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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1
작성일 : 19-10-08 09:22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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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랐네.”

 

 이 형사가 말했다.

 편성혜는 입술을 억지로 벌려 미소 지었다.

 이 형사는 접견실 유리벽 너머 편성혜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입술이 부르터 보풀이 일었고 턱밑에는 부스럼이 나 있었다.

 

 “성혜씨가 접견 신청을 받아줄 줄은 몰랐어.”

 “안 받으면 포기하셨을까요?”

 “아니. 강제로라도 만나려고 했지.”

 

 2017년 6월7일 1심 선고공판이 며칠 뒤로 다가왔다.

 편성혜의 할머니가 여러 번 찾아갔으나 피해자의 어머니는 합의를 거부했고, 합의를 했더라도 죄질이 나빠 중형을 피하기 어려웠다.

 편성혜 역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형사가 재판에 대해 묻자 편성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지금 심정이 어때?”

 “졸려요. 그냥 잠만 와요.”

 

 편성혜는 진짜 졸려 보였다.

 눈꺼풀이 반쯤 감겨 있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날 왜 만나준 거지?”

 

 편성혜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모든 게 다 부질없는 것 같아서요. 만날 이유도 안 만날 이유도 없으니까 만나서 인사나 드리려고요.”

 “할머니는 자주 오셔?”

 “네. 귀찮을 만큼.”

 “귀찮아해선 안 되지.”

 

 편성혜가 고개를 더 숙였다.

 실핏줄이 비치는 가냘픈 목덜미가 보였다.

 저 목덜미에 주름이 지기 시작할 때 편성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형사는 궁금했다.

 

 “어렸을 때 야구 게임기가 갖고 싶었어. 지금 같은 전자 게임은 아니고 단추를 누르면 공이 튀어나가는 작은 핀볼 같은 게임기야. 그게 우리 동네에서 유행했거든. 나는 그 게임기를 사려고 돈을 모았어. 10원 짜리, 50원 짜리, 받는 대로 유리병에 넣었지.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돈을 모아도 게임기를 살 만큼은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 나는 그 돈으로 떡볶이를 사 먹어 버리곤 할머니 앞에서 엉엉 울었어. 할머니는 어떤 게임기인지 물으시고는 알았다고만 했어. 그 이후로 할머니가 늦게 들어오셨어. 밤중까지 안 돌아오실 때도 있었어. 나는 자지 않고 대문 앞에서 기다렸지. 그땐 할머니가 사라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어. 할머니마저 없으면 난 영원히 혼자가 되는 거니까. 어느 날 할머니가 어두운 골목을 걸어오시는데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게임기를 손에 들고 계셨어. 단추를 눌러도 공이 잘 안 굴렀어. 난 갖고 싶은 게 아니라고 짜증을 부렸지. 우리 할머니는 폐지나 고철을 주워 고물상에 파셨거든.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할머니는 그 게임기를 찾으려고 근처 고물상과 쓰레기통을 밤중까지 뒤졌던 거야. 일주일이 넘도록. 저녁도 굶으시고.”

 

 편성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 형사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성혜씨. 박성훈 사건을 어떻게 미리 알았지?”

 “저는 그냥 예를 들었을 뿐이에요.”

 “그냥 예를 들었다기엔 너무 정확해. 제발 말해줘. 피해자가 더 생겨서는 안 돼.”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편성혜가 고개를 들었다.

 눈을 치켜뜨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 형사는 편성혜가 흥분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런 질문 하시려거든 그냥 가세요.”

 

 이 형사는 한숨을 쉬었다.

 

 “태양 레지던스에서 같이 있었던 심리학자와 의사 선생이 대정그룹에서 일해.”

 “네?”

 

 편성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임사체험 연구팀에 고용됐어. 사고를 내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다 그 이상한 연구팀과 관련이 있어.”

 “그러네요.”

 “이상하지 않아?”

 

 편성혜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이제 평온해요. 누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정은주씨라고 알아? 방송 하시는 분.”

 “알아요.”

 “그분이 그러던데 태양 레지던스에서 임사체험을 했나?”

 “네. 우리 모두.”

 “왜 대정그룹이 임사체험자들을 모으는 거지?”

 “몰라요.”

 “그래.”

 

 이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도 대답 안 해줄 것 같았어. 그냥 얼굴이나 보고 싶었다고 해두지.”

 

 이 형사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면회시간이 남아 있었다.

 뭔가를 더 캐묻기도 어색했고 그냥 돌아가기도 찜찜했다.

 

 “성혜씨가 하고 싶은 말을 해 봐. 더 이상 내가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인사든 뭐든 좋으니까 해 봐.”

 

 편성혜가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에서 안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이 형사는 면회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냥 그렇게 기다리기로 했다.

 면회시간을 1분쯤 남겨 뒀을 때 편성혜가 눈을 떴다.

 

 “태양 레지던스 화재는 뭔가 이상했죠?”

 “그래. 많이 이상했어.”

 “저는 이만 갈게요.”

 

 편성혜가 일어섰다.

 무엇엔가 쫓기듯 황급히 이 형사에게서 등을 돌렸다.

 

 **

 6월은 더웠다.

 일찍 찾아온 더위가 한낮의 거리를 점령하고 아지랑이를 피워댔다.

 2017년 6월10일 이 형사는 트렌치코트를 벗어버리고 반팔 차림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처리해야 할 서류작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정은주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참다못해 이 형사가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뚱한 대답만 돌아왔다.

 

 정은주는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대정그룹과 명상센터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사체험자를 조사한다는 연구원의 연락처도 내놓지 않았다.

