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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3. 만남
작성일 : 19-09-16 22:27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9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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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이봐, 여긴 형님의 자리라고!”

 

 가끔씩 겪은 일이다. 전 도시에서도 이런 누더기 옷을 입고 들어온 덕분에 가게에서 이런저런 시비가 붙었었지. 하지만 배가 고팠던 그녀는 자리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아저씨가 굶고 다니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줬던 쿠폰도 아깝고.

 

 “죄송하지만, 잠시 여기 점원분이 앉으라고 해서 앉았을 뿐입니다. 금방 대합실 쪽으로 이동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소녀는 소녀 나름 정중하게 말을 하며 그들을 물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벌이는 녀석들은 여기서 물러설 사람들이 아니기에, 그녀는 말을 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쭉 살펴보았다.

 

 “무슨 시비가 걸린 것 같은데?”

 

 “아, 저 녀석들 또 왔나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습적으로 시비를 거는 나쁜 귀족인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잡기 위해 위병과 비슷한 ‘치안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 것도 들려왔다.

 

 “참나, 그렇게 말을 하면서 시간 끌면 되는 줄 아나? 형님은 30명이나 되는 긴 줄을 서서 기다리셨다고!”

 

 “그럼 옆에 앉으세요. 저는 잠시만 있다가 갈 겁니다.”

 

 “너랑 형님이 같은 줄 아니? 너 같은 천민이 같이 앉을 분이 아니란 말이다.”

 

 천민이라....... 물론 계급 사회에서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 것도 그녀 성격에 맞지 않았다.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점원을 불렀다.

 

 “대합실 자리 언제 나나요?”

 

 “아! 거의 다 청소 끝났습니다! 바로 모셔다 드릴까.....”

 

 “거기, 잠깐 멈춰라!”

 

 아마 형님이라 불리는 녀석인 것 같아보였다. 전형적인 뚱뚱한 돼지 악당인 것이 큰 기대를 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의 말은 어느 이야기들처럼 정말이지 진부하고 전형적이라 아멜은 한귀로 흘려듣기만 했다. 대신 옆에서 같이 얻어걸린 급사 녀석이 불쌍해 보였지만.

 

 “…‥ 어쨌든 천민이 내 말에 끼어든 것은 죽어도 마땅한 죄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슉! 귀족의 볼 옆으로 잔 하나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순간 소녀는 옆에 있는 잔을 집어 들어 빠르게 그들을 향해 던진 것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멍하니 서있었다.

 

 “아저씨? 라고 해야 하나? 방금 전에 좀 위험했어요.”

 

 소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남은 잔을 집어 들고 물을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귀족과 그 일행은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의 뒤를 바라보았다.

 

 “크어어어.....”

 

 “젠장! 도망가!”

 

 복면을 쓴 무리들이 귀족의 뒤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워낙 원한을 많이 사고 다니니 그러려니 했지만, 일순간 소녀의 움직임에 제압당해 그들은 그대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남자가 소녀의 곁으로 걸어와 말을 걸었다.

 

 “아하하! 이거 안녕하세요! 아르테... 아 아르제트 남작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갈색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걸어들어오는 것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한 가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낯익은 기운이었다.

 

 “아... 하? 너는 누구지?”

 

 “아이고 남작님! 저 기억 못하십니까? 그때 많이 도와드렸었는데? 에노에요. 에노! 케일라 약국 점원 말이에요!”

 

 귀족 일행은 그의 말에 순간 움찔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녀 역시 그의 말에 살짝 놀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아.. 아! 에노 군이었군! 에노군! 아하하! 미안하네. 혹시 일행인가?”

 

 “오! 남작님 덕분에 잃어버릴 뻔한 일행을 찾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에헴! 그래. 그래 아무렴 그렇지! 아하하 내 덕분에 찾게 되었다니까!”

 

 식은땀을 흘리는 귀족은 그대로 일행들을 이끌고 뒤를 돌아 나가는 그를 보며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에노?’ ‘그게 누구지?’

 

 ‘아, 케일라 약국 점주 동생!’ ‘근데, 저 여자는 누구야?’

