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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7. 습격
작성일 : 19-09-26 22:48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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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장한 저택. 아니, 성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화려한 장식과 한사람이 앉기에는 너무나도 큰 식탁. 그리고 그 식탁의 크기에 무색하게, 위에는 몇 종류의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주인님, 다른 것들도 가져 올까요?”

 

 시종이 말을 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음식을 먹었다. 난처한 표정의 시종을 보던 시종장이 웃으며 그를 불렀다.

 

 “주인님은 그저 소식을 하실 뿐입니다. 오늘 처음 들어와서 당황스럽겠지만, 앞으로 숙지하시고 계시면 된답니다.”

 

 시종과 시종장이 얘기하고 있는 사이, 그는 달그락, 달그락, 접시에서 포크와 수저만이 부딪히며 조용한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의 머릿속은 매우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있었지만 말이다.

 

 “음식들을 치워도 되네.”

 

 “알겠습니다.”

 

 가볍게 식사를 마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입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시종장이 그의 옆에 다가가 조용히 귀에다 대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 아이가 또 그랬다고?”

 

 “네. 아가씨가 또 그러셨다고 합니다. 물론 상대방 측에서 무례하게 군것도 있지만요.”

 

 “그래, 그건 상관이 없다. 다만 그녀의 심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돼. 그거면 된 거야....... 참, 그건 그렇고 그녀의 동향도 조금 파악해줬으면 한다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특히 집사에게 전해두겠습니다.”

 

 시종장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을 불러 무어라 지시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집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무실은 일반 평민들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넓었고,(아마 회의를 염두 해서 공간을 짜둔 방 같아보였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랗고 화려한 액자에 자신과 어린 아이가 다소곳이 앉아 웃고 있는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한쪽 책장에는 수많은 고가의 서적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고, 한쪽 책장에는 무수히 많은 메달과 훈장이 전시되어 있다. 제일 좋은 자리에 놓여있는, 집무실 한쪽의 책상에 놓인 명찰에는 아트레온 드 세레토니아, 이 도시를 관리하는 최고 권력자의 이름이 아주 단정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앉으며, 잠시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바라보았다. 서류에는 ‘환상 피리’라고 적힌 물건의 수송대인원 현황과 수송대가 얼마나 머물 것인지, 그리고 언제 떠날 것 인지에 관해 적혀 있었다.

 

 “하아. 왜 하필 오늘 그 문제의 것이 들어온다는 거냐.......”

 

 남자, 아니 아트레온은 그 서류를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4개월 전, 호수 도시에서 벌어졌던 일의 원흉이자,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략 무기인 ‘환상 피리’의 수송대가 하필 축제 때에 도시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물론 마탑과 친위대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흉악한 놈들이기에,

 

 “제발, 내 딸 아이의 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 꺼져줬으면 좋겠다고!”

 

 그는 남몰래 절규를 외치며, 책상에 한 움큼 떨어져 있는 자신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머리카락들을 바라보았다. 요 근래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그는 그만 신경성 탈모에 걸리고 만 것이다. 아직 모두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들킨다면....... 상상만 해도 싫다.

 

 “어쨌든 아무 문제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창가를 보면서,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많은 생각에 잠겨갔다.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도시에 문제가 생길까? 지금껏 한 번도, 심지어 그 망할 마녀를 데리고 있었는데도 문제가 없었는데........

 

 ‘하아..... 그냥 한숨 자야겠다.’

 

 어차피 어제와 그제, 방문할 사람은 다 방문했고 도시의 행사도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오늘 하루쯤은 그에게 있어서 꿀 만 같은 휴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 오랜만에 느끼는 달콤한 휴식........

 

 

 

 

 - 로하니아, 중앙 광장 -

 

 

 드디어 결전의 날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이제 첫걸음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몸으로 부딪히며, 정처 없이 떠돌았지만, 그 사람을 만난다면 그럴 필요도 없다.

 

 ‘우선....... 아저씨의 말부터 전해야겠지만 말이야.’

 

 푸른 머리의 소녀, 아멜은 천천히 선물가게에 들러 작은 꽃이 든 화분 하나를 들었다. 그 외에 간단한 과자가 든 병을 집어 들었다. 가게를 열었다면 그 가게가 잘 되라는 의미에서 화분을 준다는 대장의 이야기에서, 그리고 과자는 그녀가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 것이다.

 

 가게 주인은 선물을 사드는 그녀의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가씨는 오늘 처음 도시에 온 거죠?”

 

 “네? 아... 네. 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하하하. 아가씨 모습이 이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요. 흠.... 필더레아에서 오신 거죠?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화분! 아는 누가 가게를 여셨나보군요?!”

 

 필더레아라는 곳에 대해서 몇 번이나 들었는지는 몰라도, 뭐 딱히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도움이 된다고 해야 하나?

