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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더럽(The Love)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나, 다른 사람 같이 좋아해도 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관계와 사랑
그것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하여.

#대학생 #캠퍼스물 #악의꽃 #섹슈얼리티 #조별과제 #폴리아모리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2)
작성일 : 19-10-07 19:26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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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열!”

 

  곧장 반응이 왔다. 매니저와 선임은 금세 신이 난 듯했다.

 

  “근데 걔가 소개팅을 했어요. 그 때문인지 요즘 연락도 뜸해졌고.”

 

  “진짜? 첫 마디부터 심상치가 않네.”

 

  “소개팅을 언제 했는데?”

 

  “저번 주 금요일이요.”

 

  나는 해에게 소개팅남이 들이댄 일과 어느덧 친해져있던 그들의 모습,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심경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매니저와 선임은 어느새 고뇌에 휩싸인 얼굴로 변해있었다.

 

  “너랑은 원래 좀 썸이 있긴 했어?”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편한 친구였죠. 그래도 자주 보긴 엄청 자주 봤어요. 거의 매일같이 붙어 다니다시피 했으니까. 그냥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 소개팅? 그거 들어왔다고 얘기 나온 것도 진짜 얼마 안됐거든요.”

 

  “원래 그래.”

 

  그러고 매니저가 무심히 술잔을 기울이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우리에게도 한 잔씩을 따라주었다.

 

  “하여튼 그러고 나서부턴 뭐랄까…… 상실감마저 들더라고요. 전엔 몰랐는데 제 일상에 걔가 깊숙이 배어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계속 막 보고 싶고, 자꾸 생각나고…… 그때 왜 소개팅을 만류하지 못했을까 후회도 되고…… 그냥 그러고 있어요.”

 

  “깨달았을 땐 늦는 거지 뭐. 다 그래.”

 

  매니저가 잔을 높이 쳐들었고 나와 선임도 따라 잔을 들어 건배했다. 술이 썼다.

 

  “근데 너 고백은 할 거야?”

 

  “네? 고백이요?”

 

  아까부터 묵묵히 듣고만 있던 선임이 뜬금없이 물어왔다. 고백?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좋아한다며. 친구 이상인 것 같다고. 그럼 고백은 한 번 해봐야지.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네 말마따나 소개팅한지도 얼마 안됐다며.”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그리고 걔들은 이미 저번 주 월요일부터 만났어요.”

 

  “에이, 뭔 상관이야.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있는 사람한테도 다 들이대는 마당에. 어차피 여자애도 네가 싫지 않으니까 그간 붙어 다녔을 거 아냐.”

 

  “……근데 요즘엔 연락도 뜸해요.”

 

  “그럼 네가 더 자주해보던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좀 더 자주해보자고. 하지만 점점 더 답장이 늦는다거나 대충 읽지도 않고 답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나도 기다리는 쪽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 쪽에서 먼저 말할 게 있다며 신나서 연락해오기를.

 

  “원래 될 건 되고 안 될 건 안 되게 되어있어. 네 노력의 여하에 관계없이.”

 

  매니저의 말에 선임이 옆에서 툴툴거렸다.

 

  “아, 형! 갑자기 왜 또 무게 잡아요. 안 어울리게.”

 

  “옛날 생각나서 그런다.”

 

  “가만 보면 여자생각 엄청 하면서 절대 아닌 척 입 닫고 있는 다니까?”

 

  매니저는 아까부터 계속 혼자 술을 따라 마시는가 싶더니, 이미 꽤 취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를 보곤 선임이 “우리도 형님 따라가자”며 술을 연거푸 따라주었다. 나는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웬일인지 몸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아 주는 대로 다 받아마셨다. 조금 있다가는 내가 먼저 그들의 술잔에 술을 채워주기도 했다.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을 더, 그리고 각 한 병반씩을 더 마셨다. 모두가 취할 대로 취한 새벽이었다. 매니저는 자신의 이십대 시절 연애담을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내뱉었고, 선임은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고 오겠다고 나가선 핸드폰만 잃어버린 채 돌아왔다. 그리고 나 역시도 입이고 정신이고 꼬일 대로 꼬여선, 내가 당장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나 스물아홉에…… 하…… 만났던 그년이 뭐랬냐면…… 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거면 저기 저 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냐고…… 그래서 내가 한겨울에 시발, 웃통 까고 광안리 앞바다에서…… 그때 뭐냐, 몇 발자국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냥 막 물이 허리까지 올라오는 거야. 내가 그때 한 세 병 마셨나? 그랬는데 와…… 얼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냥 술이 다 깨더라고. 그래서 이거 안 되겠다고,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뒤를 도니까 그년이 시발, 웃고 있더라고. 멋있다고 박수까지 치면서. 그래서 그때 또 잠깐 미쳐가지고는…… 하, 진짜 뒈질 뻔했었는데…… 근데 시발, 그년이 레즈였어, 레즈…… 하…….”

