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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04.이상한 주제의 미팅
작성일 : 19-09-23 09:48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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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우는 지금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낯선 남자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서란에게서 들은 어떤 얘기도 없었기에 서우는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왜 하필 지금 연락이 안 되는 건지…’

 

 

 서우는 자신의 어떤 행동이 의심을 사게 될지 자신이 없었다. 반면, 앞에 있는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로워 보였다.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려고 했을 때도 자신이 그 당사자임을 알리며 서우를 자연스럽게 회의실로 안내했던 그였다.

 

 

 “어 그래.. 일단 지금 미팅은 내일로 미루자고 전달해줘”

 

 

 통화를 마친 남자가 다시 서우를 바라보았다.

 

 

 “자.. 일단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처음 만난 것처럼 예의를 갖출게요. 그러니까 이 서란씨 맞으시죠?”

 

 

 남자의 질문에 서우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의심을 산 것 자체가 서란의 계획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자친구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하지 않으신가 보네요. 평소 성격과는 많이 달라 보여서 이것도 충격의 결과인가 싶네요. 한동안 연락이 안 되더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 남자의 태도도 전형적인 남자친구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서우는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한동안 연락이 안 됐다는 말에 남자친구가 맞나?!?하는 의혹만 되려 커져갈 뿐이었다.

 

 

 “아.. 사실 이주 전에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고 때문에 한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저 자신도 궁금해하던 참이에요. 몰라봤다면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남자의 눈썹이 의혹으로 좁혀졌다.

 

 

 “ 이주라.. 다친 뒤 이 주 만에 이렇게 회사 미팅을 잡으시다니 열정이 대단하신대요?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바로 연락을 안 한 점도 이상하긴 하네요. 분명 저희 회사의 쇼핑몰 제재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이렇게 미팅을 잡으신 거겠죠?”

 

 

 “네, 안 그래도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왜 갑자기 그런 조치를 내리셨는지…..”

 

 

 “잠깐 저 아직 남자친구 문제가 다 정리되지 않아서요.”

 

 

 서우는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의 경험 밖에 있는 이성관계 얘기는 피하고 싶었다. 이러다간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점점 멍해졌다.

 

 

 “…자꾸 그렇게 도망치려 하시니까 점점 의심이 드는데요.. 정말 이 서란 씨가 맞는지..”

 

 

 이 남자의 말에 서우는 정신이 확 들었다. 용기 내서 찾아온 동생의 부탁을 성공적으로 들어주려면 이 사람이 자신을 서란으로 믿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 아무튼 일단 기억을 못 하신다니 제대로 제 소개 먼저 할게요. 제 이름은 박민우고 나이는 28입니다. 대학 때 졸업 작품 겸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이 잘 풀려서 처음 서린 씨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

 

 

 “사귄 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서우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캐내서 커플 연기를 능숙하게 하기로 맘을 잡았다.

 

 

 “…. 음 한…2년 정도요 “

 

 

 자신을 몰아치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남자는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어투였다.

 

 

 “…제가 알기로는 회사 창업이 한 3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회사를 세우신지 1년 정도 돼서 저를 만나셨던 건가요? 대학교에서 만난 사이신 건지?”

 

 

 서우는 자신이 몰랐던 정보를 캐내려 필사적이었다.

 

 

 “ 아… 꼭 그렇다기 보답은…. “

 

 

 서우는 민우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기억력이 다르니까 꾹 누군가를 취조하듯 과거를 다그치며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잘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아 서우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을 시작하였다.

 

 

 “ 그런데 그런 연인의 쇼핑몰을 왜 제재를 하셨던 거죠? “

 

 

 이 질문을 하자 남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연인 사이의 일이니까 아무래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겠지’

 

 

 서우의 머릿속에 박민우가 거짓말을 한다는 옵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수녀원에서 생활한 탓에 서우에게는 남을 의심하는 회로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음 사실 그 사건에 있어서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자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서우는 역시.. 둘이 어떤 복잡한 사정이 있나 보다 하고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다.

 

 

 

 “ 따라서 제가 서란 씨의 기억 회복을 돕게 해주시겠습니까? “

 

 

 뒤이은 남자의 제안은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이 얘기가 진실이라면 자기는 금세 들키고도 남았다. 더구나 서우는 남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얼마 되지 않았다. 수녀원 안에서의 신부님과의 시간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네요. 왜냐하면 의사선생님이 심신의 안정이 기억 회복에 절대적 조건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아쉽지만 알고 싶으시다면 기다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서우는 당황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우의 표정은 서우의 제안을 쉽게 들어주지 않을 눈치였다.

 

 

 “ 의사가 어쨌든 간에 전 진실이 더 중요합니다. 솔직히 기억상실이란 병은 의사도 걸려보지 않은 만큼 과학적인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냥 전처럼 저와 함께 시간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

 

 

 “ 전처럼이라 하시지만 전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아무래도 도움이 되긴 힘들 것 같네요. 오히려 긴장감만 높여서 역효과만 날 거 같아요. “

 

 

 “ 서란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시간을 주고 싶지만 솔직히 앞에 있는 분이 정말 제 여자친구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돼버린 건지 저도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너무 달라서요. 제 생각에는 서란씨와 제 자신 모두를 위해서 한번 제대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땐 서우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우는 서란의 역할대행을 빈틈없이 해내고 눈앞에 닥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협상의 대상이 서란의 남자친구가 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이 사람은 나와의 시간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히 들킬 것이다.

 

 

 “ …그렇다면 일단 저희 쇼핑몰의 제재를 먼저 해제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서우는 일단 한 개라도 해결해 보려는 생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 방법이 통한다면 서우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제안을 들은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살짝 웃음을 띠는 것 같기도 했다. 서우는 저 표정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표정은 자신이 남자친구인 것을 잊었냐고 말할 때의 표정과 같았다.

 

 

 

 “ 좋습니다. 그 제재 해제를 그토록 원하시는 데 제가 여자친구님께 안 해드릴 수가 없죠. “

 

 

 어째서인지 남자의 어투가 비장한 것도 같았다.

 

 

 “ 그 대신 저와 예. 전. 처. 럼. 지내주시는 겁니다? 저도 저의 소중한 여자친구를 하루바삐 되찾고 싶거든요. “

 

 

 서우는 박 민우란 사람은 생각보다 엄청난 순애보구나라고 믿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애틋한 연인 관계를 왜 서란이는 얘기를 안 해줬을까.

 

 

 지금 이 순간, 서우는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고 어떻게든 자기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서우는 이 일을 해결하고 수녀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작했던 일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그와 함께 서우의 죄책감도 불어나고 있었다. 서우는 거짓말을 잘 하려면 똑똑함과 함께 정신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요. 저도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노력해보겠습니다. “

 

 

 

 이렇게 빨리 해결되다니! 서우는 밝아지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서우는 그제서야 민우의 눈을 바라보며 환히 웃을 수 있었다. 서우 특유의 맑은 눈동자가 민우를 또렷이 응시했다.

 

 

 ‘하나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사실 노력할 생각은 없습니다.’

 

 

 박민우가 눈이 마주친 서우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서야 서우도 우호적인 미소에 맘을 놓으며 화답했다. 맘이 놓인 탓일까 이제서야 눈앞의 남자가 새삼 잘생긴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짧지만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둘의 연기대결(?)에선 누가 이기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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