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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화)
작성일 : 19-10-01 22:23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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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경광등을 켠 검은색 스타렉스 한 대가 용케 그 복잡한 틈을 뚫고 들어와 갓길의 좁은 공터에 주차를 하는 것이 보였다. 민 반장은 빙그레 웃으며 라텍스 장갑을 벗고 천천히 스타렉스를 향해 다가갔다.

  차문이 벌컥 열리고 머리가 반쯤 벗겨진 뚱뚱한 체격의 최경호 박사가 뒤뚱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최 박사는 민 반장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현장에서 수십 년을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아, 미치겠네. 하필이면 이렇게 번잡한 곳에서 죽다니 ……. 원.”

  “흐흐흐흐 ……. 그 분이 원래 생전에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 받기를 좋아 했잖아?”

  민 반장이 속으로 빨아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근데, 날씨는 왜 또 이 모양이야? 지금이 10월인데 한 여름보다도 더우니 이거야 원.”

  최 박사가 흰 가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반쯤 벗겨진 머리에 솟은 땀을 닦았다.

  “그러게 운동 좀 하시라니까.”

  “됐네, 됐어. 운동 할 시간이나 주면서 그러던지. 제기랄……. 야 ! 너 또 현장에 손 댄 것 아니지?”

  최 박사가 지난 번 부천 살인사건 현장에서 국과수 모르게 증거를 먼저 손을 댔던 일을 꺼내며 민 반장을 쏘아보았다.

  “아이고! 우리 형님, 이젠 완전 도사 다 되셨네. 미아리에 자리 펴도 되겠네. 자리 한 번 알아봐줄까?”

  민 반장이 장난스럽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 내서 말했다. 국과수 현장 감식요원들이 현장 검증을 하기 시작했다. 한 요원이 정 의장의 차 문을 여는 것이 보였다. 갇혔던 차안의 무거운 공기가 일시에 밀려 나왔다.

 

  현장 감식요원이 먼저 적외선 온도 측정기로 차 안의 온도를 체크했다. 그리고 정균호가 쓰러진 뒷좌석 바닥과 시트, 그리고 운전기사가 쓰러져 있는 앞좌석 바닥과 시트 등의 온도를 잰 뒤 현장 감식 기록지에 적었다.

  이어서 카메라를 맨 감식요원이 다가와 피해자들과 차안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최 박사가 사진 촬영하는 것이 못마땅한지 팬탁스를 맨 감식요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그렇게 대강대강 찍지 말고 구석구석 철저히 잘 찍어! 지금 영정사진 찍으러 왔냐? 그렇게 멀찍이 찍어서 뭐에 쓸려고? 아이고. 도대체 훈련소에서는 뭘 가르치는 거야? 네가 하는 일이 현장 감식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몰라? 네가 찍은 사진에서 사건을 해결하게 될 단서가 발견될 가능성이 제일 높아. 내말 알겠니?”

  최 박사에게 핀잔을 들은 감식요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꾸도 없이 사진을 찍은 뒤 스타렉스로 돌아갔다.

  “요즘 젊은것들은 그저 보기 좋은 일만 하려만 들고......쯧쯧쯧. 저러면서도 최고의 현장 감식요원이 되려는 걸 보면…….”

  카메라 감식요원이 돌아간 뒤 최 박사가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죽은 정균호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민 반장은 그런 최 박사를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주변에는 많은 현장 감식 요원들이 각자 자기가 맡은 임무에 따라 차를 비롯해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었다. 잠시 후 최 박사가 육중한 몸을 차안에서 빼내며 투덜거렸다.

  “이제 나이가 들어 더는 이 짓거리도 못하겠네.”

  “그런 임산부 배를 해가지고 쭈그려 앉아 감식하려니 당연한 거지……. 살을 빼세요. 살을. 나이 탓을 하지 말고.”

  “저 인간은 도무지 정이 안가요. 정이.”

  민 반장이 최 박사에게 담배를 권하자 최 박사가 손사래를 쳤다.

  “끊었어. 하두 마누라가 잔소리를 해대서.”

  민 반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최 박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최 박사는 국과수에서도 소문난 골초였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너도 내 나이 돼봐. 제일 무서운 것이 마누라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민 반장이 피식 웃었다.

 

  “사인은 역시 총상?”

  “응. 다른 외상도 안보이고 피해자의 몸에 자상이나 찰과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단은 그렇게 보여 지는데…….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특징은 없어?”

  최 박사가 민 반장을 잠시 흘낏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탄도 검사를 해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사입구가 작은 것으로 보아 38구경은 아닌 것이 분명해. 그리고 총알이 들어간 자국이 깔끔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가까이에서 쏜 것 같아. 총알이 두개골을 관통했어. 탄자나 탄피를 찾으면 어떤 기종인지 알 수 있겠지.”

  “근접 사격을 했다면 면식범이란 말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아니면 피해자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범행이 이루어졌거나.”

  “사망 시각은?”

  “글쎄? 부검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PMI키트 반응으로 봐서는 대략 6~8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아 보여.”

  PMI키트란 종이 소재의 칩에 죽은 사람의 체액을 묻히면 10분 이내로 사후 경과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최첨단 수사 장비다.

  “그럼 오늘 새벽 2~4시 경쯤 되겠네.”

  “거의 맞을 거야.”