 

  “형, 벌써 다섯 번째 같은 얘기에요. 야, 형 취하셨다 일어나자 이제.”

 

  어느덧 술이 좀 깬 모양인지 선임이 눈 풀린 매니저를 부축해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핑 돌고 눈이 휙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속이 계속해서 울렁거렸다.

 

  가게를 나온 우리는 한동안 대로를 따라 걸었다. 매니저가 자꾸 길가에 드러누우려 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를 거의 업다시피 하며 걸어야했다. 굉장히 수고롭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윽고 학교 정문 옆쪽으로 나있는 골목에 도착하자, 선임이 자기가 매니저를 데려다주겠다고 하며 내게 먼저 가보라고 손짓했다. 나도 돕겠다고 했지만 그는 “너도 여기 늙은 사람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저…… 그럼 먼저 가볼게요…… 쉬세요.”

 

  “그래. 아, 그리고 어쨌거나 말 안하면 아무도 몰라. 언제라도 고백은 꼭 해봐.”

 

  나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대충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선임은 나를 한번 돌아보더니 혀를 쯧 차고선 매니저를 부축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들이 골목 안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 이후부턴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걸 반복했다거나, 가만있던 간판에 몸을 부닥쳤다거나, 전봇대를 괜히 한 번 차봤다거나 하는 등의…… 대충 그런 식이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나는 집 앞 골목까지 와서는, 그 어귀에 있는 한 커다란 돌멩이에 앉아 호흡을 골랐다. 숨도 찬데다 자꾸만 구역질이 나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술기운이 가시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게 올라와 내 머릿속을 마구 헝클어놓았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후…… 하…….”

 

  시야도 의식만큼이나 흐려졌던 탓인지 저 높이 올려다본 하늘엔 달도 별도 없이 다만 가로등 불빛만이 부옇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제 와?”

 

  나는 꿈결처럼 들려온 목소리가 해의 그것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오냐구.”

 

  “……응?”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거기 해가 있었다.

 

  “왜 이제 와? 2시에 끝나는 거 아니었어? 어? 술 마셨다!”

 

  “어…… 해다…….”

 

  “으, 술 냄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몇 번이나 전화했었는데!”

 

  터벅터벅 걸어온 해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곤 뭐라 뭐라 계속 말을 이어갔는데, 취한 탓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너 괜찮은 거야?”

 

  해가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이상하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찡그려도 봤지만 허사였다. 도저히 선명해지지가 않았다. 그저 검고 뿌연 실루엣이 앞뒤로 왔다갔다 거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나 속…… 후…….”

 

  내가 땅바닥에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엎어지자 해가 급히 나를 부축했다. 나는 내 팔에 닿은 해의 손길을 느낀 순간 웬일인지 하염없이 구슬퍼졌다. 그것은 억셌으며, 나를 강하게 구속해왔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차가웠다. 나는 팔이 아팠고, 그래서 울고 싶어졌다.

 

  “아이, 일어나봐 좀!”

 

  “나…… 좀 내버려 둬.”

 

  “뭐래는 거야…… 너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아…… 진짜 좀……내버려두라고 진짜…… 아!”

 

  나는 있는 힘껏 힘을 모아 해를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몸 어느 곳도 내 의지를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았기에, 다만 휘청거렸을 뿐이다.

 

  “휴…….”

 

  웬일인지 그때 해의 한숨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들렸던 까닭에, 나는 더욱더 서글퍼졌다. 그리고 짜증이 났다. 해에게 짜증이 났고, 도저히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 팔다리에 짜증이 났고, 무엇보다 홀로 구슬퍼지는 이 더러운 기분에 짜증이 났다.

 

  “그래, 그럼 나는 갈게.”

 

  나는 해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연락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이렇게 그냥 보낼 순 없다고, 무슨 얘기라도 꺼내야 한다고. 소개팅…… 그래, 그것에 대해서도 한 번 물어는 봐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잘 보이지도 않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가갔다. 해에게 기다리라 말하기 위해서.

 

  해는 나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까진 똑똑히 기억이 난다. 해는 내게서 어떠한 말을 듣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뭐였을까. 나는 ‘기다려’라는 말이 해가 기다리던 그 대답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것은 기다리라는 말도, 서글픈 내 심정을 나타내줄 어떠한 흐느낌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의 입구에서 곧바로 쏟아져 나온 것만 같은, 용암처럼 붉고 부글거리는(그리고 수많은 이물질들이 둥둥 떠 있던) 오렌지색 폭포수였다.

 

  “우웨엑…….”

 

  “꺅!”

 

  그래, 나는 해가 언젠가 이거 예쁘지 않느냐고 자랑해왔던 해의 신상 흰색 운동화 위에다 내 속에 들어있던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뿌려댔던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색들이 흰 운동화를 곱게 물들여갔다.

 

  여기까지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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