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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17 - 다이나믹 듀오 (2)
작성일 : 19-11-04 21:4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1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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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설전이 다급하게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다. 수류탄이 설전의 손을 떠나 옥상에서 지면으로 떨어진다. 설전이 고함을 친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은 더욱 납작 엎드렸고 자신이 뭘 잘못한지 모르는 아저씨는 설전의 고함소리를 어리둥절 바라보고 있었다.

 

  폭음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린다. 아저씨는 갑작스레 들린 폭음에 그제야 혼비백산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고개를 숙인다. 설전이 재빠르게 난간 아래로 얼굴을 내민다. 저글링 몇 마리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었지만 그들의 시체는 이미 사람들이 있는 건물 입구까지 다가와 있었다. 설전이 이를 간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

 

  “설마 괴물들 눈치 깠어?! 시X 눈치를 깠으니 네가 수류탄을 던졌겠지.”

 

  “유두! 넌 거기서 반대쪽 건물 옥상 보고 있어!”

 

  “뭐? 왜?!”

 

  두호의 질문에 설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설전은 방아쇠를 당기며 건물로 향하는 괴물들을 저격하고 있었다. 재빠르게 괴물 2마리의 머리를 맞춘 설전은 도로에서 조준을 벗어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외쳤다.

 

  “X발. 수류탄을 깠긴 깠는데 이미 몇 마리가 저쪽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지 몰라. 넌 거기서 올라오는 괴물을 저격하고 있어. 난 여기서 건물로 들어가려는 괴물들 상대 할 테니까.”

 

  “그냥 같이 저격해도 되잖아!”

 

  “그러다 몇 마리 놓쳐서 괴물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면 막상 괴물이 옥상으로 올라왔을 때 대응하는 것에 늦어지게 되잖아. 일단 지금 바로 역할 분담을 나누는 게 편해.”

 

  괴물들에게 사격을 하던 중 설전이 한 괴물을 바라본다. 자미라. 설전에게 큰 고통을 주었던 거대한 괴물이다.

 

  “게다가 지금 저기엔 네가 상대하기 힘든 괴물들도 있어. 그러니 넌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나 함부로 행동 못하게 잘 간수해.”

 

  “뭐야! 어쨌든 구해주려는 거였잖아!”

 

  “저 새끼들이 괴물이 되어서 우리가 공격받는 거 보단 나으니까! 야 수류탄 좀 보내줘!”

 

  설전이 말을 마치더니 수류탄 하나를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그는 다시 수류탄을 던졌다. 설전은 다가오는 저글링 몇 마리의 머리를 날린 다음 다시 엎드리라고 고함을 친다. 이제는 말귀를 알아먹은 아저씨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덩달아 고개를 숙인다. 폭음과 함께 건물이 다시 흔들거린다.

 

  “잠만! 기다려!”

 

  두호가 전투조끼 앞 수류탄 주머니에서 수류탄 두 개를 꺼낸 다음 하나를 차례대로 설전을 향해 던졌다. 설전은 날아오는 수류탄을 겁도 없이 척척 받아 내더니 자신의 수류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난간에 기대 상황을 지켜보았다.

 

  돌격해오던 저글링들의 시체가 건물 아래에 널브러져있다. 무리들 중에서 저글링의 숫자는 확연히 줄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남은 저글링들이 건물로 가기를 망설이는 듯 보였다. 설전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머뭇거리는 저글링들의 머리를 조준해 사격한다.

 

  두 마리째 저글링의 머리를 날려버린 설전이 등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림을 느꼈다. 분명 첫 번째 수류탄의 폭발을 피해 건물 안까지 들어온 괴물들 중 하나가 옥상까지 올라온 것이리라. 그러나 설전은 그 쪽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는 그저 난간에서 괴물들의 머리를 노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설전의 예상은 맞았다. 건물 옥상에 저글링이 한 마리 올라와 있었다. 저글링은 엄청난 속도로 옥상 위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단, 여기서 설전의 예상은 다소 빗나간다. 설전은 건너편 옥상에 괴물이 등장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실은 반대였다.

