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여긴 어디지…무슨 운동장같기도 하고…’
넓은 잔디에서 볼을 차는 많은 사람들을 언덕 위에서 멀치감히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렇게 천천히 언덕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는데….
매우 낯이 익은 사람들이 올라온다…..친구들이다….성균이…지민이..원준이…종태….황순이….영진이…
.
‘얘들…..아…’
.
‘??????????????’
나를 알아보지는 못하는 듯하다….아니…내가 안 보이는건가…
녀석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슬픔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은 미소만이 가득했다…..그렇게 걸어걸어 친구 놈들과 지나쳐 이젠 알아볼 수 조차 없을 만큼 멀리까지 와버렸다..
.
.
(멈칫....)
그런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싶을 정도의 너무나 격렬한 흐느낌때문에 어깨가 들썩였다..
현실의 나조차도 그토록 흐느꼈던….
꿈 속의 내가.. 나에게 던진..마지막 그 한마디…
현실의 나조차도 꽤 오랫동안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그 한 마디…
.
.
“나 마지막에.. 갈 때 어땠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무엇이 그렇게 슬펐던 걸까…
흐느낌으로 인해 들썩이는 어깨….
그 감정이 너무나 격렬해..현실의 나조차도 힘들게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꿈 속의 나에게 너무 미안해서…
현실의 내가 조금이나마 더 꿈 속의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외로워보여서….
.
.
(눈을 뜬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후 그 희미한 기억을 다시 되짚어본다…
무엇이 그토록 슬펐던 것일까…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감정은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해….
깊게 잠들어있던 나를 깨우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
.
‘몇 시지….’
밖을 보니 아직 어둡다….채 하루가 다 가지 않은 여전히 토요일…
이 넓은 공간에 나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어느 순간 나에게 세상이라는 것은
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밖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매일 걷는 복도……매일 보는 하늘…
나는 새가 되었다….하지만 날 수 없는 그런 새..
날고 싶지만 새장 속에 갇혀 날수 없도록 살게 되어버린 그런 새….
.
.
나의 별다른 특별할 것 없는 주말은 그렇게 지나간다…
.
.
짹
짹
아침을 알리는 새 울음소리와 잿빛 하늘이 나에게 새로운 한 주가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지금 시간은 새벽 여섯시…
난 약간 시간에 대해 강박증같은게 있어서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기도 하지만..
유난히 새벽.. 아침의 이 잿빛 하늘을 좋아한다…
‘자 이제 샤워를 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보자’
이때만큼은 환자용 폴대가 나의 든든한 두 다리다…
.
.
샤워를 마치고 다른 업무 준비를 마무리 하니 하나둘식 출근들을 하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
그리고 아침 진료 준비들을 시작한다..
.
.
“저기……..”
“네 저희 진료시작은 아홉 시부터입니다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아니…그게 아니고…오늘부터 출근하기로한 사람인데요”
‘유미가 말했던 그 사람인가?’
“……………………………”
“아…. 유니폼은 있으세요? 없으시면 저 안에 락카보시면 유니폼 한 벌있을 테니까 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귀엽게 생겼네 몇 살이지?’
새로온 직원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현주샘, 유미샘 다들 나와봐요..새로운 분이셔 인사들 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전 임현아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아 현아 샘 앞으로 잘부탁해요”
“혹시 우리 깡샘 어때요?”
“야 이씨 아침부터 모래는거야”
“난 김씬데”
아침부터 현주 녀석은 짓궂은 장난을 치고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 우리 둘만 남겨놓은 채 도망가버린다..
.
.
“자 다시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으니까 다들 파이팅하시고~”
우리 병원 과장이다…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고 파트는 물리치료사
형,동생하면서 지내기는 하지만 그냥 말 뿐인 인간관계…
그다지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아 현아 샘이 나이가 몇 살이라고 했지?”
“저 86년생이요”
“애인이가 84였지?”
“네”
“둘이 딱 이네 현아 샘 우리 병원 간판이니까 잘 해봐요”
현주나 과장이나 짓궂기는 마찬가지….일이나 하자
.
.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
역시나 화장실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때론 ‘이렇게까지 계속 일을 해야하나…’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
.
.
볼 일을 보고 나와서 다시 험난한 여정을 떠나려한다
저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낯익은 한 사람이 이쪽으로 온다..
“응? 현아 샘이네 아..안녕하세요”
특별히 할말도 없고 쭈뼛쭈뼛 어색한 인사를 던진다
“네”
“그럼 먼저 내려가볼게요”
바로 그때…
“저기요”
현아 샘이 날 부른다
“양요섭닮았어요”
.
.
‘모지……’
순간 조금 멍하니 있었지만…나도 모르게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귀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