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작성일 : 19-10-22 21:44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779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한강은 온통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 미세먼지도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을은 더욱 아름다웠다.

 

 하늘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구름들 사이로 갈라진 틈은 하얀색 빛들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향긋한 강바람이 불어오자, 한강 가득히 핀 벚꽃 잎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분홍빛 노을에 흩날리는 벚꽃 잎은 일본 애니메이션 어느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각기 사진을 찍고 웃고 걷던 카페 사람들은 하나둘씩 다시 테이블이 있는 피크닉 장소로 돌아오고 있었다.

 

 피크닉 장소에 돌아온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저무는 노을처럼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너무 아름답고 오랜만에 나와 들뜬 사람들은 피크닉을 조금 더 즐기기로 했다.

 

 순신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이런저런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고, 성원과 함께 있겠다고 우기던 주희는 종현의 귓속말 한 번에 이끌려 편의점에 간식거리와 라면을 사기 위해 함께 나섰다.

 

 그렇게 음식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피크닉을 시작했다.

 

 자리가 무르익자 준비해온 와인과 편의점에서 나온 술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가 무르익고 있을 때, 주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신은 주희가 잠들었나 하고 어깨를 톡 건들었다.

 

 그때, 주희가 갑자기 고개를 휙 하고 들면서 정면에 어딘지 모를 곳을 초점을 살짝 잃은 눈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은 그런 주희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종현은 옆에 있는 주희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주희 양? 주희 양? 정신 차려? 왜 그래? 어디 아픈 건가?”

 

 “…”

 

 주희는 아무런 대답 없이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신은 주희를 불렀다.

 

 “주희야? 왜 그래? 졸리냐?”

 

 “…. 우 씨..”

 

 주희는 갑자기 혀로 입술을 훑으며 숨을 ‘푸우우우’ 하고 내뱉었다.

 

 주희의 행동이 이상했던 종현은 주희 앞에 놓인 비타민 음료에 뚜껑을 열어 코로 가져갔다.

 

 그리고 종현은 비타민 음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알코올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어후.. 이거 술인데? 얘 지금 술 마신 거야?”

 

 “술이라고요? 어휴.. 내가 왜 사고 안치나 했다. 고등학생에 뭔 놈에 술이야!! 발랑 까져가지고..”

 

 순신은 주희에게 핀잔 어린 말을 하며 주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이주희! 이주희 정신 차려봐! 뭐 얼마나 마신 거야 도대체”

 

 주희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순신의 손을 귀찮은 듯 쳐낸다.

 

 그리고는 성원을 향해 획하고 고개를 돌아본다.

 

 성원은 그런 주희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 만다.

 

 주희는 그런 성원의 모습을 보면서 성원을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눈을 제대로 뜨려고 했다.

 그리고 주희는 드디어 성원에게 말을 한다.

 

 “오뽜~ 성원 오뽜아아아~~”

 

 성원은 그런 주희가 귀여운지 피식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 그래. 주희야. 오빠한테 할 말 있니?”

 

 “오뽜는~~ 지이이인짜 나쁜 사람인 거 가타요..”

 “응? 내가? 왜에?”

 

 성원은 장난스럽게 주희의 말을 받아주었다.

 

 “오빠 지이이인짜 나쁜 사람인 거 알아요? 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맨날 무시나 하고..”

 

 “오구~ 그래서 우리 주희가 서러워써요? 그래써요?”

 

 “이것 봐.. 계속 애 취급이나 하고..”

 

 “주희가 나중에 다 커서 대학도 가고 그러면 오빠가 한번 생각해볼게. 오빠가 지금은 누굴 만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주희는 성원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새벽을 째려봤다. 주희의 앞머리는 헝클어져 앞머리 사이로 새벽을 째려본 것이다.

 

 “흥.. 그러면서 저 언니한테는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건데요?”

