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일단 들어와요 들어올 때 조심하고…”
현아 샘은 양 손이며 등이며 뭔가 짐이 많았다….바리바리
아직은 정체모를 남자아이는 생각보다 낯을 가리진 않았지만 정신이 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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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누구야?”
“응 애인이 삼촌이야 자 얼른 들어가자”
‘모지 이 상황은…’
하지만 왠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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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랬죠?”
“아…아뇨…”
“일단 저녁부터 먹어요 우리…. 나 지금 배 너무 고프니까”
현아 샘의 가방에서는 이것저것 많은 식재료들이 나왔다
“남자 혼자 살면 요리 잘 안 해먹잖아요 내가 삼계탕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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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규에요..임 은 규”
“…………………….”
나는 말없이 현아 샘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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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혼모에요”
“…………………….”
현아 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싱크대에서 생 닭을 손질하며
선뜻 본인의 입으로 자신이 미혼모라는 것을 밝힌다..
아무래도 이런 시선을 적지않게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 봐도 젊은 여자에게 그렇게 어리지 않은 남자아이가 있고
근데 엄마라고 부르는데…..
어쩌면 색안경을 쓴 시선으로 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속앓이를 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어쩌면 꽤 직설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을지도..
현아 샘의 모습이 나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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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밥먹자”
은규는 자연스럽게 현아 샘 옆에 앉는다
뭔가 익숙한 이 모습..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단칸방을 전전하며 다녔다
사실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창피했었던거같고..
내가 커서 자식이 생기면 꼭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은규에게서 어렸을 적 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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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샘 집에 술 없어요?”
“응? 냉장고에 맥주랑 소주 정도는 있을거에요”
다행히 냉장고에는 지난 번 현주가 사다 놓은 맥주와 소주가 좀 있었다
“근데 술마셔도 되요?”
“괜찮아요 조금만 마실거니까”
우리는 그렇게 은규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꽤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작 궁금한 건 물어보지 않은 채..아니 물어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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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거 힘든 건 없어요?”
“병원 일이 다 똑같죠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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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설레임으로 가득할 줄 알았던 우리의 첫 만남은 생각 외로 어색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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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집이라는 공간…그것도 남자 혼자 살고 있는..
그리고 미혼모…..아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지 자연스러울까..혹시나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난 이미 그 답을 알고있었다
다만….입 밖으로 꺼내기가 조심스러웠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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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랬죠? 괜찮아요??”
“………….”
‘현아 샘은 빙빙 돌리지를 않는구나’
사실 이 정도되면 나도 이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 이 사람에 대한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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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많이 놀랬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며 말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만이 내 머릿 속에 가득했다
사실 나의 경우를 비춰보면..
내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 너무 내 상황에 맞춰 배려를 해주려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난 기분이 얹짢았을 때가 꽤 적지 않았다
때론 주위의 그러한 배려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근대 은규 나이가 몇 살이에요? 아직 많이 어려보이는데 말도 잘하고 똘똘하네요”
“다섯 살이요 지 아빠닮아서 나중에 커서도 잘 생겼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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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
모 사실 지금 나와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과민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내심 우리의 대화에서 은규의 친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그럼 애 아빠는……”
조심스럽게..
나도 더 이상 무의미한 대화를 벗어나기로 했다..
“……………………….”
‘괜히 물었나?’
“혹시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되요.. 그냥 계속 모르는 척 궁금하지 않은척 하는게
현아 샘한테 오히려 더 실례일거 같아서 그랬어요”
“아니에요”
“…………..”
“애 아빠..그딴 새끼 지금 어디있는지도 몰라요.. 연락안하고 지낸지 꽤 되었으니까”
은규 나이가 다섯살인걸 생각하면 꽤 어렸을 때부터 혼자 은규를 키워온거다
‘많이 힘들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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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은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요? 사는 데가 노원 쪽인 걸로 알고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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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아빠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엄마는 재혼해서 가끔씩만 연락해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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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살고있어요”
‘대체 이런 대화에서는 내가 모라고 말을 해야하는거냐…..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지…안됐네요 라고 말을 해야하는건지….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답시고 억지로 말을 이을수록..
난 점점 막다른 골목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갑자기 현아 샘이 가벼운 미소를 띄며 웃는다
“애인 샘..애인 샘 참 귀여워요”
“모가요……???”
‘끈금없이 이 상황에서?’
“사실 나 되게 오랜만에 편하게 있는거에요 이런 이야기도 그렇고….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 모랄까…미혼모라고하면 그리 좋은 시선으로는 바라보지도 않고..암튼 모.. 좀 그래요…근데 애인 샘은 뭔가 나를 좀 편하게 해주려고 내 눈치보며 노력하는게 귀엽네요..모 그렇다구요”
“근데..그런걸 보통 귀엽다라고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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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첫 만남….그리고 나를 당황스럽게했던 여러가지 것들…. 근데 우리 꽤 많이 친해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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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은규야 이제 집에 가야지”
은규는 자기 혼자 놀다 쓰려저 자고 있었다
“……………………”
왠지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은규의 모습을 통해 나의 어렸을 적이 비춰져
귀엽다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은 안쓰럽다라는 연민조차 느껴졌다…
잠에 취해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않는 은규를 자연스럽게 혼자서 척하니 등에 업더니
양 손에는 다시금 바리바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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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택시로 데려다 줄게요”
“괜찮아요 혼자 갈수 있어요”
“그래도…..”
“애인 샘 난 그냥 자연스러운게 좋아요 너무 배려하지도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고 그냥 그렇게.. “
“…………”
“난 여자가 아니고 엄마에요….. 은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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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집에 도착하면 연락줘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알겠어요”
그렇게 골목 너머로 서서히 사라지는 현아 샘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도 집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자고 가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그건 좀 오바였던거 같다..’
‘엄마는 정말 강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