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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02 -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1)
작성일 : 19-10-07 22:52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19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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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것은 성이었다. 착실하게 쌓인 시멘트 벽돌들은 겹겹이 대형마트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마트의 1층 창은 바깥에서 2중으로 쌓인 벽돌로 인해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으며 2층의 창은 안쪽에서부터 벽돌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벽돌의 높이는 높아서 4m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마트의 정문에도 벽돌이 겹겹이 쌓여 있었으며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만이 뚫려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설전은 마트의 정문으로 리어카를 끌고 가지 않았다. 설전이 향한 곳은 마트의 물류창고 쪽이었다. 그곳도 시멘트 벽돌들이 쌓여 있었지만 창고 앞 주차장 곳곳에 파손된 차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어서 마치 작은 미로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설전은 그 미로를 지나 벽돌로 가려지지 않은 물류창고 입구에 다다랐다.

 

  창고 입구는 여러 개의 셔터들로 이루어졌지만 전부 닫혀있었다. 그 중 딱 하나의 셔터가 반만 열려 있었는데 안쪽에 쌓아놓은 시멘트 벽돌로 인해 양 쪽이 막혀 실질적인 입구는 셔터 중간, 2m 내외의 넓이 정도 밖에 안 되었다. 설전은 그 셔터를 지나 리어카를 끌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해는 저물어 창고 안은 스산할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설전은 리어카를 잠시 멈춘 다음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손전등을 꺼내서 켰다. 손전등의 빛이 창고 이리저리 비추다가 지게차가 있는 곳에 멈추었다. 설전은 지게차 쪽으로 가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다. 지게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설전은 능숙하게 지게차를 이용해 지게차 포크 위의 벽돌 뭉치를 옮기기 시작했다. 벽돌 뭉치라기 보단 거의 벽에 가까운 시멘트 벽돌들. 그것을 든 지게차가 설전이 들어온 입구에 다다르자 입구는 벽돌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졌다.

 

  설전은 지게차의 시동을 껐다. 지게차의 라이트도 꺼지자 다시 주머니를 뒤적거려 아까의 손전등을 꺼내 창고를 비추었다. 그는 지게차에 내리더니 셔터를 마저 내린다. 원래는 자동셔터였지만 수동으로 내릴 수 있도록 고친 게 다행이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어쩌자고 이걸 안 막아 놨다냐. 하여간 안전 불감증이라니까 울 엄빠는.”

 

  가볍게 혀를 차며 창고 안을 걸어갔다. 손전등의 빛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전의 움직임을 조종했다. 그는 빛에 홀린 듯 손전등이 이끌어 주는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갔다. 이윽고 문을 하나 지나자 설전은 창고를 벗어나 마트의 내부로 들어왔다.

 

  그곳도 창고와 마찬가지였다. 숨이 막힐 듯한 어둠이 설전을 사방에서 감싸려고 손길을 내밀었다. 설전은 그럴 때마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어둠을 물러가게 했다. 그러다 그의 눈에 한 곳에서만 유독 밝게 빛나는 곳이 보였다. 설전은 아무 말 없이 밝게 빛나는 그 장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채소 코너를 지나 식기코너, 라면 코너를 거쳐 사탕 및 과 과자 코너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촛불이 켜져 있어쓰며 설전의 아버지인 대범과 어머니인 권란이 침낭을 덮고 누워있었다. 설전은 총을 내려놓고 전투조끼를 조심스레 벗으며 자리에 앉았다. 설전은 전투조끼를 접어 가지런히 놔둔 다음 내려놓은 총을 한쪽에 세워두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문 열어놓고 뭐하는 거예요. 안 막아놓고.”

 

  “네가 어련히 들어오면서 안 막을까.”

 

  설전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욱하고 올라왔지만, 천천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괴물들 들어오면 어쩌려고요.”

 

  “총 있잖아. 총.”

 

  “총으로 잡기 전에 그런 상황이 안 만들어지게 해야죠.”

 

  설전은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아버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혀를 한번 차며 설전은 말을 이었다.

 

  “앞문은 막았어요?”

 

  “어. 어차피 너 그거 끌고 오면 거기로 안 들어올 거 같아서 일찌감치 막아놨지.”

 

  “잘 하시긴 했는데 그렇게 작은 문은 잘 막아놓으셨으면서 창고 문은 왜 열어놓으셨대.”

 

  “괴물이면 깡통 딸랑이 건드리니까 괜찮아.”

 

  “제가 건드렸으면 어쩌려고요.”

 

  “지 잘난 줄 아는 놈이 이런 상황에 그런 거 건드릴 정도로 멍청한 짓을 저지를까.”

 

  “만약이란 게 있잖아요.”

 

  “가서 총 쏘는 거지, 뭐. 무슨 문제야. 살고 싶으면 다급하게 아빠하고 대답했겠지.”

 

  “거짓말. 그냥 쏠 거면서.”

 

  설전이 구시렁거리며 진열대 위의 사탕을 하나 꺼내 들어 입에 넣었다. 사탕이 치아와 부딪히며 달그락 소리를 내자 설전의 혀에 단물이 뿌려졌다. 단 게 들어오니 설전의 마음도 잠시 누그러졌다.

