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가 그만둔 몇 일 동안은 진짜 그냥 아무 감정없이 혼이 절반은 빠져나간 사람처럼 일만했다…
검사가 밀려도 전혀 힘들지 않았고..환자의 짜증도 아무렇지 않았다..
재미도…
분노도…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하고…
잠자고…
또 일하고…
또 잠자고….
이렇게 일하다 보면 내 안의 배터리가 방전되서 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
그러다....
꿈을 꿨다…
기분이 좋지도…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런 꿈… 뭐였을까..
하지만 내 머릿 속에 유독 잊혀지지 않는 버스정거장 옥산 그리고 숫자 730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다양한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주변 사람들…
.
.
아무렇지 않게 난 그 하루를 시작했지만
이름모를 떫떠름함은 시간이 지나도 어쩔 수가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
.
.
“ 할머니 돌아가셨어…”
“………………….”
.
.
사실 옥산이 친가인지 외가인지 조차도… 어느 덧..기억 속에서 조차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
.
어렸을 때나
악몽에 시달렸던 나를 깨워 자신의 품에 안아주던..
그 어릴 적 내 몸짓만한 닭으로부터 나를 지켜줬던..
할머니를 외치며 아장아장 뛰어가던 내가 자빠질가 걱정되 천천히 오라는 그 손짓..
그럴 때야..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란게 있었지
어느 순간부터는 시골에도 잘 가지 않았고 그다지 뚜렷한 왕래가 없어 특별한 기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
.
나의 마음은 꽤 먹먹했지만…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겁이 나는 마음도 들었고
그렇게 나는 자신을 가두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가면 안된다며 이미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
.
지금까지 그다지 가정적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손가락 안에도 꼽지 못할 정도로 없었지만..
.
.
지금은…… 미안했다..아주 많이..
그냥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어머니가 안 계신다…’
.
.
사실 내가 아버지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었을까…
죄송했다….
.
.
‘할머니…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해드리지 못한 이 못난 손자 너무 미워하지마세요…
저도 점점 어른이 되다보니
맘처럼 안 되는 것 투성이네요…
할머니…사랑해요…보고싶어요…이런 말.. 그 동한 한번도 하지 못했지만.
.
.
훌륭하고 옳은 사람으로 성장해서 세상에 보답할게요
.
.
죄송합니다…
이제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