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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09 - 비의 레퀴엠 (3)
작성일 : 19-10-21 20:44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1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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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젖은 손이 차가운 방아쇠를 당긴다. 방아쇠의 표면이 물기에 젖어 미끈거리지만 방아쇠는 문제없이 당겨진다. 총이 심하게 흔들린다. 총구에서는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른다. 탄피가 총의 옆으로 튕겨져 나간다. 노리쇠가 뒤로 빠졌다가 다시 앞으로 전진 하며 탄을 장전시킨다.

 

  총구를 떠난 총알은 빗방울 사이를 지나간다. 때론 빗방울을 뚫고 가기도 한다. 그렇게 날아가던 총알은 정확히 낫잡이의 머리를 관통한다. 그리고 머리를 관통한 총알은 계속 날아가 뒤를 따라오던 저글링의 몸도 관통한다.

 

  그러나 낫잡이는 움직인다. 저글링도 움직인다. 낫잡이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상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히 데미지를 입었다. 머리의 상처에서 흐르던 핏줄기 중 몇은 지렁이처럼 머리에서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설전의 손가락에 의해 다시 방아쇠가 당겨진다. 총이 불을 뿜는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총알은 낫잡이의 머리를 관통한다. 낫잡이의 몸이 비틀거리더니 앞으로 고꾸라진다. 이후 잠시 꿈틀거리던 낫잡이는 이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낫잡이의 머리로부터 피가 빗물과 함께 번진다. 설전은 깊은 숨을 내쉬며 낫잡이 뒤의 저글링을 노린다. 다시 방아쇠를 당겨 저글링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저글링의 머리에서 선혈이 튀더니 아까의 낫잡이처럼 앞으로 쓰러지며 움직이지 않는다.

 

  설전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쓰러진 괴물 두 마리의 시체를 건너뛰며 저글링 3마리가 돌진해온다. 설전은 당황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거리를 가늠한 그는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놈부터 차례로 머리를 향해 총알을 날렸다. 기가 막힌 솜씨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설전은 시야를 방해받음에도 불구하고 돌진하는 저글링들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췄다.

 

  이런 설전의 신기에 가까운 사격술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수는 아직 그의 입장에선 절망적인 정도로 많다. 차에서 내리기 전 까지 시야에서 확인된 괴물의 수는 10마리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시야에 확보되는 수만 해도 20마리. 그리고 저 멀리 실루엣까지 더한다면 대략 30마리 정도까지로 추정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설전은 여태까지 이 정도까지의 괴물들을 만난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낫잡이와 저글링이 섞인 7마리를 아버지와 대치해 본 적이 있는 정도였다.

 

  그는 불안하다. 괴물들의 등장 빈도도 높아지는 것도 그렇지만 점점 그 무리의 양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설전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동안 저글링 한 마리가 설전이 바리게이트로 사용하고 있는 승용차 앞까지 달려왔다. 놀라운 속도였다. 이 빗속에서 저런 속도를 내며 달려들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긴장과 당황으로 몸이 굳고 어눌하게 대처하기 마련이지만 설전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저글링의 머리를 조준해 가볍게 두 방을 연달아 쐈다. 머리를 맞은 저글링은 뒤로 물러서더니 곧 그 자리 그대로 쓰러졌다.

 

  “그래, 해보자. 얼마나 몰려왔는지는 모르지만. 발악하다 죽어주지.”

 

  설전이 조정간을 단발에서 연발로 바꿨다. 그는 내리치는 비사이로 괴물의 머리와 자신과의 거리, 총의 동선, 그리고 괴물들이 몰려오는 대열을 가늠했다. 그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총구를 옮기며 방아쇠를 당겼다. 무수한 총알들이 괴물들의 머리를 관통시키며 날아갔다.

 

  총알들은 빗속을 가른다. 빗방울이 잠시 총알의 몸을 어루만지려 시도해보지만 총알은 그 잠시의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빗방울은 총알의 몸을 탐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빗방울은 터져나가며 총알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그리고 총알은 자신의 목적을 향해 거리낌 없이 날아간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총알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했다.

 

  총알이 목적지에 닿자 괴물들의 머리 뒤로 선혈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몇몇 총알들은 허공을 갈랐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총알들은 괴물들의 머리, 가슴, 배 등등을 골고루 관통하며 상해를 입혔다. 몇몇은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지만 그래도 몇몇은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듯 느리지만 천천히 몸을 옮겼다.

