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저 들어갑니다”
모랄까...
그냥 뭔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난 도저히 지금 이대로는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 날 바로 연차를 쓰기 위해 과장방으로 향했다…
모.. 물론 또 갑자기 연차를 쓴다고 하면 원장은 쉰지 얼마나 되었는데 또 쉬냐고..
‘씹쌔끼..’
잊으려 했다…어제의 일….대체 왜 저러는 걸까…
오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직장이란 곳이 다 그렇다….
온갖 포장을 해서라도 합리화시키고 나를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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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이미지…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과는 달리
그 겉옷을 벗기면 그저 돈과 명예에 사로잡혀 안하무인이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
물론 모든 사람을 다 같은 잣대에 맞춰 바라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병원의 원장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고생해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따윈 없는 그런 사람….
‘분명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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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일이 너무 하기 싫었다
내가 이곳에서 대체..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이…
확인조차 되지 않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들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애인아 무슨 일이야?”
“저 연차 좀 쓸게요”
“………………….”
“………………….”
“너 요즘 원장이랑 무슨 일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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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어차피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게 위해
그저 동료들의 어려움은 모른 채 하는 그런 사람…
어쩌면 이 사람이 더 나쁜 새끼일지도..
‘어차피 너도 똑같잖아….’
그냥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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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진짜 마지막..
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뇌였었다…
달라진건 그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과는 달리
정말 나의 선택이 옳은지…
진짜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그만큼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하염없이 늘어만 가는 걱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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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사회생활이 다 그렇다… 어딜가나 똑같다…’
누군가는
‘겁이 너무 많다’ 라며….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겁이 많아지는 걸까…
나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인걸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버티고 버티면 단단해질거라…무뎌져갈거라 했던 그런 생각들…
아니걸 맞다고 하고….다 참으니까 너도 참어…
그냥 난 그러기 싫었다…
사람의 이름에 무게가 있듯이
그냥 함께하는 나의 동료들에게 당당하고 싶었을 뿐이고..
나의 이상으로 현실과 싸워보고 싶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스스로가 항상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추구하고 행동해라
생각에는 벽 따위는 없으니까…
하지만…..
요즘 난 느낀다…
현실에 연습 따윈 없다는 것을
나의 그릇이 어쩌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저 허울만 가득한 빈 수레일지도 모른다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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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마지막…진짜 마지막
끊임없는 마지막
그 끝에 또..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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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쉬고 싶어요”
난 그렇게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문득..원장의 짜증과 비꼬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지만…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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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