 

 사람들은 에노가 데리고 가는 소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히 에노에게 관심이 많은 여자들은 소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질투심을 드러내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요.”

 

 “아니에요. 그저 도와주시려고 하셨던 것뿐이잖아요.”

 

 소녀는 에노에게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그 사람을 보는 것처럼,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미소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속내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에노의 안내를 받으며 그녀는 2층의 전망 좋은 대합실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뾰로통한 얼굴로 닭다리를 뜯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에노. 왜 이리 늦었어?”

 

 “아하하.... 주변 정리 하느라고.”

 

 “모처럼 음식 시켜놓은 거 다 식었잖아.”

 

 케일은 어느새 음식을 또 시켜서 먹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기겁할 일이지만, 에노는 그녀가 대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에노는 고개를 돌려 소녀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귀족의 예법에 놀란 그녀가 놀란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보며 에노는 웃으며 말을 했다.

 

 “아하하, 조금 놀라셨군요. 저는 ‘에노’, 그리고 이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제 누이인 ‘케일라’입니다. 도시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 네, 저는 아멜이라고 해요.”

 

 어떨결에 통성명을 하게 되었지만,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에노에게는 오직 다른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사실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입니다만......”

 

 “네? 물어볼게 있다니요?”

 

 “네. 조금 중요한 얘기라서 말이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뭘 물어보겠냐는 건가 싶었지만,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에노를 쳐다보았다. 너무 뜬금없는 전개라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혹시 마력 중독이신가요? 비슷한 환자들을 본 적이 있어서 꽤나 익숙하거든요.”

 

 “아... 아! 네..... 마력중독이에요.”

 

 어떻게 단번에 알아본 거지? 아, 맞다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지. 아니, 것보다 약국을 운영하는 거랑 마력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혹시 제 병을 고쳐주실 수 있나요?”

 

 일단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 전에, 병을 해결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이 없는 그녀였다. 에노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케일을 보았다.

 

 “네! 가능합니다. 일단 제 누나가 약사이긴 해도 저명한 마법사니까요! 그렇지, 누나?”

 

 “왜 그걸 나한테 묻고 있냐?”

 

 케일은 툴툴대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아멜의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 케일은 아멜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꽤 심각하게 진행 된 것 같네. 원래는 죽어도 상관없을 몸인데 말이야.”

 

 에노와는 다르게 초장부터 말을 놓는 케일. 평소의 케일과는 다른 모습에 에노는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아멜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 그건 제가 아는 분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기는 했었어요. 그건 그렇고 이걸 고칠 방법이 있나요?”

 

 “으음........ 준비 하려면 조금 걸리긴 하지.”

 

 케일의 말에 아멜의 눈동자가 빛났다. 소녀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의 손을 와락 잡으며 말했다.

 

 “얼마나 걸리나요?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응?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

 

 “아! 찾는 사람이 있거든요. 도시에 있다고 했는데.......”

 

 “음? 역시 필더레아 사람인건가? 독특한 머리색이라고 생각 돼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푸른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주변에 금발이나 갈색 머리칼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주 눈에 띄는 머리색이었다. 물론 케일 그녀 역시 남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머리칼을 가진 그녀에 비해서는 그렇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거기다 청록빛이 감도는 맑은 은색 눈동자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누더기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면 그 망할 돼지가 얼마나 몹쓸 짓을......

 

 ‘아니지. 이 아이는 꽤나 단련된 듯싶으니 당하지는 않겠지.’

 

 무심코 만진 손에서 느껴지는 굳은살과 단단함에, 그녀가 검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아마 등 뒤에 매고 있는 것도 그녀가 쓰고 있는 무기겠지.

 

 “그럼 한 3일 뒤쯤에 찾아올 수 있겠니? 설비도 준비해야하고..... 지금이 축제 기간이라 많이 바쁘거든.”

 

 “네! 괜찮아요! 부탁드릴게요!”

 

 소녀는 미소를 빙그레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연거푸 악수를 했다. 그러자 케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이랑 닮았네. 참, 이건 우리 가게 약도가 적힌 명함이야. 뭐, 모르겠다싶으면 길거리 사람에게 이 명함을 보여줘도 되고.”

