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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7화. The Ugly Duckling
작성일 : 19-09-22 20:22     조회 : 240     추천 : 3     분량 : 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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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특정한 목적도 없이 새로운 것이 실용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옛 것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생산성이 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뉴시커들의 세계에서 브래디는 이미 미운오리새끼였다. 온통 하얀 건물과 벽, 잿빛을 띠는 도로를 보고 숨을 쉬며 사는 뉴시커들은 본인을 고고한 백조처럼 생각했지만, 브래디의 눈에는 그저 멋모르고 유행을 따라 검은 털을 뽑아대는 비둘기 떼였다.

  “한 데에 머리를 조아리고 구구대는 꼴이라니.”

  그는 어릴 때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별달리 기억할 만한 것들이 있는 유년기 시절은 아니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특이하다’, ‘이상하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에게 관심이 딱히 없었던 부모님은 브래디가 20살이 되던 해 일을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났고, 자연스레 독립하게 된 그는 그 이후 부모님을 뵌 기억이 없다. 이 세계에서는 이런 것들이 당연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아하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따스한 감정을 사랑했던 어릴 적의 브래디는 ‘이상’한 아이로 취급되는 것이 이 세계의 규칙이었다. 왜냐하면, 감정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세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생존에 필요한, 그리고 부를 축적하는데 필요한 것뿐.

  그는 젊었을 때부터 명석했기 때문에 여러 회사에서 그를 원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귀하는 올드 시커(old-seeker)일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행동을 한다고 신고 및 경고를 받았습니다. 컴퍼니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나아가며 성장하는데 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죄송합니다. 귀하의 이념은 저희 컴퍼니가 추구하는 이념과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려서 느끼길 원하지조차 않는 사람들의 감정을 되찾아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과거를 공부하고 싶었고, 과거를 연구하다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말한 것뿐이었는데, 회사는 그런 브래디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오며, 그리고 많은 회사를 거쳐 가며 브래디는 그들이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어차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원하는 연구를 하면 되었고, 회사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한다면 그 회사를 떠났다. 그것이 브래디가 살아남는 법이었고, 뉴시커들 사이에서 올드시커라 호칭되는 나그네가 지내는 법이었다.

  브래디는 씁쓸한 냉소를 띄며 쓸데없이 긴 복도를 걸어갔다. 생산적인 활동을 좋아하신다면서 굳이 왜 이렇게 복도를 길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만 많아지게 하는 이 복도를 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한창 햇볕이 쏟아져야 할 오후였지만, 복도를 둘러싼 큰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것은 칙칙한 구름밖에 없었다. 우중충한 바깥과 지나치게 밝은 건물 내부가 대비되어 유리창에는 고요한 브래디의 표정이 비쳐 보였다.

 

  브래디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사람은 부장뿐이었다. 같은 부서의 그 어떤 사람도 동조하거나 존중해주지 않는 그의 프로젝트와 구상을 부장만큼은 이해해주었고, 가끔은 이해하기 힘들더라도 넘어가 주었다. 당연하게도 프로젝트는 브래디 혼자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한 명쯤은 이해해주었기에 그는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너머 세계에는 그의 친구 파셔가 있었기에. 하지만 이를 본부가 모를 리 없었다.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브래디의 프로젝트를 정리해버릴 줄은 그도 몰랐던 것이다. 급작스럽게 정리되어 다른 부서로 흡수되어버린 브래디의 부서와 그를 눈감아준 대가로 감봉조치를 당한 부장, 그리고 강제로 종료된 브래디의 프로젝트. 제일 중요한 것은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친구, 파셔.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브래디는 더 이상 이성적이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물어보실 순 없으셨습니까!”

  “우리는 규칙에 따랐을 뿐이네. 자네 말처럼 미래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했을 테고, 우리가 눈을 감아주기에는 너무 많이 들락거렸지 않는가?”

  그 정도는 브래디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 이상, 융통성없이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과거로 이동하는 머신이 한 두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선례들은 파셔가 죽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흘려들으며 태연히 문서처리를 하는 새로운 부장을 보고 있자니 감정이 앞서나갈 수밖에 없었다.

  “기억을 지우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저에 대한 악감정을 화풀이한 것은 아니신지?”

  “지운다고 사라질 기억이었으면 우리가 뭐하러 사람 하나를 힘들여가며 죽였을까? 강제로 지운 기억은 그 자가 살아가며 받게 될 어떤 충격에도 다시 돌아올 수 있네.”

  새로운 부장은 어울리지 않는 네모난 테의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렸다. 브래디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본부는 파셔를 살려둘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는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군요.”

  그 날도 이런 식이었다. 브래디의 부서는 흡수되어버리며 힘을 잃었고, 그는 새로운 부장과 함께 일을 해야 했다. 물론 프로젝트는 접어야 했지만, 브래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뉴시커들의 세계에서 흔히 올드시커라고 비난받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브래디는 새로운 부장에게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을 정리하는 것은 본인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하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머신을 타게 해달라고 했다. 아무리 보아도 정이 가지 않는 정갈한 수트 차림의 새로운 부장은 잘 손질된 눈썹 한쪽을 올리며 그러던가, 라고 말했다. 그 때 알았어야 했다. 이미 그들은 브래디에게 선택권을 줄 생각이 없었음을. 브래디에게 프로젝트를 종료하게 되었다고 말하기 전, 그가 탔던 머신의 기록을 조사하여 어떤 이가 미래에서 온 이방인을 보았는지, 그래서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파악했었던 것이다.