 

  “아서라. 너네 아빠 계속 창고 안에서 너 기다리다 너 들어오는 거 보고 이제 들어온 거다.”

 

  권란이 누워서 눈을 감은 채 돌아보지도 않고 설전에게 말했다. 설전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아까까지 입던 옷을 벗고 사탕 판매대에 개져있던 운동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그 다음 진열대에 매달린 건전지 램프를 켜고 소총을 집어 탄창을 분리한 뒤 장전 된 총알을 빼서 탄창 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총기수입용 칫솔과 꽂을대, 그리고 강중유와 윤활유를 들고 오더니 총을 분해하여 총기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대범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고 권란은 여전히 누워서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꽂을대로 총열 안에 남아있는 윤활유를 제거하고 있던 설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정말로 있으니까 더 열 받더라고요.”

 

  “뭐가? 아, 그거 파이프?”

 

  “진짜 거기 철물점 앞에 가보니 리어카에 파이프가 가득 들어있더라고요. 이런 걸 나에게 짬시키시나 싶어서 괜히 열 받기도 하고 그랬죠, 뭐. 도대체 왜 놔두고 오신거에요.”

 

  “무겁잖아. 늙어서 그런지 너무 힘들더라고. 그걸 끌고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니 답답해서.”

 

  대범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대범의 아들은 그런 대범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지 노리쇠 뭉치를 분해하면서 불평을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뭔 비도 안 오는데 저장고를 벌써 만들어요. 만들려면 여기에 오자마자 진즉에 만들지.”

 

  “임마 그때는 뭐, 여기 보수하랴 괴물들한테 도망치랴 싸우랴 여기저기 바빠서 혼도 나가고 정신도 제대로 없고, 그래서 그런 거 아냐. 이제 좀 살 만하니까 여기에 우리 살림살이들 하나 둘 씩 보태는 거잖아. 거기다 물탱크에 빗물 받아서 쓰는 거는 뭔가 비효율적이니까 면적을 넓히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몇 날 며칠 날씨 쨍쨍한 지금 만들어 놓는 게 의미가 있냐고요.”

 

  “그럼 비 막 쏟아질 때 그때 만들까? 막 비 맞아가면서? 그게 더 안 힘드냐?”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넌 똑똑해 보이다가도 가끔 어이없을 정도로 멍청할 때가 있는데 그런 거 보면 막 그렇다? 우리 애가 왜 저럴까 싶기도 하고.”

 

  대범의 핀잔은 계속 이어졌지만 설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겐 고정 핀을 어디다가 뒀더라 하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의 답을 눈알을 굴려가며 찾아내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왼발 근처에서 고정 핀을 찾은 그는 노리쇠뭉치를 결합하면서 대범의 말이 끝날 즈음 말을 이었다.

 

  “근데 비 올까요? 슬슬 물이 걱정되는데.”

 

  “요 몇 주 동안 비가 많이 온 적 없었지?”

 

  “네. 마지막으로 비 온 게 8일 전이에요.”

 

  “조만간 장마 오겠지. 그럴 시기잖아.”

 

  “그전까지 비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오면 좋겠네요.”

 

  “아껴야지 뭐, 어쩌겠어.”

 

  부자간의 대화 주제가 끝나가자 분해되었던 총기의 조립도 끝났다. 설전은 총의 장전 손잡이를 잡고 노리쇠를 2, 3회 후퇴전진 시킨 다음 총을 격발시켜 보았다. 노리쇠는 부드럽게 움직였으며 격발도 찰칵 소리를 내며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소총을 진열대에 세워두고 침낭으로 들어가 옆에 있던 만화책을 집고 읽으려던 설전은 행동을 잠시 멈추고 아까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3일 동안은 안에서 생활해야 될 것 같아요.”

 

  대범과 권란은 대답이 없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까 낫잡이를 죽였어요. 몇 마리 더 있을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외부로는 나가지 마요.”

 

  “아까 뭔 큰소리 난 게 너였냐?”

 

  대화가 끝나자 돌아누웠던 아버지는 다시 뒤를 돌아 아들을 보며 말했다. 아들은 또 잠시 기분이 언짢은 듯 볼 멘 목소리로 항의했다.

 

  “뭐야, 들렸으면 좀 나와 보시지 그랬어요.”

 

  “뭐가 있을 줄 알고 어떻게 나가.”

 

  “아, 하긴 그러네요.”

 

  대범이 또다시 핀잔을 줬다. 하지만 설전은 이번엔 아버지의 핀잔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잘라먹으며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참, 죄송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괴물 아니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란은 눈을 떴다. 침낭 밖으로 손을 내민 권란은 촛대에 꽂힌 촛불 위에 손을 올렸다. 대범도 마찬가지로 촛불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설전은 두 사람의 행동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윽고 자신도 촛불 위에 손을 올려다 놓았다. 뜨거운 열기가 곧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통의 신호를 뇌가 전달했다.

