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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리고 그 후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7

2014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 이 후 인류는 멸망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사태에서 살아남은 이설전은 변해버린 환경과 그것에 적응해가는 자신에게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다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일상을 쓰는 아포칼립스 일상물.

 
04 -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3)
작성일 : 19-10-10 23:45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1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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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소녀의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 소녀, 남동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녀의 부모님은 성실하고 착했다.

  소녀의 남동생도 그런 부모님을 닮아 순하고 여렸다.

 

  그러나 소녀는 그렇지 않았다.

 

  소녀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소녀의 부모님은 너무 착해 사람을 쉽게 믿었고 쉽게 사기를 당했다.

  소녀의 동생은 너무 여려 친구들에게 쉽게 당하고 쉽게 따돌림 당했다.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이름의 반대쪽에는 가난이 언제나 따라붙고 있었다.

 

  소녀는 집이 바뀜과 동시에 자신의 방도 바꿔야 했다.

  소녀는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자신이 나서서 동생을 돌봐야 했다.

  소녀의 학교 성적은 전국에 드는 실력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소녀의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소녀가 전 과목 점수를 만 점을 받는다.

  그러나 소녀의 주머니에는 과자를 사먹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녀가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여 상금을 탄다.

  그러면 소녀의 용돈은 그제야 생겼다.

  소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본 모의고사.

  소녀는 전국 상위 1%에 들었다.

  그러나 소녀에게 있어 그런 점수는 하등 쓸모없는 숫자놀음일 뿐이었다.

 

  소녀는 착해빠진 자신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 길 바랐던 부모님이 독해졌으면 했다.

  독을 물고 재산을 긁어모아 돈에 독을 뿌리며 부를 늘리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님은 언제나 말했다.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소녀는 부모님이 이 말을 꺼낼 때 마다 절망했다.

 

  소녀는 가난이 싫었다.

  소녀는 그런 가난을 겪게 해준 부모가 싫었다.

  소녀는 이런 자신을 보채는 동생이 싫었다.

  소녀는 자기만 빼고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싫었다.

 

  소녀는 희망이 없는 삶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소녀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소녀는 가족들의 행복을 업신여겼으며 가족들과 거리를 멀리 두려 했다.

  소녀는 부모의 생일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소녀는 동생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밖으로 나가 거리를 돌아다녔다.

  소녀는 방학이 되면 나이를 속여 가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를 이해하진 못했다.

  소녀는 부모님을 이해했지만 부모님을 사랑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 후

 

  소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날 소녀는 10억을 받게 된다.

 

  소녀의 부모님은 뺑소니로 돌아가셨다.

  소녀의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소녀는 입학식에 오겠다던 부모님이 안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소녀와 동생은 외삼촌에게 맡겨졌다.

  소녀의 돈도 외삼촌이 관리하게 되었다.

  소녀는 이제 더 이상 낡고 허름한 집에서 살지 않아도 되었다.

  소녀는 이제 고급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게 되었다.

  소녀의 동생은 달라진 집에 우울해 했다.

  소녀는 그런 동생을 달래며 새롭게 바뀐 집에 기뻐했다.

 

  그리고 소녀에게서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소녀는 우연히 외삼촌과 외삼촌 친구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소녀는 증거가 없어 못 잡은 뺑소니의 범인을 생각한다.

  소녀는 외삼촌과 그 친구가 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소녀는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소녀는 약한 부모가 강한 외삼촌에게 먹혔다. 그리 생각했다.

 

  소녀의 생활에 바뀌는 건 없었다.

  소녀의 일상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소녀에게 외삼촌은 지금의 자신에겐 필요한 존재였다.

  소녀에게 그의 인격은 중요치 않았다.

 

  소녀에게 자신의 인생에 현재 필요한 부품은 외삼촌이었다.

  소녀의 부모님을 죽였다.

  소녀에게 그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았다.

  소녀의 부모님이 살아있든 없든 지금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았으니까.

 

  소녀는 자신의 10억도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그래서 공부에 열중했다.

  힘을 키워서 빼앗긴 것을 다시 뺏고 말리라.