 

 새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급사에게 돈주머니를 쥐어줬다. 그 모습에 소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케일은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 필더레아에서부터 혼자 온 게 기특해서 그래. 그럼 3일 뒤에 보자고.”

 

 에노 역시 그녀에게 빙그레 웃은 뒤, 그대로 케일의 뒤를 따라 가게 밖으로 나갔다. 아멜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급사인 에이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언제나 제멋대로인 사람들인걸요? 뭐, 덕분에 누나도 좋고, 저도 좋은 거죠 뭐!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렇게 아멜은 혼자 남겨진 채, 식사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3일 뒤라, 그동안 뭐하고 지내야 하는 거지?

 

 “흐음... 축제라고 했으니까....... 축제 구경이나 해야겠다.”

 

 로하니아 도시 건국제. 온 도시가 활기차게 움직이며, 거리 곳곳에는 공연과 노점들이 열렸다. 광활하게 펼쳐져있는 바둑판같은 건물들에 로하니아와 메자크 제국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달려있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과 같은 것처럼. 아, 이미 다른 세상으로 와버렸지만.

 

 “맛잇네.... 정말... 맛있..... 하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멜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축제를 즐기게 되었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갑자기 가슴을 조여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른 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라니. 생각했던 일들과는 너무 다른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져왔다.

 

 “분명..... 난 여기에 싸우러 왔는데. 왜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걸까......”

 

 자신의 세계를 망가뜨린 녀석들을 잡기 위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게이트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넘어온 그녀였다. 하지만 게이트를 넘어오고 나서, 녀석들이 있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상상했던 것과는 딴판인 세계였다.

 

 불타오르는 대지. 수많은 시체. 그리고 황무지의 먼지가 사방에 흩날리던 세계. 그것이 그녀가 있던 세계의 모습이었다. 녀석들과의 전쟁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졌지만, 그들은 살아남았고, 그들은 전쟁에서 이겼었다. 그리고 지금 푸른 대지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데..... 여기는 너무.....’

 

 게이트를 넘어오면서 처음 봤던 풍경.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가 아닌, 푸른 나무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정원. 그 밖으로 나가자 그가 데려다 주었던 대 산림의 모습은 비교될 수가 없는 자연의 장엄함이 느껴지는 거대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가 마침 10월이라고 했으니, 황금색 빛과 붉은 빛으로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에 한껏 매료되었었다. 마치 거울 반대편과도 같은 세계. 처음으로 그녀가 이 세계에서 받았던,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계속해서 이어져 이 도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내 할 일은 해야지.’

 

 우선 아저... 아니 대장이 말했던, 사람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도시를 구경하면서. 그래 모처럼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가게를 나가기 전, 아멜은 자신에게 음식을 주었던 급사 에이람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에이람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왜인지 형이 누날 데리고 올라갔던 이유를 알 것 같네요!”

 

 “네? 그게 무슨.....”

 

 “히히! 그 철벽남이 반할 정도라니! 누나는 지금 엄청난 일을 하신 거라고요!”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이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그 남자 손에 이끌려 올라갔을 때 무어라 수근 거렸었던 것 같던데.

 

 “그러니까! 누나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도시로 싹! 다 퍼져나갔을 거라고요! 그러니 조금은 조심하시고 돌아다니셔야 해요! 히히!”

 

 에이람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음식들을 나르기 위해 가버렸다. 그 남자..... 치료해준다고는 했을 때 까진 좋았지만....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데;;;;

 

 아멜은 에이람의 말을 곱씹으면서,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벌떡.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본, 어떤 한 부채를 든 여자와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반드시 알아오세요!”

 

 “옙!”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곧장 아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가게에 남은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멜의 뒷모습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았다.

 

 “흐음....... 낭군님한테 날 파리가 끼어들다니........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이를 갈며 지켜보는 여자와 그 뒤에 묵묵히 서있는 늙은 집사. 그들 역시 식사를 다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급사에게 돈을 주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마저 퇴장을 하면서 시끌벅적하던 식당의 풍경은 나무문에 의해 갈라지면서 사라져갔다. 그렇게 한바탕 시끄러웠던 풍류점의 일도 하나의 일기장에 적힌 작은 이야기가 되어갔다.