 

  설전은 촛불 위에 손을 떼고 자신의 부모님을 향해 손바닥을 보여줬다. 그건 설전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을리고 곧 화상 자국을 남길 듯 손바닥이 붉게 부풀어 오르긴 했지만 세 사람의 손바닥 모두 별 이상은 없었다. 권란은 다시 팔을 침낭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대범도 침낭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설전은 침낭에 반 쯤 몸을 넣은 채 만화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밤 8시. 가족이 잠드는 시간은 해가 진 이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족 중 제일 먼저 일어난 설전은 자신의 머리맡 진열대 위의 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새벽 5시 25분. 해가 뜨기 시작하여 세상이 점차 밝아질 시간이지만 마트 안에는 그저 어둠만이 짙게 깔렸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건전지 램프를 매달아 놔서 설전의 가족들이 자는 곳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설전은 머리를 두어 번 긁적거리더니 손전등을 켜고 진열대 위에 두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 진열대에서 개어진 옷을 뒤적거리더니 몇 벌을 꺼내 들어 운동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전투조끼를 걸치고 K-2소총을 메었다. 준비를 마친 설전은 손전등을 들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설전은 마트의 벽 쪽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뚫려있는 곳은 없는지, 부서진 곳은 없는지, 혹시나 보강해야 할 곳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그는 마트의 작은 입구, 정확히는 시멘트 벽돌로 인해 작은 입구 하나만 남기고 거의 다 막혀진 대형마트 정문에 다다랐다. 거기에는 지게차 한 대가 설전이 창고 입구를 막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입구를 벽돌 뭉치로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혹시나 틈이 많이 벌어진 거 아닌가 벽돌뭉치와 입구와 맞닿은 부분을 손전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벌어진 틈은 기껏해야 2cm 내외였다. 설전은 안심하고 입구를 지나 계속해서 벽을 만지며 이동했다.

 

  1층은 아무 이상 없었다. 밖에서 시멘트를 발라놓고 겹겹이 밀착해서 쌓아놓은 벽돌들은 빛 한 줄기가 마트 안으로 새어나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설전은 손전등을 껐다. 설전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눈에 적실 빛 한 줄기를 찾아 헤맸지만 아쉽게도 눈은 어느 한 줄기의 빛도 잡아내지 못했다. 설전은 손전등을 켰다. 설전의 눈이 빛을 반갑게 맞이한다. 설전은 손전등을 들고 2층을 향해 걸어갔다.

 

 

 

  설전은 3층 주차장으로 나왔다. 2층의 점검을 마친 설전은 3층도 마저 다 확인한 다음 주차장에서 주변 상황을 볼 심산으로 밖으로 나온 것이다. 3층의 주차장으로 나온 설전은 비로소 마트 안의 퀴퀴하고 어두운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벼운 바람이 설전의 뺨을 스치자 설전의 몸에 붙어있던 마트 안의 어두운 찌꺼기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적어도 설전은 그렇게 느꼈다. 아침 공기는 쌀쌀했지만 지금 계절엔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설전은 주차장 벽에 기대어 바닥에 앉았다. 피곤한 건 아니었지만 잠시 쉬자는 생각이었다.

 

  매일 아침, 이 순찰을 설전은 빼먹은 적이 없다. 이곳에 몸을 의탁하고부터 순찰은 설전에게 있어서 일과를 시작하는 첫 단계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부지런해졌을까. 설전은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질문의 답을 금세 내놓았다. 불안감 때문이지.

 

  설전은 고개를 숙였다. 총구를 부여잡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실 불안해서 그런 거지. 무서워서. 공포심. 죽음에 대한 공포? 그것보다 더 무서운 사태가 벌어질까 봐. 그래서 매일 가족들 보다 먼저 일어나서 곳곳을 돌아보는 거야. 그런 그의 머리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난 언제까지 이 짓을 하고 있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연신 고개를 저어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싶었지만 설전은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저 불평의 물꼬를 트기 위해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무의식 속의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설전을 휘어잡은 것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언젠간 끝날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알고 있지. 평생 이 짓거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한 달 뒤도 일 년 뒤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그리고... 그리고...

 

  설전은 생각을 멈추었다. 어느새 자신이 눈을 질끈 감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소수를 셀까? 관두자. 더 머저리 같아 보여. 그냥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자.

 

  설전에게 있어서 생각은 물과도 같았다. 생각은 마치 물웅덩이처럼 어딘가에 고여 있다가 갑작스럽게 설전에게 물을 튀기는 일도 있었지만 거대한 물웅덩이에 물꼬가 터져 원치 않던 생각의 홍수가 설전을 집어삼키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설전은 끝없는 생각의 범람에 휩쓸려 자신이 하는 일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이 막 그러기 직전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설전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둬야 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설전은 주차장 난간으로 향하려 했으나 혹시나 싶어서 주차장 입구로 향했다. 사실 주차장 입구라고 부르기도 그랬다. 여기 대형마트에 터를 잡고 얼마 뒤 대범이 어디선가 굴착기를 몰고 와서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완전히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길을 완전히 부숴버리고도 성에 안 찼는지 대범은 입구에 또다시 벽돌을 쌓아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벽이 되어버린 봉쇄된 입구엔 어떠한 균열도 나 있지 않았다. 설전은 그제야 난간으로 이동하여 바깥세상을 보았다.