  민 반장은 수첩에 사망 추정 시간을 새벽 2~4시사이라고 적었다. 그보다 더 범위를 좁히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마저도 고마울 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부검을 해봐야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었기에 아무리 서둘러도 이틀 정도가 지나야 알 수 있었다.

  “부검은 바로 할 거지?”

  “세 친구가 대기 중인데 아무래도 이 친구부터 처리해야겠지……. 이거야 원. 죽은 뒤에도 우선순위가 있네. 우선순위가……. 힘없는 사람은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니…….”

  민 반장은 최 박사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말문을 막았다.

  “부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았어. 알았어. 재촉하지 마. 재촉한다고 검사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보다 어때? 아직 밥 안 먹었으면 저기 반포 해장국집에 가서 선짓국이나 한 그릇할까?”

  반포 해장국집은 강력반 형사들과 국과수 직원들이 밤샘 수사를 마치면 자주 가던 해장국집이었다. 그 집의 선지 해장국은 정말 일품이었다. 밤샘으로 입안이 모래 씹는 것처럼 퍼석퍼석하고 칼칼해도 뜨거운 해장국 한 그릇을 먹으면 금세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도 선짓국이 먹혀요? 참 내……. 진짜 비위 좋네. 좋아.”

  “싫음 말구……. 한 번 놓친 아침은 평생 쫒아 다녀도 못 먹는다는 것만 알아둬.”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신속하게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사건 관할인 강남경찰서에 수사본부가 설치됐지만 서울지방검찰청에 별도의 합동수사본부가 차려졌고 본부장은 지검장이 맡았다. 그 밑으로 부장검사 여러 명이 배정되었고 십여 명의 검찰 수사관이 배정되었다. 합동수사본부의 외견으로만 본다면 무게감이 있어 보였고,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해결하려는 확고한 검찰의 의지가 드러나 보였다.

  그러나 이런 의욕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사건 발생 시각이 새벽 3시경이라 사건을 목격한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고, 사건 현장이 자동차전용도로라 사건을 탐문할 주변 민가도 전혀 없었다. 더욱이 하루 중에 가장 통행이 뜸한 새벽 시간이었기에 근처를 지나는 차량도 없었다.

  민 반장이 있는 강남경찰서 수사본부는 검경 조직 체계상 중앙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검찰의 합동수사본부와는 별도로 강남경찰서 강력3반 사무실에 수사반을 꾸렸다.

  경찰과 검찰은 같은 수사 기관이었지만 검찰만이 사건을 기소할 수 있어 자연히 경찰 수사관들은 사건의 핵심적인 수사보다는 주변 탐문이나 자료 조사 등 검찰의 부수적인 일을 하기 일쑤였다.

  또 사건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검찰에서 거의 독점할 뿐 경찰과 공유하지를 않았다.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경찰을 무시하는 검찰의 잘못된 우월감과 사건 해결이 되었을 때 언론이나 시민들의 공을 독차지하려는 의도였다.

  자기가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조금의 양보도 없고 사건 해결의 욕심이 강한 민 반장은 그런 검찰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검찰 합동수사본부와는 별도로 자기 밑에 있는 강남경찰서 소속의 강력반 형사들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민 반장을 포함한 강력반 형사들이 수집한 정보는 정보라고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빈약했다. 아무리 베테랑 형사들이라지만 불과 네댓 명의 형사들로 이번처럼 여론이 집중된 큰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

  더욱이 검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해야하다보니 두서너 배의 힘이 들었다. 경찰 내에서 조차 전폭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눈총이 따가웠다.

  그러나 민 반장이나 강력반 형사들은 그런 열악한 수사 여건이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힘든 상황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현장을 발로 뛰며 수사를 했다.

 

  첫 수사회의를 시작했다.

  민 반장은 별도의 회의실 대신 강력3반 사무실을 수사본부로 활용하기로 했다. 외부의 시선도 의식됐지만 딱딱한 회의실보다는 다소 어수선하지만 익숙한 강력반 사무실이 더 자유로운 발상과 분위기를 줄 것 같다는 반원들의 의견을 민 반장도 받아들였다.

  6인용 회의 탁자를 중심으로 중앙에 민 반장이 앉았고 그 좌우로 형사들이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나 편안한 자세와는 달리 멀쑥한 표정들이었다. 사실 수사회의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 아무도 사건과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나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자. 오늘부터 정 의장 살해 사건에 대한 수사회의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맡았던 사건들처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서로 공유하고 힘들지만 서로 협력하면서 이 사건도 멋지게 해결해 보자구.”

  민 반장이 간단한 말과 함께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강력반 수석인 차 형사와 박 형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막내인 김 형사가 경직된 얼굴로 민 반장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유일한 여 순경인 김미림 순경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 사건은 별로 지원도 없으면서 윗사람들의 관심만 많은 아주 골치 아픈 사건이야. 잘 해야 본전인 그런 사건이지. 그래서 다른 부서들은 재빠르게 빠져 나갔고...... 나 때문에 엄한 너희들이 유탄을 맞은 꼴이지만...... 어차피 우리에게 떠맡겨진 사건이야. 불만스럽겠지만 다들 잘 해보자.”

  강력반 형사들은 민 반장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불만스러운 표정들이었다. 민 반장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지만 수사는 계속해야 했기에 수사 회의를 시작했다.

  “차 형사부터 시작해보지?”

  민 반장의 지시를 받은 차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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