 

  설전은 피해를 입어 몸놀림이 둔해진 괴물들은 놔두고 그들의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괴물들로 주의를 돌렸다. 저글링 3마리가 앞서 간 괴물들을 제치고 설전을 향해 달려온다. 설전은 탄창 안의 탄알을 계산한다. 연발로 쏴댔으니 탄은 대충 3~5발 정도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연발로 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숫자. 그는 저글링이 달려오는 위치를 봐둔 다음 조정간을 단발로 맞추고 달려오는 저글링들의 머리를 노린다.

 

  녀석들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머리를 조준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 따위 없다. 머리에 조준하자마자 방아쇠를 당긴다. 맞았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다. 바로 달려오는 저글링의 위치를 기억해내 조준점을 옮겨 쏜다. 그렇게 달려들던 저글링들은 신들린 설전의 저격에 전부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때 마침 탄창의 탄도 다 떨어졌다.

 

  설전은 탄창을 갈며 살아남은 잔챙이들에게 다시 연발로 사격을 실시했다. 새로운 총알들이 설전의 품을 떠나 괴물들에게 날아간다. 괴물들의 머리에서 다시 피의 꽃봉오리가 피어오른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그 꽃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순간 쓰러진 낫잡이와 저글링들의 시체를 넘어 또 다시 저글링 여러 마리가 갑작스레 돌출하였다. 수는 대략 5~6 마리. 게다가 각각 저글링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 연발 사격은 비효율적이다. 설전이 다급하게 조정간을 다시 연발에서 단발로 바꿨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다가오는 놈을 향해 한 발, 그 다음 놈을 향해 한 발. 운 좋게도 3마리까지는 한 발씩 바로 쓰러졌다.

 

  그러나 아직도 달려드는 수는 3마리. 그 중 2마리는 어느새 승용차 앞까지 당도했다. 설전의 손이 빨라진다. 조정간이 다시 단발에서 연발로 바뀐다. 방아쇠를 당기자 몇 발이 괴물 머리를 향해 날아가더니 멈춘다. 탄이 다되었다. 괴물 한 마리는 쓰러졌지만 아직 한 마리는 남았다. 괴물이 승용차 위 까지 올라왔다.

 

  설전은 총을 거꾸로 쥐었다. 뜨거운 총열에 손이 빨갛게 익어갔다. 그러나 설전은 이를 악물었다. 뜨거워서 화상을 입어감에도 총열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설전의 기합소리와 함께 그가 휘두른 총이 저글링의 머리를 향해 날아간다. 총의 개머리판이 저글링의 머리를 뭉개버린다.

 

  뇌수와 함께 살점의 파편들이 승용차와 바닥에 흩뿌려진다. 빗물이 저글링의 핏물과 함께 떨어진다. 저글링의 촉수가 목 뒤에서 돋아나더니 설전을 향해 날아든다. 설전이 옆으로 피하며 탄창을 장전했다. 촉수도 재빨리 설전을 향해 움직이지만 설전이 조금 더 빨랐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으깨진 저글링의 머리를 관통한다.

 

  저글링이 설전의 반대쪽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쓰러진 저글링 뒤로 새로운 저글링 한 마리가 달려든다. 재빠르게 숨을 깊게 내쉬었다가 뱉은 설전은 총을 침착하게 견착 한 후 방아쇠를 당긴다. 깔끔하게 저글링 이마의 중앙에 총상이 남겨진다. 저글링의 뒤통수로 총알이 뇌와 파편들을 뿌리며 날아간다. 이 저글링도 앞선 저글링과 똑같이 쓰러진다. 그러나 어느새 저글링들만 상대하다 보니 낫잡이 무리들이 승용차 앞까지 전진해 있었다.

 

  설전이 이를 간다. 가슴 언저리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하나 꺼내 안전핀을 뽑는다. 설전이 수류탄을 던지자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떨어진다. 설전이 승용차 뒤로 몸을 숨긴다. 이윽고 거대한 폭음이 설전의 고막을 강타했다. TV조정시간에나 나오던 삐 소리가 설전의 귀를 울린다. 설전이 고개를 흔든다. 그럼에도 삐 소리는 쉬이 가시질 않는다. 설전이 하늘을 바라본다. 빗방울들은 여전히 거세게 땅을 공격하고 있었다.

