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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컵볶이3
작성일 : 19-10-04 09:16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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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9시가 넘었다.

 로비에 있는 경비실은 비어 있었다.

 정은주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3층 철문이 열려 있었다.

 정은주는 명상센터 입구까지 복도를 걸었다.

 비상구 알림등과 양끝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만이 복도를 희미하게 비췄다.

 또각또각, 정은주의 구두소리가 크게 울렸다.

 

 정은주는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방송하기 전 혼자 와서 명상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센터 측이 그녀에게만 번호를 알려줬다.

 그것도 특별대우 중 하나였다.

 정은주는 현관 잠금장치에 지문을 찍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센터 안은 깜깜했다.

 어둠 속에 명상실 팻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정은주는 불을 켜지 않고 센터 가장 안쪽에 있는 카르마실로 걸어갔다.

 

 끼익, 복도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철문을 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정은주는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경비 아저씨가 순찰을 나와 철문을 잠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복도는 다시 정적에 잠겼다.

 사람의 발소리나 문을 미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은주는 카르마실의 문을 열었다.

 카르마실엔 창문이 없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은주는 벽을 더듬어 형광등을 켰다.

 방이 갑자기 밝아지자 눈이 따가웠다.

 정은주는 눈을 껌벅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지현의 말대로 카르마실엔 아무 것도 없었다.

 빈 벽에 책꽂이 하나만 덜렁 서 있었다.

 그 안에는 요가 수련 지침서 복사본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정은주는 책꽂이 맨 아래층부터 책들을 헤치며 벽을 더듬었다.

 네 번째 칸 뒤에 금고 버튼 같은 것이 보였다.

 정은주는 김지현이 가르쳐준 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여닫이문처럼 책꽂이가 통째로 젖혀졌다.

 정은주는 안으로 들어갔다.

 

 카르마실의 형광등이 방안을 희미하게 비췄다.

 비밀의 방도 카르마실처럼 아무 것도 없는 골방이었다.

 사면에 방음장치가 붙어 있고 방 한가운데 붉은 방석이 놓여 있었다.

 김지현에게 사용했다는 채찍이나 정은주가 기대했던 서류는 보이지 않았다.

 정은주는 한참 동안 방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방음벽 뒤에 뭔가를 감췄을까 싶어 더듬었지만 소용없었다.

 

 정은주는 방석으로 다가갔다.

 방석은 카르마반 회원들의 땀이 밴 듯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져 있었다.

 

 정은주는 방석을 들췄다.

 방석 밑에 하얀 종이가 보였다.

 스태플러로 거칠게 철한 서류철이나 책자 같은 것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하나 건지긴 했네.”

 

 정은주는 중얼거리며 종이를 집었다.

 구겨진 겉면에 ‘카르마반 회원을 위한 수련 지침서’라고 적혀 있었다.

 정은주는 카르마실의 형광등 불빛에 의지해 지침서의 펼쳐진 부분을 읽었다.

 

 ‘영혼의 이동’이라는 소제목이 보였다.

 여백이 많아 읽기 편했지만 문장은 두서없고 거칠었다.

 

 “우리는 수많은 수련을 통해 영혼이 4차원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고차원 우주에서 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실은 경험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돼 어떤 이론으로도 반박할 수 없습니다.

 영혼은 4차원 공간에 제약받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이동합니다.

 분석심리학을 창안한 칼 융은 육체를 이탈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가 푸른색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던 시절에 칼 융은 지구가 파란색 구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영혼 이동을 경험한 신뢰할 만한 증언자들이 많습니다.

 먼 우주로 나가 별의 탄생을 봤다고 증언한 사람도 있습니다.

 

 영혼은 시간도 초월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유사 이래로 유령을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죽은 사람이 유령이 돼 세계를 어슬렁거린다고 이해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반대로 이해한 것입니다.

 과거의 영혼을 불러온다는 심령술사나 무당 역시 모두 엉터리로 이해했습니다.

