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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고양이의 선택1
작성일 : 19-09-11 10:07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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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1일 이정한 형사는 월차를 썼다.

 서스펜션이 망가져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천지가 진동하는 1996년식 은색 에스페로를 몰고 화순경찰서로 내려갔다.

 에스페로 동호인이 애지중지하던 차라 서스펜션을 빼고는 정비가 잘 돼 있었다.

 이 형사가 소나타를 폐차 시키고 에스페로를 샀다는 소식에 동료들은 선인장다운 짓이라고 수군거렸다.

 에스페로 옆구리에서 날개가 튀어나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이 형사는 버스 추락 사고를 떠올렸다.

 사고 3일 뒤 화순경찰서는 운전자와 가이드 포함 탑승객 14명 전원이 사망한 관광버스 추락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광객들은 사고 하루 전 성현읍내 수련원에서 1박을 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30분 호령봉 전망대를 향해 출발했고 6시10분 전망대 도착 직전에 추락했다.

 사고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은 남자 때문이었다.

 

 CCTV 영상에 결정적인 원인이 담겨 있었다.

 언론에 나온 영상은 버스가 급회전을 돌 때 남자가 운전석으로 다가가 기사를 밀치는 부분부터 시작됐다.

 남자는 한 손으로 기사를 제압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며 핸들을 벼랑 쪽으로 틀었다.

 

 이 CCTV의 DVR은 충격에도 훼손되지 않았다.

 구조대가 사상자 수색과정에서 차창에서 튕겨 나온 CCTV 본체를 찾아내 화순경찰서에 넘겼다.

 아직 버스 내 CCTV가 의무화 되진 않았지만 사고에 대비해 항상 켜놓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운수회사는 밝혔다.

 

 범인은 서울에 거주하는 47세 우울증 환자 박성훈이었다.

 5년 전 실직한 뒤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집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사회적 고립감이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형사는 은성모텔 사건을 잊고 있었다.

 경찰서 앞 김밥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TV에서 관광버스 추락사건 보도가 흘러 나왔다.

 이 형사는 라볶이의 삶은 계란을 떨어뜨렸다.

 빨간 국물이 맞은 편 김 형사에게 튀었지만 이 형사의 시선은 TV속 CCTV 동영상에 고정돼 있다.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어디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했다.

 5초가량의 짧은 영상에 담긴 범인과 승객들의 움직임은 실제 사건을 담은 것이라기보다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떼낸 것처럼 보였다.

 

 이 형사는 외톨이인 범인이 왜 관광을 떠났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범인이 ‘혼자 떠나는 봄 여행’이라는 광고를 보고 여행을 결심했는데, 그때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이 형사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관광버스가 벼랑에서 추락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편성혜는 이렇게 말했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자신의 어깨 뒤를 멍하니 바라보며 죽음 뒤에도 인연이 있다고 말하던 편성혜를 이 형사는 잊을 수 없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긴 힘들었다.

 선고 공판을 앞둔 편성혜는 이 형사의 면회 신청을 거부했다.

 

 이 형사는 그때 편성혜의 이야기를 더 들었어야 했다.

 언제 추락하죠? 어떤 사람들이 탔죠? 막을 수 있습니까?

 이 형사는 편성혜에게 묻고 따졌어야 했다.

 

 화순경찰서 강력팀은 분주한 오후를 보냈다.

 중앙매체 취재팀까지 화순경찰서에 상주하면서 형사들은 수시로 기자들에게 들볶였다.

 서류를 슬쩍 가져가는 기자도 있었다.

 이 형사가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형사들은 신문을 보며 지역지 기자를 성토하고 있었다.

 

 “경찰 부실 수사 논란. 제목도 찬란해.”

 “기자실 간사 새끼지? 간사한 새끼.”

 “사건 전모에 의문점이 많아? 범행동기도 불분명? 미친놈이 미친 짓 하는데 동기를 따져야 하나 보네.”

 “그 새끼 원래 또라이로 유명해. 경찰서 출입 금지 시켜야 돼.”

 

 이 형사는 강력팀장의 책상으로 갔다.

 팀장은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계속되는 야근에 지친 듯 눈이 충혈돼 있고 눈 밑이 거무스름했다.

 이 형사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강남서에서 왔습니다. 관광버스 사건 CCTV 원본을 보고 싶습니다.”

 

 강력팀장은 이 형사를 훑어보았다.

 이 형사의 상징과도 같은 낡은 트렌치코트부터 목울대를 지나 선인장처럼 듬성한 짧은 머리를 올려 보고, 다시 트렌치코트와 양복바지 벨트로 시선을 내렸다.

 

 “강남서에서 먼일로 오셨소? 이 사건이랑은 상관도 없을 텐데.”

 “제가 예전에 맡았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쇼. 어이 남광석이, 여그 강남서에서 오신 분 CCTV 좀 보여 드려라.”

 

 팀장은 신문에 코를 처박고 있는 30대 형사에게 손짓했다.

 이 형사가 그에게 다가갔다.

 

 “어디부터 보여 드려요?”

 “사건 발생 한 시간 전부터요.”

 “그렇게 길게요? 별 거 없던디, 뭐가 궁금하쇼?”