 

  어느새 하늘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건물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들이며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우후죽순 솟아나 있는 건물들이 반짝이는 모습은 흡사 각기 모양이 다른 예쁜 유리잔들을 늘어놓은 듯 색다른 장관을 연출해 냈다. 아름답다. 확실히 설전은 그 순간만큼은 그것을 인정했다. 고요함. 그것이 이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였으리라.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리. 자동차 소리. 음악 소리. 어떠한 것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함. 설전은 애써 그 고요함의 원인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그만둬. 잠시만이라도 이 평화로움을 만끽하자. 평화롭다.

 

  순간 자신이 너무나 모순된 생각을 하고 있단 생각에 설전은 혼란스러웠다. 평화롭다고? 지금?

 

  “제길, X발.”

 

  욕이 절로 나왔다. 다시 설전은 미쳐버리기 직전에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또 생각의 물꼬가 터져 자신을 휘감을 뻔했다. 자신의 나쁜 버릇을 탓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설전은 자기만 상처 입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만한 여유 따윈 없다. 설전은 재빠르게 자신을 납득, 설득시킨 다음에 난간 아래와 멀리 건물 및 길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래. 이게 현실이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밑뿌리는 저렇게 썩어 있는 거야.”

 

  그의 시야에는 길가의 백골들이 즐비했다. 어지럽게 쓰러져 있는 백골들이 설전에게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아름답게 보이며 평화롭게 느껴지는 지금의 고요함은 사실 이 참상으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라고. 알아. 이제 그만해. 설전은 침을 한번 크게 삼키더니 소총을 들어 계속해서 마트 주변을 탐색했다. 그러다 움직임을 멈춘 설전은 바지 주머니에서 스코프를 꺼내 소총에 장착한 뒤 어제 그 괴물을 만났을 때처럼 재빠르게 소총을 견착하고 한 곳을 조용히 노려보았다.

 

  설전의 시야를 통해 스코프의 렌즈 너머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어제 그 괴물과 똑같은 모양의 남자 괴물이 비틀거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설전은 이 형태의 괴물을 낫잡이라고 불렀다. 모양새가 낫과 같은 갈고리 모양의 손톱이 팔과 손 대신 돋아 있었기에 설전은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역시 아직 이 도시에 사람이 있었구나. 아니면 수명이 좀 더 긴 괴물 녀석일 수도 있고. 설전의 손가락이 방아쇠 고리 안쪽으로 들어왔다. 쏠까? 아니, 좀 더 지켜보자. 괜히 잘못 쐈다가 총 소리를 듣고 녀석의 동료들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어. 그럼 귀찮아지지. 그럼 쏘지 말까? 그게 좀 더 나은 방법이긴 해. 하지만 이것도 좋지 않지. 지금 죽이지 않고 시야 내에서 사라지면 저 녀석이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모르니 오히려 외부로 활동하는데 더 제약이 걸리니까. 함부로 나설 수 없긴 하지.

 

  일단 지켜볼까? 지금은 이게 선택지로서 활용가치가 높아. 녀석이 혼자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발사하는 게 답이지. 하지만 그것도 시야 내에서 사라지기 직전까지다. 역시 녀석을 그냥 살려둬서 돌아다니게 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커. 시야 내에서 사라지기 직전까지 녀석의 행보를 관찰하다가 녀석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확인되는 순간, 혹은 시야 내에서 사라지기 직전. 이때가 발사 타이밍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설전이지만 조준점은 절대로 낫잡이의 머리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낫잡이를 바라보던 설전은 낫잡이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급해 보였지만 어쩐지 몸에 힘이 없는 듯 지쳐 보였다. 무엇을 다급히 찾고 있었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심하게 뒤뚱거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설전은 저 행동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조준점은 여전히 낫잡이의 머리에 정조준되어 있었다.

 

  낫잡이가 심하게 비틀거리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손에 달린 갈고리를 이용해 바닥을 기어 다녔지만 느린 몸동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괴로운 듯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가 대형마트 3층 주차장까지 날아와 설전의 귀를 자극했다.

 

  단말마. 그것은 단말마였다. 인간의 소리로 내는 비명이 아닌 괴물이 내는 죽기 직전의 비명.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우면서도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듯 억울함이 느껴지는 통한의 비명이었다.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러나 설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조준을 떼지 않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는 멎었고 낫잡이는 더는 소리를 지르지도, 움직이지도 않게 되었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다시는 나지 않았다.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정적이 아침을 감쌌다. 대형마트 난간에서 쇳덩이를 든 한 남자의 깊고 조용한 숨소리만 작게 울리다가 이내 흩어졌다.

 

 

 

  “다 설치된 건가요?”

 

  설전의 물음에 대범은 그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여차하면 수영도 해도 되겠네요.”

 

  높이 3m, 지름 2.5m의 물탱크를 보며 설전이 입을 열자 물탱크 위의 대범이 만족스러운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이 정도는 되어야 여름을 날 수 있을 거 아니겠냐!”

 

  “이번 건 수도꼭지도 달려있네요. 어머니가 말한 거 은근 신경 쓰였나 보네.”

 

  “신경은 무슨. 하도 지랄해서 그냥 하나 달아준 거지.”

 

  “그래도 일일이 물을 퍼서 쓰는 건 진짜 아니었어요. 손에 닿지도 않는 물을 그래도 한번 퍼보겠다고 바가지를 휘적거리는 게 얼마나 짜증났다고요.”

 

  “그래도 만든 게 어디야.”