 그들이 봤다는 유령은 대부분 미래에서 왔습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육체를 이탈한 영혼이 과거로 이동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신뢰할 만한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수련을 통해 육체를 이탈한 영혼이 과거로 이동해 죽은 가족을 만나고 그들에게 어떤 단어를 속삭여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무당과 심령술사의 거짓 연극을 실현해낸 것입니다.”

 

 정은주는 고개를 들었다.

 카르마실의 형광등이 윙윙거렸다.

 건물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정은주는 지침서의 내용을 다시 읽었다.

 고차원, 칼 융, 시공간 이동 같은 낯선 단어들을 정은주는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메시지가 있었다.

 

 “정은주 선생님, 절 만나러 오셨습니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정은주는 골방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형광등 불빛을 등진 검은 형체가 정은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은주도 말없이 그 형체를 노려보았다.

 

 잠시 뒤 형체는 정은주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정은주는 마르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혜강이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혜강의 어깨 뒤에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듬성한 백발의 노인이 정은주에게 악수를 청하며 씩 웃었다.

 도솔선사였다.

 입술 사이로 그의 부러진 앞니가 드러났다.

 

 **

 “절대 선생님께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저희에게 하룻밤만 내주시면 됩니다.”

 

 도솔선사가 말했다.

 정은주는 도솔선사와 혜강에게 떠밀려 지하에 주차된 봉고차를 탔다.

 뿌리치고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를 정은주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지침서의 내용 때문일지 모른다고 정은주는 생각했다.

 

 차는 어두운 도로를 과속으로 달렸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라는 팻말이 지나가고 차량 드문 도로와 터널이 이어졌다.

 운전대를 잡은 혜강은 말이 없었다.

 도솔선사는 뒷좌석을 흘끔거리며 정은주에게 계속 말을 붙였다.

 

 “저희는 선생님을 지켜봤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뭐가 위험하죠?”

 “선생님은 자신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자기 자신은 사랑하지 못하죠. 그 끝은 죽음일 겁니다. 하지만 죽음은 도피처가 아닙니다.”

 “도덕책 같은 말씀이군요.”

 “영혼의 세계엔 도덕이 없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별 게 아닙니다. 심판도 천국도 지옥도 없습니다. 하지만 찰나와 같은 삶도 영혼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면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게 좋겠죠. 특히 선생님처럼 영향력 있는 분이라면.”

 “의미 따위 관심 없어요.”

 “이탈을 다시 해본다면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밤 그걸 할 겁니다.”

 

 혜강이 정유회사의 탱크로리를 추월했다.

 봉고차가 은색 탱크 옆을 지나갈 때 차체가 흔들리며 부웅 하는 소음이 들렸다.

 정은주는 도솔선사에게 물었다.

 

 “이탈을 한다고요? 오늘?”

 “네.”

 “저도 채찍으로 맞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런 고행은 입문 단계를 지난 수련자만이 받을 수 있습니다. 수련자의 동의를 얻어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진행합니다. 우린 사디스트가 아닙니다. 고통을 일으키면 자신의 육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이탈한다는 거죠?”

 “저희를 믿으세요. 오늘 밤 단 한번만 선생님의 영혼에 자유를 드리겠습니다.”

 

 정은주는 앞좌석 등받이를 붙잡고 물었다.

 

 “영혼이 이동할 수 있나요? 과거로도? 죽은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어요?”

 “할 수 있습니다.”

 “죽은 애를 살릴 순 없겠죠?”

 “당연히 그런 건 할 수 없습니다.”

 “그럼 과거의 나에게 뭔가를 얘기할 수도 있어요?”

 

 차가 터널에 진입했다.

 위험을 경고하는 사이렌이 계속 울렸다.

 도솔선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정은주는 등받이를 잡고 반쯤 일어선 채 도솔선사의 답변을 기다렸다.

 차가 터널을 나올 때쯤 도솔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정은주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죽은 자를 살릴 순 없다.

 떠나간 영혼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정은주는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찰나의 기회라도 잡는다면 아이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정은주가 만든 빨간 다대기가 듬뿍 든 국물, 허연 배를 드러내는 밀떡, 코를 간질이며 아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매콤한 냄새, 그것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정은주는 창밖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컵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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