 조심해야 될 것이 있을까요?"

  시은이는 단보루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사전지식 없이는 위험한 곳이라는 것.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시야카와 시은이는 짧지만 간단한 이야기는 들었었다.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정해진 일에 대해서는 빠르게 행동하기를 바라던 시은이의 성격때문에, 가면서 이어서 듣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출발준비를 하면서 까먹었던 것인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었다.

 "아까 말했듯 일단은, 눈에 띄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네. 그저 내가 하는 대로 따라오면 되네. 자세한 건 원래 오면서 이야기하려 했었는데 왜 까먹었는지 원.. 어찌됐든 남은 이야기는 들어가서 잠시 쉬면서 마저 이야기합세."

  바람 소리가 거세졌다. 그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쉬이익.

  단보루는 어느새 오른 발을 사선으로 내리뻗으며, 자신의 허리춤에 꽂혀있던 검을 뽑아, 오른쪽 대각선 위로 베어올리고 있었다. 시은이가 처음으로 단보루와 만났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

  서걱.

  시은이의 왼쪽 공간이 요동쳤다. 공기의 이동에 따라 그의 검은색 단발머리가 찰랑였다.

  시야카도 이미 검을 뽑고, 조금 뒤로물러나 자세를 잡고 있었다.

 "..잘도 피했군. 이 시기에 오다니, 따로 환영 받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벽을 긁어내리는 것 같은 푸석한 목소리가 셋을 반겼다.

  단보루와 시야카는 검을 잡고 각자의 자세를 잡고 있었지만, 시은이에겐 더 이상 검이 없었다. 원래의 검의 주인과 같이 다니기로 하였으니, 그 검을 다시 돌려준 것이다. 무기가 있는 편이 자신도 한 편으로는 안심도 되고, 검도 배워볼 요량이었지만 그건 조금 나중으로 미루기로했다.

  단보루의 말로는 어차피 폐윤마을에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가진 자가 있다고 했으니, 그 자에게 무기를 부탁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편한대로의 자세를 잡고, 미리 순환 1식 응축과 2식 확산을 외워두고 있었다.

 "피한 게 아니네. 잘라낸 것이지."

 "..흥, 당신이었나. 누가됐든 지금 시기는 아니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돌아가."

  아직 실체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단보루는 대화하고 있었다. 기력과 기력이 맞닿아 서로에게 협응하듯 달라붙었다. 이상한 바람의 느낌은 아무래도 기력의 영향이었던 것 같았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순수한 재능에 의해 만들어진 기력. 그래서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이상함만을 느꼈던 것이다.

  허나 단보루는 이미 그 기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고, 지금 보이지 않는 상대와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 할 수 있던 것이다.

 "며칠이면 된다네. 바로 다른 마을로 떠날 것이야. 절대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단언하지."

  베타에서 단언이란 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불합리한 계약이라고 볼 수 있었다.

  며칠 전, 시은이와 진그마을 사람들이 리후마을 사람들과 했던 약속, 그것도 단언이라는 말의 힘과 비슷한 계약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약속은 서로 쌍방이 지켜야 할 의무이기에 양측 모두에게 비슷한 수준을 요구 할 수 있었고 상대가 원치 않는다면 이뤄지지 않는다.

  허나 단언은 다르다. 그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통보하는 것이고, 그것을 지킬 의무는 본인이 가지게 되며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그 어느것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

 "단언이라면,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지."

 "물론이네."

  책임을 진다는 것, 그건 단언한 것을 지켜내지 못했을 때 당사자에게 요구 할 수 있는 마땅한 벌을 의미했다. 그것에 대한 범위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그건 오로지 단언을 받은 상대방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그렇기에 이 단언이란 건, 자신의 희망사항을 어떻게든 이뤄야 할 때가 아니고서야 함부로 입 밖에 내뱉지 않는 단어인 것이다.

 "..그럼, 일단 들어와라.. 어이 거기 두 녀석도."

 "고맙네."

  단보루가 검을 거둔과 동시에 시야카도 본인의 거검을 자신의 등에 다시 메었다. 시은이도 펼쳐둔 기력식을 순수기 0식 연결을 통해 다시 몸에 그대로 흡수시켰다.

 "스승님 그래도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단언이 어떠한 의미인지 잘 모르는 시은이를 제외하고 시야카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져있었다.

 "내가 원해서 하는 동행이지 않느냐.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리고 이 마을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돼."

  단보루의 시선이 시은이에게 향했다.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곳의 대장장이가 내 젊은 시절, 검을 만들어줬거든. 아직까지도 명검이라고 칭송 받고 있다네."

  시은이는 멋쩍었는지 딱히 대꾸는 하지 않았다.

 "내 보답이라도 해야되지 않겠느냐."

  단보루는 어느새 시선을 폐윤마을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흔들림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해 걸어나갔다. 시야카와 시은이가 그 뒤를 따랐다.

 
작가의 말
 

 일까지 겸해서 하느라 올리는 시간이 불규칙함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번 화는 조금 짧습니다. 더 이어붙이기가 애매해서 조금 짧아졌지만, 다음 화에서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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