 

  옥상으로 올라 온 저글링은 난간에 기댄 채 도로를 겨냥하고 있는 설전에게 달려들려 했다. 저글링은 사람들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 온게 아니라 설전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설전이 낌새를 눈치 챘을 땐 이미 반응하기 늦었다.

 

  하지만 저글링은 설전을 덮치기 직전 그 자리에 고꾸라진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던 저글링은 두호가 쏜 총에 머리를 맞더니 이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두호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지금까지 두호는 계속해서 건너편 옥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던 옥상은 건너편이었으니까. 당연히 건너편 옥상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들린 여자의 비명소리에도 그의 시야에선 괴물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건너편 옥상에 있는 여자의 시선을 쫓아 두호가 뒤를 돌아봤을 때 저글링은 이미 설전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두호는 급한 나머지 견착도, 조준도 하지 않은 채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다행스럽게도 총알은 빗나가지 않은 채 괴물의 머리와 몸 곳곳을 뚫었다.

 

  저글링은 이미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두호는 크게 심호흡을 내쉰 다음 설전을 바라보았다. 분명 괴물이 자기한테 온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하지만 설전은 괴물의 시체조차 보지 않은 채 난간에 기대 도로 위의 괴물들을 쏘고 있었다.

 

  “독한 새끼. 내가 엄호해주리라 믿고 있었나? 아니면 삶을 놓은 건가? 꼼짝도 안하네.”

 

  두호가 혀를 찼다. 이번에도 비명소리가 들렸다. 두호가 비명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건너편 옥상에서 저글링이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을 향해 뛰어 오고 있었다. 두호가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사람들이 바닥에 바짝 엎드리자 두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긴다.

 

  옥상에서 쏜 총알은 반대쪽 옥상을 향해 날아간다. 총알은 엎드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의 위를 지나간다. 그리고 저글링과 만난 총알은 사정없이 그 머리와 몸을 꿰뚫는다. 피로 범벅이 된 총알이 임무를 마친 채 괴물의 몸을 빠져나간다.

 

  다음 총알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나간 총알과는 다른 길로 향했지만 결국 괴물의 몸을 통과하여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그렇게 총알들은 두호의 총에서 빠져나가 괴물의 몸을 꿰뚫었다.

 

  “이제부터 고개 들지 마! 맞으면 맞은 새끼만 손해다!”

 

  두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글링 두 마리가 단번에 건너편 옥상 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두호의 손이 바쁘다. 한 마리의 머리를 멋지게 꿰뚫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어느새 옥상의 반을 지나고 있었다.

 

  두호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쓴다. 침착하게 심호흡을 한다. 호흡을 멈추고 총을 쏘자 총알이 멋지게 괴물의 이마를 뚫고 지나간다. 괴물이 비틀거리며 미끄러지더니 아슬아슬하게 사람들 앞에서 멈춰 선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난간에 바짝 붙어 구석으로 몸을 옮긴다.

 

  사람들이 알아서 구석으로 이동하자 두호는 내심 고마웠다. 구석에 있을 경우 괴물이 구석으로만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괴물의 동선을 파악하기 쉽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도 구석 난간으로 몸을 옮길 수 있었다.

 

  이 건물 옥상 구석 난간에서 설전이 도로를 향해 저격을 하고 있는 터라 엄호와 대화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두호가 다급하게 설전 곁으로 간다. 그는 잠시 설전 등 뒤 너머 난간 아래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낫잡이와 저글링의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오오, 대단한데!”

 

  “뭐가 오오냐! 신경 저리로 돌려! 방금 저 쪽이랑 이쪽으로 낫잡이랑 저글링 몇 마리가 들어갔어!”

 

  “X발! 걍 수류탄을 까서 던지지 왜 총질이냐!”

 

  “아직 쓸 타이밍이 아니야.”