 

 성원은 새벽을 힐끔 쳐다보면서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저거 저거 또 소설 쓰네. 내가 언제 그랬냐? 네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뻥치시네. 카페에서도 계속 몰래몰래 훔쳐보고, 오늘은 하루 종일 둘이 붙어 다니면서 사진 찍어주고 했으면서.. 난 오늘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로 옷도 사고 화장도 하고 친구들 약속도 다 깨고 왔는데.. 이런 오빠랑 같이 다니게 하고..”

 

 주희는 울먹거리며 종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종현은 주희를 바라보고는 오버스럽게 슬퍼하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주희는 그런 종현을 무시하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으앙. 내가 성원 오빠 얼마나 좋아하는데. 갑자기 저 언니가 나타나서 우리 오빠 홀려놓고 으앙”

 

 주희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성원과 새벽,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당황하기 시작했다.

 

 새벽은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주희에게 머라고 할 수 가 없었다.

 원래 데로 라면 새벽이 가장 먼저 위로를 했어야 하지만 주희의 눈물의 이유가 본인이라는 생각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주희는 서럽게 울고 있고 종현은 뭔가 상심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동은은 한 번 쭉 둘러보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어나면서 말했다.

 

 “야. 안되겠다. 우선 내가 주희랑 종현이랑 해서 먼저 들어갈게. 다들 정리하고 그러고 오는 걸로 하자. 짐은 순신이가 챙겨서 트럭에 좀 실어서 가져다주고. 알겠지?”

 

 성원과 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은에게 말했다.

 

 “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아까 와인 좀 드셨잖아요.”

 

 “ 아까 마시고 저녁부터는 안 마셔서 괜찮을 거야. 그리고 지금 저것들 처리 안 하면 큰 사달 날 것 같으니까 얼른 치우는 게 나을 것 같다. “

 

 “저도 같이 가요. 제가 같이 갈게요.”

 

 성원은 동은에게 그렇게 말하며 본인의 짐을 챙기려고 했다.

 

 동은은 그런 성원을 만류하며 말했다.

 

 “아니야. 너까지 가면 여기 정리는 순신이 저 녀석이 혼자 다 해야 하는데 그건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여기 계신 숙녀분들도 챙겨 드려야지.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은 더 있다가 가도록 해.”

 

 성원은 동은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동은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종현을 일으켜서 주희를 챙기라고 말하고, 간단한 본인들의 짐을 챙겼다.

 

 종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기는 안 간다고 난리를 치는 주희를 가볍게 어깨에 둘러메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주희는 종현의 어깨에 매달려서 데롱데롱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나 안가!!! 왜 나 만가!!! 성원 오빠랑 있을거야!!! 왜 저 언니는 놔두고 가!!”

 

 종현은 빠른 걸음으로 피크닉 장소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동은은 자신의 짐들을 챙겨 주차장 쪽으로 향하며 새벽을 보고 말했다.

 

 “머 어린아이가 한 말이니까 신경을 안 쓸건 알지만 나쁜 애는 아니니까 너무 맘 상해하지 마요.”

 

 “아.. 알고 있어요. 저 나이 때 저는 더 심했는걸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노인 한 명과, 진상 두 명은 먼저 가볼 테니까 천천히 좋은 시간 보내고 가도록 해요. 민아 씨도요. “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남아있는 네 사람은 멀어져 가는 동은을 한참 보고 있었다.

 

 밤공기가 강바람으로 조금은 차가워지고 있었다.

 

 네 사람은 동은과 사람들을 보내고 다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역시 순신이었다.

 

 “주희 쟤는 아마 나중에 뭘 해도 충분히 해낼 아이야.. 어우.. 잠실 석촌 호수에도 목소리 들렸겠네.”

 

 순신이 실없이 던지는 농담에 분위기는 가벼운 웃음이 오가고 분위기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민아가 살짝 몸을 떨자 순신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민아의 어깨에 살짝 덮어주었다.

 

 “아.. 괜찮아요. 안 추워요.”

 

 “제가 더워서 그래요. 바닥에 두면 벌레 들어 갈까 봐 잠깐 걸어두는 거니까 제 옷 좀 잘 부탁드립니다.”

 

 민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어깨에 옷을 살짝 앞으로 당겼다.

 

 “자. 그럼 이제 저희 네 명만 남았으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볼까요?”