 

  그리고 소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소녀는 자신에게 기회가 다가왔음을 알았다.

  소녀의 성적은 전국 상위 1%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소녀는 근처 학교에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우등생이었다.

  소녀는 그 해 겨울,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이 다가 올 것을 알았다.

 

  그리고 소녀는 더욱 열심히 학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그 해 겨울.

 

  소녀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 더운 한 여름 밤.

  밤하늘에선 불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소녀의 외삼촌은 괴물이 되어 소녀와 동생을 공격했다.

  소녀는 동생을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소녀의 눈에 괴물들과 뒤얽힌 사람들의 잔혹한 모습이 비춰졌다.

  소녀의 동생이 소리를 지른다.

  소녀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줄 틈도 없이 그를 데리고 거리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남매는 피와 살이 튀는 거리를 빠져나왔다.

  남매는 살아남은 사람들과 합류하여 같이 도망쳤다.

  싸움을 하던 중 몇 명은 죽고 몇 명은 괴물이 되어 돌아다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군인들에 의해 남매는 피난소로 대피하게 되었다.

 

  피난소에 도착한 남매 중 동생은 울다 잠들었다.

  피난소에 도착한 남매 중 누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소녀는 침착하게 자신에게 더러운 현실이 닥쳤음을 받아들였다.

  소녀의 눈에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피난소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곧 피난소에서 괴물이 발생하였고 피난소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남매는 괴물들과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피하려 애를 썼다.

  그러다 물 밀 듯 밀어 닥치는 사람들의 난리 속.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은 끊어졌다.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동생도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소녀가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동생이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남매의 목소리는 묻혔다.

 

  그 후 소녀는 사람들의 난리 속을 헤집으며 피난소를 벗어났다.

  그 후 소녀는 동생을 찾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돌아본 피난소에선 오로지 괴물들만 득실거렸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동생을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후 소녀는 도망쳤다.

  살기 위해서.

 

 

  소녀는 이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목숨을 보존했다.

  때로는 군인들 틈 사이에서

  때로는 거친 언니들과 함께

 

  그러나 소녀가 몸을 의탁했던 일행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소녀는 군인에 의해 구조되었다. 몇 달간은 괴물들 틈에서 잘 살아남았다.

  그러나 떼로 밀려오는 괴물들.

  낮이고 밤이고 계속되는 전투.

  소대장은 그날 밤 경계를 서던 부대원들을 전부 죽이고 자살했다.

  괴물들이 철망을 넘어 막사까지 진입했다.

  소녀는 도망쳤다.

  살기 위해서.

 

  소녀는 총을 들고 버스를 타며 남자들을 데리고 다니던 언니들을 만났다.

  예쁘고 몸매가 좋은 언니들 중에는 TV에서 보던 언니들도 섞여 있었다.

  언니들은 남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 사람들을 보디가드라고 말했다.

  언니들은 소녀에게 자신들의 무리에 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소녀는 버스를 타고 다니며 다시 몇 달간 생활했다.

 

  그러나 언니들은 서로간의 파벌과 기싸움을 벌였다.

  언니들은 출신지나 직업, 외모에 대해 싸웠다.

  언니들은 데리고 다니던 남자들의 투표결과를 놓고도 싸웠다.

  결국 언니들은 크게 다투었다.

  그리고 총성이 한 발 울린다.

  우발적으로 쏜 총을 시작으로 좁은 버스에서 총알과 피가 난자했다.

  소녀는 사태가 발생하던 그 날, 거리의 참혹함을 기억했다.

  소녀는 버스 유리창을 벗어나 달렸다.

  소녀는 도망쳤다.

  살기 위해서.

 

  정처 없이 도로를 헤매던 그녀는 한 무리의 괴물들을 만났다.

  소녀는 그제야 자신의 죽음을 실감했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소녀는 눈을 떴다.

  괴물들은 쓰러져있었다.

  트럭을 타고 총을 들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소녀는 트럭에 태워졌다.

  소녀는 자신 이외의 여러 사람들을 보았다.

