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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26.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들.
작성일 : 19-10-29 18:30     조회 : 335     추천 : 0     분량 : 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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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26.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들.

 

 

 계절이 지나 여름에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산뜻한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약하지만 풀벌레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옷은 많이 짧아지고,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도 많았다.

 

 “Café dr Sou”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겨울과 봄을 지난 카페 내부 커튼과 테이블 보를 치우고 얇고 푸른 계열로 모두 교체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시원해졌고, 꾹 닫아 두었던 창가의 창문들도 활짝 열어 두었다.

 

 따뜻한 커피와 음료들보다 차가운 음료가 훨씬 많이 팔렸고, 작년 여름에도 인기가 많았다던 종현이 만든 팥빙수도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일하는 카페 식구들의 유니폼도 이젠 긴 팔 의상에서 반 팔 의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야흐로 싱그러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 청량한 바람이 부는 여름에 초입, ‘Café de Sou’에서는 세 명의 여자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세 명의 여자들은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그래도 호텔에서 결혼하니까 좋긴 하더라. 그 남자가 이번에 변리사 합격을 했는데 앞으로 돈 벌일만 남았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듣기 싫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분명 세 명이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유독 한 명만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그 말에 맞장구를 치거나 대답을 하는 게 전부였다.

 

 “왜요. 어머니. 얼마 전에 스몰 웨딩 하는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너무 예쁘고 낭만적이더라고요.”

 

 “얘. 그건 너희들이 생각하는 거지 부모님들 입장에서 절대 안 그렇다. 생각해봐. 죽을 둥 살 둥 키워가지고 시집보내는데 남들 보는 눈도 있고 호텔에서 엄청 대접받으면서 하고 싶지 누가 그렇게 대충 하고 싶겠니. 안 그래?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내고 다닌 축의금이 얼마인데. 최대한 많이 오게 해서 다시 다 되찾아야지.”

 

 여자의 이야기를 듣던 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어휴. 알겠어요. 장여사. 이제 그만하세요.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성을 내실까? 날도 더워지는데 혈압관리하세요.”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뭐. 그리고 요새 엄마가 필라테스를 해서 그런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어요. 걱정 마세요.”

 

 민아의 말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민아의 엄마 정숙이었다.

 

 정숙은 오랜만에 친구의 자식이 결혼한다는 말에 서울에 올라온 것이다.

 

 서울에 올라온 김에 민아와 새벽까지 만나고 가기 위해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정숙은 민아가 어렸을 때 있었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픈 민아를 위해서 억세게 살아 보험왕도 6회나 연속으로 했던 철의 여인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거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하다는 이야기를 받으며 살아왔다.

 

 정숙에게는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런 정숙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민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정숙은 민아가 서울에 올라가서 대학을 다니겠다고 했을 때, 심하게 반대했었다.

 

 정숙은 민아가 자신의 곁에서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기를 바랐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르게 아프게 태어난 딸.

 

 정숙은 민아가 아픈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해서 민아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고, 민아가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자신의 곁에서 살길 바랐었다.

 

 하지만 민아는 자신을 꼭 닮아 있었다.

 

 강력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정숙에게 말했었다.

 

 하지만 정숙 또한 만만치 않은 고집의 보유자여서 두 사람은 약 두 달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사이를 해결했던 건 새벽이었다.

 

 새벽은 자기가 민아와 같은 대학에 가겠다고 말하며 정숙을 설득했고, 결국 정숙은 민아와 새벽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되었던 것이다.

 

 정숙은 눈앞에 있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참 잘 커줘서 고마웠고, 서로 미워할 수 있는 사이였는데 이렇게 함께 지내줘서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정숙은 새벽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외톨이가 될 수 있었던 자신의 딸에게 자매가 되어준 새벽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숙은 오랜만에 만난 민아와 새벽의 모습에 조금 감상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보고는 재빠르게 주제를 바꿨다.

 

 “근데 이왕 오는 거 좀 강남에 예쁘고 멋있는 카페도 많던데 머 이런 카페로 오라고 하니. 택시 아저씨가 이런데 카페가 있었네 하더라.”

 

 새벽은 민아와 마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어머니. 그런 카페는 너무 흔하잖아요. 그래도 서울 오셨는데 특별한 카페에 와보고 하셔야죠.”

 

 “얘. 흔하긴 뭐가 흔해. 강릉은 온통 이런 카페뿐인데. 너희들 취향 참 독특하다. 젊은 애들이 취향이 이게 뭐니?”

 

 새벽이 크게 웃고 나서 말했다.

 

 “아니에요. 여기가 저희 집하고 민아 집 중간쯤 되고, 여기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디저트도 어디서 받아오는 게 아니고 여기서 직접 만들어서 정말 맛있거든요. 제가 또 어머니 오셨는데 아무 데나 모시고 갈 수 있나요.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머 그건 먹어보면 알 거니까.”

 

 정숙은 가끔 보면 새침한 소녀 같을 때가 있었다.