 

 “그러게요. 다들 나이가 있어서 머 딱히 할 건 없네요.”

 

 새벽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에이. 우리는 아직 젊은데요. 뭘. 음.. 제가 이런 자리를 많이 가보…”

 

 순신은 말을 하다가 말고 살짝 민아의 눈치를 보고 다시 말했다.

 

 “..가본 건 아니고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역시 진실 게임이 최고죠.”

 

 새벽은 그런 순신의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튀어 나왔다.

 

 성원은 그런 새벽의 모습을 보면서 새벽의 미소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다 큰 어른들끼리 무슨 진실게임이에요. 그냥 우리 음악이나 들어요.”

 

 새벽은 순신에게 핀잔을 주며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서 음악을 틀려고 했다.

 

 그때 순신이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턱 밑에 두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공포 이야기나 할까요..?”

 

 순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란건 새벽이 아닌 민아였다.

 

 “꺄”

 

 민아는 깜짝 놀라 새벽 쪽으로 몸을 기댔고, 어깨에 있던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순신은 급하게 핸드폰을 끄고 민아에게 말했다.

 

 “어.. 죄송해요. 장난이었는데..”

 

 순신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자신의 옷을 주워 다시 민아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귀신 이런 걸 워낙 무서워해서..”

 

 민아도 살짝 웃어 보였다.

 

 분위기가 갑자기 냉각되자 새벽은 눈치를 보다가 옆에 세워두었던 다 마신 와인병을 테이블 위에 눕혔다.

 

 “자 그럼. 옛날 생각하면서 한번 해보죠.”

 

 새벽은 앞에 있던 술잔을 비우고 새로 술을 한 잔 부었다.

 

 “다들 룰은 아시죠? 대답하기 싫거나 못하는 거면 마시기입니다. 자 그럼 시작.”

 

 새벽은 처음으로 병을 돌렸다.

 

 돌아가는 병에 네 사람의 시선이 모아졌고 첫 번째 걸린 사람은 새벽이었다.

 

 성원은 ‘풉’하고 웃음이 나왔다.

 

 민아도 마찬가지로 웃어버렸다. 순신은 새벽을 보며 끅끅거리며 웃었다.

 

 “그거 봐. 이거 꼭 시작한 사람이 걸린다니까. 자~ 그럼 우리 새벽 씨에게 처음으로 질문하실 분은 누구일까요?”

 순신은 말하면서 성원과 민아를 번갈아보면서 봤다.

 

 두 사람 다 질문할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웃고만 있었다.

 

 순신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정말 이래서 모범생들은 재미가 없다니까.. 이 심오한 진실게임의 재미를 몰라요.. 자 그럼 제가 먼저 질문을 드리도록 하죠. 흐흐흐..”

 

 순신은 일부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새벽을 바라봤다.

 

 새벽은 순신의 표정을 보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순신을 봤다.

 

 “머.. 궁금하신 게 있다면 물어보세요. 전 대답 못할 건 없으니까요.”

 

 순신은 일부로 오버스러운 표정을 하며 새벽에게 물었다.

 

 “새벽 씨는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쳐본 적이 있다 없다?”

 

 질문이 나오자 민아는 풋 하면서 웃어버렸고, 옆에서 듣고 있던 성원은 순신에게 과자 조각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휴. 장난하냐. 그런걸 질문하게 이 멍청아.”

 

 순신을 제외한 세 명은 크게 웃어버렸다.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지우개 훔쳐본 적이 있는 거 같네요. 자 그럼 다음갑니다.”

 

 새벽은 얼른 대답을 하고 다시 병을 돌리기 시작했다.

 

 와인병은 천천히 돌아서 조심스럽게 순신의 앞에 멈춰 섰다.

 

 순신은 세 명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자. 질문하십시오. 소인 모든 진실을 담아 말씀드리겠사옵니다.”

 

 새벽은 순신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민아를 힐끔 쳐다보고 순신에게 물었다.

 

 “순신 씨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순신은 아무렇지 않게 새벽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대답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오오” “와와” 이런 리액션이었겠지만 세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야.. 분위기 왜 이래.. 나 대답했잖아..”

