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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7화)
작성일 : 19-10-02 21:44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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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러니까 정말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민 반장은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솔직하게 김 기자에게 이야기해줬다.

  “응……. 창피하지만 사실이야.”

  “............”

  잠시 김 기자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왜 정균호였을까?”

  민 반장은 김 기자의 말에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민 반장도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그걸 알면 범행의 동기를 알게 되겠지……. 경찰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고 있는 중이야. 정 의장 개인과 관련된 치정이나 원한에서 비롯된 범행의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아. 외형적으로는 가장 유력하게 보이거든. 차 안에는 제법 돈이 될 만한 물건도 있었고, 정 의장 지갑에도 현금이 꽤 있었지만 전혀 손을 대지 않았거든.”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건 아냐. 사건이 벌어지고도 꽤 오랫동안 현장을 지나치는 차량이 없었거든…….”

  “그럼 우발적인 범행은 아닐까?”

  “그것도 아닐 거야. 우린 오래전부터 계획된 범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마추어가 저지른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깔끔해. 프로도 보통 프로의 솜씨가 아냐.”

  잠시 민 반장이 말을 멈췄다. 말을 해도 괜찮은가 하는 표정이었다. 김 기자는 재촉하지 않았다. 재촉한다고 말을 할 민 반장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민 반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인데……. 정 의장 본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까지 범인이 알고 있었다는 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해 봐. 범인이 어떻게 정 의장이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갈 줄 알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을까? 정 의장의 당일 일정은 보좌관이나 부인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거든…….”

  “그럼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

  민 반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아니라는 뜻이다. 김 기자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아니라는 거지?”

  “미안한데 그건 아직은 말할 수 없어……. 아직 사실 확인 중인데 잘못하여 외부에라도 알려지게 되면 괜한 사람들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거든. 김 기자도 거기까지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거야.”

  김 기자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죽은 정 의장은 평생을 정치만 해 온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그의 죽임이 자연사가 아닌 이상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만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어이구. 이제 경찰에서 정치적인 고려까지 하네. 정말 민주화가 되긴 되었나보네.”

  김 기자가 민 반장을 바라보며 웃음기 있는 농담을 던졌다.

  “하긴 나도 벌써 기자 생활 30년이 넘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완전히 깜깜하긴 처음인 것 같아. 이러다 이거 완전 범죄 되는 것 아냐?”

  “왜 이래! 담당 형사반장을 앞에 두고 악담하는 것도 아니고……. 걱정 마. 적어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반드시 범인을 잡을 거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김 기자는 민 반장의 속마음이 무척 답답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보이기라도 하듯 민 반장이 술 잔을 입에 털어 넣은 뒤 자기 앞에 놓인 작은 접시에다 복 매운탕 국물을 덜어갔다. 그러나 덜어만 갔을 뿐 수저를 들지는 않았다.

 

 

  “단서가 하나 있기는 한데……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단서란 말에 김 기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민 반장의 의도를 알아챘다. 자기에게 공개되지 않은 단서를 괜히 알려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 풀기 힘든 퍼즐을 같이 풀자는 제안이었다.

  아마도 민 반장은 김 기자가 해결했던 5년 전의 연쇄 살인 사건을 떠올렸는지도 몰랐다. 그런 김 기자의 반응에 민 반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여튼 기자들은 특종이라면 사족을 못 써요. 사족을……. 분명히 말하지만 맨 입에 먹으려고 하지 마!”

  “오케이!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

  “이 점심 원래 김 기자가 산다고 한 것 아니었어?”

  “왜 이래? 다 같이 봉급쟁이면서.”

  “좋아…….”

  민 반장은 절대 이것이 외부로 새어 나가거나 기사 중에 암시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은 다음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종이쪽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니까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오른손 포수단’이라고만 적혀 있었단 말이지.”

  “응……. 이건 수사본부 요원 중에서도 몇 명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 아직은 비공개 정보야.”

  “그 종이쪽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국과수에서 분석 중이야.”

  “내가 한 번 볼 수 없을까?”

  “그건 어렵고……. 나중에 분석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김 기자에게 알려주지.”

 

  김 기자는 민 반장이 한 말을 곰곰이 따져보았다. 민 반장이 소주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매운탕은 이미 다 식어버렸지만 민 반장은 개의치 않고 두어 번 국물을 떠 입에 넣었다.

  “아무튼 지금까지 찾아낸 것은 그것이 전부야. 아무래도 정 의장의 뒤를 더 캐봐야 할 것 같아. 시작이 거기니까……. 단서가 있어도 거기에서 찾아야겠지.”

  “오른손 포수단이라…….”

  한참 만에 김 기자가 빈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일부러 ‘포수단’이라 할 걸 보면 범인이 개인이 아니라 단체라는 것을 알리려 한 것 아닐까?”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한데……. 단정하진 않아.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어.”

  민 반장의 말에 김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민 반장이 물었다.

  “근데 왜 오른손일까? 오른손잡이들의 모임이란 뜻일까?”

  “그건 아닐 거야……. 일부러 쪽지를 남겼다는 것은 무엇인가 메시지를 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는데……. 굳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단순히 오른손잡이라는 것을 일부러 쪽지에 남길 이유가 뭐있겠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오른손잡인데.”