  브래디가 애써 담담한 마음으로 마지막 머신에 올랐을 때에는 이미 파셔는 천천히 숨을 거두어가고 있었다. 파셔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은 채 죽어갔다. 브래디는 그의 혈색과, 목 뒤에 있던 전기 방전의 흔적을 보고, 이미 본부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래서는 안되었다. 절차도 잘못되었고, 애꿎은 사람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미 파셔의 발언에는 효력이 없을 것을 알았고,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방전된 파셔는 천천히 숨을 거두어야 했다. 가장 잃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풍경과 시간을 한번에 앗아간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미안하다던가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은 모든 이들의 태도에 화가났다.

  브래디는 당장 저 정갈한 수트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꾸역꾸역 숨을 참아가며 뒤돌아섰다. 여기서 감정대로 승부를 보았다가는 그가 얻어갈 수 없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셔의 죽음을 의미없는 것으로 둘 수 없었다. 브래디가 파셔와 그 공간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워왔으니, 그도 배운 만큼, 받은 만큼 보답해야했다. 브래디는 부서를 옮기고 난 후 불이 꺼진 사무실에 들어가 여태까지 써왔던 일지와 머신을 만들기 위해 연구해왔던 많은 자료를 챙겼다. 불꺼진 사무실을 둘러싼 복도는 언제 사람이 있었냐는 듯 온기조차 없었고, 그도 그렇게 말없이 건물을 나섰다. 도대체가 따사로운 햇볕이라고는 볼 수 없는 세계였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의 확인을 도와드릴까요?

  “닥쳐, 뉴아이.”

  -명령어가 입력되었습니다. 메시지 확인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느지막한 오후, 이제야 겨우 눈을 뜬 브래디는 종이맛이 나는 탄수화물 대체용 시리얼에 단백질 음료를 부었다. 식욕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식단이었지만, 억지로라도 우걱우걱 씹어 삼키며 종이맛을 느꼈다. 낮이든 밤이든 조금의 밝기차이 정도밖에 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생활리듬은 깨질대로 깨져버린 지 오래였다. 파셔와 그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밤을 새웠고, 그러다 본인도 모르게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일어나면 살기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만 했다.

  이럴 때면 그는 파셔를 만나 먹곤 하던 파이가 생각났다. 신선한 과일과 고소한 빵. 저마다의 색감을 띈 음식들은 모여서 조화를 이루었고 그 맛은 사람을 기쁘게 했다. 파셔는 파이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투덜댔지만, 브래디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즐겨 이따금씩 만들어주곤 했다. 그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먹고 이 세계로 넘어오면, 한동안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그놈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뉴시커들의 식단이기 때문에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항상 배고픔을 느꼈다. 파셔의 요리를 먹기 전까지는 음식의 즐거움을 아직 남아있는 자료로 간접적으로만 느꼈기 때문에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끔 작은 알약으로 요기를 때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매 끼니를 맛은 별로더라도 대체제를 섞어가며 요리 같은 것을 해서 먹고 있는 그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브래디는 이런 스스로가 웃기기도 했지만, 때로는 파셔와, 약 10여 년 동안 보아왔던 작지만 아름다운 루피너스의 마을의 따스함과 배부름이 그리웠다.

  “허허허, 자네는 참 음식을 맛있게 먹는구먼.”

  파셔가 해주는 음식들을 음미하고 입안에서 굴리며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먹고 있는 브래디를 보면, 파셔는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음식을 이렇게 열심히 때로는 며칠 굶은 나그네처럼 먹는 사람은 브래디가 처음이라며. 그럴 때마다 브래디는 집중하던 식사를 멈추고는 말했다.

  “자네를 보러오지 않는 그 며칠을 굶어서 그렇지 않겠는가.”

  정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살던 세계에서 먹는 것은 식사가 아닌, 연료를 공급하는 정도의 일일 뿐. 진정한 식사는 좋은 사람과, 맛을 음미하며, 분위기에 취해 먹는 것. 그래서 배부른 것이 아닐까.

  “잘 좀 챙겨 먹게. 나보다 더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 아닌가?”

  “챙겨 먹을 여유가 있는 세상이어야 말이지.”

  브래디는 파셔에게 식사가 무엇인지를 배워갔다. 즐겁고, 맛있게, 따뜻한 식사. 그래서 그는 혼자 살아가는 이 세계가 더더욱 춥고 배고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브래디, 당신의 상사가 내일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라고 전해달래요. 업무처리 담당자 씀.」

 

  그는 그렇게 회사를 걸어 나온 후 일주일 정도 아무말 없이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꼴도 보기 싫거니와, 그곳에서 이제부터 해야 할 애정이 없는 일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일같이 출근체크 업무 담당자에게서 출근독촉 메시지를 받아야 했지만. 그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와 같은 일들은 뉴시커들의 머리로는 발상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이었다. 비웃음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여겨졌고, 가끔은 브래디가 그만두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들려왔다. 그렇기에 브래디가 회사로 돌아가게 되면 할 수 있는 일들은 눈에 뻔했다. 그는 멍하니 홀로그램 메시지 창을 응시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큰 숨을 내쉰 후, 리모컨을 집었다.

  “뉴아이, 부장에게 메시지 전송해줘.”

  -네, 브래디. 뭐라고 전송할까요?

  “...엿 같은 당신 꼴 보기 싫어서 회사 그만둔다고.”

 
작가의 말
 

 태풍때문에 빗소리 가득한 주말이네요. 사정때문에 늦은 시간에 업로드합니다! 루루만큼이나 브래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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