 

 그런 순신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성원은 말없이 와인병을 돌렸다.

 

 이번 와인병의 선택은 새벽이었다.

 

 순신은 파안대소하며 새벽을 향해 물었다.

 

 “후후. 그러니 질문을 잘 선택하셨어야죠. 새벽 씨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순신은 만화 코난에 나오는 대사처럼 오버스럽게 새벽을 가리키며 물었다.

 

 새벽은 약간 당황한 듯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새벽은 성원을 살짝 훔쳐봤다.

 

 성원은 아무 생각 없이 멈춰 있는 와인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은 말없이 조용히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순신은 새벽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민아도 새벽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자 됐죠? 다음으로 갑니다.”

 

 새벽은 바로 와인병을 돌렸다.

 

 순신은 그런 새벽을 보며 말했다.

 

 “아니.. 머 이렇게 마셔버리면 인정하는 건데 뭘 그렇게 마시는 거지..”

 

 새벽은 일부로 와인병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치 누군가 걸리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새벽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와인병이 성원의 앞에서 멈춰 섰다.

 

 성원은 어깨를 살짝 으쓱하면서 말했다.

 

 “뭐.. 저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물어보세요.”

 

 새벽과 민아 모두 질문을 하지 않고 순신만 빤히 바라봤다.

 

 순신은 두 사람의 눈빛을 받고는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결국 나쁜 사람은 나라는 거네.. 에휴.. 성원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니?”

 

 성원은 의외로 빠르게 대답했다.

 

 “응. 있어. 좋아하는 사람.”

 

 그 대답을 듣자 순신은 “오오”를 외치며 순신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찔렀고, 민아는 살짝 웃었다.

 

 긴장한 것은 새벽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 것을 들킬까 봐 앞에 있던 맥주를 한잔 마셨다.

 

 “그렇죠. 이런 게 가만 보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거지요. 그럼 자 다음갈까요?”

 

 성원은 순신의 말을 듣고 조용히 와인병을 돌렸다.

 

 와인병은 돌고 돌아 민아를 향해 멈췄다.

 

 민아는 핸드폰을 보고 있느라 자신이 걸렸는지 몰랐다가, 새벽이 옆에서 톡 건들자 그제서야 자신이 걸렸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을 바라봤다.

 

 순신은 오버스럽게 새벽에게 표정과 입모양으로 민아에게 물어봐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새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민아에게 물었다.

 

 “민아야. 너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니?”

 

 민아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서둘러 와인병을 돌렸다.

 

 순신은 민아의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묘하게 느껴졌다.

 

 민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민아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고, 그곳에는 희형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신은 알고 있으면서, 자신이 아까 봤던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사진을 보며 행복해하는 민아를 보면서 가슴이 메오는 것을 느꼈다.

 

 순신의 생각이 끝나갈 때쯤, 와인병은 서서히 멈춰 새벽을 지나 성원의 앞에 멈췄다.

 

 순신은 새벽과 민아를 보고 또 질문이 안 나올 것이란 걸 알고, 자신이 질문을 하려고 입을 때려고 하는 순간. 새벽이 급하게 말했다.

 

 “잠깐만요.”

 

 순신과 성원, 민아 모두 새벽을 빤히 쳐다봤다.

 

 새벽은 세 사람의 눈을 보지 못하고 앞에 있는 맥주를 한 번에 마셔버리고는 조용히 물었다.

 

 “혹시 좋아한다고 한 사람이 여기에.. 있어요?”

 

 민아와 순신은 새벽의 질문에 크게 놀랐다.

 

 새벽의 질문이 어떤 뜻인지 모두 알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은 성원은 가만히 와인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원의 눈은 깊었고, 그 깊은 눈 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신은 조용히 술잔을 성원 앞으로 밀었다.

 

 성원은 술잔을 손으로 잡으려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요.”

 

 성원에 대답에 한순간 조용해졌다.

 

 순신과 민아는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고, 새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성원도 새벽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끼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은 견딜 수가 없었다.