 

  설전이 자미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저 녀석들이 여기까지 오지 않고 있어. 마치 중요한 무기를 아껴두는 것 같은 느낌으로. 녀석들이 뭉쳐있을 때 던져야 돼. 하지만 설전의 이 생각을 두호는 알 리 없었다. 두호는 그저 설전의 윽박지름에 옥상 위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건너편 건물 위로 낫잡이가 올라왔다. 낫잡이는 지체 없이 사람들을 향해 달려온다. 그러나 두호는 건너편 건물의 낫잡이를 향해 총을 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있는 건물 옥상에 올라온 저글링들을 향해 총을 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글링 3마리 중 한 마리가 쓰러졌지만 아직 2마리가 남았다. 두호는 전혀 반대편 건물 쪽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사격으로 남은 두 마리 중 저글링 한 마리를 쓰러뜨렸지만 이미 한 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두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두호조차 이런 상황에서 반대편 건물 옥상에 낫잡이를 따라 저글링이 한 마리가 나타난 줄은 모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이 허공을 타고 두호의 귀까지 전해졌지만 그런 간절한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두호는 차마 저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할까 라며 당황하고 있는 두호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이곳 옥상의 마지막 남은 저글링을 향해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저 저글링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방금 막 여기로 올라온 낫잡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차마 반대편 건물을 엄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끝인가. 저쪽 건물은 버려야 되는가. 두호가 이를 갈며 머리를 싸매던 그 순간 난간 아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수류탄 소리였다. 두호는 남은 저글링의 머리에 총알을 때려 박느라 상황이 어찌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올라온 낫잡이의 머리에도 총알을 먹인 다음 어떻게 된 것인지 설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설전은 난간 아래를 사격하는 것을 멈추고 수류탄을 꺼내 던졌다. 그런 다음 그는 반대편 건물을 향해 조준한 다음 올라온 거의 사람들 앞까지 다가와 촉수를 내밀던 저글링과 낫잡이들을 쏘고 있었다. 괴물들은 설전의 총에 무력하게 쓰러져 갔다. 확실히 엄청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방 내지 두 방에 괴물들이 쓰러져 나갔으니까. 두호가 괴물을 쓰러뜨리려면 괴물 몸에 4~5발의 총은 발사해야 했다.

 

  설전이 탄창을 갈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넌 여기서 반대편 옥상 쪽을 겨냥하고 있어. 대부분 다 죽였지만 아직 저쪽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을 거야.”

 

  “엉? 뭐야, 갑자기 그런 당연한...”

 

  “난 아래로 내려간다.”

 

  두호가 설전의 어깨를 잡는다. 자신을 쳐다보며 미쳤냐고 말하는 두호를 향해 설전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더니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킨다. 두호가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냐며 욕을 하자 설전이 시끄럽고 절대로 반대쪽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당부할 뿐이었다.

 

  다시 말릴 새도 없이 괴물들의 시체를 넘으며 설전은 빠르게 옥상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는 거칠게 계단을 내려가다 마침 올라오던 낫잡이와 마주친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낫잡이의 머리에 구멍을 뚫은 뒤 그 시체를 넘어 간다.

 

  1층 현관에 도달한 그는 자미라들을 바라본다. 자미라들은 멀리 떨어져 둘은 반대편 건물로 하나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설전이 수류탄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아까 난간에 있을 때를 떠올린다. 두호가 이 건물 옥상의 괴물을 상대하느라 바빴기에 설전은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반대편 건물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여기로 오는 괴물들은 수류탄으로 막고 자신은 반대편 옥상을 엄호한 설전이었다. 반대편 괴물들을 전부 처리한 다음 설전은 상황을 보기 위해 아래를 바라보았었다.

 

  그러나 방어를 위해 던진 수류탄은 자미라들을 두 팀으로 나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아마 몇 번 수류탄의 공격을 눈치 챈 그들이 따로 떨어져서 행동하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수류탄을 던지게 된다면 반대편 건물로 가는 자미라 두 마리를 향해 던지는 게 맞다. 그리고 남은 자미라 하나를 처리하면 끝이다. 그렇게 되면 두호와 설전, 그리고 반대편 건물의 사람들도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 사실 자미라를 제외한 모든 저글링과 낫잡이들은 모두 처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말로 하면 쉽지 사실 그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미라의 방어력을 생각한다면 수류탄을 던졌다 해도 어느 정도 멀쩡할 가능성이 있기에 위험하다. 거기다 만약 정말 수류탄을 던졌는데 멀쩡하다면? 아무리 설전의 사격실력이 높다 하여도 여기 난간에서 자미라의 유일한 약점인 눈과 입을 제대로 맞출지 그는 확신은 없었다.