 

 

 

 -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는 황무지 어딘가, 그리고 잊힌 동굴 -

 

 

 음.....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갑자기 놀라실 거죠? 갑자기 “”도 없이 말을 하니까요. 참, 이건 제 독백이라서 그래요. 그러니까 내부에서 들리는 것이 아닌 외부만 볼 수 있는? 그런 거죠.

 

 우선 상황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저는 괴수 전쟁에서 살아남은 2군단 소속 정예 토벌 부대 부관 ‘리엔’이에요. 제 이름 까먹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제가 살던 세계는 어떤 괴물들에 의해 박살이 나버렸어요. 막연하게 괴물이라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희한한 괴물들을 모두 떠올리셔도 좋아요. 저는 그것보다 많이 봤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무엇을 말하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하하!

 

 뭐, 어찌 되었건 괴물, 괴수대전이 끝나고 우리들은 세계를 정리하기 위해 재건 단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괴물 무리가 튀어나와서 조사를 하던 차에, 놈들이 소환되는 동굴을 발견 했었어요. 5군단 멍청이들한테 그걸 뺏긴 게 분하지만요.

 

 다행이도 우리 대장이 그 이상한 시설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관할로 넘어와서 5군단 멍청이들의 뻘 짓을 막을 수 있었죠. 그리고 그 시설에 대해 조사한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다른 세계와 이어진 ‘차원문’이라는 사실!

 

 하지만 고대의 힘을 다루는 자들이 없는 세계에서 이 ‘차원문’을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었어요. 왠지 이 시설에 대해 잘 안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사실 우리 대장이 이세계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손에서 불을 막 뿜고, 땅을 얼리고........

 

 어쨌든 대장 덕에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당장은 한 사람만 넘어갈 수 있다는 말에 다들 고민하기 시작했죠. 반대쪽에서 괴물들이 넘어왔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쪽에 남아있는 괴물이 몇 마리나 있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반대쪽에서 ‘차원문’을 작동 시킬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말이죠.

 

 분명 괴물들의 원흉을 잡아야 하는데, 전쟁이 끝난 마당에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 홀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니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하필이면 그녀가 손을 들어버렸어요.

 

  “정말, 네가 갈 거야? 너는 이제 쉬어도 돼! 이제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잖아!”

 

 그날 처음 대장이 그렇게 말하는 걸 처음 봤었죠. 매번 장난만 치거나 가끔은 진지하더라도 동네 아저씨 같은 말투로만 얘기하니까, 마치 음....... 뭐 이건 사랑하는 연인 같기도 하고 부모 자식 사이 같기도 하고....... 핫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 그분도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죠. 그래서 그녀를 보내기는 했는데........ 하아 이 걱정 많은 대장 때문에 못 살겠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대장의 연구 일지를 좀 훔쳐가지고 따라가 보기로 했어요. ‘마력’이라는 것을 모으는 게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다들 십시일반 열심히 모아주더군요. 그리고 마력이라는 게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집 나가서 고생하는 동생을 도와주러 언니가 찾으러 가고 있어요. 그녀가 떠난 지 한 3달은 된 것 같은데,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3달은 무슨, 3년이나 더 넘었지.”

 

 그렇게 혼자 독백을 하던 키가 아주 작은 여자 옆에서 툴툴 대며 붉은 머리의 여자가 쳐다보고 있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덕에,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머리에 솟아나있는 부러진 뿔이 눈에 띄었다.

 

 “치이. 그래도 비장한 각오를 하려면 이런거는 해야한다고!”

 

 주황머리의 키 작은 여자는 자신에게 툴툴 거리는 붉은 머리 여자를 보며 볼을 한껏 부풀렸다. 그녀가 서 있는 곳. 이상한 문자로 도배 되어있는 원형 아치를 보며 붉은 머리 여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이라는 듯, 한 번 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리엔 언니. 괜찮겠어? 아저씨 말로는 잘못되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 있다던데?”

 

 “흐음, 그것도 이미 계산을 다 마쳐 놨으니 상관없어. 대장의 연구기록을 해독하느라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말이야.”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웃는 리엔.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붉은 머리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고 지금이라도 그만 두는 게 어때?”