 

 “아하하하.... 네. 신세를 졌던 분이 가게를 여셔가지고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죠.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아가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가가 주인과 인사를 나눈 뒤, 그녀는 곧장 가게를 나서면서 거리를 둘러보았다. 축제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거리의 활기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길거리 한곳에서는 무희들이 야외 공연을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작은 나무통에 달린 줄을 긁으면서 연주하는 특이한 악기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작은 꼬마 악사도 눈에 보였다.

 

 ‘스피넬도 저걸 좋아했었는데.’

 

 순간 동료들의 생각이 떠올라서 울컥 가슴이 한편이 아려왔다. 그들도 잘 지내고 있을까? 무엇보다 이곳과 그곳의 시간이 같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그녀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만약에 모두가 없는 세계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알고 지내던 모든 이들이 없는 세계에서 견딜 수 있을까? 분명 같은 세계인데, 다른 모습이라면 말이다.

 

 “흐으, 왜 이리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거야! 정신 차려!”

 

 그녀는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눌렀다. 이런 생각 계속해봤자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뭘 할 것이냐는 거니까. 그러니 오늘 이 명함 뒤에 적힌 곳에 가는 것이고.

 

 그녀는 눈길을 돌려, 수많은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부터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어떻게든 휩쓸려 다른 길로 새면 안 되니까 말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괜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사람 많은 곳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말이다.

 

 “자자, 가자. 한시라도 빨리 만나는 게 좋을 테니까.”

 

 그렇게 그녀의 모습은 인파 속에 묻혀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다만,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그녀를 쫓고 있는 사람들이 바보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살벌한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그녀는 가게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폭풍의 눈을 단 채로 말이다.

 

 “저 아이가.... 맞나?”

 

 “맞습니다.”

 

 “크흐흐흐..... 이번 일에서 공적을 얻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서 대장한테 보고하고, 저 년을 잡을 준비나 하자고.”

 

 검은 로브의 남자들은 서로 숙덕거리며 아멜을 바라보다가, 근처에 지나가는 치안대에 고개를 숙이며 몰래 지나갔다. 그들의 목에는 작은 십자와 원, 그리고 별이 그려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만약 아멜이 그 목걸이를 봤다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어떤 목걸이를 말이다.

 

 

 

 - 로하니아 남부지구, 1번가 상점 거리-

 

 

 한 남자가 가게 앞에 서서 멍한 모습으로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치안대의 누구 씨인 것 같은데.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그는 슬픈 눈으로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을 했다. 뭐,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 옆에 있는 동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빨리 이놈의 넋두리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아악! 어제 겨우 참으며 버텼는데, 왜 오늘은 늦게 여는 거냐고! 이제 순찰 1시간도 안 남았는데 말이야!”

 

 “분대장님. 분명 가게 오후에 연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제 남은 구역 순찰 돌고 가도록 하죠.”

 

 덴커일은 강제로 크리엔의 손목을 끌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완강히 저항하며 자리에서 버텼다.

 

 “안 돼! 하루라도 케일씨를 못 본다면 안 된다고! 정말 난 죽어버리고 말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그는 아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지내면서 크리엔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이런 상황에서 파훼방법쯤은 몇 가지씩 들고 다녔던 그였다.

 

 “그러면 지부장님께 바로 연락하죠, 뭐. 순찰 시간을 연장해 달라......”

 

 “아닐세. 그것까지는 할 필요 없다네.”

 

 급하게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크리엔. 지부장과의 마찰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그였기 때문이었다. 지부장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요? 그럼 마저 순찰 돌고 내무 정리나 하자고요.”

 

 “그.... 그래..... 알았어.”

 

 슬픈 눈망울에서 작은 물줄기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치안대는 치안대 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 둘이 떠나고 잠시 뒤, 케일과 에노가 천천히 가게 앞으로 걸어왔다. 원래 오늘 장사를 하지 않을 거였지만, 가게를 정리하고 물건을 창고에 옮겨놓기 위해서 가게를 찾아온 것이었다. 또, 약속을 한 것도 있어서 이기도 하고.

 

 케일은 잠시 손목시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손목시계에는 바늘이 무려 4개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다른 바늘들과 달리 혼자 다른 곳에 달려있었다. 그 바늘은 마치 나침반에 달려 있을 법한 바늘과 같았고, 한쪽 방향을 열심히 가리키고 있었다.

 

 “누나, 언제쯤 올 것 같아?”

 

 한쪽에서 에노가 빗자루로 열심히 바닥을 쓸며 말을 했다. 솔직히 짐정리와 가게 정리는 금방 끝나니까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기 귀찮은 그였다. 그냥 이 시간에 약초상 거리에서 놀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케일은 그런 그에게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작은 장부를 꺼내들며 말했다.

 

 “글쎄다? 금방 오겠지 뭐. 그럼 배달이나 하고 올래?”

