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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8화)
작성일 : 19-10-05 22:30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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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야! 최 중위!”

  김선호 대위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연병장에 모인 장병들을 바라보며 최영철 중위를 찾았다. 오늘은 김 대위가 중대장으로 근무하는 부대 앞에서 마을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을 예정이다.

  원래 시위는 경찰에서 막아야 하지만 김 대위는 경찰들을 믿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경찰은 시위를 저지하기보다는 시위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로 인해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항상 수동적인 자세로 방어만 했다.

  일전에도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이 미적거리는 바람에 시위대가 부대 안까지 몰려 들어온 일이 벌어졌었다. 다행히 시위대도 부대 안에까지 들어온 것에 대한 부담이 컸고, 무장한 군인들을 보자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바로 부대 밖으로 물러났다. 별다른 불상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시위가 있는 날은 부대도 비상경계를 펼 수밖에 없었다.

  김 대위가 근무하는 부대는 원래는 서울 외곽에 있었다. 그 부대의 주된 임무가 수도 방어였기 때문에 부대의 위치도 자연히 서울 외곽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울이 비대해지면서 부대가 있는 지역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자 자연히 시민들의 불편이 커져갔고, 부대도 보안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은 부대의 이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요구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강력해졌고, 요구 수단도 점점 더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부대를 수도권 남부에 있는 작은 지방 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김 대위의 중대는 부대 전체가 이전하기 전에 먼저 투입되어 현지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마을 주민들이 부대의 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삼십 명 정도의 마을 주민들의 평화적인 시위였다. 경찰이나 시위대나 서로 오랫동안 같은 작은 지역에서 살아 온 이웃들이라 큰 마찰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애당초 군부대의 이전이 주민들과 경찰들 간에 협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시민단체와 진보단체가 시위에 합세하기 시작했고, 시위 인원도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시위 인원이 늘어나자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고 시위 행태도 과격해졌다.

  이제는 수백 명의 시위가 일상화 되었고, 이들이 주장하는 요구 조건도 부대 이전 반대뿐 아니라 이 지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시위의 양상이 바뀌자 지역 경찰 병력만으로 시위를 저지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러다 시위대의 부대 난입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 이후 김 대위는 직접 시위대와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부대 경계에 모든 신경을 썼다. 어떤 이유에서도 부대가 시위 현장이 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전보다 더 규모가 큰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는 정보를 인지한 김 대위는 꼭두새벽부터 부대원들은 시위에 대비한 방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예! 중대장님. 부르셨습니까?”

  최 중위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거수경례를 하며 물었다. 최 중위의 어깨에 멘 K2 소총이 눈에 들어왔다. 김 대위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 지금 바로 부대원들에게 다시 한 번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주민들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주지시키도록 해. 안전 교육도 시키고, 경계 근무 나가기 전에 장비도 잘 챙겼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김 대위는 지시를 하면서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이미 수도 없이 지시하고 점검했던 사항이었지만 까닭모를 조바심이 들었다. 마치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나가는 기분이었다.

  “예! 지금 각 분대별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좋아……. 특히 관측병들은 비디오 장비를 잘 점검해서 유사시 바로 촬영할 수 있도록 하고……. 최 중위가 경계 나가기 전에 꼭 직접 다시 한 번 체크해 봐.”

  김 대위는 지시할 사항이 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6시 20분. 조금 있으면 차가운 초겨울 아침 해가 떠오를 것이다. 시위는 10시로 예정되어 있지만 아마도 8시쯤이면 선발대가 부대 앞에 모여 확성기부터 요란하게 틀어 놓을 것이다. 그때부터 사실상 시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 대위는 도무지 시위대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님비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현세태라지만 부대가 이곳으로 이전해 온다고 마을에 어떤 피해가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부대가 누구를 위한 부대인가? 정말 시위대는 이 부대가 어디 외계에서 떨어졌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주장처럼 외국 군대의 용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김 대위는 얼마 전에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를 보고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었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심장은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었다.

  ‘미제 용병 부대가 우리 마을 웬 말인가!!’

  ‘조용했던 우리 마을 군부대가 다 망친다!!’

  ‘양의 탈을 쓴 부대장은 백배 사죄해라!!’

  ‘군부대의 마을 이전 절대 반대!!’

  김 대위는 장교로 임관하여 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이런 대우는 처음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김 대위가 부대원들을 시켜 시위대의 플래카드를 걷어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부대원 두 명이 부대 정문을 열고 달려가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하고 있던 시위대를 밀쳐내고 플래카드를 빼앗아 부대 안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한 명이 땅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대위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 더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고 부대 안에서 그날의 시위를 지켜보았다.

 

  문제는 그 다음 날 생겼다.