 

  예전 단비와 지희가 자미라가 되었을 때 총과 수류탄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들이 아직 괴물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피부가 완전하게 딱딱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완전한 괴물이 되지 못했기에 그녀들은 설전 한 명에게 쓰러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거조차 쉽지 않았지만.

 

  허나 저기 있는 자미라들은 그녀들과 다르게 완벽히 괴물이 된 모습이었다. 저 상태의 자미라 1마리를 설전과 대범 두 사람이 싸웠던 적이 있었다.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지만 수류탄 이외엔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그나마 수류탄을 던져도 근접거리에서 터지지 않으면 파편들 중 몇 개만 괴물의 피부를 뚫고 지나갈 뿐 괴물의 사지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때 설전의 총알이 운 좋게 자미라의 눈을 뚫고 뇌를 파괴시키지 못했다면 설전은 지금 여기에 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자미라가 지금 설전의 눈앞에 3마리나 있는 것이다. 설전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결국 난간에서 쏘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고 마냥 수류탄의 살상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아래로 내려가 자신 스스로 미끼가 돼서 자미라 3마리를 꾀어낸다. 그리고 한 마리씩 제대로 쓰러뜨린다.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었지만 반대편 건물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제대로 미끼 역할이 된다고 한다면.

 

  “오지랖도 정도껏이지. 그냥 우리 쪽 건물로 올라오는 괴물들만 노렸으면 수류탄도 아끼고 좋았을 텐데. 하... 왜 이 모양일까 나는.”

 

  건물로 향하던 자미라가 현관에 대기하던 설전을 발견한다. 설전도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자미라의 반응이 빠르다. 하지만 설전의 반응이 자미라보다 더 빨랐다. 자미라의 눈을 조준한 설전이 방아쇠를 당겼다.

 

  첫 번째 총알은 아쉽게도 눈언저리를 맞췄다. 총알은 딱딱한 자미라의 피부에 박혔고 그 의미는 자미라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설전은 아쉬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음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자미라의 눈에 총알이 명중했다. 총알은 자미라의 눈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뇌를 꿰뚫었다. 자미라가 비틀거리던 순간 설전은 현관 밖으로 나와 나머지 자미라들을 살폈다. 자미라들은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 설전과 자신들의 동료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더니 발걸음을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설전은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큰일 났다고 여겼다. 1마리로도 힘든데 3마리라니.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할 겨를도 없다. 설전은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고 비틀 거리던 자미라의 손이 설전의 머리 위를 지나간다.

 

  건물 현관 옆 벽이 무너진다. 한쪽 눈을 잃은 자미라였지만 아직 뇌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아 설전에게 공격을 가한 것이다. 설전은 재빨리 현관 계단으로 올라간다. 자미라도 따라 들어가려 하지만 현관에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덩치가 커서 설전이 있는 계단 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가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머뭇거리는 자미라의 눈을 향해 설전이 다시 총을 쏜다. 5발을 쐈지만 3발만이 자미라의 눈에 명중했다. 자미라가 괴로워하더니 현관에서 물러난다. 현관 입구 밖까지 나온 설전이 다시 눈을 향해 총을 쏜다.

 

  자미라가 비틀거린다. 그러나 설전은 자미라가 쓰러지는 것을 볼 순 없었다. 그 공격에도 자미라가 버틴 것이 첫째 이유였고 둘째는 설전이 어느새 도착한 자미라 2마리 중 한 마리가 휘두른 손에 얻어맞아 나가떨어져 거리를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에 치인 느낌이다. 설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치이면 이런 느낌이겠지. 고통스러운 몸을 재빨리 일으킨 설전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뼈가 부러진 느낌은 들지 않는다. 몸이 무거웠지만 그리 크게 신경쓸만한 통증은 아니었다.

 

  운이 좋았다. 설전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직 괴물이 되지 못한 자미라의 공격을 맞고 거의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크게 피해를 입었었던 그였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을 당했지만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고 아직 체력도 남아있다.