 

  무거운 빗방울이 지면을 강타한다. 무수한 물방울들은 사정없이 지면으로 낙하하여 제 몸을 산산조각 부숴버렸다. 부서진 물방울이 형체를 갖기도 전에 그 자리를 다른 물방울이 강타하고 다시 부서진다. 부서진 빗물의 시체들은 흐르고 흘러 설전의 발 아래로 흘러간다.

 

  설전의 머리에서도 시체들이 흘러내린다. 그의 입에서 더운 입김이 토해진다. 총열 덮개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총구 안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자신의 앞에 총을 뉘어놓은 그는 머리를 자동차 앞문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파랗던 하늘은 지금은 없다. 아니, 가려졌다. 태양도 없고 파랗고 높은 하늘의 바다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시커먼 구름들과 쉴 새 없이 그의 안면을 강타하는 빗방울들 뿐이었다. 숨어버린 하늘을 보며 설전은 다시 긴 한 숨을 쉬었다.

 

  빗물이 눈에 떨어진다. 눈을 깜빡이자 빗물은 볼을 타고 흐르다 얼굴을 떠나 그가 눕혀놓은 총을 향해 떨어진다. 설전이 고개를 숙이고 총을 바라본다. 빗물이 총 전체를 구석구석 훑어대며 지나갔다.

 

  등 뒤에서 묵직하고 무거운 발걸음이 물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설전은 숨을 멈추고 총을 견착한 후 상체를 돌려 일으켰다. 그의 눈앞에 남자 낫잡이 하나가 설전과 자동차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낫잡이의 갈고리가 움직이기 직전 설전의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폭포와 같이 쏟아지는 빗물을 뚫고 총알은 낫잡이의 이마를 정확히 명중했다. 낫잡이의 뒤통수에서 검붉은 액체와 뇌수가 터져 나왔다. 젖은 바닥으로 쓰러지는 낫잡이의 뒤로 다른 낫잡이들과 저글링 수 마리가 설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설전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간다. 으득 소리와 함께 수류탄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꺼내든다. 안전핀을 제거하고 안전 고리를 뽑아든다. 던진 수류탄이 땅에 떨어졌지만 빗소리에 먹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설전은 재빨리 자동차 뒤로 다시 모습을 감춘다. 양 손의 검지로 귀를 틀어막은 후 등과 피부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빗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던 몇 초 이후 거대한 폭음과 함께 강한 충격이 설전의 등 뒤를 자극했다. 자동차가 잠시 흔들렸지만 설전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폭음의 충격이 잔잔해진 바로 다음 그는 다시 상체를 일으켜 낫잡이들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빠르게 달려오던 저글링 몇 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 듯 움직이지 않았으며 몇 마리는 다리를 다친 듯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아직 건장한 몇 마리는 어느새 설전의 바로 앞 까지 당도하여 설전을 향해 달려들 채비를 했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제대로 된 조준이 가능할 리 만무했지만 놀랍게도 설전의 총알은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정확하게 머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총성과 빗소리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에 퍼진다.

 

  설전이 있는 곳 바로 뒤 승합차 안에서 영혜가 귀를 막고 덜덜 떨며 고개를 숙인 채 쪼그려 앉아 있다. 고요한 빗소리만 내뱉는 도시 안에서 영혜는 설전이 해준 말을 생각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피하지도 즐기지도 못하는 더러운 현실.

 

 

 

  괴물의 수는 꽤 줄었다. 이제 남은 수는 시야에 보이는 것만 대략 10마리 정도. 그러나 상황은 그리 설전에게 좋지만은 않았다. 빗방울은 여전히 거셌으며 심지어 바람까지 불어 설전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설전은 심호흡을 하지만 호흡이 불안하다. 설전의 눈이 따끔거리며 머리가 어지럽다. 비를 맞으며 싸우다 보니 온도와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첫째 이유였다.