 

  대범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설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탱크를 만져보았다. 물탱크의 윗부분에는 옥상으로 연결된 알루미늄 파이프 3개가 나란히 꽂혀있었다. 파이프는 옥상 난간에 설치된 길이 20m의 우수관과 연결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빗물이 우수관을 타고 3층에 설치된 이 물탱크에 저장되는 시스템이었다.

 

  “파이프를 연결하지 않고 옥상에 그냥 설치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비 오는 날에만 뚜껑을 열고.”

 

  “그러면 비를 제대로 못 모으잖아. 비를 모으는 면적을 넓히는 게 좋아. 파이프를 통해 비를 모으는 효율을 높이는 거지.”

 

  “고생이네요, 가장이라는 건.”

 

  “그러게나 말이다.”

 

  대범이 물탱크에서 내려오며 대답했다. 설전은 3층 주차장의 난간에 팔을 괴고 기대었다. 오후 5시, 해가 저물어 가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밖의 풍경은 아침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적막이 도시에 짙게 깔려 있었다. 공기로 만든 벽이 여기를 감싸고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범이 설전의 옆에 나란히 서서 한쪽을 가리키면 말했다.

 

  “저게 오늘 죽었다는 낫잡이냐?”

 

  “네, 동족을 찾으러 온 건지 모르겠지만 수명이 다해서 죽은 거 같아요.”

 

  “요새 뜸하더니 갑자기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지 않냐? 저번 주만 해도 3마리나 뭉쳐서 튀어나왔잖아.”

 

  “그리고 점차 이 근처로 모이고 있죠.”

 

  설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대범은 단번에 그 말뜻을 이해했다.

 

  “옮겨야 할까?”

 

  “기껏 물탱크까지 만들어 놓은 사람이 왜 그래요.”

 

  “그래도 갑자기 여기까지 몰려오면 감당 안 될 텐데.”

 

  “괜히 어설프게 이동하다간 다 몰살당할 수 도 있어요.”

 

  “조심스럽게 이동하면 안 되겠...지?”

 

  설전은 한숨을 크게 쉬고 나서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지금이야 이런 조그마한 녀석들이 왔지만 저번처럼 큰 녀석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답이 없어요. 거기다 이동 중에 만나게 된다면 백퍼 죽는다고 봐야죠. 그런 놈들은 소총으론 쉽게 못 쓰러뜨리니까요. 아직 식량도 넘칠 만큼 충분한데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좀 그렇죠.”

 

  “만약 그 큰놈이 여기로 오면 어떡할 거냐? 그것도 대 여섯 마리씩 오면?”

 

  “사실 여기서 방어하는 게 제일 쉽죠. 은근 높은 데다 방어력도 꽤 높고. 거기다 주변이 큰 도로라서 수류탄 같은 폭발물을 투척하는 데 안성맞춤이잖아요. 방해되는 장애물이라고 해봤자 저기 다 찌그러진 자동차들이랑 가로등이나 가로수 정도니까요.”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몰려와도 방어하기 쉬우니 여기가 아직은 우리 보금자리다 이거지?”

 

  “잡아먹히기 싫어서 도망만 치면 보금자리 따윈 없는 거니까요.”

 

  대범은 말을 잇지 않았다. 잡아먹히기 싫다라.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설전의 마지막 말이 왜 그리 기분 나쁘게 들리는 걸까. 대범은 이유를 알았지만 애써 떠올리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굳게 다문 입을 보며 아들은 그 이유를 단번에 눈치 챘다. 잡아먹히기 싫다.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이유를 내놓은 그였다. 하지만 그 이유는 너무나도 비참하고 끔찍한 현실이었다.

 

 

 

  이른 아침 설전은 늘 하던 마트순찰을 마치고 마트의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지게차로 막아놓은 입구를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열어두고 설전은 마트의 밖으로 향했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빛을 받은 눈은 적응하지 못해 눈꺼풀을 질끈 감으려고 애를 썼으나 설전이 그것을 제지했다. 빛이 눈에 익숙해지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그야말로 푸르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파란 하늘이었다. 설전은 자신의 왼쪽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산 중턱에 세워진 아파트가 단연 눈에 들어왔다. 햇빛의 가루가 곳곳에 뿌려진 듯 아파트가 반짝거렸지만 그걸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그저 두렵고 막연하며 가슴을 죄어오는 흉물스런 건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낫잡이와 교전 이후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음 날 수명이 다해서 죽은 낫잡이를 제외하곤 근처에 괴물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안에서 쉴 수도 있었지만 설전은 휴식을 거부했다.

 

  만약 근처에 다른 괴물들이 있다면 여기 보금자리를 눈치 채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이곳을 들키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녀석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 밖에도 그를 움직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단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이것이었다.

 

  불안감.

 

  그는 불안했다. 이번 달만 이 근처에서 괴물을 맞닥뜨린 게 저번의 여성 낫잡이를 포함하면 15번째였다. 그전에는 그저 한 달에 몇 번, 많아 봤자 7번 정도였지 두 자리가 넘어갈 정도로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번 달부터 괴물들의 출몰 빈도가 높아지고 등장 시기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마치 먹을 것이 점차 떨어지자 먹을 것을 찾으러 이동하는 동물들의 무리처럼.