 

 새벽은 그런 정숙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새벽은 금세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분명 자신의 곁에는 사랑하는 아빠와 민아, 그리고 자신을 딸처럼 아껴주시는 민아 어머니까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 그런 생각을 끝낼 때쯤, 카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세 사람은 순간 고개를 들어 입구를 쳐다봤고, 그곳에는 순신이 들어오고 있었다.

 

 입에는 여전히 사탕이 물려있었다.

 

 순신은 카운터에 있는 동은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카페를 둘러보다 민아와 새벽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한 사람이 함께 앉아 있지 다가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카운터 뒤로 들어갔다.

 

 순신은 성원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누구?”

 

 “아. 민아 씨 어머니. 서울에 결혼식 있으셔서 올라오셨다는데, 놀러 오셨데.”

 

 “응?”

 

 순신은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해봤다.

 

 입에는 사탕을 물고 머리는 까치집에 옷은 너무 편하게 입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순신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성원은 그런 순신의 어깨를 말없이 토닥여 주었다.

 

 순신이 자신의 모습으로 자책을 하고 있을 때, 정숙은 민아와 새벽을 빤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 설마 너희들 막 여자 좋아하고 그런 건 아니지?”

 

 두 사람은 놀라서 동시에 대답했다.

 

 “네? 아니에요. 그런 거”

 

 “에구 엄마. 못하는 소리가 없어.”

 

 정숙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면 너네들은 도대체 언제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오는 건데? 엄마 친구들 중에 자식이 시집 장가 안 간 건 엄마가 유일해. 엄마 할머니 안 만들려고 너희들이 그러는 거니?”

 

 “응. 맞아. 엄마 할머니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로 안 가고 있는 거야.”

 

 “하이고. 됐거든요? 너네도 나이가 벌써 29이야. 내년이면 30이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우리 어머니 또 시작하셨네. 우리가 애도 아니고 알아서 할게요. 제발 보채지 좀 말아요.”

 

 “알아서 못하니까 그러는 거지. 자꾸 그러면 너네 엄마가 선 보라고 할거야. 엄마 고객들 중에 괜찮은 집안사람들 많거든? 어떻게 엄마가 직접 나서?”

 

 “아. 됐어요. 이럴 거면 빨리 강릉 가요. 매번 이러신다 정말.”

 

 “새벽아. 너가 말해봐. 도대체 문제가 뭐니?”

 

 새벽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문제는 제가 있는 거죠. 민아는 좋은 사람 있어요. 어머니 모르셨구나?”

 

 “뭐? 정말이야? 누구?”

 

 정숙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새벽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민아는 옆에서 새벽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나도록 치면서 새벽을 흘겨봤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아니야. 새벽이가 장난치는 거야. 그런 사람이 어딨어. 진료 보기도 바쁜데.”

 

 “새벽이가 괜한 이야기하겠니. 넌 조용히 있어봐. 새벽아 말해봐. 민아한테 누가 있는 거야?”

 

 새벽은 민아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그냥 민아가 일하는 병원에 의사가 한 분 있는데 민아를 잘 챙겨주더라고요. 제가 봐도 젠틀하고 민아한테 잘하는 거 같아서 보기 좋더라고요.”

 

 정숙은 손뼉을 치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 어머. 의사 좋지 의사. 같은 직종으로 만나기 딱 좋지. 그래? 무슨 과 의사야? 집안은 괜찮고? 대학병원 남자 의사면 나이는 좀 있겠네? 근데 머 요즘 그게 흉은 아니니까.”

 

 새벽은 사실 희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순신에 대해서도 넌지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정숙의 반응에 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 순신에게 이 대화가 들리고 있을 텐데 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민아는 그런 정숙을 보며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우리 장여사. 또 혼자서 소설 쓰고 계셔. 진짜 그만해. 화낼 거야. 그냥 친한 선배야. 잘 챙겨주는 것도 후배니까 잘 챙겨주는 거고.”

 

 정숙은 혀를 끌끌 차면서 민아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너가 맹꽁이라는 거야 이것아. 자고로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여자에게 절대로 잘 해주지 않아. 너희 아빠도 나랑 연애할 때, 나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정숙은 그 이후로 자그마치 20분 동안 쉬지 않고 자신의 연애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민아와 새벽은 이미 수 백 번도 더 들었던 이야기라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두 사람을 구재하기 위해서 은인이 나타났다.

 

 바로 성원이 커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성원은 조심스럽게 정숙 앞에서부터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에는 예쁘게 장식이 된 케이크와 빵도 내려놓았다.

 

 “저희 카페 시그니처 커피입니다. 예가체프와 에티오피아를 브랜딩 하여 로스팅 했습니다. 과육 향이 많이 느껴지실 거예요.”

 

 새벽과 민아는 성원을 향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구해줘서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숙은 성원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저희는 케이크를 시킨 적이 없는데, 이건 뭔가요?”