  소녀는 무기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소녀는 식용으로 길러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지하실에 갇혔다.

  소녀는 목이 말랐다.

  소녀는 지하실 벽 틈에서 흘러내리는 흙물을 핥아 마셨다.

  소녀는 생각했다.

  따뜻했던 부모님의 품을.

  언제나 냉대해도 자신을 따르던 동생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자신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사랑했다.

 

  소녀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을 원망한 소녀였다.

  그러나 부모는 언제나 소녀가 먼저였다.

 

  소녀는 알고 있었다.

  동생을 멀리한 소녀였다.

  그러나 동생은 언제나 소녀를 따랐었다.

 

  동생을 잃어버린 그 날,

  소녀는 동생의 이름을 목이 찢어지게 불렀다.

  그 때 이미 소녀는 알고 있었으리라.

  자신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다는 걸.

 

  소녀는 희망이 없는 삶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희망이 가득했다.

 

  소녀는 그것을 전부 잃어버린 후에야 깨달았다.

 

 

  소녀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녀는 언제 먹힐지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 희망을 잃지 않고 살기로 했다.

  소녀는 갇힌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기로 했다.

  소녀는 죽음 속 에서도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다.

 

  그것이 부모님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살아라.

  이 가르침을 마지막까지 관철한다.

 

 

  그리고 그 후,

  소녀는 도시락에 당첨된다.

  소녀는 차에 태워져서 이동한다.

  소녀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소녀에게 있어 몇 개월 만에 보는 바깥 풍경이다.

  소녀에게 있어 마지막으로 보는 바깥 풍경이다.

 

  차를 세운다.

  소녀는 남겨진다.

  소녀는 심호흡을 하고 떨려오는 심장을 서서히 진정시킨다.

  소녀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받아들인다.

  소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비명이 들린다.

  괴물들이 창밖으로 지나간다.

  총성이 울린다.

  소녀의 다짐이 무너진다.

  소녀의 피부에 죽음의 공포가 각인된다.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운다.

  소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살고 싶었다.

  소녀는 살고 싶었다.

  소녀는 살고 싶었다.

  소녀는 살고 싶었다.

 

  소녀는 흐느낀다.

  소녀는 계속 흐느낀다.

  소녀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폭발 소리가 들린다.

  소녀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소녀는 흐느낀다.

 

  소녀는 문득 무언가를 느낀다.

  소녀는 뒤를 돌아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것이 영혜와 설전의 첫 만남이었다.

 

 

  설전은 황급히 영혜의 시선을 회피했다. 절대로 엉덩이 골 아래로 시선을 옮기려고 했던 것이 괜히 마음에 찔려서가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시선이 마주치니 당황해서 피한 것이었다. 적어도 설전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변명을 지어내고 있었다.

 

  영혜는 그런 설전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온 사냥꾼들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남자. 지저분한 수염에 짧지만 떡이진 머리. 그리고 피투성이의 얼굴. 머리에 두른 손수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살기를 잔뜩 머금은 눈빛은 영혜에게 공포를 느끼게 했다. 물론 영혜는 그 살기를 머금은 눈빛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는 알 턱이 없었다.

 

  그러다 영혜는 설전이 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영혜가 다급히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영혜가 뒤로 물러서자 영혜의 정면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되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설전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요시! 그란도 시즌!”

 

  설전의 말에 영혜는 화들짝 놀랐다. 설전은 눈치와 고갯짓으로 몸을 가리키며 영혜에게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었다. 그래도 그녀가 멀뚱히 설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설전은 이번엔 손가락으로 몸을 가리키며 빙글빙글 돌렸다. 그제야 영혜는 주요부위를 다급히 가리며 설전을 향해 소리쳤다.

 

  “다... 당신 뭐에요!”

 

  “뭐긴 뭐야. 와따시와 닝겐다.”

 

  “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죠? 괴물들은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영혜는 당황했으나 설전은 마치 그게 자연스러운 듯 그녀의 질문에 태연히 답변했다.

 

  “괴물들은 나의 썬더 크로스 스플릿 어택에 의해 파문을 얻어맞고 제대로 녹아버렸지.”

