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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3화. 그녀의 작은 질투와 그의 불행
작성일 : 19-09-06 15:38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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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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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첫 번째 죄악은 3살 때였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부산한 날이었지요.

 ​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동생이 태어날 거 같다며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엄마의 식은땀 가득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제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이 온 마음을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제 눈앞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아빠와 함께 사라지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작은 손으로 눈물 훔치며 쫓아 나가려는 저의 허리를 감싼 할머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

 외로움은 3살짜리 아가를 감싸 안았고, 이 세상 전부였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를 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절망적인 버려짐에 어린 심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아프고 끔찍했었습니다.

 ​

 할머니와 삼촌은 온갖 방법으로 절 달래면서 안아주시고, 막대사탕도 들려주셨지만, “왜?”라는 억울한 생각에 휩싸여 모든 것을 나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

 모든 것은 싫었습니다.

 ​

 저를 안아주시는 할머니의 품도, 삼촌의 애교도...,

 ​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제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의 어색한 미소도 정말 싫었습니다.

 ​

 엄마가 빨리 제 곁에 나타나 환한 미소로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지만, 제 기다림은 아랑곳없이 엄마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울다 지쳐 잠자기를 몇 일 째, 할머니는 도저히 안 되시겠는지 이미 지쳐버린 삼촌을 바라보시면서

 

 

  "얘 잡겠다. 아무래도 지 엄마한테 데려다 줘야지 원...,"

 

 ​

 하시며 노란 원피스를 입히고, 따스하게 내리 쬐는 햇빛이 따가울 세라 노란 챙 넓은 모자도 씌워 주셨습니다.

 ​

 제 귀에는 "엄마 만나러 가자." 이 환상적인 말이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

 노란 병아리처럼 할머니의 느린 발걸음에 맞추어 쫄래쫄래 걸어가는 길이 참 발랄했었습니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저의 모자를 살짝살짝 건들 때면 "안 돼. 내꺼야."라며 이 마음에 드는 모자를 나쁜 바람이 가져갈까 봐 꽉 움켜쥐기도 했지요.

 ​

 싱그러운 바람의 장난에도 할머니를 따라서 엄마와 아빠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걷는 걸음이 너무 좋았습니다.

 ​

 도착한 곳은 복도가 긴 병원이었습니다.

 

 어쩌면 엄마,아빠를 만나는 설레임이 그렇게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복도에 울려퍼지는 제 발걸음 소리에 맞추어 심장이 두근거렸지요.

 

 며칠만에 보는 저를 엄마, 아빠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여줄까요?

 ​

 얼마나 저에게 따스한 포옹을 해줄까요?

 ​

 할머니와 함께 멈춰진 병실 앞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저는 정말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

 당연히 달려와서 "사랑해. 우리 딸!"이라며 안아주시고, 뽀뽀해주실 거라 생각했던 엄마, 아빠는 저의 등장을 많이 당황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어머니, 애기 여기 오면 안 돼요."라며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와버린 양, 어색하게 쭈뼛거리는 제가 안쓰러우셨는지 할머니는 그저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

 하지만 이미, 저의 시선은 엄마 옆에 꼬물거리는 강보에 싸인 아기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

 엄마는 이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 아기를 안아주고 있었습니다.

 ​

 화가 났습니다.

 ​

 

 저 품은 내 자리인데...,

 ​

 

 왜? 우리 엄마 품에 저게 안겨있는 건지...,

 ​

 

 나는 왜? 안아주지 않고 저것만 엄마가 안아주는 건지...,

 ​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굳어진 저에게 엄마는 웃으며 손짓하기 시작했습니다.

 

 다가간 저에게 엄마는 한숨어린 미소 한 가득으로 저를 들어 무릎에 앉히고선, 시선으로 안고 있는 아기를 가리키며 말씀 하셨습니다.

 ​

 

 "은수야, 네 동생이란다. 여자 동생이란다. 좋은 언니가 되어주렴."

 

 ​

 저는 조심히 잠자는 아기를 찔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말랑거리는 볼살은 매력적이게 움찔거렸고, 그 조그마한 입술을 귀엽게 오물거렸습니다.

 ​

 저보다 훨씬 귀여운 얼굴은 정말 화가 났습니다.

 

 왜? 엄마와 아빠가 저한테 오지 않고 이 아이와 함께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 저의 작은 가슴은 죄를 저지를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는 조용히 침대 한 켠에 아이를 내려 놓은 엄마의 행동에 맞춰서 저는 발로 동생이라는 아기를 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침대는 높았습니다.

 

 떨어지면 이 조그맣고 보드라운 아기가 죽을만큼...,

 ​

 저의 첫 번째 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아기는 침대 난간 사이로 빠져 나가더니, 그대로 쭉 미끄러지듯 떨어졌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엄마의 외마디 비명과, 마침 그 부분에 있었던 아빠를 "여보!"라며 다급히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다행히도...,

 

 

 동생은 밑에 앉아 있었던 아빠의 품에 추락하고 말았지만, 질투심어렸던 저의 행동은 어른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

 아빠는 화를 내기 시작했고, 전 여전히 저 아기가 너무 미웠습니다.

