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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영안(靈眼) - 숨겨진 역사
작가 : 리진
작품등록일 : 2019.9.4

세조를 암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무리에 맞서 그들의 계획을 파헤치는 영안(귀신을 보는 눈)의 주인공과 남이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집안의 저주로 영안을 갖게 된 박윤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운명의 상대인 귀신 명선을 만난다. 하지만 명선이 가진 극음의 기운을 탐내는 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진 그들 앞에 궐에서 파견나온 남이가 나타난다.

 
명선 아씨
작성일 : 19-09-12 00:17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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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녀는 며칠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태어난 후로 늘 그랬던 것처럼 계속 이불 속에 누워만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씩 부모님이 방에 들어오셔서 통곡하시고, 하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에도 자주 보던 광경이었고, 무엇보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 비몽사몽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말동무인 하녀 춘심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와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춘심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춘심아, 갑자기 왜 이불을 치우는 거야?”

 하지만 춘심이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계속해서 이불을 갤 뿐이었다.

 그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불이 치워지고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명선 아씨,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랄게요.”

 춘심이가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릴 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춘심아, 왜 갑자기 그런 말을…”

 그녀는 춘심이를 잡아 흔들려 했으나 여전히 손이 닿지 않았다.

 “춘심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춘심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춘심이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분명 손을 뻗었음에도 닿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내가 일어났다.’

 그녀는 평생 혼자 힘으로 몸을 일으켜본 적이 없었다.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홀로 서 있었다.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신기한 마음이 들었던 그녀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꺄아아아악!”

 그녀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명선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인정하고 나니 편한 부분도 있었다.

 애초에 평생을 누워지낸 그녀에게 있어서 삶이란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죽고 나니 아프지도 않고 몸이 자유로웠다.

 심지어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편안하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방과 앞마당 밖으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기에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왜 죽어서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걸까? 한 번 만이라도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녀 봤으면 좋겠다.’

 그녀는 그저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거나 좁은 앞마당에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비록 매일매일 같은 풍경이긴 했지만 바깥세상은 아름다웠다.

 ‘가고 싶어.’

 명선은 온종일 창문에 붙어 바깥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왠 사내지?’

 명선은 여태껏 가족들과 하인들만 보고 살았는데, 이번에는 처음보는 사내가 어슬렁거리며 자신의 방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생겨 사내를 자세히 살폈다.

 ‘정운 오라버니와 비슷하네.’

 그녀가 아는 젊은 남자라고는 배다른 오라비인 이정운밖에 없었다.

 그는 첩의 아들이었기에 명선과 신분이 달랐지만, 그녀는 그를 하나뿐인 오라비로 생각하고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얼굴이 허여멀겋고 몸도 부실해 보여. 오라버니는 체격이 당당한데.’

 한참 사내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어라? 저 사람은 내가 보이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날 못 보던데.’

 “실례했습니다, 낭자.”

 그런데 사내는 명선을 알아보고 당황하며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자 당황해서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사내는 도망치듯 다시 밖으로 사라졌다.

 “아, 잠깐…”

 그녀는 사내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이미 사내는 없어진 후였다.

 그녀는 속이 상했다.

 죽은 이후로는 그나마 말상대 할 사람도 없어 너무나 외롭고 심심했다.

 그러다 겨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는데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다.

 그녀는 답답하여 앞마당으로 나가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또 누굴까?’

 명선은 앞마당에 심겨 있는 나무 뒤로 숨었다.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이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그 사람이다!’

 세 사람 중 방금 만난 사내가 끼어있었다.

 사내는 조금 전과는 달리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창문 쪽을 살피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명선은 자신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

 ‘얼이 빠진 표정이군.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나 보지?’

 그런데 그녀가 웃자 사내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명선은 괜히 뜨끔해 사내가 보지 못하도록 나무 뒤로 숨었다.

 “왜 그러느냐?”

 스님의 물음에 박윤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닙니다.”

 박윤은 하인이 듣고 있는데 굳이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스님, 여기가 아씨의 방입니다요. 여기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집안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있습죠. 혹시 저, 정말 귀신의 소행이라면 꼭 좀 잡아주십시오.”

 ‘귀신을 잡는다고?’

 명선은 하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를 잡아가려는 거지? 왜?’

 그녀는 충격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을 잡으러 사람이 왔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들이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부모님의 허락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럴 리 없어. 아버님과 어머니가 왜 날…’

 그녀는 갑자기 스님과 사내가 견딜 수 없이 미워졌다.

 그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가족들도, 나아가 자신의 가련한 인생까지 참을 수 없이 싫었다.

 지금껏 쌓아왔던 울분이 일시에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모두 나가! 날 내버려 둬!”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양손에서 무언가 일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것을 떨쳐버리듯 손을 스님과 사내를 향해 휘둘렀다.

 “뭐, 뭐지?”