 

 “흐흥? 그럴 리는 전~~ 혀! 없다고! 대장과 유능한 이 몸이 계산한 결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우우웅! 갑자기 차원문이 작동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머리 여자는 당황한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건드린 게 없었는데?

 

 “헤헷! 이미 언니가 다 작동 시켜놨지요!”

 

 그녀의 손에서 하얀 연기가 흩어져 가는 게 보였다. 그녀의 특기를 사용해, 자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모든 기계장치를 작동시킨 것이었다.

 

 “언니! 뭐하는 짓이에요!! 열쇠는 또 언제 꽂아놓은 거야!!!”

 

 당황한 여자는 급히 그녀에게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급하게 레버를 돌려놓으려고 해도, 이미 기계에 순식간에 많은 양의 마력이 흘러들었고 작동되는 기계는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원형 아치에서는 엄청난 굉음과 빛이 방출하면서 점점 리엔의 모습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몸은 이미 빛의 구체에 쌓여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그럼! 대장을 잘 부탁해! 삼시세끼 꼭 약 먹이고! 꼭이다!”

 

 “언니!!! 언니!!!”

 

 “걱정 마! 네 안부도 전해 줄 거고. 아! 네 노래도 들려줄 거야! 대장의 도구를 몇 개 훔쳐오긴 했지만, 상관없겠지? 그럼 잘 부......”

 

 리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삼켜져 버렸다. 그리고 아치에서 나던 빛이 한순간에 유리조각 깨지듯이 산산조각 나버리더니 다시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동굴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황무지의 바람 소리만이 들려오는 차가운 동굴. 그렇게 또 한명의 인간이 차원문을 이용해 어디 론가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남은 사람은 작게 눈물을 흘리며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저 잘 도착하길. 그리고 그녀를 만나길.

 

 “…‥…‥ 별이 가는 곳에 이유가 있나요.

 단지 그 곳에 그대가 있기 때문이죠.

 그대에게 다가기기 위한 수억 년의 시간은.

 그저 헛된 시간이 아니었죠.

 …‥…‥…‥

 …‥…‥

 …‥

 별이 가는 곳에 이유가 있나요.

 그대가 있기에 난 그 긴 시간을 견딜 수가 있었죠.

 그대가 남긴 추억은 내 가슴에 남아.

 영원히 간직될 테죠.

 

 영원히 간직될 우리의 이야기.”

 

 그녀의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동굴사이사이로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영영 작별하게 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서.

 
작가의 말
 

 모두들 추석 잘 보내시고 오셨나요? 월요병에 명절 증후군에 난리도 아니지만...... 손목이 괜찮아지고 모처럼 쌓인 피로도 다 빼고 왔으니 열심히 달릴게요! ㅎ... 메메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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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새로운 작품 연재 시작합… 2019 / 9 / 4 1029 0 -
15 14. 새 종업원? 2019 / 10 / 18 78 0 8381   
14 13. 평화로운 일상 2019 / 10 / 17 71 0 8831   
13 12. 새로운 세계, 새로운 만남. 2019 / 10 / 11 70 0 8499   
12 11. 별이 내린 하늘 2019 / 10 / 10 77 0 8092   
11 10. 하늘에 닿은 별 2019 / 10 / 4 67 0 8137   
10 9. 괴물, 사도, 그리고 마법사. 2019 / 10 / 3 69 0 8522   
9 8. 수호자 2019 / 9 / 27 54 0 8356   
8 7. 습격 2019 / 9 / 26 62 0 9370   
7 6. 마법사 2019 / 9 / 20 53 0 8323   
6 5. 오해와 오해 2019 / 9 / 19 67 0 8178   
5 4. 치안대 2019 / 9 / 17 48 0 9120   
4 3. 만남 2019 / 9 / 16 56 0 9813   
3 2. 풍류점 2019 / 9 / 10 65 0 10580   
2 1. 남매의 일상. 2019 / 9 / 5 102 0 7866   
1 프롤로그. 겹쳐지는 세계에서 2019 / 9 / 4 504 0 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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