 

 “흠, 그건 아닌 것 같아. 나도 좀 쉬고 싶다고.”

 

 “그렇지? 그럼 토 달지 말고 여기 있어. 거기다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

 

 케일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어루만지며 말을 했다. 그러자 에노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빗자루 질을 멈춰 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 주변으로 마력이 움직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팔찌에 대한 조정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참, 그녀가 끼고 있는 팔찌가 단순한 팔찌가 아니라는 것부터 설명해야하나?

 

 “누나, 혹시 미래를 본 거야?”

 

 케일은 에노의 말에 일말의 부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특별한 능력인 미래예지는 이따금씩 마력이 폭주하여 눈에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걷기만 하더라도 눈앞에서 몇 초에서 몇 시간, 가끔씩 며칠 단위로 미래가 보이는 경우가 있기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 특별한 봉인을 만들어낸 게 바로 이 팔찌였다.

 

 “뭐, 그닥 유쾌하진 않았어. 참, 지긋지긋하단 말이야. 녀석들.”

 

 케일의 팔찌에 푸른빛이 감돌더니, 팔찌에 새겨진 문자들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몇 개의 문자 위치가 바뀌고, 새로운 말들이 나타나면서 팔찌에 새겨진 문자들은 마치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이 바뀌어갔다. 그녀는 그 문자들을 열심히, 손가락으로 조정하면서 새로운 글을 만들어내고는 작게 무어라 속삭였다.

 

 “...........”

 

 탁!

 

 손가락이 경쾌하게 튕겨지더니, 갑자기 팔찌를 감싸던 푸른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팔찌 주변을 맴돌던 문자들이 팔찌에 빨려 들어가듯 내리 꽂아지더니, 천천히 비어있는 백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흐음, 조정은 끝났고~. 몸도 어느 정도 풀었으면 좋겠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네.”

 

 “누나, 여기서 몸을 풀다가는 가게랑 거리가 남아나지 않을 거야.”

 

 반 농담으로 말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에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기는 했다. 이곳에 정착하고, 잠시 말다툼이 일어난 두 남매가 마법까지 꺼내들고 싸우다 그만 언덕하나를 날려먹었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도시 밖에 나가서 싸웠으니 망정이지 안에서 싸웠다가는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질지도 모를 것이다.

 

 딸랑! 가게 출입문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다. 순간 둘은 고개를 쭉 내밀어 가게 문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지고 있었다. 둘은 살짝 침을 삼키며 그 그림자가 자신들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어기, 혹시 지금 영업하나요?”

 

 나긋나긋한 목소리, 느긋한 발걸음과 카펫에 눌려 잘 들리지 않던 지팡이 짚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케일은 걸어오던 할머니에게 급히 다가가, 미소를(영업할 때만 나오는) 지으며 말을 했다.

 

  “할머니, 무슨 약이 필요하신가요?”

 

  “여기 관절에 좋은 약이 있다고 해서 찾아 왔는데......... 그거 좀 남아있나요? 약사 선생님?”

 

  “아, 그게 오늘은 약이 없어요. 다음에 오시면 할머니 것만 따로 빼서 챙겨드릴게요.”

 

 케일은 나이 지긋한 손님에게 작은 종이책을 넘겨주고 있었다. 방문 판매용 책자를 보던 할머니 손님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들어왔던 입구로 천천히 돌아갔다. 딸랑하고 울리는 가벼운 종소리와 함께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온 케일은 가게 의자에 앉아 장부를 펼쳤다.

 

 “누나, 근데 그 여자 정체가 뭘까?”

 

 며칠 전에 만났던 푸른 머리의 여자. 분명 사연이 있겠지만, 마력 중독이라는 것은 쉽게 걸릴 만한 것이 아니다. 분명, 그 여자도 무엇인가에 엮여있는 사람이라는 거겠지. 거기다가,

 

 “너도 그때 느꼈었지? 그 천 뭉텅이에서 나오는 기운 말이야. 물론 너는 눈으로 다 보였겠지만 말이야.”

 

 케일의 말처럼 그녀의 등에 지고 있던 무엇인가에서 나오는 것을 본 에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수호자겠지. 나와 같은........”

 

 ‘수호자’라는 이름을 다시 꺼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단어와는 더 이상 엮이기 싫었다. 그와 케일은 이 단어의 뜻과 운명에 휘말려서,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도망치듯 이세계로 넘어오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근데 만약 수호자가 두 명이나 몰리게 된다면, 분명 녀석들이 경계를 할 것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이미 다른 수호자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남매들이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두 수호자의 만남을 방해하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그 검은 머리 녀석에게도 소식을 전해야겠지?”

 

 “그래야겠지 뭐. 에노, 나중에 약초상 거리 가면서 편지 한통 보내놔.”