 

  둘째는 고도의 집중력과 그로 인한 극도의 긴장감이 불러온 피로였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나는 상황. 정신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으며 총과 혼연일체가 되어 싸워야 하기에 정신과 오감을 날카롭게 곤두세워야 하는 이 상황에 날씨까지 안 좋으니 극도의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지사. 급박한 상황이 그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곤 하나 그 거짓이 오래 갈 리 없다. 거기다 날씨까지 이러니 그의 체력이 남아날 일이 사실 없었다.

 

  언제나 함께 생활해 온 총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무거운 도구였던가. 어깨까지 올리는데 반나절은 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총을 든 손이 무게를 못 이기는지 파르르 떨린다. 흡사 총모양의 거대한 쇳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느낌. 들고 싶지 않은 무거운 것을 억지로 들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들어야 한다. 들어서 당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생명의 끝. 기억의 소각. 망각. 어둠. 삭제. 자신이 발악하며 살아온 삶이 허무해져버리는 순간. 설전은 억지로 총을 들어 어깨에 견착한다. 승용차 앞까지 온 낫잡이가 설전의 눈을 향해 달려든다. 설전은 방아쇠를 당긴다. 노렸던 곳보다 아래 부분을 맞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머리를 빗나가진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낫잡이를 발판 삼아 다른 낫잡이 하나가 승용차 위로 올라선다. 설전의 조준이 승용차 위로 옮겨진다. 낫잡이 갈고리의 사정거리 안에 설전의 목이 들어왔다. 낫잡이가 설전의 목을 향해 갈고리를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설전의 방아쇠가 더 빠르다. 총알 3발 중 2발은 머리, 1발은 명치를 관통했다.

 

  낫잡이가 승용차위에 쓰러진다. 설전은 안도한다. 성공했다. 바로 앞까지 위협을 가해 온 괴물을 쓰러뜨리면서 그는 약간의 숨통, 삶에 대한 호흡을 느낀다. 짧은 순간. 설전은 그 짧은 순간에 삶을 만끽할 수 있었다. 죽음 바로 앞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그래서일까. 설전은 그 짧은 순간 자신이 있는 전장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혹은 몸이 잔뜩 무거워져 감각이 둔해진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집중력이 낮아진 탓일지도. 설전은 여전히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방금 쏴 죽인 낫잡이가 불러올 장애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설전이 괴물들에게 다시 집중하기 위해 앞을 본다. 그러나 쓰러진 낫잡이의 시체가 설전의 시선을 가린다. 뒤늦게 설전이 자신의 과오를 알아차린다. 아차. 위험하다. 몸을 움직여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 삶에 대한 안도감이 약간의 틈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틈을 통해 피로하지 않다는 거짓말이 들통 나 버린 것이다.

 

  설전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괜찮다고. 아직 움직일 수 있다고. 하지만 발에 무언가를 매달아 놓은 듯 무겁다. 허벅지 근육에 콘크리트를 발라놓은 듯 움직임이 더디다. 거짓말에 대한 대가는 설전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그는 몸과 고개를 겨우겨우 움직여 승용차 옆으로 간다. 그러나 늦었다. 이미 저글링 한 마리가 승용차를 넘어 설전을 향해 갈고리를 내리찍으려 하고 있었다.

 

  “아...”

 

  탄식이 세어 나온다. 늦었다. 머리는 이미 위험을 감지했지만 몸은 그 반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손을 들려고 해도 들리지 않는다. 머리 이외의 모든 신경들이 정지되었다. 그리고 신경들이 하나 둘 씩 정지되자 세계도 그에 따라 점차 정지되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천천히 떨어진다. 갈고리도 서서히 내려온다. 숨도 점점 천천히 내쉬어진다. 심장의 박동 수도 현저히 느려진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도, 갈고리를 바라보는 눈도, 자신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도, 쉴 새 없이 귀를 강타하던 폭우와 괴물들의 소리조차.

 

  모든 것들은 적막, 고요, 침묵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설전은 천천히 자신에게 내려오는 죽음을 본다. 죽음. 지금 서전의 눈앞에 죽음이 아른거린다. 점점 느려져 가는 세계에서 설전은 밤마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헤어진 동생을 생각한다. 괴물들 틈 사이에서 살아남으라고 소리친 현수형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젠 뒷모습 밖에 기억이 안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이것이 주마등인가. 빠르게 지나가는 추억, 기억, 상처들. 지나가는 속도는 엄청났지만 설전은 그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그러던 중 그의 마지막 주마등의 기억이 멈춘다. 한 여자가 보인다. 자신과 같이 수라를 걸었으나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아니, 자신의 감정에 솔직 하려고 노력하던 여자를. 그 여자를 보고 싶지만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설전은 그것이 퍽 아쉬웠다.

