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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고양이의 선택3
작성일 : 19-09-11 10:19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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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명상센터는 문의 전화가 많은 듯 했다.

 다섯 번째 통화 만에 상담원과 연결됐다.

 이 형사가 신분을 밝히자 상담원은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이번에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이 형사는 자살자 유족의 민원 때문에 센터 총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별 거 아닙니다. 민원이 오면 처리결과를 기록에 남겨야 하거든요. 그냥 간단한 사실만 확인하는 겁니다.”

 

 30분 뒤 회신이 왔다.

 도솔선사는 주로 지방의 본당에 거주하는데, 내일 서울로 올라오니 약속을 잡아주겠다고 센터 직원이 말했다.

 

 다음날 이 형사는 도솔명상센터로 찾아갔다.

 센터는 뱅뱅 사거리 뒤편 고층빌딩 3층에 있었다.

 임대료가 비싼 곳이었지만 센터 분위기는 소박했다.

 이런 곳에는 으레 있기 마련인 창립자의 대형 사진도, 요란한 골동품 장식도 없었다.

 

 프런트데스크 뒤로 긴 복도가 있고 복도 양편에 명상실이 늘어서 있었다.

 창문 너머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학생부터 주부와 노인까지, 성별과 연령이 다양했다.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와 이 형사를 안내했다.

 이 형사는 회의실로 쓰는 것 같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경찰서 조사실과 비슷한 분위기의 방이었다.

 책상과 의자 외엔 아무 것도 없고, 창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센터의 창립자 도솔선사는 평범한 노인네였다.

 홀쭉한 몸에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긴 책상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앞니가 하나 빠져서 웃으면 바보처럼 보였다.

 

 “자살 사건 때문에 오셨다고요?”

 “네. 자살자 중 한 명이 이 명상센터에 다녔다고 합니다. 유족은 이곳에 뭔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도솔선사 뒤에 서 있던 직원이 말했다.

 빼빼 마르고 눈이 찢어져 험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형사님 전화를 받고 확인해 봤습니다만, 편성혜라는 이름의 대학생은 저희 회원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네.”

 “보호자는 여기 회원이었다고 말하던데요.”

 

 이 형사는 한번 우겨보았다.

 도솔선사가 대답했다.

 

 “이곳에 관심이 있었을 겁니다. 고민이 있거나 우울한 분들은 명상센터를 많이 검색하니까요. 한두 번 체험방문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식회원은 아니에요.”

 

 이 형사가 물었다.

 

 “어떤 명상을 가르치시나요? 단전호흡 뭐 그런 건가요?”

 

 도솔선사가 고개를 저었다.

 

 “호흡법 같은 건 가르치지 않아요. 그것보다는 깨달음을 추구합니다.”

 “깨달음이요?”

 “네. 육체란 아무 것도 아닌 걸 깨닫는 거죠. 육체와 관련된 어떤 고통도, 세상의 어떤 고민도 결국 부질없다는 걸 스스로 알아내도록 합니다.”

 

 도솔선사는 침착했다.

 귀찮아하지도 조급해하지도 않고, 단어들을 또박또박 끊어서 뱉었다.

 이 형사가 말했다.

 

 “그렇게 육체도 세상도 허무한 거라면 죽는 게 낫겠군요.”

 “그건 아닙니다. 깨달음은 허무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회원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죠.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버스를 타고 가다 핸들을 꺾어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도솔선사가 껄껄 웃었다.

 작은 체구에 비해 웃음소리가 커서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형사님은 무례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형사님은 그냥 한번 찔러 보시는군요.”

 “찌르다니요?”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의심이 들 때 말입니다. 일단 한번 부딪쳐서 찔러 보고 반응을 살피려고 하시는 거죠. 반응을 보면 실마리가 나올 지도 모르니까요.”

 “그냥 민원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두죠. 하하.”

 “기분이 좋으십니까? 제가 온 걸 즐기는 것 같으십니다.”

 

 도솔선사는 입을 다물고 이 형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달군 쇠꼬챙이였다.

 쌍꺼풀진 큰 눈을 부릅뜨자 흰자위의 실핏줄이 드러났고 눈동자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거렸다.

