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때마침 내가 있는 3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립니다]
“깡 안타?”
원장님이다
“아 네 타야죠 먼저 내리세요”
‘참 어색하게…. 평소엔 비상구 계단으로 다니더니 왠일로 엘리베이터를 탔대…’
“으…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2층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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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네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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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병원 에약문자갈거야 그 날 오프인거 같으니까 꼭 가봐 필요한 서류는 내가 미리 작성해서 보내놨으니까 가서 찾기만 하면되”
‘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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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그 짧은 사이에 검사는 산더미처럼 밀려있다
‘에약은 무슨 예약…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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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개 빡신 하루였다….하얗게 불태웠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들어가볼게요”
“네 고생하셨어요 내일 봐요”
우리 병원은 현주를 제외하고는 술을 먹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날은 끝나고 다같이 맥주라도 한 잔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
꼭 녀석이 온다..
“오빠오빠 오늘 한 잔해야지”
그렇다 현주는 확실히 양반은 아니다.. 분명 천민 중에 천민이였을거다…
“야 우리 지난주 토요일에도 술 꽤 먹었는데….월요일부터 괜찮아?”
“어차피 썩을 몸인데 아껴서 모해 먹고 죽자”
무서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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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왜? 모 잊은거라도 있어?”
“아니…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원장을 만났는데 갑자기 무슨 병원에 예약을 했으니까 가보라고해서”
“무슨 예약? 혹시 오빠 몸 때문에?”
“그거 밖에 없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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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오빠가 또 이 병원 오픈멤버라고 신경은 써주나보네”
“신경써주는건 고마운데 뭔가 되게 부담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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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야긴 그만하고…그나저나 넌 연얘같은거 안하냐? 만나는 남자없어?”
“고추달린 새끼들 관심없어 다 잘라버려야지”
사실 현주가 맨 처음 입사했을 때 키 큰 남자를 좋아한다고해서 내 친구 영남이를 소개시켜준 적이 있는데 그 녀석은 키가 195로 학창시절 농구를 했던 녀석이였다.. 이상형이 키가 작고 아담한 스타일이라서 난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이 녀석들은 사귈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역시나 이 두 녀석은 교제를 시작했으나 배은망덕하게도 나의 은혜는 싹 잊어버렸다…
모 어떤 보답을 바라고 소개팅을 시켜줬던거는 아니니까….
하지만 현주는 여자로써 성격도 매우 털털하고 시원시원해서 좋지만….
약간 다혈질적인 면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영남이와 사귈 때도, 헤어질 때도, 다른 이성들과의 썸 그리고 또 다른 만남..다툼..
헤어짐을 반복할 때도 항상 그런 부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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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주의 이러한 부분들은 단순히 연애를 떠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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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야 강애인”
“오빤 요즘 술마시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러지마 아저씨같아…우리 오빠 늙는거 싫단말야..”
“어…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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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슬슬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나기로 했다
“오늘도 병원으로 갈거지?”
“응 술도 먹었고 어차피 내일도 출근해야하는데”
“저기 에스컬레이터가 가까우니까 저거 타고 올라가자”
“저기 엘리베이터타고가면 바로 병원 앞인데 왜?”
“그럼 또 엘리베이터있는데까지 걸어가야하잖아…오빠 술먹었으니까 힘들까봐그러지…”
‘생각해주는건 고마운데 사실 필요까지는 없는 걱정인데…..’
언제부턴가 순간 위기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에스컬레이터와 같이 천천히 움직이는 무언가라도.. 사실 좀 부담스럽다..
‘그냥 엘리베이터타러 돌아가자고하면 투덜되겠지?? 설마 별일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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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
‘저벅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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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에스컬레이터의 이동속도는 빠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발을 내딛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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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아 썅.. 넘어진다’
난 그대로 에스컬레이터 위로 넘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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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스컬레이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저기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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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때..
어느 한 남자가 에스컬레이터를 급하게 뛰어올라와 나를 그대로 뒤에서 들어버린다
“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오빠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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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시구요?”
“아…네 괜찮습니다…감사합니다…이제 가보셔도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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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없이 현주가 택시타는데까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오빤데 동생 잘들어가는건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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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응”
“아까 오빠 표정이 어땠는지 알어?”
“응?? 무슨 소리야..어땠는데..”
“오빠도와줬던 그 분한테 내가 다 민망하더라”
‘썅.. 그래서 엘리베이터타자고 말했었잖아….” 라고 하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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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부분 하나하나 꼬투리잡아버리면 내 스스로가 너무 못 나지는거 같아 그러지 못했다..
“오빠가 조금 불편한건 알겠는데 누군가 도움을 줬을 때 고맙다는 말 한 마디정도는 할수 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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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면 연락해….오빠 간다….”
현주가 탄 택시가 떠나는 모습을 쳐다보지도 않고
난 그렇게 벽을 짚고 짚어.. 건물 옥상으로 갔다….
그러지 않으면 가슴 한 켠의 이 답답함을 도저히 해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싶었다..
바람도 불고….고요함….
그렇다….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그냥 잠깐 도와달라고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결국 난 어느 순간 그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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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없이 이 바람에 나의 모든 고민을 담아 날려버리고 내려와..
침대에 누워 창문 밖을 바라본다
‘아직도 저 밖은 저렇게 밝고 환하고 신나있는데 난 갈 수가 없구나….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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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주 녀석은 결국 아무 답장도 하지 않았다…..
‘나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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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난 그렇게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