  “그럼 무슨 뜻일까?”

  민 반장이 김 기자에게 그 메시지의 의미를 물었다.

  “글쎄……. 메시지를 남긴 거라면 일단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닐까? 죽은 정 의장이 누구야. 진보 성향이 강한 ‘우리법연구모임’ 출신이잖아. 그리고 집권 여당 내에서는 최다선인 6선 국회의원이고……. 한 마디로 핵심 좌파 인사라고 볼 수 있잖아?”

  “그럼 ‘오른손 포수단’이 우파 세력을 지칭한다는 거야?”

  김 기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김 기자도 자기가 말해 놓고도 이건 아니다 싶은 표정이었다.

  “아니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른손잡이 모임이라고 보는 것보다는 더 그럴듯하지 않아? 좋아. 오른손잡이들의 모임이라 치자. 그것하고 정 의장 살해 사건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김 기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한 진보 성향의 언론에서는 집권에 실패한 우파 세력이 조직적으로 테러를 가한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해서 사회적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김 기자의 생각은 좀 무리인 것 같은데……. 지금 보수라고 자처하는 인물들치고 급진적이고 과격한 사람 봤어? 아닐 거야. 자기가 다칠 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보수 인사들인데…….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아.”

  “그건 민 반장 말이 맞아.”

  김 기자가 순순히 민 반장의 말에 동의를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수 인사들은 과격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은 본능적으로 터부시했다. 그런 행동들은 자기에게 분명하고 공개적인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수에서는 선을 뚜렷하게 한다는 것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째든 범인은 자기가 바라던 목적을 이룬 건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민 반장을 보며 김 기자가 지나는 말처럼 물었다. 그러나 김 기자의 말에 민 반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민 반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복수가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보아야겠지. 거기에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더 이상 완벽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만약에 정균호 사건이 개인적인 복수극이 아니라 계획된 범행이라면……. 혹시 누군가에게 경고를 주기위해 정 의장을 살해한 것이거나 아니면 정 의장의 죽음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민 반장의 말에 김 기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건가?”

  “만일 자신의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범행을 벌이지 않을까?”

  이번에는 김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어쩌면 정 의장을 살해한 것은 시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경고를 줘야 한다?..... 어떤 의미의 경고일까?”

  김 기자가 민 반장에게 반문했다.

  “그것이 범행의 동기겠지. 그걸 알아내려고 정 의장 주변부터 은밀히 내사를 하고 있는 중이야.”

  민 반장의 확신에 가까운 말에 김 기자가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닐까? 외국에서야 이익단체들 간의 세력 다툼으로 대통령까지 암살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김 기자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무리 자신들의 이익이 크다 해도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일만한 조직이 과연 우리나라에 있을까?...... 설령 있다 해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더 유리할 텐데 뭐 하러 이렇게 소란스럽게 하겠어? ……. 혹시 누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살해한 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마치 배후가 있는 것처럼 꾸민 것이 아닐까?”

  김 기자가 여전히 개인의 복수에 무게를 실었다.

  “좋은 지적이야. 이번 사건은 분명히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데, 공개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건 사건을 감추려 하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려 한 것이 아닐까? 경고의 효과가 분명하지.”

  “그것 참. 갈수록 더 첩첩산중이네…….”

  김 기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답답하기는 민 반장이 더했다. 사건 발생의 책임이야 경찰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한 사건을 해결해야 할 책무는 자신들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거야 원. 다음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는 꼴이네.”

  “그래선 안 되지…….”

  민 반장이 희망 사항처럼 중얼거렸다. 마지막 잔을 비운 민 반장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매운탕 국물을 뒤적이다 수저를 그냥 내려놓았다. 아직 식사 전이었지만 이미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식당을 나선 두 사람은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김 기자는 민 반장이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것을 본 뒤 의사당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영결식장과 주차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텅 비어 있었다. 여기저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의자들과 뒹구는 종이 쓰레기들만이 그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에 오른 김 기자는 출발하기 전에 민 반장과 나눈 대화 속에서 중요한 사항을 정리해 수첩에 적었다. 김 기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불확실해져 가는 기억을 대신해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꼭 기록을 해두었다.

  ‘오른손 포수단’이란 말은 정말 우파 성향의 인물?

  적어 놓긴 했지만 김 기자도 망설여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너무 무리가 따르는 것 같았다.

  단독범보다는 공범이 있거나 뜻을 같이 하는 단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아님.

  공개적인 범행 의도로 보아 개인적인 복수심보다는 누군가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범행이다? 누구를 위한, 누구를 향한 경고일까?

  사건의 의문점을 적어 내려가다가 김 기자는 펜을 멈췄다. 민 반장의 말처럼 범인이 의도가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정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것인가.

  김 기자는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사건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베테랑 수사관의 직감을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이번 사건으로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면, 아니면 자신들의 경고가 정확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범인들은 또 다른 사건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독 살인 사건보다는 연쇄 살인 사건이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김 기자는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 이유가 없었다. 특종을 쓰려면 좀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가 더 필요했다. 김 기자는 차의 시동을 걸고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요란한 타이어 마찰음이 한적했던 주차장을 뒤흔들었다.

  몇 칠이 지난 뒤 김 기자가 걱정했던 대로 정 의장의 사건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보란 듯이 같은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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