 

  지금은 어찌어찌 소규모의 괴물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떼를 지어서 오게 된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 요새처럼 보이는 저 보금자리지만 3명의 힘으로 떼로 몰려오는 괴물들을 처리하기엔 어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저 요새를 들키지 않게 어떻게든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처음 향한 곳은 상업지구였다. 백골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사격자세를 취한 채 설전은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해골들이 겹겹이 쌓여있어서 골목을 아예 막아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런 해골들을 볼 때마다 설전은 해골의 두개골을 발로 찼다.

 

  어차피 이젠 죽어버린 사람의 시체였으니까. 이런 짓을 하는 그였지만 그 누구도 설전에게 그의 도덕성을 책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사람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 후 그는 상업지구를 지나쳐 아파트 단지, 중학교,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수색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괴물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는 해골들뿐. 설전은 해가 어느 정도 기울어지자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오던 길을 돌아가지 않고 개천을 따라 올라가며 마트가 있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도시 안에서 이동하는 게 안전하겠지만 설전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은 이미 개천을 향해 있었고 걸음도 마음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개천에 도착하자 푹푹 찌는 날씨로 인해 더웠던 몸이 강바람 덕에 잠시 시원해졌다. 사태 이전에 이 개천은 새로 공사를 해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깔며 깨끗하게 단장했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이곳을 쓰는 사람은 지금 그 말고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잔디밭 위에 우후죽순 자라난 이름 모를 풀들 사이에 몸을 누인 설전의 시야에는 여전히 새파란 하늘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평화로운 지금. 안정되어야 할 그의 마음이 어떤 격동하는 감정에 의해 미소를 자아내고 있었다.

 

  분노, 억울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뱃속에서 가슴까지 끓어올랐으며 그건 곧 목구멍 직전까지 넘어왔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한숨으로 바뀌어 입에서 뱉어졌고 옅어져 가는 감정들을 보며 설전은 자신의 소총을 매만졌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렇게 파랗게 있을 생각이냐. 그때도 그랬고, 그 후에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러겠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다가 주름이 펴진다. 감정을 내뱉은 가슴 속은 어쩐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되었다. 몇 초 전의 분노가 곧 공허로 바뀐다.

 

  부질없어. 화를 내어봤자 하늘은 대답이 없다. 하늘은 언제나 푸르를 뿐.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때처럼 하늘을 향해 총을 쏴 갈겨봤자 돌아오는 건 메아리치는 총성의 잔해들뿐. 설전은 자신의 소총을 들어 총구를 자신의 턱에 갖다 댄다.

 

  바람이 분다. 풋풋한 풀내음들이 번지며 이름 모를 풀들은 바람을 따라 몸을 흔든다. 스스로 저항하지 못한 채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자 설전의 손가락이 소총의 방아쇠로 향한다.

 

  바람이 설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눈을 감자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편안하다. 왠지 지금이라면 어떤 것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자신의 마지막까지도. 끝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이라면. 잠에서 깨듯 잠이 들겠지. 악몽에서 일어나듯 잠을 자겠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 하늘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남는 것은 없다. 저 하늘처럼. 설전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얇게 ‘탁’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하늘은 여전히 푸른 그 모습으로 설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총의 조정간은 안전에 맞춰져 있었다. 방아쇠 자체가 당겨지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실로 돌아왔다.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살아갈 이유가 없음에도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미치는 일이었던가. 설전은 계속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개천을 따라 걸어가던 설전의 시야에 한 상점이 눈에 띄었다. 만화책대여점이었다. 빌어먹을 스캔 본들이 판을 쳐서 점차 사라지고 있던 만화책대여점. 설전은 강 건너에 위치한 그곳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징검다리를 건너 만화책대여점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곰팡내가 코를 자극했다. 물이나 피 같은 것에 젖어 눌어붙어 곰팡이가 피어나 나는 냄새였다. 특히 눌어붙은 피는 어둑한 상점 안의 분위기를 더욱 음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설전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마치 익숙한 듯 신경 쓰지 않으며 책들을 살펴보았다.

 

  신간코너에 당도한 그였지만 그곳에 꽂힌 만화책들이 발행된 연도는 전부 작년이었다. 이젠 신간도 아니었지만 설전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만화책 몇 권을 선택해 입구에 놔뒀다.

 

  가방을 들고 올걸. 그저 괴물과의 교전을 대비해서 최소한의 짐과 복장으로 온 그였다. 만화책을 넣을 만한 공간이 지금 그에겐 없었다. 일단 여기 놔뒀다가 내일이나 모레 찾으러 와야지. 이런 생각으로 그는 계속해서 볼만한 책들을 입구에 쌓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다짐 한 구석엔 아주 작게 숨겨둔 본심을 그는 애써 외면했다. ‘내일 살아있다면.’

 

  카운터에 기대고 책 한 권을 집어서 본다. 그냥 갈 생각이었으나 이왕 온 거 한 권 정도는 보고 가도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책을 들었다. 용머리라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꽤 어두웠으며 굉장히 음험했다.

 

  그러나 설전은 그 책을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들고 있는 책의 뒷부분이 점점 얇아졌다.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얼마 안 놔둔 그때 설전의 귀에 익숙한 듯 이질적인 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전은 책을 내려놓았다. 쌓아놓은 책들도 어지럽혀 놓고 카운터 안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소총을 파지한 채 깨진 창 넘어 도로를 바라본다.

