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들….”
어머니가 먼저 그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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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병원가봐야하는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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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병원에서도 나에게 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실을 알려드리기가 싫어 난 그동안 아무이야기도하지 않았다
그냥 병원가면 해결되는거 아냐??라는 작은 희망이라도 품 안에 안고 있는게
어머니 입장에서는 좀더 낫지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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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판단일까….현명한 배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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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갈 때 엄마한테 꼭 말할게 걱정하지마”
“아들……”
“엄마는 무서워….. 혹시나 아들이 휠체어타고 다녀야하는거 아닌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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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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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때가 된거같아 조심스레 나도 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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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젠가 그런 날은 올거야…그리고 분명 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하게될거야….생각보다 그 날이 더 빨리 찾아올 수도 있고…..근데 걱정하지마….이 아들.. 그 순간에도 절대 부끄럽지 않은 자식으로 남아있을거고…그런 순간에도 엄마 아빠는 날 아들로써 자랑스러워 할거니까…”
‘아 엄마 울면 어떻하지?’
나도 나름 용기내어 내 안에 있는 생각의 조금을 전달해드렸는데
예상 밖으로 어머니는 담담하게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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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좀 더 많이 배우고 여유가 있었으면 우리 아들한테 많은 걸 해줄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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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자식을 준 어머니의 마음이라는게 다 똑같겠지만
참 자식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건 참 힘들다….
‘난 분명히 천국은 가기는 힘들거다..이런 불효를 저질러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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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아들 믿어…내가 언제 엄마 속썩인적있어? 재하형이나 지선이 봐봐
용석이형은 이혼하고 지선이는 알코올 중독이고….엄마 진짜 이 아들 믿어도 되..
엄마가 말한 그런 날 분명히 올건데……난 그 때에도 다른 사람들한테 정말 의미있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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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꽤 오래전부터 각종 외국어에 대한 공부를 해오고 있었다..
원래 외국어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병원이란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복지사업에 대해 좀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거 같기도하고…
만약 내가 정말 정말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가지게 되었을 때..
날 의미있게 해줄수 있는게 뭘까..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고..
“엄마 내가 이런 생각들을 가질수 있는 것도 다 엄마랑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거야 제발 나한테 미안해하지마..”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까보다는 좀 표정이 편해진거같다
“알았어…”
그렇게 짧지만 서로에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거같아 나의 맘도 마냥 무겁지 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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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크게 잔소리를 한다거나 매를 들지 않으셨다..
아마 그만큼 속으로 많이 삭히셨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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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시는 말씀은
“우리 아들 잘 하고있어”
라고 이야기하시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도록 해주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지금의 상황에서도 내가 쉽게 좌절하지 않고
내일 혹 그 먼 미래를 위해서..
나를 지금보다 좀 더 의미있는 존재로써 발전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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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
무엇이 어찌되었든 나를 지금까지 올바르게 키워주셨다..
나의 머리카락, 손톱, 발톱 그 모든 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다
그냥 나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 걱정은..
그리고..
그래도.. 그게 나라서..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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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나를 이렇게 강하게 키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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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시고..
다시 홀로 남아있는 이 공간……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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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병원도 가봐야 하는데……
혹시 모를 기대감을 가졌다가.. 더 큰 실망을 하지는 않을지..
속으론..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그렇게 약간의 불안감과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무거운 잠이 든다…..
남들은 집을 휴식의 공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집이란 때론 나에게 다음 날 출근을 위해 긴장을 해야하는…
조금은 위험하면서 불편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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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 짹”
“짹 짹”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다..
그냥 다른 날과 별 다를거 없는 똑 같은 그냥 밖이 밝은 날…
아무 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
어젯 밤 나의 무거운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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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간늦겠다…’
병원에 예약 된 시간에 맞춰 움직이려면 서둘러야했다
하지만..사실 난..그리 가고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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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도 더 된 그때에도 그 의사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 검사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데 증상들을 종합해볼 때 의심할 여지는 있으니
일단 돌아가셔도 될거같습니다. 나중에 증상이 더 심해지면 그때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죠”
‘썅 모래는거냐….이 미친 인간이 결과적으론 내가 지금 해줄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 더 안 좋아지면 다시 와라…’
저 사람을 무책임하다 할지언정 누구하나 탓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젠장..”
“야 의사가 해줄수있는게 없다는데 어떻하냐”
‘이걸 말이라고…’
사실 난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서 주는 약이나 주사를 잘 맞질 않았다..
그냥
‘굳이….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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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지금도 마찬가지일거다..
아마도……변한 건 없을 것이다
단. 하나 바뀐 것은 시간이 이렇게 흘렀으니 발전했을 과학기술을 한 번 믿어보는건…
그냥..
