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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05. 최대의 피해자, 이서우
작성일 : 19-09-25 17:36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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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란은 지금 핸드폰을 교체 중이었다. 지붕 위에서 놓쳐버린 핸드폰은 겉보기에는 멀쩡했으나 다시 켜지지 않았다. 불운은 계속해서 일어난다더니 지금 자기 꼴이 딱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한숨이 푹푹 나왔다.

 

 

 서란이 이사한 동네는 또래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원룸 밀집 동네였다. 그중에서도 서란의 집은 옥탑방이었다. 급하게 구하다 보니 다양하게 알아볼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서란은 그런 환경이 너무 익숙했다. 어린 시절 내내 가족들과 함께 거주한 환경이기 때문에 지겹기도 했지만 친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서란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대학생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서란은 직원들 빼고는 자기 또래들과 전혀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었다. 25년 동안 죽도록 돈만 좇았더니 사생활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한순간 추락이라니… ‘

 

 

 물론 잘못을 서란이 한 건 맞았다. 하지만 큰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그렇게 옹졸하게 쇼핑몰에 제재를 가할지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서란은 기본적으로 마음 씀씀이가 너그러웠다. 웬만한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서란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 그냥 도망치지 말고 사과를 했어야 했나… ‘

 

 

 

 왠지 모르게 점점 꼬여가는 상황에 서란은 기가 찼다. 핑계 삼아 쌍둥이 언니, 서우를 만나러 간 것 까진 좋았지만 그 후에 서우가 평생 인터넷 쇼핑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 정말 놀랄 정도로 순진….하고 사람을 상대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 너무 가식 없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역할 대행을 시키기엔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서란은 일을 추진한 뒤 후회하는 스타일이라 다시 수습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탁탁탁탁’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에 빠져있던 서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훤칠한 주인집 아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란은 훈남 레이더망을 꺼놓지 않았다. 비록 첫 만남을 과자 세례로 시작하게 됐지만 다행히 깐깐한 주인집 아줌마가 아닌 이 집 둘째 아들이었고 서란은 특유의 친화력을 내세워 그와 말을 놓을 수 있었다.

 

 

 

 “ 어, 지수야 어서 와. 웬일? “

 

 

 

 “ 아, 안녕하세요 누나. 어머니께서 누나가 또 과자만 먹고 있을지 모른다고 음식 좀 가져다주라고 하셔서요. “

 

 

 

 과자 쏟은 걸 사과할 겸 주인집에 내려가서 애교를 떨며 신세한탄을 한 것이 나름 도움이 되었나 보다. 서란은 어떤 음식이든지 무조건 환영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몸에 이상이 있나 건강검진까지 거쳤던 서란은 이상이 없단 소견 이후 살이 안 찌는 것은 그냥 신이 자기 삶에 내려준 한 가지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 오 완전 땡큐. 내 생각 해주는 사람은 역시 어머님뿐이네. “

 

 

 난데없는 호들갑에 지수는 조용히 미소를 보내올 뿐이었다. 서란은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런데… 지수는?”

 

 

 서란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수를 올려다보았다.

 

 

 “네??”

 

 

 “지수는 내 생각 해?”

 

 

 “하하. 당연히 하죠 누나“

 

 

 지수는 평소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수는 정말 서란의 타입이었다. 서란은 예전부터 덩치 큰 남자들을 선호했다. 말을 몇 번 섞어본 결과 지수는 수영 쪽의 체육 특기생이었고 특기생이라 그런지 팔 다리의 길이가 남들보다 훨씬 우월했다. 또한 대형견 같은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는 분위기가 좋았다. 다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항상 서란의 말을 듣고만 있었는데 서란은 그런 지수의 모습을 볼 때면 괜스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 당연히 하는데 왜 놀러 자주 안 와? “

 

 

 

 서란은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대사는 노처녀의 처절한 발버둥 같은 끈적함이 느껴졌다. 옥탑방에서 조금 갇혀 있었다고 감이 다 죽었구나.. 아니지 감은 원래 없었지..

 

 

 

 “ 자주 놀러 올게요 누나 “

 

 

 

 서란의 장난에도 지수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서란은 가끔 지수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 탁탁탁 탁탁 탁탁”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무언가 다급한 발소리였다.

 

 

 

 “서란아!”

 

 

 

 서우였다. 서란은 눈이 똥그랗게 되어 되물었다.

 

 

 

 “언니가 지금 이 시간에 왜?!?! “

 

 

 “…. 잠깐… 숨 좀 고를게…. 후우……”

 

 

 

 서우는 급하게 뛰어왔는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잠시 숨을 고르던 서우는 곧 고개를 들어 서란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후우…연락이 안 돼서 뛰어왔어. 핸드폰은?