 

  익숙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곧 그 소리의 정체가 도로에 나타났다. 꽤 큰 승합차였다. 승합차의 창은 몇 개 깨어져 낡은 느낌을 주었지만 차는 꽤 잘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인가? 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설전의 시야가 승합차 창 안으로 향했다.

 

  안에는 의외로 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었고 언뜻 다섯, 여섯 정도로 보이는 인원수가 앉아 있었다. 분명 사람임에도 설전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그냥 지나가라. 어두운 카운터 안에서 총구를 차량으로 향한 채 설전은 계속 해서 비켜 지나가길 바랐다. 그러나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진다. 이미 설전도 느껴질 만큼 차의 속도는 대여점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었고 곧 차는 설전의 시야에서 벗어나 대여점을 약간 지난 곳에서 멈추는 기척을 내었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곤두서며 살갗이 예민해졌다. 그의 시야는 창 너머의 도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설전은 유리벽 너머, 승합차가 지나간 쪽으로 총구를 옮긴다. 이윽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차 문이 닫힌다. 그들은 뭔가 이야기를 하지만 여기까진 들리지 않는다. 이내 곧 목소리가 잦아든다.

 

  떠난 것인가? 아니다.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멀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런 울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에? 설마 옆 건물? 옆 건물에는 왜? 확인할까? 정말로 옆 건물로 들어갔는지? 망설인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들키게 된다. 그럼 여기 있을 것인가? 아니, 오히려 그것이 위험하겠지. 녀석들이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모르는데. 그럼 어떻게 할까.

 

  설전은 조심스럽게 창으로 이동했다. 총을 들고 있음에도 발소리는 놀랍도록 죽어있었다. 아니, 설전이라는 사람이 애초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이 들 정도로 소리가 없었다. 유령처럼 유리벽에 다다른 설전은 유리벽 너머의 도로 전체를 시야에 담았다.

 

  대여점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승합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안에 사람은 있는가? 있었다. 잘은 안 보였지만 승합차의 깨어진 창문 너머로 여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헝클어진 단발머리. 여자로 보이는 실루엣이었다. 사람인가?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 설전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여자가 무엇인가 느낀 듯 대여점 쪽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여자의 시선이 향한 곳엔 텅 빈 만화책대여점의 어지러운 참상만 존재했다.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히 대여점 안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무엇인가 포기한 듯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푹 숙였다.

 

  설전은 여자가 대여점을 바라봤을 때 그녀의 시야에 보이지 않을 아슬아슬한 사각으로 조심스레 뒤로 물러섰다. 앞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군. 설마 남아 있는 인원이 있을 줄이야. 설전은 건물 뒤로 통하는 문을 향해 뒷걸음을 쳤다. 물론 이게 건물 뒤로 향하는 문이라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으레 이런 문은 건물 뒤쪽으로 향하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설전은 자신의 감을 믿었다.

 

  문에 손을 대고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할 정도의 속도로 열기에 문이 열리는 소리는 공기가 흐르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사람 하나가 얼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열리자 설전은 문 뒤로 조심스럽게 몸을 옮겼다.

 

  예상대로 그 문은 건물 뒤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설전은 안심하고 이제 나머지 인원을 조심하면서 마트로 복귀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건물 뒤쪽을 살펴보던 중 아까같이 익숙한 듯 이질감이 느껴지는 어떤 느낌을 맞았다.

 

  뭐지, 이건? 냄새였다. 확실히 놀라울 정도로 익숙한 냄새였다. 거기다가 어딘가 아련하면서도 위화감이 드는 그런 냄새. 기억의 한 구석에서 이 냄새의 정체를 찾으려 했다. 사실 애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설전은 이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 바로 기억해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이 설명되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고기를 굽는 냄새였다. 고기 향과 어우러진 매캐한 연기가 설전의 콧속을 자극하고 위장을 뒤흔들며 머릿속을 뿌옇게 만들었다. 어디서 나는 거지? 냄새가 짙어지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나온 대여점 바로 옆 상가였다. 얼핏 봤을 때는 막창 가게인지 아니면 고깃집이었는지 가물가물했으나 분명한 건 식당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기를 구해 요리해서 먹고 있는 건가? 설전은 군침을 삼켰다. 대여점과 달리 식당의 뒷문은 다 떨어져나가 없었고 그 사이로 이 냄새가 서서히 세상을 향해 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댔다. 식당의 뒷문 입구에 다다르자 대여점에선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여성과 남성이 섞여져 들려왔다.

 

  “난 저 도시락 육회 아니면 안 먹을 테니까 그리 알어!”

 

  “야, 싱싱한 걸 잘라서 구워 먹기로 했잖아.”

 

  “아, 몰라 육회 아니면 안 먹는다고.”

 

  여자의 앙칼진 소리가 식당 안을 메꾸자 계속해서 대꾸하던 남자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어차피 저년을 전부 구워 먹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육회에 욕심을 내냐!”

 

  “구워 먹을 거면 갈비 양념 가져와! 갈비 양념 없으면 안 먹는 거 몰라?!”

