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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영안(靈眼) - 숨겨진 역사
작가 : 리진
작품등록일 : 2019.9.4

세조를 암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무리에 맞서 그들의 계획을 파헤치는 영안(귀신을 보는 눈)의 주인공과 남이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집안의 저주로 영안을 갖게 된 박윤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운명의 상대인 귀신 명선을 만난다. 하지만 명선이 가진 극음의 기운을 탐내는 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진 그들 앞에 궐에서 파견나온 남이가 나타난다.

 
그녀와의 만남
작성일 : 19-09-14 00:04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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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사람의 짓이라고요?”

 스님의 말에 박윤은 깜짝 놀랐다.

 “대체 누가 그런 짓을… 스님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누구의 짓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 집 개는 분명 귀신이 아닌 사람이 죽였다. 개의 입에 독초의 신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사체가 부패한 정도도 일반적인 속도보다 더 빠르고 심했다. 누군가 개에게 독을 먹인거지.”

 “그, 그렇군요.”

 박윤은 스님의 날카로움에 혀를 내둘렀다.

 스님이 손에 쥔 염주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 일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실제로 낭자의 혼이 아직 구천을 떠돌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일단 그녀를 다시 찾아보자꾸나.”

 “지금 가보시게요? 이집 하인을 부를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은 오히려 방해되니 우리끼리 찾아보자꾸나. 아씨의 방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조사해도 좋다는 허락은 이미 받아두었다.”

 “네…”

 박윤은 두려운 마음에 여러 사람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스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씨의 방에 다다르자 스님이 박윤을 보며 말했다.

 “난 방 안을 살펴볼 테니 넌 앞마당을 둘러보거라.”

 “네? 따로 움직이시려고요?”

 “여긴 그리 넓지 않으니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바로 알 수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라.”

 “아뇨, 무서워한다기보다는…”

 박윤은 머쓱해져 잠자코 앞마당으로 나왔다.

 ‘그래, 언제까지나 스님에게 의존만 할 수는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일이 내가 가진 업보를 푸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박윤은 어느새 귀신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음을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는 본래 긍정적인 성격이었기에 자신의 병도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는 귀신의 도움을 받아 큰일을 이룬 분들이 많지. 귀신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그저 위인들을 신격화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제 보니 정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지.’

 박윤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앞마당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금 걷다 보니 은근히 신경 쓰이는 곳이 있었다.

 화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어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귀신이 정말 있다면 저런 곳에 있을 것 같군.’

 박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진짜 있네!’

 

 명선은 속상한 마음에 화초밭에 들어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앉아있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버님과 어머니가 정말 날 쫓아내려 하신 걸까? 이제 내가 귀신이 되었으니 무섭고 보기 싫으신 거겠지.’

 명선은 부모님이 자신을 쫓아버리기 위해 사람을 부른 것도 슬펐지만, 조금 전 낮에 있었던 사건도 큰 충격이었다.

 ‘난 사람을 해치려고 그런 게 아니야. 갑자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정말 모르겠어. 여차했으면 덕구 아범과 그 사람들 모두 얼어 죽었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니 정말 자신이 악귀가 된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한참 그녀가 우울해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화단 밖에서 떨리는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저, 낭자?”

 “…?”

 “낭자, 아까 낮에 잠깐 뵈었었지요?”

 “다… 당신은!”

 명선은 화들짝 놀라 양손을 들어 올려 방어자세를 취하며 박윤을 노려보았다.

 박윤은 당황한 듯 황급히 두어 걸음 물러섰다.

 “낭자, 낭자에게 해를 끼치러 온 것이 아니니 부디 진정하시지요.”

 “거짓말 마! 당신은 우리 부모님이 날 쫓아버리기 위해 부른 사람이잖아!”

 명선의 말에 박윤은 손사래를 쳤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낭자의 부모님께서 왜 그런 짓을 하시겠소?”

 “내가, 내가 무서운 귀신이 됐으니까! 이제 죽은 사람이니까!”

 명선은 설움이 복받쳐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박윤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다.

 ‘귀신 중에서도 제일 까다로운 게 처녀 귀신이라더니, 정말 누군가가 경험상 만든 말인가보다.’

 “저, 낭자. 낭자의 부모님은 낭자를 쫓아내기 위해 저희를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낭자가 지금처럼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홀로 슬퍼하고 계실까 봐 밤잠을 설치고 계시지요.”

 “… 네?”

 박윤의 말에 명선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박윤은 말이 좀 통하는 듯하자 용기를 얻어 말을 이어갔다.

 “낭자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집안에서는 귀신의 소행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기르던 개가 죽는 일까지 벌어졌지요. 그래서 낭자의 부모님은 낭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저희를 부르신 겁니다. 혹시 낭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주고 싶으셔서요.”

 “그게 정말이에요?”

 명선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내의 말에 의하면 부모님은 자신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호호호!”

 명선은 기분이 좋아 몸을 일으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지금껏 응어리져있던 마음이 일시에 풀리는 듯했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명선은 박윤이 아직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몸을 추슬렀다.

