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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20장
작성일 : 19-10-30 00:26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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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장 - 사랑했고, 사랑하는

 

 

 

 

 소년은 어느덧 청년이 되기를 앞두고 있었다.

 

 아직 어린 티는 낫지만, 그의 눈에서는 더이상 어린아이다운 순수함이 사라진 후였다.

 

 백금 발의 머리카락은 관리되지 못해서인지 매우 푸석푸석해 보였다.

 

 윤기가 흐르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예전의 결이 좋던 그의 머리칼은 길이만 길어졌을 뿐, 더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모든 이들에게 외면받았던 끔찍했던 그의 기억은 그가 더이상 능력을 드러내지 않도록 만들었다.

 

 어릴 적 즐거웠던 마법들도 지금 그에게 있어서는 지우고 싶은 기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저주와도 같았다.

 

 초승달이 떠오를 때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부모님을 떠올리고, 초승달이 유난히도 밝고 크게 떠 있었던 피비린내가 나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초승달이 떠오른 날 태어나며 달의 힘과 가호를 받을 거라던 부모님의 말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착각이 드는 날이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자신의 힘만을 저주했다.

 

 그렇게 소년은 고통에 익숙해져 가고, 슬픔에 무뎌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배는 고플 일 없이, 자급자족의 삶을 살며 대륙 곳곳을 여행하던 그의 앞에, 미래를 안다는 미친 여인이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소년과 다르게 윤기가 흐르는 결 좋은 머리카락은 웨이브가 들어가 있었고, 로브 속에서 높게 묶여 있었다.

 

 그녀의 눈은 야망이 가득해서,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없었지만 이루고 싶은 소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청년이 되기를 바라며 숨어 살던 소년과 다르게, 이미 성인인 그녀는 청년이 되는 것이 그리 재밌는 일이 아니라며 숨어 살았다.

 

 소년에게 미래를 안다 말했던 그 별난 여인은 사실 로멘 제국의 황녀였고, 그녀는 소년을 자신의 부하로서 대접해주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갑작스러웠고,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소년의 의심만 깊어져 갈 뿐, 그녀가 소년에게 무언가 일을 시키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그녀는 소년이 창조의 힘을 가진 마법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소년의 운명의 상대를 알고 있으니 그 상대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소년이 무슨 짓을 해도 그녀는 조용히 그 일을 처리해주었고, 딱히 소년에서 화를 내지도, 그 행동을 제안하지도 않았다.

 

 소년은 점차 말썽을 부리지 않게 되었고, 그녀가 말하는 미래와 자신의 운명의 상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되었고, 청년이 된 소년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려한 외모를 꼭 닮은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푸석했던 머리는 윤기가 흘렀고,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매혹적으로 보였다. 말랐던 그의 몸에는 근육이 자리 잡았고, 다른 이들보다 한 뼘 이상 큰 키는 그가 슬픔과 고통에 강한 것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그는 청년이 되어서 수많은 여인의 마음을 훔쳤지만, 그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사람. 그의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일까.

 

 수백 번 머릿속에 그리던 사람은 날이 지날수록 그의 생각 속에서 아름다워졌고, 지혜로웠으며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주었다.

 

 그가 여인들에게서 벗어나 달이 아름답게 뜬 날 오랜만에 정원을 둘러보고 싶다 생각이 든 것은, 작은 변덕이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승달은 물론이고 밤하늘을 밝게 하는 달 그 자체가 두렵고 혐오스러웠으니까.

 

 쉬이 사람을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 곳을 찾으며 걷다가 다다른 곳이 정원의 미로였다.

 

 높은 담장들로 만들어진 미로를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그곳의 한가운데에서 나가는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던 여인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은발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시선이 빼앗겼고, 혼자 힘으로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깊은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비슷했다.

 

 낯선 여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구해주었다.

 

 미로 속을 빠져나와 더 밝은 곳에서 본 여인은 분명,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인 중 당연히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답다 할 만한 미모의 영애였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과 닮지도 않았다.

 

 슬픔과 절망의 두려움보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실망한 마음에 돌아가려는 그를 붙잡은 아름다운 여인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인연이니 운명이니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인연, 운명.

 

 자신에게 있어 너무 큰 의미가 담긴 그 말을 눈앞의 여인이 너무 가볍게 해버리는 것이 짜증이 났다.

 

 그 인연과 운명을 자신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이 여인은 상상도 못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잠시라도 눈앞의 여인을 운명의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후회스러워지면서 화가 났다.

 

 “인연이라고 할지, 악연이라고 할지는 아직 모르는 거겠죠.”

 

 날카롭게 나간 그의 말에 풉,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여인의 목소리에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다고 그는 생각하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숨을 들이켰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몸 안의 마력이 활기가 넘쳐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둠을 갈아 넣은 듯 새까만 머리카락과 그를 바라보지 않는 붉은 색 눈동자. 그리고 그녀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 너무나 완벽하게 어울리는 붉은 색 원피스는 감탄을 자아냈다.

 

 드디어 그녀의 붉은 색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을 때, 그는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눈앞에 이 사람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죽기 전에 남기신 말인 운명에게 사랑받고 그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기억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모두 바보 같은 일이었다고, 쓸데없는 걱정이고 기우였다고 생각할 만큼 이 감정은 너무나 뚜렷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그녀를 보자마자 일어난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를 원했다.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고 그녀의 귀에 사랑을 마음껏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을 받으라니.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에게 내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

 

 저런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니, 그런 생각을 하니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다.

 

 그토록 두려웠던 죽음이 달게 느껴질 정도로.

 

 그런데 그 감정을 그녀가 느낀다는 것은 말도 안 됐다.

 

 그녀는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니까.

 

 그녀는 누군가를 죽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은 사람이었고, 그녀가 가진 슬픔의 안에는 사랑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슬픔의 안에는 광기와 공포, 두려움이 있었다.

 

 사랑과 광기. 공포. 두려움.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인가.

 

 내 곁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축에 있던 나는 더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고귀한 그녀는 이런 추악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서는 안 됐다.

 

 그렇다면 분명 저 마음이 약한 여인은 자신을 평생 곁에 두려 하지 않을 테니까.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기에 아팠던 그녀는 누군가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은 일을 한 나를 사랑해선 안 되었다.

 

 어쩌면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나를 떠나버리게 되면, 나는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일조차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맘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오가면서 서로 충돌했다.

 

 그렇지만, 그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는 그 본능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옆에서 있고 싶다는 본능.

 

 그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특히나 운명의 상대를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힘을 받는 그에게 있어서, 그 유혹은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널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그녀의 곁에 계속 붙어있어도 된다는 달콤한 속삭임.

 

 사랑은 주고받는 것만이 아닌, 일방적인 것도 있다는 모순적인 희망.

 

 이제,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기를 원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그 생각조차도 거짓말일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

 

 "크리센트."

 

 이제는 익숙해진 듯 부드럽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네, 주인."

 

 흘러넘치는 사랑을 억누르며 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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