 

 

 “아.. 미안. 지붕에서 놓쳐서 지금 막 새로 사서 오는 길이야. 이제 연락될 거야. 번호는 따로 보내줄게"

 

 

 “ 아.. 알았어. 근데 다급한 소식이 있어서… 음 이 분은 누구 셔?”

 

 

 

 서우는 처음 보는 사람이 서란과같이 있는 모습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아 주인집 아들. 앞으로 종종 보게 될 거야"

 

 

 

 말을 마친 서란은 씩 웃었다.

 

 

 

 “여하튼 언니 무슨 일이야?”

 

 

 

 서란이 서우의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물어보았다. 자기가 25년 만에 쳐들어갔을 때도 조용했던 언니가 이런 당황한 모습을 보이다니.. 새로운 모습에 자기도 긴장이 됐다.

 

 

 

 “ 일단 기쁜 소식은 쇼핑몰 제재가 해지됐다는 거야. “

 

 

 

 서란은 그 말을 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반신반의하며 언니에게 자기 역할을 시키고 하나하나 해야 될 일을 알려준 게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이 일을 해결하다니. 서란은 생각보다 서우가 능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진짜?!?! 확실해?!?!? “

 

 

 

 “ 대표한테 직접 들은 얘기니까 안심해… 그런데 “

 

 

 

 서란은 뛸 듯이 기뻐서 지금이라도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우의 태도와 분위기는 말하는 내용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서란은 뒤이을 얘기에 숨을 죽였다.

 

 

 

 “ 대표라는 사람이 네 남자친구였어? “

 

 

 

 …서란은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얘기가 나온 건지 추측도 가능하지 않았다. 솔직히 서란은 지난 클럽에서의 실수 전까지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쇼핑몰 제재를 당한 뒤에야 이를 갈며 이름을 찾아본 것이 전부 다였다. 하지만 이런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란은 당황할 수 없었다. 이건 매우 중대한 문제였고 이런 일에 있어서 자신의 카드를 다 내보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민우 씨? “

 

 

 

 서란은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얘기하도록 노력했다.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야 했다.

 

 

 

 “응. 네 말대로 나우 쇼핑몰 측과 미팅을 주선해서 회의에 갔는데 갑자기 그분이 나를 잡고 자기 잊어버렸냐고 하던데 왜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서우는 정말 한 점 의심이 없는 눈동자로 서란에 게 설명을 요구하듯 쳐다봤다. 서란은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사실 초반에는 서우에게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놔야 되나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서란은 서우가 곤란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일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서우의 편하고 밝은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 으음………… 아니 그게 너무… 흐음…. 좀 프라이버시적인 일이었지… “

 

 

 

 아무튼 일을 저질러 놓았으나 서란은 사실 거짓말엔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남다른 솔직함과 퍼주는 인심으로 서란의 쇼핑몰이 상승세를 탄 것이었다. 서란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잘 몰랐다..

 

 

 

 “ 그게…음 사실 내 남자친구가 좀 쪼잔한 구석도 있고…. 흐음… “

 

 

 

 “여자친구한테 제재를 할 정도면 좀 너무 엄격한 타입이긴 하네?”

 

 

 

 “흠흠”

 

 

 

 갑자기 옆에 서있던 지수가 헛기침을 했다. 서란은 일단 지수에게서 음식을 받고 고마웠다고 전해달라며 그를 내려보냈다. 지수는 서란에게 어떤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쳐다봤지만 순순히 계단을 내려갔다.

 

 

 

 “ 아무튼 제재는 해제해주는데 내가 정말 기억상실증인지 확인하고 싶대 “

 

 

 

 뒤이은 말에 서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애당초 기억상실증이란 무리수를 둔 것도 자기가 시치미 떼기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서우에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붙이는 게 성공률이 높을 것 같아서였다. 완벽하게 기억이 안 난다고 잡아떼면 해결될 거라는 서란의 말도 안 되는 해결법은 그다지 잘 먹힌 것 같진 않았다.

 

 

 

 “ 놀라는 거 보니 너도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은 첨 봤나 보구나. 기억상실증이라는데 왜 그렇게 의심을 하는지 나도 잘 이해가 안 갔어. 그분 좋은 사람은 아닌듯해”

 

 

 

 서란은 새삼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언니가 신기했다. 또 한편으로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핑계가 얼마나 진부한 설정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서란은 언니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언니. 내가 지금 정확한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내 평생 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언니가 내 행세를 좀만 더 해주면 안 될까? “

 

 

 

 서란은 서우의 책임감에 호소했다.

 

 
작가의 말
 

 진실은 서우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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