 “뭐,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낭자,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기분이 풀리신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이 낭자는 평생을 방 안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해맑고 순수하구나. 마치 어린아이 같아.’

 박윤은 기뻐하는 명선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 부끄러워한다니 무슨 말이에요?”

 명선은 몸을 뒤로 돌리고 얼굴을 붉혔다.

 실제로 붉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 아까는 미안했어요. 갑자기 옷을 얼어붙게 만든 거… 저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괜찮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나저나 낭자께서는 어찌 아직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셨나요? 아, 이런 것을 묻는 것이 실례일지도…”

 “아니에요, 실은 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얼마 전까지 제가 죽은 것도 몰랐어요.”

 “그렇군요. 혹시 누군가 모시러 온 사람이 있었다거나…”

 박윤은 저승사자를 염두에 두고 물었으나 명선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박윤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저승사자란 작자들은 대체 뭘 하는 건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렇게 길 잃은 귀신들은 어떡하라고!’

 “그건 그렇고, 저…”

 “말씀하시지요, 낭자.”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어요?”

 “어떻게라 하시면…”

 “정말 높은 산과 푸른 물이 천지에 깔렸고 넓디넓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나요? 온갖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수만 가지 꽃이 펴있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겠죠? 어린 꼬마 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까지. 또 건물들은…”

 “낭자,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직접 나가서 구경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생전에는 몸이 불편하셨지만, 이제는 자유로우시니 못 갈 곳이 없지요.”

 박윤의 말에 명선은 금세 시무룩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전 이 앞마당을 벗어날 수 없어요. 문으로는 물론이고 심지어 담을 넘으려고도 시도해봤지만 나갈 수 없었어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박윤이 몇 마디 말을 더 이어가려 할 때 갑자기 스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윤아, 무슨 일이 있느냐?”

 “아, 낭자! 낭자가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스님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하죠.”

 박윤이 반색하며 스님에게 대답하려 하자 명선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입을 막았다.

 실제로 닿지는 않았지만 박윤은 그녀의 손을 느낄 수 있었다.

 “안 돼요! 스님한테는 절 봤다고 말하지 마세요!”

 “왜 그러시죠? 스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전 스님 무섭단 말이에요! 스님이 방울을 흔들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요!”

 “그건 스님이 낭자의 공격을 막기 위해…”

 “꺅! 누가 공격했다는 거에요! 전 그냥 손을 휘둘렀을 뿐이었다고요!”

 “나, 낭자. 좀 진정하시고…”

 “아무튼 절대로 절 봤다고 하면 안 돼요!”

 명선은 박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재빨리 화초 사이로 몸을 숨겼다.

 뒤이어 스님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윤아, 뭔가 이상한 점이 있더냐?”

 “…”

 박윤은 명선이 숨은 화초 쪽을 슬쩍 바라보고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닙니다. 이곳에는 낭자의 혼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구나, 분명 낭자의 혼이 이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윤에게로 다가왔다.

 박윤은 자신도 모르게 화초 앞을 가로막아 섰다.

 “하하, 스님.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시는 게 어떠신지요?”

 “혹시 모르니 내가 한 번 더 둘러보마.”

 스님은 가까이 다가와 박윤 뒤에 있는 화초들로 눈을 돌렸다.

 박윤이 깜짝 놀라 스님의 어깨를 붙잡았다.

 “스, 스님. 이곳은 제가 다 살펴봤으니 다른 곳으로 가시지요.”

 “어허, 갑자기 왜 이러는 게냐.”

 박윤의 수상한 행동에 스님이 이상함을 느끼고 그의 뒤를 살피려는 순간, 문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님, 여기에 계셨군요.”

 문앞에는 두 사내가 서 있었는데 둘 다 키가 훤칠하고 체격이 당당했다.

 그중 뒤에 서 있는 사내는 갓을 푹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앞에 있는 사내가 스님을 향해 말을 이었다.

 “저는 이정운이라고 합니다. 스님께서 명선이의 일로 많이 애를 써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미타불, 부끄러운 말씀이십니다. 불초한 소승이 미력한 힘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이정운에게 인사치레를 하며 슬며시 뒤에 있는 사내를 살폈다.

 “스님, 이제 슬슬 날이 저물고 있으니 이곳은 다음에 살피시고 저희와 함께 가셔서 사건에 대해 의논하심이 어떠십니까?”

 “아미타불. 그러시지요.”

 스님은 박윤에게 눈짓을 하고는 두 사내를 따라 명선의 앞마당을 나갔다.

 박윤도 그 뒤를 따르려 하는데 어디선가 명선이 속삭이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왔다.

 “밤이 되면 여기로 와서 바깥세상 이야기를 마저 해줘야 해요. 꼭이요.”

 ‘깜짝이야!’

 박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으나 명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찝찝한 표정으로 다시 몸을 돌리던 박윤은 갓을 푹 눌러쓰고 있는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흠칫했다.

 ‘무서운 눈빛이다.’

 박윤은 사내의 눈에서 정체 모를 안광이 뻗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다시 갓을 눌러쓰고는 이정운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지만 박윤은 놀라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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