 “그냥 보고 싶습니다. 부탁 드려요.”

 

 남 형사가 CCTV 영상을 돌렸다.

 광각의 화면에 승객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부가 어두웠지만 HD 수준의 화질은 선명한 편이었다.

 

 사건 전까지 버스 안은 평온했다.

 버스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커녕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도 없었다.

 버스가 급회전 구간에 들어섰을 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암만 봐도 별 게 없죠?”

 

 남 형사가 물었다.

 이 형사는 영상을 뒤로 돌린 뒤 4배속으로 확인했다.

 다시 뒤로 돌리고 이번에는 2배속으로 확인했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이상한 느낌이 무엇 때문인지 이 형사는 깨달았다.

 

 문제는 승객들의 태도였다.

 영상을 빠르게 돌려도 승객들의 얼굴은 정지된 화면처럼 보였다.

 이 형사는 중얼거렸다.

 

 “반응이 없어요.”

 “무슨 반응?”

 “너무 조용해요.”

 “네?”

 “관광 온 사람들이 너무 조용합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어요. 다들 명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졸려서 그런 갑죠.”

 “13명 다 혼자 온 사람들인가요? 친구나 가족과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네. 여행 콘셉트가 혼자 가는 여행인가 뭔가 그럽디다.”

 “어느 관광회사가 그런 상품을 만들죠?”

 “꽤 크요. 대정그룹이라는 대기업 계열 관광회사랍디다. 이색 이벤트인가 뭔가 그런 거겠죠.”

 

 이 형사는 사고 직전에 영상을 멈췄다.

 남 형사가 말했다.

 

 “그 부분부터는 우리가 수백 번도 더 돌려봤소.”

 

 이 형사는 범인이 일어서는 지점부터 추락 순간까지 천천히 돌렸다.

 범인이 핸들을 틀자 버스가 기우뚱 하며 화면이 흔들렸다.

 순식간에 승객들이 거꾸로 뒤집히고 바닥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튀며 영상이 끝났다.

 

 “표정이 없어요.”

 “뭐가 자꾸 없다고 그러쇼?”

 “승객들을 보세요. 범인이 핸들을 트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아요. 심지어 놀라는 사람도 없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랬겠죠.”

 “이 사람이 가이드인가요?”

 

 이 형사는 버스 문 앞에 앉아 있는 중년 여자를 가리켰다.

 여행사에서 지급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맞아요.”

 “가이드 표정을 보세요. 범인이 운전사를 습격하는데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어요.”

 “많이 놀랐나보네.”

 “가이드라면 위험상황에서 나서야죠. 이건 가이드의 행동이 아니에요.”

 “여행사에서 교육을 안 시켰는갑소.”

 

 이 형사는 영상을 조금 앞으로 돌렸다.

 

 “가이드란 사람이 멍하니 있다가 버스가 추락할 때 앞만 봐요.”

 “그건 좀 이상하네.”

 “이 승객도 보세요.”

 

 이 형사는 중간 줄의 한 남자를 가리켰다.

 남자는 범인이 핸들을 트는 순간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렸다.

 

 “자기가 죽게 생겼는데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는 것 같아요.”

 “죽게 생겼으니까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죠.”

 “저라면 소리라도 지르겠습니다.”

 

 이 형사는 범인에게 제압당한 기사를 가리켰다.

 

 “기사도 마찬가지에요. 범인이 밀었는데 저항을 안 해요. 그냥 차창에 처박혀서 눈만 감았어요. 손 한번 내젓지를 않아요.”

 “놀라서 그랬겠죠. 놀라서.”

 

 이 형사는 범인을 가리켰다.

 

 “범인도 그래요. 아무 표정이 없어요. 그냥 계획대로 할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뭔 범죄를 저지른다, 소리라도 질러야 씨원하시겄소?”

 이 형사는 한 개의 단어를 떠올렸다. 버스 안의 상황을 잘 표현하려면 이 말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유령들이에요.”

 “뭐요? 유령이요?”

 “죽기 전에 죽어 있는 사람들이요.”

 

 이 형사는 버스 안 승객처럼 눈을 감았다.

 그날의 비현실적인 버스 안이 떠올랐다.

 운행 내내 그들은 무표정으로 허공을 봤고 심지어 버스가 기울던 순간에도 놀라지 않았다.

 남 형사가 물었다.

 

 “근디 선배님은 왜 이 사건에 관심이 많습니까? 할 일 팽개치고 여까지 내려올 정도면 사연이 있을 텐데요.”

 “누군가 다 털어놨어요.”

 “털어놔요?”

 “사건을 미리 얘기했어요.”

 “점쟁이요?”

 “아뇨. 구치소에 있어요.”

 “그럼 그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잖습니까?”

 “안 만나줘요.”

 “거 참.”

 

 이 형사는 눈을 떴다.

 

 “남 형사님. 희생자 명단 받을 수 있습니까? 기사와 가이드까지 포함해서요.”

 

 남 형사가 팀장에게 명단을 줘도 되는지 물었다.

 팀장은 강남경찰서 강력2팀 전화번호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끊은 뒤 팀장은 이 형사에게 말했다.

 

 “거그 팀장께서 미친놈이 미친 짓하게 냅두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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