 

  곧 영원히 멈출 것만 같았던 시간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다. 주마등이 끝나면 이내 잔혹한 현실이 설전을 덮쳐올 것이다. 빗방울도 제 속도를 갖추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갈고리도 원래의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다. 설전의 호흡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심장의 박동 수도 점차 그 간격이 빨라졌다. 설전은 눈을 감았다.

 

  어쩌면 지금이 자신이 혐오했던 삶에 대한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받아들이자. 죽음이란 망각을. 눈을 감은 설전은 이대로 죽는다면 눈을 뜨고 죽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리라 안심했다.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하얘지자 드디어 설전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미안하다... 영혜야...

 

  빗방울이 다시 거센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러나 갈고리는 어쩐 일인지 설전을 향해 내려오지 않는다. 갈고리가 내려오지 않았기에 설전의 호흡도 심장도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설전은 눈을 떴다. 설전의 얼굴에 저글링의 피가 쏟아진다. 공격을 했어야 할 저글링은 비틀거리더니 설전의 앞으로 쓰러졌다. 괴물은 머리에 꽤 많은 총상을 입고 있었다.

 

  설전은 의아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 괴물이 쓰러진 거지? 지쳐있는 머리를 돌리기도 전에 다시 뒤에서 총성이 울렸다. 설전은 몸을 겨우 옮겨 승용차 너머를 바라보았다. 연달아 울리는 총성에 괴물들이 무언가에 머리를 맞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있었다.

 

  설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익숙한 여성이 총을 견착한 채 침착하게 빗속에서 당당히 괴물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설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말 그녀인가?

 

  “너...?”

 

  “이걸로 빚은 없는 거죠?”

 

  견착을 떼지 않은 채 영혜가 물었다. 정말 영혜인가? 승합차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여자가 지금 자신을 구해줬다. 뭐지, 이 상황은? 설전은 웃음이 났다. 본인 스스로 이유는 몰랐지만 웃음이 나왔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식의 안도감이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의미의 웃음이 설전의 입가를 움직였다.

 

  “왜 웃고 있어요! 빨리 쏴요!”

 

  그녀의 다그침에 설전이 다시 웃었다. 영혜에게 저런 식으로 호통을 들을 줄이야. 새삼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설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총을 들었다. 총을 다시 들자 아까와는 달리 가뿐히 총이 들린다. 신기한 일이다. 아까는 천근만근 같았던 총이 지금은 이리 가볍다니. 거칠게 내뱉던 숨도 제법 돌아왔다. 설전이 총을 들어 승용차 너머를 겨냥한다.

 

  영혜의 사격으로 이미 괴물 3~4마리 정도는 쓰러져 있었다. 설전이 숨을 고른 다음 조용히 방아쇠를 당긴다. 같은 시각 영혜도 똑같이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이 동시에 울리며 두 발의 총알이 낫잡이의 머리를 관통한다. 빗방울은 여전히 거세게 떨어지고 있었고 설전과 영혜의 총도 거세게 총알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멀었다. 괴물들은 계속해서 몰려온다. 수가 그렇게 줄었어도 아직 10마리 내외로 괴물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설전은 절망적이다 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겹다거나 끈질기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는 오로지 자신과 함께 싸우는 영혜의 호흡에 맞추느라 온 정신을 쏟아 붓고 있었다.

 

  영혜의 사격 솜씨는 놀라웠다. 처음 총을 쏠 때 징징거리며 울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설전은 어쩌면 자기보다 사격을 더 잘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쏘는 족족 그녀의 총알은 괴물의 이마와 머리를 관통하고 있었으니까. 원 샷 원 킬. 시원시원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냉정하고 확실한 사격 솜씨였다.