 

  “에?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너와 같이 온 일행은 필살 썬더 스프링 번개 공격을 맞고 내가 다 박살내 버렸다.”

 

  설전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처참하고 무서운 자신의 몰골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그녀를 위해 마련한 개그였다. 그러나 이것은 역효과였다. 당연한 결과다. 자기만 아는 개그를 남에게 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오긴 힘든 법이니까.

 

  그 헛소리 때문에 오히려 영혜는 앞의 남자가 무서워 졌다.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을 리 없었다. 그녀는 다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결국 그녀에게 설전은 공포심을 심어주고 만 것이다. 설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장난이 심했구나 생각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영혜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영혜는 정신병자가 이번엔 자신의 몸을 훑어보자 더욱 몸을 추스르며 뒤로 물러섰다. 설전은 겉에 난 외상이 없는 점에 안도하며 생각했다.

 

  괴물이 눈물 따위 흘릴 리 없지.

 

  그렇게 설전이 안도하는 순간 다시금 몸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아직 몸에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 이렇게 농담이나 따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다시금 격통이 조금씩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설전은 깊게 한 숨을 쉬더니 도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냥 갈까? 어차피 이 여자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존재다. 어쩌다 얽힌 생판 남. 괴물이 아닌 이상 이 여자에게 더 이상의 볼일은 없었다. 어차피 이 여자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해 보일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설전은 움직일 수 없었다. 왜일까? 설전의 고개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납득하기엔 시간이 걸렸다. 설전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하늘을 쳐다본다.

 

  설전은 몇 초 동안 그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병자가 그런 행동을 하니 영혜는 더욱 불안해졌다. 그리고 그 후 설전은 무언가 결심한 듯 숨을 크게 내쉬더니 승합차의 앞쪽을 향해 걸어갔다. 무거운 몸, 거기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쑤셔오는 터라 죽을 맛이었다. 망가져서 아귀가 맞지 않는 부품들을 억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총을 뒤로 메며 승합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혜는 기겁을 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설전을 경계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설전은 그런 영혜를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자리에 앉는다기보다는 의자에 쓰러진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르겠다.

 

  “네 일행들은 습격해온 괴물들에 의해 3명은 죽었고 2명은 괴물이 되었지. 그리고 내가 그 괴물이 된 2명을 처리하고 오는 길이다. 물론 그전에 습격해온 괴물들도 모두 죽었고.”

 

  설전은 아까의 장난과는 달리 무게감 있고 낮고 어두운 어조로 말했다. 영혜는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경계는 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는 설전의 반대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설전은 뒤쪽을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일행은 전멸이다. 지금 이 승합차의 생존자는 너. 한 명 뿐이지.”

 

  영혜는 말이 없었다. 아까의 난리 속에서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괴물들이 창밖에서 지나갈 때. 영혜는 전혀 다른 죽음이 자신을 덮치리라 생각했다. 허나 그전에 그녀들이 먼저 죽음을 맞이하리라. 영혜는 그녀들의 다음 차례가 자신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녀는 설전의 말을 되씹어 본다. 일행이 전부 죽었고 괴물도 없다는 것은 지금 여기서 탈출해도 이 사람을 제외하곤 막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녀는 차 문과 설전을 번갈아 보며 조금씩 차 문으로 몸을 옮겼다.

 

  설전은 묵묵히 기다렸다. 그러나 영혜는 반응이 없었다. 뭐, 만약 자신이 엿들은 게 맞다면 영혜의 반응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설전은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설전은 머리를 두어 번 긁적거린 뒤 다시 뒤를 흘끗 바라본 다음 말했다.

 

  “나는 이 근방을 정찰하다 우연히 너희 일행을 발견했어. 뭐, 문제 같은 거 만들기 싫어서 그냥 몰래 빠져나가려 했는데, 너희 일행이 괴물과 싸우고 있지 뭐야. 난 거기에 휘말렸어. 여차저차해서 내가 마무리를 지었지만.”