 

  아마 설전을 공격한 자미라는 비틀 거리던 자미라의 위치 때문에 방해 되서 제대로 힘이 실린 공격을 하지 못한 듯 보였다. 증거로 자미라 두 마리가 설전을 향해 가지 못하고 옹기종기 얽혀있었다.

 

  눈과 뇌를 다친 자미라는 어기적거리며 설전을 찾고 있었고 설전을 공격한 자미라는 다친 자미라가 자신을 막아서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안도할 새가 없었다. 엉켜있는 놈들 말고 다른 멀쩡한 자미라는 설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있기에 설전에게 관심을 끈 것인가.

 

  다른 한 마리는 건물을 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의 자미라가 두호가 있는 건물의 창을 하나씩 잡아가며 등반 중이었다. 자미라의 크기를 생각하면 조만간 건물 옥상까지 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설전은 다급했다. 자신이 미끼가 되어 괴물들이 자신만을 노리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은 거의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다른 한 마리는 두호를 노리고 있다. 설전은 두호를 향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설전의 다급한 시선이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두호가 총을 들고 아래를 겨냥하고 있었다. 뭐지? 설전이 두호의 생각을 읽기도 전에 두호의 총 끝이 번쩍였다. 총성이 연달아 울리며 올라가던 자미라의 머리에서 피가 튀어 오른다.

 

  자미라의 두 눈덩이에서 피가 튄다. 두호의 총알이 자미라의 두 눈을 맞춘 것이다. 자미라가 비틀거리더니 이내 건물을 잡은 손을 놓고 만다. 자미라가 떨어지며 밑에 있던 자미라 2마리를 깔아뭉갠다. 두호가 설전을 보더니 어디론가 피하라는 손짓을 한다.

 

  설전은 그게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두호의 손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두호가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수류탄을 2개 준 것이 전부 준 게 아니었던 것이다. 설전도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두호와 설전이 동시에 자미라가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두 개의 수류탄이 자미라를 맞혔다. 두호는 난간 안으로, 설전은 다른 건물 안으로 몸을 피했다. 폭음과 동시에 흔들리는 진동이 설전에게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치수는 옥상으로 올라온 것이 괴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건 옆에 있던 수진도 그리고 반대편 건물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던 두호도 마찬가지였다. 몰골이 험악해서 그렇지 올라온 것은 다행스럽게도 설전이었다. 그는 옥상에 올라오자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계단 오르는 게 힘든 것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였기에 한숨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상황이 끝난 다음 몰려오는 설전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그는 왜 저리 무서운 표정을 짓는거냐며 속으로 불만을 토로 했다. 그는 눈이 침침해짐을 느낀다. 피로가 갑자기 몰려왔나? 하지만 설전은 별로 상관치 않고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

 

  괴물들의 시체를 넘어 난간 구석에 웅크린 채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들을 향해 걸어온 설전이 그들 앞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열었다.

 

  “괴물들은 다 처리했어. 아저씨. 당신 말대로 구해주러 왔다.”

 

  아저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건 죄책감에 범벅이 된 소인배의 얼굴이었다. 창피함과 주책에 대한 책임이 그의 얼굴에 수심을 가득 끼워 넣었다. 설전이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어지럼증을 느끼고 비틀거린다.

 

  사람들이 어어 라고 하며 당황해한다. 설전이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고 머리를 만진다. 끈적한 익숙하고도 기분 나쁜 감촉이 손에 느껴진다. 그가 손을 바라보자 손바닥에는 흥건한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또 상처로군. 설전은 놀랐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눈이 침침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괘...괜찮으세요?”

 

  수진이 걱정되는 듯 설전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나 설전은 수진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던졌다. 사람들은 설전이 던진 라이터를 피해 움직였다. 저게 무슨 행동인가 하며 사람들이 설전을 바라보자 설전이 라이터를 들어서 불을 키라고 재촉했다.

 

  “불을 켜서 자기 살갗에 가져다 대라. 그렇게 한 새끼들만 구해준다.”

 

  “네?”

 

  “이봐, 그게 무슨...”

