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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10장
작성일 : 19-10-13 23:0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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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 버림받은 것은 가치 없다는 것.

 

 

 

 

 이후 크리센트에 관한 이야기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황녀님께서 특별히 나에게 붙여준 사람이라고 하니, 아버지께서는 그냥 믿으시기로 한 모양이었다.

 

 대신, 아버지께서 내거신 조건이 딱 하나 있었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우렁찬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귀를 막으려고 했지만, 크리센트가 내 귀를 막는 것이 먼저였다.

 

 아버지가 내건 조건이란 바로, 우리 디아니아 공작가의 기사단에 속한 견습 기사 한 명과 겨뤄 승리하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아직 기사 작위도 따지 못한 견습 기사와 크리센트의 싸움이 남들이 보기에는 ‘에이, 고작 견습 기사를 상대로 못 이길 리가?’ 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우리 가문에 속한 기사단의 수준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견습 기사라고는 하더라도 다른 가문의 실력이 좋다는 기사와 비등하게 겨룰 수 있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울룩불룩하게 근육이 붙은 기사와 서 있는 크리센트는 그에 비해 왜소해 보였다.

 

 분명 크리센트 혼자 놓고 보면 그리 왜소한 체격은 절대 아니었는데, 그만큼 그 견습 기사라는 분의 체격이 뛰어났다.

 

 가볍게 악수를 해주는 크리센트의 눈빛이 차갑게 상대를 훑었다.

 

 견습 기사 분 또한 긴장한 표정으로 크리센트를 살폈고 말이다.

 

 둘 모두에게 있어 이 싸움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다.

 

 크리센트는 나의 옆에 있기 위해서, 견습 기사는 디아니아 공작가 기사단의 체면을 위해서.

 

 검을 맞대고 선 두 사람을 향해 시작을 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

 

 

 방금까지 검과 검이 맞닿으며 굉음을 뿜어내던 연무장을 이제 한 남자의 울음소리가 채웠다.

 

  "어떻게 이긴 거에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크리센트를 향해 내가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주인님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힘냈죠."

 

 그 특유의 능청스런 웃음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하자, 그가 검지로 공중에 원을 그렸다.

 

  "살짝."

 

 그러면서 비밀이라는 듯 눈을 찡긋이는 그의 모습에 그만 풋,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와 버렸다.

 

 황급히 입을 두 손으로 막고 여전히 뒤에서 울고 있는 기사 분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내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바닥에는 처참하게 내팽개쳐진 검이 한 자루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 주위를 그만큼이나 덩치가 좋은 다른 기사들이 감싸 달래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크리센트가 밀리는 듯싶다가 호각을 다툴 정도로 치열하게 검을 맞대더니, 정말 한순간에 크리센트가 상대의 칼을 내리쳤고 그것으로 승부는 결판이 났다.

 

 아버지는 뭔가 석연치 않으신 것 같은 표정이셨으나, 한번 내건 조건을 무르시는 성격이 아니신 탓에 별말을 하지는 않으셨다.

 

 약속대로 아버지는 내건 조건을 충족시켰다며 크리센트를 나의 호위이자 황궁에서 보낸 귀빈으로서 대접해 준다 하셨다.

 

 비록, 호위로서의 대접은 감사히 받겠지만, 자신은 귀빈이 아니니 그런 과분한 대접은 필요 없다며 크리센트가 거절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크리센트가 공식적으로 저택에 머무를 명분도 생겼기에 나는 우선 나의 방으로 크리센트를 데려갔다.

 

 내가 부른다면 어디서라도 금방 나타날 것 같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나의 방까지 오는 길은 그가 익혀 두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와 최대한 가까이에 붙어있고 싶다고 그가 말했으니 나도 나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빈방을 그에게 내어줄 생각이었다.

 

 미리 시녀들을 시켜 방을 청소해 두라고 일러두기는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나는 크리센트와 이야기를 좀 하기 위해 그와 응접실에 마주앉았다.