막연한 희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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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세브란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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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이름 모를 긴장감이 내 심장을 움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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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병원이 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차를 타고 꽤 멀리까지 나와서 그런지 드라이브 기분도 나고
그렇게 떨리던 나의 심장은 지금 회전목마를 타듯이 점점 안정을 되찾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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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난관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보이는건 에스컬레이터뿐…
엘리베이터에도 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
그나마 벚꽃 구경이라도 가야할 이 맑고 맑은 날씨에 가져온 우산이 나의 유일한 발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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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병원에서 근무를 하지만
병원이란 공간은 보기에만 환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사실 그들을 위해 구비된 시설은 그리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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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젠장…
드디어 해당 진료과에 도착했다…참 멀기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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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진료 예약을 하고 왔는데요”
다행히 점심 시간 직후라서 그런지 대기하고 있는 환자도 별로 없었다..
“네 강애인라고합니다”
“네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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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인님”
“네”
이미 이름이 불렸지만 나의 행동은 많이 느리다
‘아마 우리 병원같았으면 안에서는 이미 짜증을 내고 있었겠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어요”
아무리 간호사라 할지라도 내 또래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걸할 만큼..
내 자존심은 아직 살아있었다..
이런 걸 자존심이라는 것으로 포장하는 것도 어리석어 보이기는 하지만..
물론 직업상의 이유든 선의의 의도든 이해는 한다
하지만 어쩌면 상대방은 당신의 도움보다는 조금의 기다림을 더 원할 수 도 있다
이제 내가 환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알게 되었다
손 내미는 것만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것 또한..
상대방을 도와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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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원장님하고는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원장이 따로 전화라도 했었나? 모.. 상관은 없으니…’
“아…제가 그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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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 큰 기대도 없고….
이미 이 의사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도 대충은 안다
그래야지 내가 받을 상처나 실망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줄수 있으니까
“근전도 검사 좀 한번 해볼게요”
근전도 검사는 작은 전기 신호을 이용해 해당 신경에 자극을 줌으로써 신경 반응의 이상유무를 체크하는 검사인데 사실 인위적인 주사, 시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검사들의 자극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네”
“검사실로 안내해드릴게요”
간호사는 날 옆 방으로 안내를 했고
“이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말씀해주시겠어요”
나 또한 근무시 환자들이 불가피하게 환복을 해야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안내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속으로 엄청 짜증내고 욕했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참 쉬운 일만은 아니였구나’
쿵
쾅
쿵
쾅
옷을 갈아입을 땐 무게중심을 자주 잃어 벽에 종종 부딪히곤 한다
사실 밖에서 들으면 큰일이라도 난 줄 알겠지만.. 나에겐 그저 익숙한 상황들이다
“강애인님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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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괜찮습니다 이제 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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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누우시고 검사 시작할게요.. 조금 따끔따끔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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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0분가량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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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운없어..’
옷을 갈아입을 힘 조차 없다…
사실 신경 자극을 통해 근육의 반응도 또한 체크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근육을 활성화시켜야한다. 어찌말하면 이 또한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 검사를 받고 나면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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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의사의. 표정을 보니 큰 기대는 할 필요없을거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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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해요 애인씨….저도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대신 신경과 교수님께 진료예약잡아드릴테니 그쪽으로 한번 가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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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일단 생검을 한번 더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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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마찬가지다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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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한테 이야기 안 하길 잘했네..’
오랜만에 외출한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도 입었는데 다 부질없었다…..
“휴..오늘따라 손가락은 더 내 맘대로 안 움직이냐..”
셔츠 단추푸는데만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셔츠 괜히 입었네..’
아마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거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이해할 수가 없는거지….
양말을 신는게 어려워서 한 겨울에도 슬리퍼를 신는 나를.
슬립온을 신었었지만 미끄러지지말라고 밑창에 붙은 고무 때문에 오히려 넘어질수가 있어서 꺼리게 된다는 것을..
손톱을 자를 땐 아귀 힘이 약해져 어깨 힘으로 눌러 잘라야하고
발톱은 더 이상 기를 수 없을 때까지 기른 후 한번에 잘라야하는 나의 기분을..
자장면을 먹을 땐 비비기가 힘들어 수차례 자른 후 고개를 숙여 먹어야하는 나를
물로 가득찬 텀블러나 컵라면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거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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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진게 아니다
들 수 없었던 거다
젠장……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다른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봐…말할수도 없고
그냥 홀러 아무렇지않은 듯 버텨내야만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기분을
하루에도 정말 몇 번씩 그냥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의미없고 가치없는 사람으로 전락해버리지는 않을까하고 하는 불안감에..
하루라도 쉬면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나를
그러면서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또 무의미한 사람으로 비춰지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때문에 매일매일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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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이리 하루가 기냐…오늘 날씨 드럽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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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자..’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