 

 “아. 이건 서비스입니다. 두 분이 저희 집 단골이셔서요. 귀한 분이 함께 오시 거 같아서 드셔보시라고 함께 드렸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성원은 인사를 하고 카운터로 향했다.

 

 정숙은 조심해서 커피를 홀짝하면서 마셨다.

 

 “어머. 커피 너무 맛있다. 난 무슨 와인 마시는 느낌이네. 어떻게 이렇게 과일향이 많이 나지.”

 

 정숙의 표현에 새벽과 민아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카운터로 돌아온 성원은 옆에 죽을 상을 하고 있는 순신을 보고 말했다.

 

 “야.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이래.”

 

 “하아.”

 

 순신은 한숨만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원은 알고 있었다.

 

 지금 순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굉장히 답답하고 스스로 작아지고 있을 거란 걸 말이다.

 

 실제로 순신은 집안이나 학벌로 봐서 나쁜 조건의 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30이 넘은 나이에 아무것도 안 하고 한량처럼 지낸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부분이었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한심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아의 어머니, 정숙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신에게는 민아가 더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멀리 있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성원은 말없이 순신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카운터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열어 순신이 예전에 피다가 두고 갔던 담배를 꺼내 건넸다.

 

 하지만 순신은 담배를 손으로 밀어내며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순신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카페 문이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크게 울렸다.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집중할 만큼 큰 소리였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약간 화가 난 듯한 철규가 서 있었다.

 

 철규는 카페를 두리번거리며 들어와서는 성원 옆에 앉아 있는 순신을 보면서 말했다.

 

 “야. 너 지금 여기서 머 하는 거야. 내가 저번에 했던 말 이해 못 했어? 니가 애야?”

 

 순신은 철규가 말하는 도중에 급하게 일어나 철규에게 다가가 철규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나가서 이야기해요. 지금 여기 손님들도 있으니까요.”

 

 “손님? 지금 너는 손님이 중요해? 너 그때 내가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한 거 같은데 출근하라니까 왜 출근 안 해. 내가 언제까지 너 기다려줘야 하는데?”

 

 순신은 철규의 팔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알았으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이야기해요.”

 

 “놔 이 자식아. 너가 뭘 잘했다고 나가자마자 하고 있어. 내가 어리광 받아주는 건 저번까지라고 했지? 정말 이렇게 쓰레기처럼 살 거야?”

 

 순신은 철규의 팔을 잡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그때 뒷문에서 동은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지금 남에 사업장 와서 머 하는 거야? 정신 나갔어?”

 

 철규는 들어오는 동은을 보고 무시한 채 순신에게 말했다.

 

 “난 분명 말했다. 이제 들어와서 일하라고. 넌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누구든 좋은 일만 하고 살지 않아. 그러니까 애처럼 굴지 말고 들어와서 일 배워.”

 

 동은은 더 큰 소리로 철규를 향해 말했다.

 

 “여기 손님들 있는 거 안보여? 이런 몰상식한 행동은 너네 회사나 가서 하고 당장 나가! 경찰 부르기 전에.”

 

 “뭐? 경찰? 내가 내 건물 와서 이러는 건데 경찰을 부른다고?”

 

 “어. 그러니까 당장 나가. 이거 엄연히 영업방해고 난 신고할 수 있으니까 알아서 해.”

 

 철규는 황당한 듯 동은을 쳐다봤다.

 

 성원은 그런 동은을 말리려고 동은 앞에 서서 철규에게 나가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동은이 지지 않고 철규를 노려보다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고 하자 순신이 잡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어휴. 하여간 여기 있는 것들은 다들 물러 터져서. 이순신. 똑바로 들어. 난 마지막으로 이야기했다. 네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거니까 너가 알아서 결정해. 알았어?!”

 

 철규는 소리를 획 지르고서 자신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카페를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 순신이 잡은 것 대문에 약간 헝클어진 양복과 넥타이를 다시 고쳐 메고는 카페 밖으로 나갔다.

 

 순신은 철규가 나가고 나서, 한동안 그 자리 그대로 서있었다.

 

 하지만 순신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순신이 말아 쥔 주먹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순신은 이런 모습을 민아와 민아의 어머니 앞에서 보였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가뜩이나 희형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던 정숙의 표정이 생각나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순신은 심호흡을 한 번하고 동은에게 돌아서 인사를 꾸벅했다.

 

 그리고 천천히 카페 뒷문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성원과 동은은 그런 순신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온전히 순신이 짋어지어야할 아픔이라고 생각했다.

 

 민아와 새벽도 카페 뒷문으로 나가는 순신을 바라보며 걱정이 되었다.

 

 특히 민아는 순신의 부들 부들 떠는 모습을 보고 순신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그런 행동이 어쩌면 자존심 강한 순신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숙은 이들의 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민아와 새벽에게 말했다.

 

 “어휴. 나이 먹고 참 철이 없다. 그치?”

 

 새벽과 민아는 정숙을 보며 말없이 그냥 살짝 웃을 뿐이었다.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에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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