 

  "무슨 일이세요?"

 

  "고마워."

 

 다짜고짜 고맙다고 하는 내 말에 크리센트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평소같이 능청스러운 말 또한 하지 않았다.

 

  "솔직히 크리센트 너가 이렇게 잘해줄지 몰랐어. 처음에는 너를 호위기사로 저택에 들인 생각도 없었고, 공작저에서 지내게 해줘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거든."

 

  "괜찮습니다."

 

  "아니. 안 괜찮아. 나는 네가 나를 필요로 하다는 사실 때문에 같이 있고 싶었던 거야…. 너의 간절함을 이용해서 내 이기적인 마음을 위로하려고 했어."

 

 “괜찮아요.”

 

 나와 마주 앉은 크리센트가 나를 보며 웃었다. 괜찮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는 웃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정말 그의 말처럼 목숨을 걸고서 공작저에 들어오겠다고 한 건데, 나는 그것을 이용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것에 이용하려 했다.

 

 나를 필요로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내가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고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존재로서 크리센트를 곁에 두기로 했다.

 

 크리센트가 마력을 소모하면 결국 그의 목숨이 다하고 만다는 것도, 그가 나에게 했던 목숨을 바친다는 맹새도 나는 그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겼고, 그 결과 모든 행동이 경솔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새에 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너무 미안했다.

 

 “그때, 내가 전하께 했던 말 기억해? 나는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거야. 크리센트, 너를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아직 필요하다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

 

  “사랑스러운 나의 주인님.”

 

 "..."

 

 크리센트가 나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 너무나 예쁘게. 밤하늘의 달보다도 더 밝고 몽환적으로. 그리고, 예쁘게.

 

 

 "괜찮아요."

 

 크리센트가 다시 괜찮다고 답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그는 나에게 괜찮다고만 했다.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더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못했다.

 

  "괜찮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크리센트가 나와 올곧이 눈을 맞추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세요. 조금 슬픈 질문일 수도 있지만, 주인님께서 레이먼드 황자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먼드를 처음부터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난 확실히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의 존재 이유, 가치를 부정당함과 동시에 그를 향한 나의 마음 또한 함께 짓이겨졌으니 이리 아팠던 것이겠지.

 

  "그럼 된 겁니다. 사랑했다면, 그걸로 가치가 있는 겁니다.”

 

 나는 그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무슨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나의 목숨, 나의 주인님. 당신은 이런 말없이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누군가가 사랑받는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하루를 살아갈 의미를 얻는 것이니까요."

 

 나는 그제 서야 그의 말을 이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었던가.

 

 당연히 그가 한 말이나 분위기가 웃긴 것은 전혀 아니었다.

 .

 그냥,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는 그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고마워서 나온 웃음이었다.

 

 하지만 크리센트는 내가 왜 웃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나를 보며 볼을 긁었다. 조금 붉어진 그의 양 볼과 귀가 얼핏 보였다.

 

 “이렇게 웃으시라고 한 말을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라고 한 말이니 웃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

 

 난 솔직하게 답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살아갈 의미를 준다니.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일이었다.

 

 내가 되려고 했던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은 어쩌면 크리센트가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앞으로 살아갈 길을, 희망을 만들어주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가치를 결정한다니…. 너무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한 사람의 미래를, 그 의미를 누군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주인님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후 살아가는 이유가 단순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로 인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크리센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응접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 손님용 방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크리센트가 쓸 방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러 온 시녀였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있지 않았다.

 

 “고마워. 바로 갈게.”

 

 아직 크리센트와 모든 이야기를 끝낸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창밖은 완전한 어둠으로 물들어있었다.

 

 이 이상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기에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언제 온 것인지 내가 일어난 것을 도운 크리센트는 잽싸게 나의 뒤에 와서 섰다.

 

 정말 호위기사가 된 것 같은 경건한 모습이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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