 

  오죽했으면 설전이 오발로 몸을 맞추면 바로 머리를 쏴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건 마치 영혜의 작업에 설전이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설전이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혜의 사격실력이 폄하될 여지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10마리 내외던 괴물이 어느새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낫잡이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건 영혜와 설전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소총을 견착한 채 괴물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낫잡이가 결심한 듯 설전와 영혜를 향해 움직인다. 비를 가르며 달려드는 낫잡이. 영혜와 설전의 총에서 동시에 불이 뿜어진다. 낫잡이의 머리 위로 붉은 종전의 깃발이 날린다. 낫잡이의 육체가 뒤로 쓰러지고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 모습을 본 영혜는 승합차에 기대 풀썩 주저앉는다. 설전도 그 자리에 주저앉더니 기어서 영혜의 옆 자리까지 오더니 승합차에 몸을 기댄다.

 

  영혜는 자신이 쏜 총을 들어 보인다. 연습으로 쏠 때 무거운 줄은 알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써보니 그 무게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인 무게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살상 무기. 그 무거운 중압감도 같이 곁들어져 있었다.

 

  “무겁네요.”

 

  “응. 알아.”

 

  “잘도 이런 걸 휘두르셨네요?”

 

  “그걸 봤냐? 안 보이게 숨어있으라니까.”

 

  “그러다 괴물들 몰려오면 어떡하려고요. 틈을 보다 도망쳐야지.”

 

  “뭐야. 도망칠 생각이었어?”

 

  “한 명은 살아서 아드님의 부고를 전해드려야죠.”

 

  “거, 무서운 생각을 가진 여자셨네. 내 죽음을 전제로 그런 생각까지 하신거냐?”

 

  “그래도 뭐, 생각만 했지 도망은 안쳤잖아요. 기특하죠?”

 

  “그래. 기특하다 기특해.”

 

  “헤헤.”

 

  “근데 어떻게 총을 쏠 생각을 했어. 난 네가 당연히 못 쏠 거라 생각했는데.”

 

  “왜요? 왜 제가 못 쏠 거라 생각하셨어요?”

 

  “무서우니까. 그렇게 총 쏘는 걸 무서워하던 녀석이었으니까. 사격연습 때도 가끔 자기가 쏜 총성에 놀라서 꺅꺅 거리던 애를 어떻게 믿겠냐.”

 

  “그래도 실전에 들어가면 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에요.”

 

  “그런 것 같네. 그런 부류의 사람들도 있지.”

 

  “사실 저도 놀랐어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정말 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오, 그래? 근데 어떻게 쏜 거야?”

 

  “그냥. 오빠가 싸우는 모습을 보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차 안에 숨어서 벌벌 떨다 가끔 오빠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창문 너머로 오빠를 보려고 했어요. 그때마다 오빠는 인상은 가득 찌푸리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괴물들과 맞서고 있었고요. 그렇게 보니 제가 있는 승합차 안 여기랑 오빠가 싸우는 빗속의 거리인 그 곳이랑은 전혀 다른 세계 같았지요. 마치 여긴 지켜지는 안전한 곳. 저기는 싸우는 이 안전을 위해 싸우는 곳.”

 

  “그래서?”

 

  “그래서 뭐랄까. 오빠가 말했잖아요. 난 너 지켜줄 생각이 없다고. 그렇게 날 무시하고 나에게 핀잔이나 주면서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잖아요. 왠지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어요. 난 아직도 지켜져야 되는 건가. 나 스스로 싸울 수 없는 건가. 스스로 싸움을 포기해버리고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안전을 누릴려고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드니 저절로 문 밖으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랬구나. 근데 나는 나온 줄도 몰랐지.”

 

  “히히. 지치셔서 잘 쏘지도 못 하시더만. 아무튼 의외로 쉽게 나가지더라고요. 난 엄청난 결심을 해야 문이 열리고 나가질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 쉽게 문이 열리고, 그리고 너무 쉽게 밖으로 나가지더라고요. 물론 밖은 비가오고 괴물들이 득실거려 위험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어요. 총 쏘는 것도 그랬고요. 사격 연습 때처럼 조준선을 정렬하고 숨을 고른 다음 격발. 연습 때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해보자! 방아쇠를 뙇! 그러자 멋지게 한 놈이 뒤로 넘어갔죠. 그 후는 뭐. 말 안해도 아시죠?”

 

  “그래. 잘했어.”

 

  “그죠? 잘했죠? 이건 당연 칭찬 받아 마땅해요.”

 

  “그래, 한 동안은 우쭐해도 되겠어.”

 

  “히히. 그리고 으음...”