 

  여자가 떼를 쓰자 남자는 혀를 차며 짜증을 냈다. 이 와중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등장하여 앙칼진 목소리의 여자를 향해 타이르듯 말했다.

 

  “걱정 마, 단비야. 네가 그럴 줄 알고 내가 다 준비해놨지.”

 

  “진짜? 지희 언니 최고! 진짜 언니밖에 없어! 다른 새끼들은 센스도 없이 참기름이나 덜렁 가져오기만 하고.”

 

  “얌마, 참기름하고 소금은 고기의 기본이야. 뭘 모르는구만.”

 

  설전은 입구에 더 가까이 붙어 안쪽을 살폈다. 어지러운 주방 너머로 5명의 사람이 보였다. 여자 둘, 남자 셋.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구우면서 그것을 집어 먹고 있었다.

 

  무슨 고기지? 냄새는 어떤 고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맡아보는 고기 향이였다. 고기를 어떻게 구해서 먹고 있는 거야. 신기했다. 정말로 고기를 굽고 있다니. 전력이 끊겨서 냉동보관은 이 도시에선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아니, 가능하게 되었다고 해도 고기를 구하려면 도축이 필요하고 도축을 하려면 어떤 동물이든 키워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동물을 키운다고? 고기를 먹기 위해? 괴물들이 언제 나타나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장을 만든다니. 사료조달도 빠듯할 텐데. 이 생각을 하는 설전에게 있어서 그들의 고기는 그야말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금덩이나 마찬가지였다.

 

  문득 설전은 그런 고기를 먹고 있는 그들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왜 여기까지 온 거지? 동물을 사육하는 것도 힘들 텐데 여기까지 올 이유가 있나? 사료 조달을 위해 나온 건가? 아니면 괴물을 피해 도망쳤나? 그러자 고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차림새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각각 총을 한 정씩 소지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탄창으로 보이는 것들도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되었다. 무장을 한 채로 여기까지 왔다고? 대체 왜? 사육에 필요한 사료를 구하기 위해? 차가 온 방향으로 추측건대 차는 도시의 외곽에서 오는 게 아니라 도시의 안쪽에서 오는 차였다. 즉 도시의 중심지에서 이쪽을 향해 왔다는 소리다. 도시의 중심지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마트나 편의점 등이 즐비하기에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여기까지 왔지?

 

  두 번째 가설을 세웠다. 여기보다 더 도시의 외곽지역에서 출발하여 이곳을 수색하다 잠시 여기에 들렸다. 그러나 그러면 이상하다. 오히려 외곽지역에 저 정도 인원에 무장이면 사육장을 겸하면서 밭을 일구는 것도 가능하고 사육에 필요한 식량도 확보하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설전의 가족이 마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도 밭을 일구며 살기엔 방어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나올 이유가 있는가.

 

  세 번째 가설을 세웠다. 사육장에 괴물이 습격해서 도망쳐 나온 것. 그러나 이 가설엔 이미 신빙성이 떨어졌다. 저들의 대화에는 긴장감이 없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실실대며 웃는 표정에는 어떠한 살의도 공포도, 다급함도 섞여 있지 않았다. 괴물이 습격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럴 수 있을까? 모두 죄다 강심장이라면 가능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졌는데 저리 즐겁게 웃으며 노닥거릴 수 있을까.

 

  잠깐, 대화라고? 설전은 얼핏 들은 저들의 대화에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그건 대화 이전에 느끼고 있었던 위화감이었다. 뭐지? 무슨 위화감? 고기에 대한 것? 맞아, 고기에 대한 대화, 대화였어. 저들의 대화. 그리고 그 위화감은 점점 커졌지. 뭐지? 무슨 위화감? 그건 어디서 시작된 거야? 난 왜 그걸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기냄새,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대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설전의 혼란은 계속되었다.

 

  소수. 소수를 세자. 2, 3, 5, 7, 11, 13, 17…. 그러다 기억의 끄나풀 중 하나가 그의 눈앞에서 살랑거렸다. 설전이 그것을 잡자 비로소 그 위화감의 시작이 확연히 보였다.

 

  여자. 단발머리 여자. 그 여자는 왜 안에 있지? 그때 설전의 머리에서 여자를 경계하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아니, 그 여자는 왜. 벗고 있었지? 분명 얼핏 본 그녀의 모습은 실오라기를 걸치지 않은 채 차 안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설들이 지워지고 새로운 가설들이 세워지면서 그것들은 설전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조립되어 갔다.

 

  맙소사. 설전은 하마터면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릴 뻔했다. 설전의 총구가 흔들렸다. 물탱크를 만들던 그때 아버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비유적으로 했던 말이었지만, 이건 더 이상 비유가 아니었다.

 

  잡아먹히기 싫어서 도망만 치면 보금자리 따윈 없는 거니까요.

 

  저들이 먹고 있는 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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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5 - 쏴야 할 곳을 봐라 (1) 2019 / 10 / 14 229 0 18130   
4 04 -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3) 2019 / 10 / 10 239 0 11981   
3 03 -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2) 2019 / 10 / 10 212 0 14859   
2 02 -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1) 2019 / 10 / 7 250 0 19488   
1 01 - 그리고 그 후 2019 / 10 / 7 408 0 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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