 

  설전은 기침을 몇 번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승합차에서 내리지 않았던 사람이 생각나더라고. 거기다가 너희 일행이 이야기하는 걸 엿듣고 있다 보니 그 사람의 정체가 무쟈게 궁금해지는 거 있지? 그래서 그냥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야. 뭐, 네가 무서워하는 이유 이해해. 괴물들이 지나가고 나니 피범벅의 총을 든 남자가 난데없이 헛소리를 지껄이나 싶더니 갑자기 차 안으로 들어온다. 그냥 문장으로만 봐도 호러지.”

 

  설전은 가볍게 웃었다. 영혜는 그런 설전의 웃음에 잔뜩 긴장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적의가 없는, 호의적인 웃음이라고 느껴지자 조금씩 긴장이 풀려갔다.

 

  “그런데 괴물이 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밖에서 느긋이 너랑 이야기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너를 그냥 내버려두기도 그렇고. 그래서 이렇게 안으로 들어 온 거야. Do you understand?”

 

  뒤쪽을 흘끗 바라보며 설전이 혀를 꼬아가며 이야기하자 영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왠지 미친놈 같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영혜의 경계가 조금 느슨해졌다. 설전은 영혜의 거친 숨소리가 조금씩 잠잠해지는 것을 느끼자 망설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내가 아까 말했지. 네 일행의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근데 그 이야기를 엿듣고 있자니 너랑 그 일행이랑 묘한 관계더라고. 지금 너의 겉모습도 그렇고 말이야.”

 

  설전의 마지막 말에 영혜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혹시나 싶어서 그런데. 너 그 일행과 어떤 관계냐. 이야기 해줄 수 있나? 너와 저 사람들에 대해서?”

 

  말을 마치고 설전은 그저 창 넘어 풍경만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침묵. 영혜는 이것이 무언의 압박이라 생각했다.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안다. 그러나 나도 너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내가 너를 믿을 수 있도록 증거를 보여라. 눈앞의 남자는 이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사실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려 했다면 진즉에 사단을 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영혜는 너무나 무력한 존재였다. 그런 영혜에게 남자는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서 남자는 이미 자신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남자는 이번엔 그녀에게 신뢰를 보여 달라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영혜는 이렇게 판단했다.

 

  “저 사람들은...”

 

  영혜의 입이 열린다.

 

  그녀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말한다. 사람을 사냥하고 사람의 고기를 먹는 사람들. 영혜는 그들에게 붙잡혀 사람 같지도 않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가축이기 때문에 옷을 벗겨서 생활시키게 하고 밥이라곤 개나 돼지도 먹지 않을 것 같은 사료를 준다고 했다. 병에 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독한 소독약도 섞어서 준다는 것도 덧붙였다.

 

  인간만 먹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 고기가 될 만한 것들은 괴물들 빼곤 뭐든 다 잡아들였다고 한다. 비둘기, 개, 고양이, 심지어 뱀이나 어떻게 잡았는지 참새 수십 마리를 잡아온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비율이 떨어져서 인간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불어 수색범위를 넓히기 위해 여기까지 사람을 보낸 것이고 자신은 그들의 예비용 식량, 도시락이 되어 끌려 왔다고 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자신이 어쩌다 이런 곳에 잡히게 되었는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털어 놓는다고 하기 보단 터져 나왔다고 하는 편이 옳다. 가슴 속에 막혀 있던 응어리가 터지면서 눌러왔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것이다.

 

  그것은 흡사 홍수와도 같았고 거대한 쓰나미와 다를 바 없었다.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너무도 거대한 그 흐름을 막기란 보통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했다. 특히나 영혜의 경우 억눌러있던 마음의 댐이 너무나 높아 그 안에 담겨진 감정의 양이 엄청났다.

 

  결국 영혜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토해낸다고 봐야 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울분, 설움, 죄책감이 한 곳에 뒤섞여 그것은 하나의 삶이 되어 영혜의 입에서 토해진다. 설전은 머리를 뒤로 기댄 채 한 없이 토하는 영혜의 단어들을 귀에 넣는다.