 

  설전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 총구가 자신들을 향하자 여자들은 낮게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이 왜 그러냐며 설전을 향해 애원했지만 설전은 짜증난다는 듯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지금 당신들 구하려고 대가리에서 피가 나도록 싸웠어. 근데 그런 사람이 여기까지 올라와서 뭔가를 시켰는데 그걸 하는 게 싫냐? 왜? 화상이라도 당하면 아프니까? X발 너네 눈엔 내 몰골은 안 아파보이냐?”

 

  설전이 낮지만 거친 목소리로 사람들을 윽박질렀다. 단호하다. 단호한 만큼 무섭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총을 들이대는 남자에게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들 그런 설전의 기세에 짓눌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때였다.

 

  치수가 먼저 나서서 라이터를 집어 불을 켰다. 그는 불을 자신의 팔에 갖다 대었고 라이터불은 가차 없이 그의 팔을 지졌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과 동시에 치수가 설전을 노려보았다. 설전도 치수의 눈을 보았다.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그 남자였다.

 

  설전이 엄지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저쪽 뒤로 빠지라는 이야기였다. 치수는 단번에 그 손짓의 의미를 이해했다. 치수는 라이터를 수진에게 넘겨준 다음 설전의 뒤로 돌아갔다. 라이터를 받은 수진은 망설이더니 치수를 한 번 보고서는 자신도 치수와 마찬가지로 라이터의 불을 키고 그 불을 팔에 갖다 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전은 이번에도 역시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수진마저 설전의 뒤로 빠지자 사람들이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저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모두 이 행위에 의문을 가지며 주저하고 있던 중 이미 뒤로 가있던 치수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냥 갖다 대요. 어차피 화상 조금 입는 정도로 우릴 살려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돌한 녀석이군. 치수의 말에 설전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웃는 모습을 보이자 그에게 겁을 먹었던 사람들도 이내 경계심을 풀더니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두호가 마음에 들어 하던 여자부터 치수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남자 하나, 그리고 눈치 없이 성질을 내는 아저씨를 마지막으로 전부 라이터 불을 자신의 팔에 갖다 대었고 모두 통과되었다. 사람들은 이걸 왜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설전은 만족한 듯 아저씨가 버린 라이터를 줍더니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총 5명인가. 후... 미치겠군.”

 

  “뭐가 미치겠냐?”

 

  두호가 옆 건물 난간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설전이 미간을 찡그리더니 손으로 피를 닦은 다음 두호를 향해 보여줬다. 두호가 오우 케찹 거리며 감탄하자 설전이 두호에게 욕설을 날리며 성질을 냈다.

 

  “케찹같은 소리하네. 내가 이런 꼬라지 난 게 즐겁냐?”

 

  “꼬라지같은 소리하네. 지 멋대로 내려가서 존나 당한 주제에. 게다가 네 계획 제대로 안됐거든? 여기로 기어 올라오는 괴물 내가 처리했어, 임마.”

 

  “그래, 그건 미안하다. 미끼가 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어.”

 

  “아무튼 팀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더럽게 싫어하는구만.”

 

  두호가 웃으며 말하자 설전도 웃는다. 둘의 웃음소리가 옥상을 가른다. 다른 괴물들이 있을지 모를 텐데 일단 둘은 웃는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웃어도 괜찮다고 여기고 있다. 서로 무사한 상황을 웃음으로 축하한다. 둘의 웃음은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설전은 웃으면서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강물을 타고 가다보면 꼭 원하는 흐름을 타지 못할 수 도 있다. 때때론 물결에 휩쓸려 자신 뜻대로 움직이지 못할 수 있고 튀어나온 바위에 몸을 부딪혀 다칠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거센 물살에 허우적대다가 눈을 떠보니 전혀 낯선 강에 도착하기도 다반사다.

 

  그러다가 행여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설사 다시 실수한 곳으로 돌아와 거기서 다시 강물을 타고 간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길로 제대로 가게 될지도 의문이다.

 

  휩쓸리는 인생. 설전은 자신의 인생이 강물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 강물에 휩쓸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어떠한 것도 잡지 못하고 무슨 행동조차도 제한당하며 그저 흐르는 대로 살고 있다. 숨이 막힐 대로 막히는 인생. 가끔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쉴 때 느낄 수 있는 살아있다는 행복.

 

  허나, 설전은 생각한다. 이 행복이 정말 행복인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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