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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인이야기
작가 : 냉모밀
작품등록일 : 2019.11.9

먼 옛날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두 신수.
이제는 잊혀진 두 신수의 봉인이 깨어지고, 거기에 휘말린 소녀는 잃어버린 친구의 몸과,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그 때, 그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긴 여로를 꾹 참고 나아간다.
눈치채지 못했던 비밀들의 끝에서 결국, 그녀는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까.

 
9화
작성일 : 19-11-10 21:37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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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자인, 명심해. 그곳에서 본 얘기는 크라툴에게 하지 말아야 해. 알았지?”

 

 신전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후 디루인으로 돌아가는 차원문을 열기 전, 지헨이 저런 말을 하며 자인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자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서 와. 생각보다 빨리 왔네. 수정은 찾은 거지?”

 

 “아니, 자인이 많이 힘들어해서… 마을에 돌아가 쉰 다음에 다시 가보려고. 그래도 상관없지, 크라툴?”

 

 자인을 대신해 지헨이 잽싸게 크라툴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하는 크라툴을 내버려두고, 자인을 재촉하여 디루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흐~음?”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크라툴의 표정이 점점 변해갔다.

 

 “무슨 생각이지, 저놈들. 내가… 수정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잊은 건가?”

 

 …그건 마치, 위험한 일을 벌이려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한편, 디루인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곧바로 자인의 마을로 향하였다.

 

 신전의 위치가 그 방향에 있다고 두 사람은 파악했던 것이다.

 

 한동안 급하게 지헨을 쫓던 자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조심조심 물었다.

 

 “저기, 그런데 지헨. 왜… 숨겨야 하는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른다고 느꼈는지 누구에게 라는 부분을 삼켜 넘기는 자인을 보며, 지헨도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 뭐랄까, 조금 믿을 수 없단 기분이 들었거든. 처음 대화를 나눴을 때부터 말야. 좀, 뭐랄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순수한 선의로 우릴 돕는 게 아니라는 느낌.”

 

 “그, 그래? 어… 난 잘 모르겠지만… 지헨이 하는 말을 믿을게.”

 

 “고마워. 사실 그 뿐만이 아니라 좀, 뭐랄까…. 아, 아냐. 우선 신전을 찾는 것부터 하고, 그 후에 좀더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

 

 이윽고 도착한 자인의 마을.

 

 처음 때처럼 슬픈 감정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리 씩씩한 척 해보려 해도 이를 꽉 물게 되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엄마….”

 

 자신의 집에 선 자인은, 다시 한번 문을 쓰다듬었다.

 

 “…저 꼭 돌아올게요. 문은 열고 갈게요 그러니까…! 제가 돌아오면, 크게 반겨주세요.”

 

 자신이 손을 대지 않으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 문을 일부러 크게 열어둔 뒤,

 잠시 집안을 바라보고, 자인은 주먹을 굳게 쥐며 몸을 돌렸다.

 

 나아가는 곳은, 자신이 평소에 낮잠을 즐겨 자던 동산의 위.

 

 방금 다녀온 신전의 주변을 둘러보던 중, 그 동산의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참나무가 보였던 것이다.

 

 그걸 보고 자인은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주변에 펼쳐진 광경이, 자신이 참나무에 올라 보던 풍경과 거의 비슷했던 것이다.

 

 이윽고 이번엔 아까와 반대로 동산에서 저 너머를 바라본 자인은 당황하게 되었다.

 

 이전 세상에선 그냥 평야였었고, 자신이 원래 살던 세상에서도 그냥 평야였었는데….

 

 “…바다가 있잖아?”

 

 신전이 있는 곳으로 추측되는 곳은 높게 깎아지른 절벽, 그 사이를 가로막듯 동산 너머에 펼쳐진 것은 바다였다.

 

 보랏빛의 바다는 조용할 뿐이어서,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았다.

 

 “…자인. 절벽 밑에 동굴이 보여.”

 

 “우린 어떻게든 저 위로 올라가야 해. 어쩌면 동굴로 길이 이어져있을지도 몰라. 내려가보자, 자인.”

 

 확실히, 아직 방법은 많이 남아있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자신들을 도와준다는 느낌이랄까.

 

 동산 아래를 내려가 바다의 코앞까지 다가가보자,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듯한 거대한 꽃봉오리들이 물가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자인 한 명쯤은 가뿐히 태워 줄만한, 고맙다고 느껴지는 꽃봉오리였다.

 

 노를 대신할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줏어들고, 자인은 말없이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지헨이 어느 정도 힘을 발현해 줬기에, 그리 느린 속도는 아니었다.

 

 “…지헨. 나, 이 세상에 오고부터 절실히 깨닫게 된 게 있거든.”

 

 “응. 말해봐.”

 

 진지해진 자인의 분위기를 느끼고 지헨이 조용히 자인의 어깨 위에 다가와 앉았다.

 

 “…지헨도 알고 있었지만, 난 원래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어.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엄마를 싫어했어.”

 

 “…그런데 이 세상에 오게 돼 돌아갈 곳을 잃고 나니까, 계속 엄마가 보고 싶단 생각만 나는 거야. 난 엄마를 싫어했던 게 아닌 거지. 그럼, 대체 난 왜 그렇게 엄마에게 나쁜 일만 했었던 걸까.”

 

 “생각해봤는데, 난 엄마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 그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야. 여자애니 뭐니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었어. 나는 아빠도, 남자 형제도 없으니까, 내가 엄마를 여차할 때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자인이 지금보다도 더 어릴 적의 어느 겨울이었다.

 

 그때만큼 지독한 겨울이 없었고, 부족 내에서도 최악이라 할만한 식량난이 찾아왔던 것이다.