 

  울음 섞인 그녀의 삶은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 곧 가족과 외삼촌의 이야기를 지나 동생의 이야기에서 절정을 맞이하였고 결국 그녀는 말은 거기서 끊어진다. 한참을 흐느껴 우는 영혜. 승합차 안에선 오로지 영혜의 감정들만이 가득 차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야기가 끊긴지는 오래되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기에 침묵은 유지되었다. 영혜는 자신의 과거를 전부 털어놓았다. 그리고 말을 마친 다음 남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설전은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도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를 시작한 처음, 고개를 젖힌 그 모습 그대로 멈춰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 숨 막히는 고요함이 싫었지만 이 침묵이 싫다고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설전은 고개를 젖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차의 천장을 향해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켰을 뿐. 그러나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설전은 거기에 뭐라도 붙어있는 듯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영혜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침묵 속에서 그의 행동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몇 분 후.

 

  설전이 차에서 내린다. 갑작스러운 설전의 행동에 영혜는 당황한 나머지 바짝 긴장을 한다. 설전은 묵묵히 성큼성큼 승합차의 옆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 영혜는 아까보다 더욱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설전은 바깥에서 영혜가 있는 안쪽으로 손을 내민다. 설전이 입을 열어 말한다.

 

  “나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가 영혜의 귓가를 어루만진다. 영혜는 순간 자신 앞의 사람이 설전이 아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네?”

 

  영혜가 쉰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설전은 그런 그녀를 향해 뻗은 손을 흔든다.

 

  “나오라고.”

 

  영혜는 설전이 내민 손을 바라본다. 의외로 작고 투박한, 그렇지만 거칠고 상처투성이의 손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설전의 손이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무언가가 설전의 손에서 느껴졌다.

 

  영혜는 설전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가 내민 이 손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이 손을 잡는,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손을 잡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그런 목숨이었으니 두려울 건 없었다. 만약 어떠한 해악을 당한다 해도 그녀는 당당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차의 구석에서 밖으로 나오려 했다. 그러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발이 꼬여 미끄러졌다.

 

  설전이 그런 그녀를 다급하게 받는다.

  영혜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설전의 품에 안긴다.

  설전은 영혜를 안고, 영혜는 설전에게 안긴 모습이 된다.

  영혜는 설전의 눈을 바라본다. 설전은 영혜의 눈을 바라본다.

 

  영혜가 황급하게 설전의 품에서 떨어진다. 얼굴이 붉어진 영혜는 고개를 돌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겨우 내뱉었다. 설전은 가볍게 웃더니 영혜를 향해 말했다.

 

  “이설전이라고 한다.”

 

  설전의 말에 영혜가 다시 설전의 얼굴을 쳐다본다. 설전도 영혜의 대답을 기다리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설전과 눈이 다시 마주칠까봐 영혜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이영혜라고 해요.”

 

  “오, 같은 이 씨네. EE로군.”

 

  그는 자신이 한 말에 가볍게 웃었다. 역시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막연하게 어두워 보이던 남자의 모습이 이젠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영혜는 가슴에서 뭔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설전이 그런 영혜를 놔두고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영혜는 설전이 어디로 가는 건지 의아해 하다가 그를 따라간다.

 

  영혜는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르다가 문득 자신이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는 가릴 것 없냐면서 설전의 전투조끼와 바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전은 뒤를 돌아 웃으며 전투조끼와 바지를 흔들어 보이더니 말했다.

 

  “이건 내꺼지?”

 

  “네.”

 

  “네 꺼 아니지?”

 

  “네.”

 

  “그럼 나랑 같이 간 다음 그곳에서 옷 입어. 어차피 나 빼곤 주변에 볼 사람 없잖아.”

 

  설전은 그러더니 앞으로 돌아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그는 아오 다리야 라고 불평을 구시렁거리며 영혜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영혜의 마음속에선 설전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서 좋은 쓰레기로 강등 당했다. 근데 같이 가다니. 어디를?

 

  영혜가 이런 의문점으로 갈등하고 있을 때 설전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다시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뭐 하냐, 가자.”

 

  “어디 가는데요?”

 

  “우리 집.”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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