  플래카드를 빼앗는 부대원의 모습과 땅에 쓰러진 시위대의 사진이 한 진보성향의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그 사진과 함께 ‘시민을 구타하는 군인들’, ‘애국 시민의 합법적 시위에 동원된 군부대’ 등의 자극적이고 왜곡된 헤드라인이 굵은 고딕체로 대서특필되어 있었다.

  그날 넘어졌던 남자는 바로 툭툭 털고 일어나 날이 저물 때까지 앞장서서 시위를 했었는데도, 신문 기사에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쓰여 있었다.

  이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비롯해 진보 좌파성향의 인터넷 방송에서 연일 이 사건을 확대 재생산시켰다.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김 대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건이 벌어진 주말이었다. 한 유력 진보 성향의 인터넷 방송에 진보정당의 국회의원과 쓰러진 시위대의 부모가 출연하여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방송이 됐다.

  프로그램 말미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로서 자기 아들을 다치게 한 부대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란 점을 들며 모두 용서한다는 말에 김 대위는 말문이 막혔다. 방송에 같이 출연했던 국회의원은 자못 흥분하며 군인들을 마치 타도해야 할 세력인양 말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입법화하겠다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빚어졌다.

  이렇게 일부 진보 언론에서 시작한 작은 뉴스가 며칠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더니 어느새 전국을 시끄럽게 만드는 사건으로 비화하게 되었다. 상황이 급변하자 눈치만 보던 보수 언론조차 이들의 주장을 거들기 시작했다.

  한 비중 있는 보수 신문의 주필은 비록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군대가 민주 시민들의 의사소통 방법인 허가 받은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사건이라는 논조의 사설을 쓰기까지 했다.

  김 대위는 다친 시민이 단순히 밀쳐 넘어진 정도였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다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불거질 대로 불거져 모든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사실을 말한다 해도 잘못하면 불난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현수막을 수거해 오라고 한 자신의 지시가 불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김 대위는 일체의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로 김 대위는 3개월 근신 처분을 받았고, 결국 그 해 소령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부대 내에서는 김 대위의 복무 성적이 우수해 항상 다른 동기생들 보다 먼저 진급을 했었던 터라 이번에도 소령 진급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급 누락에 대해 김 대위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못내 서운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 번의 진급 누락은 군에서는 말 그대로 병가지상사였다. 그러나 평생을 군인의 길을 걷겠다는 목표로 육사에 들어간 김 대위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다.

  그렇다고 이런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군복을 벗을 수는 없었다. 김 대위는 그 다음부터는 절대 시위대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도록 부대원들에게 지시했고 이후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 대위는 부대 주위를 돌아 본 뒤 막사로 들어왔다.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페치카에서 검은 갈탄이 붉은 빛을 내며 열기를 내뿜었지만 사무실을 덥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 대위는 두 손을 비비며 페치카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도 페치카의 훈훈한 열기가 온 몸을 감싸자 긴장됐던 몸과 마음이 다소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회의 탁자에 앉아 작전 지도를 바라보고 있던 최 중위가 쥐고 있던 연필을 지도위로 탁 내던지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에잇!!! 이게 무슨 꼴이야…….”

  김 대위가 무슨 일인가 싶어 최 중위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최 중위가 멀쑥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김 대위의 눈길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시위 대응 계획을 점검하다 그만 화가 나서…….”

  김 대위는 최 중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안다. 국토방위에 전념해야 할 군인이 이제는 시위대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으니 한숨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다고 함부로 시위대를 제지했다가 만에 하나 지난번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아마도 그 희생양이 누가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김 대위의 마음은 불안했다. 다행히 지난번 사건 이후 시위대에서도 부대를 자극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달 들어 시위 양상이 점점 더 과격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김 대위는 시위의 과격성은 상대적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경찰에서는 강하게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지금의 경찰서장이 정부 고위 인사의 신임을 받고 있어 조만간 지방 경찰청장으로 승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경찰서장은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가능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처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바람에 시위대는 더 이상 경찰의 공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위대에 밀려 부상당하는 경찰 병력이 늘어나는 형국이었다.

  “최 중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시위대가 부대 안으로만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 온 김 대위는 관할 경찰서 경비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간 뒤 경비대장이 전화를 받았다. 김 대위는 오늘의 상황에 대해 경찰의 생각과 진압 계획을 다시 한 번 묻고 확인했다.

  “예……. 우리도 경찰의 입장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여긴 군부대이고, 절대 보안 지역이기 때문에 힘드시겠지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는 김 대위의 얼굴이 무거웠다. 막사 안으로 뿌연 햇빛이 조금씩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햇빛은 김 대위의 얼굴에 뚜렷한 명암을 구분지어 놓았다. 콧등을 지나는 햇볕의 그림자는 김 대위의 얼굴에 무거움을 더했고, 그의 고집스러움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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