 

 에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빗자루로 가게를 쓸기 시작했다.

 

 그래 지난 8년간........ 아니 최근에 녀석들이 사건을 터뜨리긴 했지만, 그래도 8년간 조용해서 좋았다.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건 간에, 내 눈앞에서 터뜨리겠다면 가만히 안 둔다. 그게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자 수호자의 의무니까 말이다.

 

 “흐음, 한바탕 또 시끄러워지겠네.”

 

 “그러게. 정말이지.......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야.”

 

 기분 나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녀석들의 공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녀석들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하게 되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하나로, 그가 존경하고 사랑하던 스승이 죽었고, 누나가 다쳤고, 있을 곳이 사라졌으니까.

 

 “참, 그건 그렇고. 에노 잊은 거 없니?”

 

 잊은 거? 케일의 질문에 에노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자 케일은 피식 웃으며, 작은 메모장을 하나 꺼내들었다. 처음에 그는 그 메모장에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모장에는 빼곡하게 적힌 메모들에는 하나같이 배달물품들이 적혀있었고, 배달 완료라는 도장이 찍혀있었다.

 

 “흐음? 뭐가 문제....... 어라?”

 

 순간 에노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그도 그럴게,

 

 “어머? 사랑스러운 나의 동생? 이제야 기억을 하시는 겁니까?”

 

 그 메모장에는, 절대로 빼먹지 말라던, 마지막 배달물품이자, 그녀가 신신당부했던 배달물품 옆에 도장이 찍혀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노? 왜 대답이 없어?”

 

 누구보다 상냥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가장 무서운 살기를 내뿜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돈과 신뢰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 그래서 가게를 이렇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아하하하하;;; 그게 실은‥….”

 

 에노는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를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케일의 머리에 쫑긋 고양이 귀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머리끝까지 화났다는 의미였고, 그 빳빳하게 선 고양이 귀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오라에 그는 와들와들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날 버리고 점심을 먹는 것도 있었지만, 배달도 땡땡이를 쳤던 거였네? 안 그래?”

 

 “아... 아니야! 그건 아니라.....”

 

 콰지직. 가판대 옆에 있는 작은 선반이, 그녀의 주먹에 그대로 부셔져 버렸다. 에노는 방어마법을 사용하려고 준비했지만, 곧바로 그녀의 주문에 막혀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어딜 또 빠져나가려고! 배달도 다 안 끝났는데, 농땡이를 피셨다고요? 동.생.군. ‘배.달.’ 까먹지 말라고 했었지!”

 

 “히익! 살려줘!”

 

 쾅! 쨍그랑! 쿠쾅!

 

 갑자기 난 폭음에 케일의 주먹이 에노의 명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에노는 찔끔 감았던 눈을 뜨며 주먹을 맞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대신 밖에서 나는 소란과 비명소리들에 케일과 에노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어 거리로 향하게 했다.

 

 “사람 살려!”

 

 “괴..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관광 상품이 적고 비교적 사람 수가 적은 남쪽 지구이기는 하지만, 거리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도망치는 사람들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급하게 도망을 치고 있어서 앞사람이 넘어지면 뒤에 오던 사람이 걸려 넘어졌다.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은 다시 그들에게 걸리고, 서로 밟히면서 거리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흐,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건 조금 그런데?”

 

 케일은 사람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에노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했다.

 

 “에노, 아까 그 상자 가져와.”

 

 에노는 케일의 말에 즉각 창고에서 약 상자를 들고 나왔다. 배달하려는 물품은 항상 가까이 두기에 잘 알고 있었으니까 금방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근데, 이 약은 왜?”

 

 “사람들을 구해야지.”

 

 케일은 에노가 가져온 약상자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며 말을 했다. 에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 그거 배달하려고 나둔 거였잖아.”

 

 “괜찮아, 괜찮아. 다시 만들면 돼. 기한은 남아 있잖아. 멍청이가 추가금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보내긴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 정도로 정제한 약은 처음 보는 걸? 이거 무슨 약이야?”

 

 “완전 회복제.”

 

 “뭐.. 뭐라고?! 자... 잠깐만!”

 

 그 말을 끝으로 케일은 그대로 앞으로 뛰어갔다. 에노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곧장 상자를 짊어지고는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에이씨! 될 대로 되라지. 아오!”

 

 가게의 문에서 가볍고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매는 그렇게 거리의 아수라장 속으로,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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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오해와 오해 2019 / 9 / 19 67 0 8178   
5 4. 치안대 2019 / 9 / 17 49 0 9120   
4 3. 만남 2019 / 9 / 16 56 0 9813   
3 2. 풍류점 2019 / 9 / 10 65 0 10580   
2 1. 남매의 일상. 2019 / 9 / 5 102 0 7866   
1 프롤로그. 겹쳐지는 세계에서 2019 / 9 / 4 505 0 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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