 

 새벽은 성원이 술을 마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원은 자신에게 해서는 안 되는 대답을 했던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기 보다 새벽이 듣기 싫었던, 정말 마주하기 싫었던 진실을 말해버린 것이다.

 

 새벽은 그 공간에서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새벽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아까부터 참았는데 이제 못 참겠다. 저 화장실 빨리 갔다 올게요.”

 

 새벽은 급하게 자리에서 벗어나 무작정 한 방향으로 급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 급한 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뜀박질로 바뀌기 시작했다.

 

 새벽은 그렇게 자신이 진실을 마주한 공간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강바람이 갑자기 시리게 느껴졌고, 그 시린 바람이 새벽의 눈에서 뭔가가 흐르게 만들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 [약속의 향기]에 살리에… 2019 / 10 / 28 533 0 -
37 약속의 향기 - #36.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 2019 / 11 / 13 370 0 11714   
36 약속의 향기 - #35. 사랑을 깨닫는 순간들 2019 / 11 / 9 335 0 7891   
35 약속의 향기 - #34. 최악의 밤 2019 / 11 / 8 313 0 8064   
34 약속의 향기 - #33. 약이 없는 병 2019 / 11 / 7 319 0 9301   
33 약속의 향기 - #32. 그 여름 밤 (2) 2019 / 11 / 6 328 0 8996   
32 약속의 향기 - #31. 그 여름 밤 (1) 2019 / 11 / 5 341 0 6491   
31 약속의 향기 - #30. 추억을 써 내려가는 방법 2019 / 11 / 4 336 0 7331   
30 약속의 향기 - #29. 넘을 수 없는 산 2019 / 11 / 2 346 0 8787   
29 약속의 향기 - #28.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2019 / 11 / 1 346 0 6269   
28 약속의 향기 - #27. 은인이지만 인연은 아닌. 2019 / 10 / 30 345 0 7612   
27 약속의 향기 - #26.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들. 2019 / 10 / 29 337 0 7511   
26 약속의 향기 - #25. 봄의 끝자락, 그녀의 결혼… 2019 / 10 / 28 345 0 8861   
25 약속의 향기 - #24. 쉬운 오해, 어려운 진심 2019 / 10 / 26 376 0 9117   
24 약속의 향기 - #23. 사람이 변한다는 건. 2019 / 10 / 25 372 0 7003   
23 약속의 향기 - #2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9 / 10 / 24 369 0 5812   
22 약속의 향기 - #21. 진심이 오해받는 순간들 2019 / 10 / 23 364 0 7461   
21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2019 / 10 / 22 363 0 7799   
20 약속의 향기 - #19. 벚꽃 엔딩 (3) 2019 / 10 / 21 393 0 6491   
19 약속의 향기 - #18. 벚꽃 엔딩 (2) 2019 / 10 / 20 398 0 6999   
18 약속의 향기 - #17. 벚꽃 엔딩 (1) 2019 / 10 / 19 402 0 5934   
17 약속의 향기 - #16. 뜻밖에 여정, 그리고 (2) 2019 / 10 / 18 392 0 7336   
16 약속의 향기 - #15. 뜻밖에 여정, 그리고 (1) 2019 / 10 / 17 377 0 6039   
15 약속의 향기 - #14. 사과를 하는 가장 좋은 방… 2019 / 10 / 16 407 0 6318   
14 약속의 향기 - #13.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한다. 2019 / 10 / 15 394 0 5156   
13 약속의 향기 - #12. 우리는 결국 이기적이다. 2019 / 10 / 14 400 0 7336   
12 약속의 향기 - #11. 혀는 때때로 칼보다 날카롭… 2019 / 10 / 13 415 0 6587   
11 약속의 향기 - #10.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는 다… 2019 / 10 / 12 397 0 5918   
10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 2019 / 10 / 11 395 0 7775   
9 약속의 향기 - #8.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만드… 2019 / 10 / 10 391 0 7360   
8 약속의 향기 - #7. 우린 때때로 너무 많은 오해… 2019 / 10 / 9 402 0 623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