 이 형사는 그 눈빛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한참 침묵이 흐른 뒤 도솔선사가 입을 열었다.

 

 “형사님은 외로운 분이군요.”

 

 외로움이라면 이 형사가 전문가였다.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고, 살아오는 매순간 외로웠다.

 이 형사는 한쪽 다리를 떨며 빈 책상을 노려보았다.

 도솔선사가 계속 말했다.

 

 “언제나 세상에 자기 혼자뿐이라고 느끼셨을 거예요. 누구도 의지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그래서 때로는 분노를 터뜨리기도 하셨죠.”

 “대부분 그렇죠.”

 “아뇨. 형사님은 특별히 외로운 분이에요. 저희는 그런 외로움이 별 것 아니라고 가르치는 것뿐입니다. 죽으라고 부추기다니요? 죽음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죽음을 도피처로 삼아선 안 되죠.”

 

 이 형사는 고개를 들어 도솔선사 뒤에 선 비서에게 말했다.

 

 “명상센터 회원명단을 받을 수 있습니까? 최근 탈퇴자 명단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외비입니다. 영장 가지고 오셨나요?”

 “요구가 아니라 부탁입니다.”

 

 도솔선사가 비서에게 손을 저었다.

 

 “뻣뻣하게 굴지 말게. 내 드려.”

 

 이 형사는 출력된 회원명단을 들고 명상센터를 나섰다.

 따가운 햇살이 쏟아졌다.

 이 형사는 도솔선사에게서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멀어지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

 “야 이정한이!”

 

 경찰서로 돌아오자마자 팀장이 이 형사를 불렀다.

 팀장은 평소에 후배들을 이 형사, 정 형사라고 부르고, 기분이 좋을 때는 이 경사님, 정 경장님 하고 계급을 붙인다.

  이름을 소리쳐 부른다면 당사자가 사고를 쳤다는 뜻이다.

 

 “너 명상센터 털고 다닌다며? 누구 지시 받은 거야?”

 “벌써 민원이 들어왔습니까?”

 “대답이나 해. 왜 엉뚱한 델 헤매고 다니냐고.”

 “헤매지 않습니다. 길이 보입니다.”

 “음.”

 

 팀장은 작은 신음을 내고 눈을 감았다.

 

 “나도 네 길이 보이는구나. 파란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가 넘실대고 있어.”

 “무슨 소리세요?”

 “강릉에서 여객선을 타면 돼. 울릉도 파출소로 전출 가는 길이 점점 열리고 있어.”

 “팀장님.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네 말씀은 참으로 듣기가 싫구나.”

 “제가 웬만하면 이러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이러지 않는 강남서 선인장이 미쳤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한 달만 시간을 주십시오.”

 

 팀장이 눈을 떴다.

 

 “노래방 금고털이 사건이나 제대로 처리해. 인식이 혼자 돌아다니는 거 다 알고 있어. 넌 오늘부터 매일 업무보고서 제출해. 명상센터의 ‘명’자라도 나오면 네 명이 다하는 거야.”

 

 이 형사는 팀장을 가만히 보았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염색물 빠진 머리카락 밑동이 누랬다.

 체구가 단단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이었다.

 

 팀장은 어지간해선 흥분하지 않았다.

 실적을 쌓거나 후배 일에 참견하기 보다는 관엽식물 화분을 돌보며 정년을 기다렸다.

 이 형사는 팀장에게 물었다.

 

 “위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대답해 주세요. 위에서 압력이 있었으면 누가바, 없었으면 쌍쌍바. 어느 쪽입니까?”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알려 주면 그만 둘 거야?”

 “뭘요?”

 “미친 짓 말이다.”

 “네.”

 “난 누가바가 맛있더라.”

 

 이 형사는 책상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도솔선사만 떠올랐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도솔선사의 눈빛, 말, 태도 모든 것이 이 형사를 흔들었다.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힘 있는 누군가를 매료시킬 만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뛰어났다.

 

 누가 압력을 넣었을까.

 도솔선사와 약속을 잡은 게 어제다.

 그 짧은 시간에 경찰조직을 움직여 팀장을 날뛰게 만들었다.

 

 이 형사는 중얼거렸다.

 

 “누가바는 역시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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