 

 “잘난 인간들은 믿을 게 못 돼.”

 

 이 형사는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팀장이 지시한 업무보고서도 매일 작성해야 했다.

 팀장은 명상센터 민원을 받은 뒤 시보나 할 법한 자질구레한 업무를 지시하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편성혜 덕에 이 형사의 경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무를 보는 여경이 다가왔다.

 자판을 두드리던 이 형사는 고개를 들었다.

 여경의 손에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뭐야?”

 “편지에요.”

 

 이 형사는 봉투를 받았다.

 형사들에게 구치소 직인이 찍힌 편지는 익숙했다.

 형사들은 자신이 잡거나 도와준 피의자가 구치소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쓴 감사편지를 자주 받았다.

 이 형사는 관할구역의 망나니들을 떠올리며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편성혜였다.

 멋 부리지 않고 각이 진 글씨체였다.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이 형사는 편지를 들고 망설였다.

 편성혜가 편지 안에 무엇을 담았든, 그것이 이 형사의 오후 일정을 망쳐놓을 게 뻔했다.

 이 형사는 한참 동안 구치소 직인을 노려보았다.

 

 “연애편지에요?”

 

 옆 자리의 김 형사가 물었다.

 

 “네 일이나 해.”

 

 이 형사는 봉투를 열었다.

 줄과 칸을 잘 맞춘 글자들이 편지지의 반 정도를 채우고 있었다.

 이 형사의 예상대로 짧은 편지였다.

 

 “이정한 형사님. 안녕하세요.

 저번에 면회 오셨을 때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려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희 할머니와 저한테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형사님 눈빛에서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형사님은 참 순수하고 멋있는 경찰입니다.

 

 저는 여기서 아무 걱정 없이 지내고 있어요. 하루 종일 졸리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예전에 구치소 담장 밖에서 제가 했던 일들이 이제는 악몽처럼 느껴져요. 정말 의미 없는 삶이었습니다.

 

 매일 잠들 때마다 저는 속삭입니다. 넌 행복하다고. 그래요, 저는 정말 행복해요. 형사님한테도 말씀 드렸듯 삶은 끝이 아니고 짧은 과정에 불과해요. 그 과정을 참 힘들게 넘겼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는 편안해 졌어요.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됐습니다.

 

 정은주 선생님을 잘 챙겨주세요. 그분도 절 많이 걱정해주셨는데 저와 같은 길을 가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아참, 그리고 저번에 화재 사건 물어보셨잖아요. 문득 혜강 법사님이 떠오르네요. 그럼 늘 건강하시길.”

 

 이 형사는 수화기를 들었다.

 편성혜의 편지는 감사인사가 아니라 작별인사였다.

 죽음을 예감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여행’이라는 말을 쓸 리가 없다.

 

 날짜를 따져보니 편성혜는 이 형사를 만난 직후 편지를 썼다.

 이 형사는 수화기를 들고 남부구치소 보안과 전화번호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시발.”

 

 보안과 직원은 편성혜라는 이름을 듣자 짧게 말했다.

 

 “어제 사망했습니다.”

 “사인은요?”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심장마비로 추정돼요. 잠자던 중 세상을 떴습니다.”

 

 이 형사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이 형사는 책상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편성혜는 이 형사에게 뭔가를 말했고 뭔가를 더 말하려 했다.

 

 “정은주. 혜강”

 

 이 형사는 편성혜의 편지에 언급된 이름들을 중얼거렸다.

 

 “정은주와 혜강.”

 

 이 형사는 정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 지 한참 만에 정은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죠?”

 “편성혜 사건에 대해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어요.”

 “아, 그 일이라면 더 듣고 싶지 않네요.”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지금 좀 바쁜데요. 팟캐스트 방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부탁입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안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정은주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 형사는 핸드폰을 책상에 던졌다.

 핸드폰에 얻어맞은 자판이 덜그럭거리며 엉뚱한 문자들을 입력했다.

 이 형사는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노려봤다.

 회의에서 돌아온 팀장이 이 형사에게 손짓했다.

 

 “어이, 이정한이. 이리 와 봐.”

 

 이 형사가 팀장의 책상으로 갔다.

 팀장은 주위를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작년에 피의자 그냥 놔준 적 있어? 오토바이 훔친 놈 말이야.”

 

 이 형사는 기억을 뒤적였다.

 작년 가을쯤 식당 배달 일을 하던 스무 살짜리가 술김에 골목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훔치고 겁에 질려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 왔다.

 혼자 할머니를 모시던 아이였다.

 이 형사는 녀석에게 오토바이를 제 자리로 갖다 놓으라고 하고 피해자를 다독여 사건을 무마했다.

 

 “네. 별 일도 아닌데요.”

 

 팀장은 목소리를 더 낮춰 물었다.

 

 “걔한테 뭐 받은 거 있어?”

 “아뇨. 쥐뿔도 없는 놈인데요.”

 “누군가 찔렀어. 너 내일 시경 감찰반 조사 받아야 돼.”

 “그러죠.”

 “무조건 실수라고 해. 옷을 벗을 수도 있어.”

 “뭐 그딴 일로 옷을 벗습니까?”

 

 창가에 있는 팀장의 자리는 더웠다.

 팀장의 귀밑과 목덜미에 땀줄기가 흘렀다.

 

 “윗분들이 아셔.”

 “누군가 윗분들한테 찔렀단 말입니까?”

 “그렇겠지. 정직 정도는 각오해.”

 

 팀장은 이 형사에게 돌아가라고 손짓하며 한숨을 쉬었다.

 

 “선인장아. 말년 좀 편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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