 박윤은 갑자기 견디기 힘든 한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옆에 있던 하인도 뭔가를 느꼈는지 몸을 움츠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조심하거라!”

 스님이 서둘러 입고 있던 승포를 벗어 앞을 가로막듯 활짝 펼치고는 불경인지 주문인지 모를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품속에서 방울을 꺼내 들었다.

 쩌저적!

 “으앗!”

 “이게 뭐야!”

 스님의 승포가 뭔가에 맞은 듯 펄럭이더니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박윤과 하인은 너무 놀라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딸랑딸랑!

 스님이 방울을 요란하게 흔들었다.

 방울 소리는 명선의 방이며 앞마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꺄악! 듣기 싫어!”

 명선은 갑자기 들려오는 방울 소리에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도망갈 곳이 없었다.

 “스님! 이 사람이… 우선 이 사람부터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윤이 쓰러진 하인을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에 거품을 물고 졸도한 상태였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꾸나.”

 스님과 박윤은 하인과 얼어붙은 승포를 챙겨 서둘러 명선의 앞마당을 벗어났다.

 

 “허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중산 대감의 집은 발칵 뒤집혔다.

 귀신이 어디 있느냐며 호통을 치던 이중산마저 얼음이 녹아내려 축축이 젖은 승포 앞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대, 대감마님! 이건 정말 귀신의 짓이 틀림 없습니다요! 갑자기 온몸이 서늘해지더니 저 옷이 단번에 얼어붙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하인의 말에 이중산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스님 일행은 지금 어디 있소?”

 “일단 손님방에 모셨습니다. 그 스님이 아니었다면 덕구 아범이 큰일을 당할 뻔했습니다.”

 부인의 말에 이중산은 몸을 일으켰다.

 “내가 그 스님을 한번 만나 봐야겠소.”

 “대감마님, 잠시 진정하시지요.”

 옆에 서 있던 이정운이 이중산을 만류하며 나섰다.

 이정운은 이중산의 아들이었으나 어머니가 하인 신분의 첩이었기 때문에 그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일로 대감마님께서 직접 움직이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뿐더러, 그 스님이 아직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도 확실치 않아 보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넌 그 스님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냐?”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가 한 짓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스님이 옷 속에 무언가를 숨겨와서는 덕구 아범의 눈을 속이고 이상한 술수를 부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 아니 그런 것은… 아닐 텐데요…”

 덕구 아범은 스님의 짓이 절대 아니었다고 말하려다 이정운의 매서운 눈빛을 받고는 말꼬리를 흐렸다.

 “네 말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니다만, 어찌 되었든 그 스님은 우리의 요청으로 도움을 주러 온 사람이다. 정말로 어떤 위험으로부터 덕구 아범을 구해준 것일지도 모르니 함부로 의심할 수는 없다.”

 “송구합니다.”

 이중산의 말에 이정운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이중산은 마음이 아팠다.

 이정운은 영특하고 재능이 뛰어났지만, 첩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는 아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신분의 굴레는 쉽게 벗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부인, 그 스님은 어떻게 알고 불러들이신게요?”

 “그저 동네에 떠도는 소문에 영험한 힘이 있고 어려운 이를 몇 번 도운 일이 있다길래 데려오라 했을 뿐, 잘 알고 부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운이가 말한 것처럼 그 스님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겠구려.”

 이중산은 아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은 마음에 슬쩍 편을 들어주었다.

 이에 이정운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일을 몇 번 해결한 자가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일은 나쁜 의도를 가진 자가 귀신의 짓인 것처럼 주변의 눈을 속이고 무언가 일을 도모하려는 것이라 하더군요. 그자를 불러 집안을 둘러보게 하심이 어떠신지요?”

 “그런 자가 있었더냐? 그 말이 제법 그럴 듯하구나. 네가 잘 아는 자라고 하니 한번 불러서 조사해 보라고 해라.”

 “예, 대감마님.”

 

 ***

 

 “스님, 분명 귀신의 짓이었지요?”

 “…”

 “스님,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죠? 귀신이 술수를 부려 물건을 얼어붙게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아무리 귀신이라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 귀신은 뭔가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것 같구나.”

 “저, 스님. 실은…”

 박윤은 망설이다가 스님에게 소녀를 본 일을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본 낭자가 이 집 죽은 아씨인 것 같습니다.”

 “틀림없는 것 같구나. 그러고 보니 죽은 아씨가 태어날 때부터 강한 음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살아서는 몸져누웠지만 오히려 죽어서는 그 기운이 강성해진 모양이다.”

 “큰일이군요. 그 낭자가 일찍 죽은 것이 억울해서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 모양인데, 이러다가 사람이라도 다치는 날에는…”

 “아니, 이번 일은 그 낭자의 혼이 벌인 짓일지도 모르지만, 이전의 일들은 아무래도 사람의 짓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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