 

 비축해둔 식량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설마 겨울 내내 단 한 마리의 동물도 사냥할 수 없을 줄은 아무도 몰랐었고, 굶주리는 집이 나오기 시작했다.

 

 힘든 겨울이었다. 굶주린 건 자인의 집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아니 자인은 그래도 괜찮았다. 자인의 어머니가 자신의 몫을 최대한 아껴서 자인에게 주었었으니까.

 

 “며칠 만에 사냥꾼들이 돌아왔을 때, 다행이 몇 마리인가의 동물을 잡아왔었어. 그런데 그 때 우연히 알았지만, 고기가 모든 집에 공평히 나누어진단 게 아니었던 거야.”

 

 사냥꾼은 중요하다. 겨울에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냥꾼뿐이고, 사냥꾼이 없으면 식량도 구할 수 없단 의미와 동일하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기가 사냥꾼의 집에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그 때 생각했어. 그럼, 지금보다 더 독한 때가 찾아온다면, 사냥꾼의 집을 제외하곤 전부 아무것도 못 먹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다행이 그 때 이후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일이다.

 

 때문에 자인은 그 때부터, 여차할 때에도 자신을 대신해 겨우 내내 굶주렸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사냥꾼이 되려고 노력해 왔던 것이다.

 

 자신이 직접 잡은 사냥감이 있다면, 자신의 권한으로 엄마한테 먼저 나눠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또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다.

 

 “어릴 땐 몰랐지만, 클수록 주변에서 ‘여자아이라면’ 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됐어. 엄마도 그래서 계속 반대를 했었고, 그게 쌓이면서 난…. 그냥 바보였지.”

 

 “말로는 어른이라 하면서도 완전히 철없는 어린애였어. 철부지였지. 어른들 말이 전부 맞았어. 난… 정말 최악의 딸이야.”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자조하던 자인은, 다시금 고개를 들며 쓴웃음 짓고 말했다.

 

 “처음 지헨의 족장이 된단 얘길 들었을 때, 기뻤어. 최소한 여자는 족장이 되면 안된다 같은 말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 이거라면! 이란 생각이 번쩍 하고 지나갔었지. 빨리 집에 돌아가서, 나이를 먹고 족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그리고,”

 

 “지헨과 함께 마을의 족장이 되고 싶어. 그 약속, 꼭 지킬 거니까.”

 

 그러면서 상냥하게 지은 자인의 미소는,

 언젠가의 얼굴을 붉혔을 때가 떠오른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었다.

 

 

 ◆

 

 

 이윽고 동굴 안쪽에 다다른 자인은, 피어나듯이 꽃봉오리에서 일어나 뭍에 발을 내렸다.

 

 또 어두운 곳이었지만 옆엔 지헨이 있으니 무서운 건 없다. 그렇게 자인은 차분함을 갖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를 들어갔을까. 그러고보니, 하며 자인은 위화감을 눈치챘다.

 

 “소리… 소리가 들려. 지헨! 생각해보니 이 세상은 우리 말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었잖아.”

 

 “그러고보니 그렇네. 아까부터 계속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어.”

 

 다른 세상에선 멀쩡했지만, 이 보라색 세상에서만큼은 모든 게 죽은 듯 어떤 자연적 움직임조차 멎어있었다.

 

 “…어쩌면, 디루인에서 가까운 곳만 그렇게 되어있는 걸지도 몰라. 아까 봤던 환상 속에 그런 얘기도 있었거든.”

 

 “으음, 헤르샤와 베헤르슈의 영향을 받는다… 어쩌고 였었나. 앗! 그럼 이 앞은 멀쩡할지도 모르겠네!”

 

 예를 들면 하늘이 다시 푸르게 보인다 던지, 아무거나 좋으니 뭔가 동물이 있다던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힘이 나기 시작했던 자인이지만,

 

 “…이번에야말로 엄청난 난관을 만났어. 이건 어떡하지, 지헨?”

 

 “으으으음…. 이번만큼은 정말로 답이…… 없어 보이네.”

 

 앞이 텅 비어있다.

 

 아니, 정확히는 저~~~~너머는 제대로 디딜 땅이 있는데, 코앞은 완벽하게 낭떠러지였다.

 

 당연하지만, 밑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새까만 어둠이기도 했다.

 

 “….”

 “….”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그, 글세….”

 

 땅과 마찬가지도 위도 뻥 뚫린 천장 어딘가에서, 고드름 같은 종유석들이 불규칙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떨어져 내리고는 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도대체 얼마나 깊은 걸까?”

 

 “지옥의 입구인걸지도 몰라, 지헨….”

 

 “그건 아니겠지. 불타는 곳이 없는걸?”

 

 자인의 바로 코앞으로도 슝 하고 종유석이 지나가버린다. 어디까지 떨어지시는 건가요. 애도를 표합니다, 같은 헛된 생각을 멍하니 떠올리는 자인이었다.

 

 그와는 반면.

 

 “……자인.”

 

 “응?”

 

 “그… 성공은 장담 못하지만, 방법이 생각났어. 방금.”

 

 “에? 방법이 있어? 뭔데?”

 

 “어, 그게…. 이건 내 힘은 물론이고 자인의 용기와, 운동신경을 믿어야만 가능한 방법이야.”

 

 “응. 그래서 뭔데?”

 

 뭔가 켕기는 거라도 있는 걸까. 지헨이 말을 머뭇거린다.

 

 “…아까부터 떨어져 내리고 있는 이 종유석을, 하나하나 밟아서 뛰어넘는 거야.”

 

 “…여길?”

 

 정면을 바라본다.

 

 까마득하다.

 종유석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에… 만약 여길 떨어지기라도 하면….

 

 “….”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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