 

  “음? 뭐?”

 

  “음?”

 

  “왜 그래?”

 

  “으흠 으흠?”

 

  “뭘 그리 빤히 쳐다봐?”

 

  “으흠. 저한테 뭐 더 하실 말씀 없나요?”

 

  “뭐?”

 

  “보통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지면 당연히 으레 해야 하는 예의가 있을 텐데요?”

 

  “으... 응?”

 

  “에이. 모른 척 하시는 걸까? 아니면 정말 모르시는 걸까?”

 

  “뭐...뭘 바라는 건데?”

 

  “글쎄요. 뭘 바라는 걸까요?”

 

  “.....”

 

  “뭐 굳이 말씀 안하시겠다면 상관없지만.”

 

  “.....”

 

  “정말 말씀 안하시려나?”

 

  “.....”

 

  “안하시려나보다. 그런가 보다. 아 매정해라. 아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비는 내리는데 한 남자의 가슴은 메말라서 비조차도 스며들지 못하네!”

 

  “.....”

 

  “아... 정말 나는...”

 

  “고마워.”

 

  “네?”

 

  “고맙다고.”

 

  “히히. 뭐라고요?”

 

  “고맙다고! 몇 번을 말하게 할 참이냐!”

 

  “당연히 몇 번이나 더 듣고 싶죠. 오빠 입에서 그런 말 나오기가 어디 쉬운 줄 아세요?”

 

  “크윽.. 그래 뭐 닳는 것도 아닌데. 고맙다. 고마워! 엄청 고맙군!”

 

  “헤헤헤. 그래요, 고맙죠?”

 

  “그래 고맙다.”

 

  “헤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냐?”

 

  “오빠가 그런 낯간지러운 말 하니까 이상해서요.”

 

  “큭.. 그러면 시키지 마.”

 

  “전 부탁했지 시키진 않았어요.”

 

  “후.. 역시 넌 나랑 안 맞아.”

 

  설전의 말이 끝나자 영혜가 옅은 미소를 짓더니 설전의 어깨에 기댄다. 승합차에 몸을 기대어 앉아있는 두 사람 앞에는 괴물들의 시체가 붉은 피를 내뿜으며 쓰러져 있었다. 몇몇은 점차 회색 가루로 변해가던 중이였다.

 

  설전이 영혜를 바라본다. 영혜는 말없이 설전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 이렇게 어두운데. 날씨가 이렇게 흐린데. 게다가 아까 전만 해도 괴물들이 득실거리던 거리였는데. 왜 이리 그녀의 얼굴은 빛나 보이는 걸까? 어째서 그녀의 모습은 이리 빛나 보일까?

 

  설전은 영혜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기댄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지만 따뜻했다. 설전은 손을 움직여 보았다. 어느새 설전의 왼손은 영혜의 오른손과 깍지를 끼고 있었다. 설전의 왼손이 움직이자 영혜는 손을 놓지 못하게 하려는 듯 더욱 손을 꽉 쥐었다. 설전은 웃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낯선 자신의 모습에, 영혜의 모습에, 지금의 상황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영혜는 설전을 보지 않았다. 설전에게 기댄 그녀는 그저 묵묵히 설전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녀는 그 사실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준 설전에게 감사하며, 그리고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을 잠시나마 이렇게 기대어 본다.

 

  비가 어느새 서서히 그쳐간다. 지면을 부술 듯 내리던 빗줄기의 위세는 약해지더니 검은바다는 눈물을 다 짜냈는지 아니면 파도가 다 부서졌는지 어느덧 그저 옅어진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변해 있었다.

 

  설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해는 하늘 위에 떠있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설전이 볼 수 없다고 해도 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난 다음에는 달이, 그 다음에는 다시 해가 뜰 것이고 하늘은 그 행위를 무수히 반복할 것이다. 그것은 구름으로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진실이었다.

 

  차가 출발하기 전 훈련소 안에서 영혜가 했던 말을 설전은 떠올렸다. 어두운 굴에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어쩌면 그녀는 밧줄을 내려주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게 썩었든, 아니면 단단하든. 설전은 그것을 잡아보기로 했다. 다시 그는 영혜가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도 분명 있을 거예요. 살아가다보면. 살아갈 이유가. 행복해질 이유가.”

 
작가의 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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