 

 절대 저것과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나누어 갖지 않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할만큼...,

 ​

 전 그렇게 다시 울부짖으면서 할머니 손에 이끌려 부모님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

 물론, 엄마는 몇 일 뒤에 저에게 돌아 왔지만, 저의 질투는 끊임없이 동생을 괴롭히는 것으로 계속 되었습니다.

 ​

 잠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날카롭게 물어뜯고, 울고 있는 아이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막고, 겨우 앉게 된 아이의 머리를 쳐서 다시 쓰러뜨리며, 먹고 있는 우유병을 빼앗아, 도리어 아기 흉내를 내기 일쑤였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제 맘을 알아주기 원하며...,

 ​

 

 엄마에게 몇 번씩이나 혼이 났지만, 질투심에 휩싸인 저는 모든 것을 동생 탓으로 돌리기만 했습니다.

 ​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

 

 

 하지만, 괴롭힘의 강도는 나날이 강해져, 결국은 엄마의 강제 조치로 “동생은 사랑받아야 돼”라는 문장이 각인 될 때까지, 분리되어 있어야 했었습니다.

 ​

 

 ***

 

 

 저의 첫 번째 불행이 있었던 날은, 참으로 날이 좋았던 따스한 늦여름이었습니다.

 

 제가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제는 보이지 않을 발에 남은 상처의 고통 때문이었습니다.

 

 3살 장난꾸러기는 부지런한 엄마의 주변에서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

 집안에 먼지를 털고 있는 엄마의 먼지털이개를 달라고 조르며 뺏기도 하고, 청소기를 밀고 있는 엄마 모르게 그 위에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

 깨끗해진 방 안에 온갖 장난감을 다 끄집어내고, 사랑하는 붕붕카를 타면서 머릿속에 다채롭게 펼쳐지는 상상 놀이에 푹 빠져 저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습니다.

 ​

 그러다가 잔소리가 끊어진 엄마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 유혹적인 자태로 빨래를 하기 위해 꺼내진 커다란 삶숙이 통이 등장하자, 전 박스를 발견한 고양이가 되어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

 넓직한 통은 3살 아이가 들어가기에 참 아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

 삶숙이 통 안의 옅게 남아있는 알싸한 세제의 내음이 코끝을 스치면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며 그 속에 살짝 취해보기도 했었습니다.

 ​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

 엄마의 "요 녀석! 나오지 못해?"라는 깜짝 놀란 말투와 함께 거북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의 겨드랑이를 잡아 번쩍드시면 저의 그 환상적인 여행은 짧고 아쉽게 끝나 버립니다.

 ​

 번쩍 들린 채, "싫어. 싫어."하며 부정적인 발버둥을 치면서 고집스럽게 울어버리기도 했지만, 냉정한 엄마는 사랑스러운 삶숙이통만 가져가버리고, 울고 있는 저를 바닥에 그냥 내려 놔 버리셨습니다.

 ​

 슬펐습니다.

 ​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심심해진 저는 텅 빈 방 안을 두리번거리고는 붕붕카를 타고 또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우울했던 기분은 기차 모양 붕붕카로 많이 즐거워졌습니다.

 ​

 "뿌뿌!"

 ​

 기차 경적소리 내면서 신나게 달리는 순간,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알싸하고 반가운 향내가 저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붕붕카와 함께 그 냄새가 이끄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옥으로 된 집 대청 마루 바로 앞에 휴대용 가스렌지 위 사랑하는 삶숙이 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그 다음에 왜 그럴까요?

 

 불행은 저를 경주마처럼 그것만 보게할 뿐, 다른 건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려버렸습니다.

 

 저의 모든 정신은 '저 삶숙이 통을 차지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붕붕카에서 내려서 서서히 그것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그 마루 끝에서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서 이미 바글바글 거품을 내며 끓고 있는 속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유혹적인 거품은 저에게 '이리 들어와. 아가야. 거품 놀이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는것 같았습니다.

 ​

 저는 발을 내밀었습니다.

 ​

 그리고 아직은 뜨거운 맛을 잘 이해 못하는 죄로 불행은 사악한 웃음과 함께 급격히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

 엄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귓가를 때리기 시작했고, 저는 신발도 신지 않은 발을 고대로 삶숙이 통안에 집어 넣었습니다.

 ​

 뜨거운 거품이 저의 발을 감싸기 시작했고, 지옥불 속 악마처럼 여리디 여린 살을 빨래와 함께 삶기 시작했습니다.

 ​

 생전 처음 느낀 고통이 낯설어 당황하던 그때, 다행히도 비명과 함께 달려온 엄마는 통 속에 완전히 빠질뻔한 저를 번쩍 들어 올리셨습니다.

 ​

 그제서야, 급격하게 몰려오는 발의 통증에 저는 그만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울음에 당황한 엄마는 정신 없이 저를 안고 냉장고로 달려가 얼음과 물을 꺼내, 어느새 가져온 세숫대야에 빠르게 부어버리시고는 저의 발을 거기에 담그셨습니다.

 ​

 너무 아프다라는 건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

 엄마는 저의 울음에 맞추어 함께 울고 계셨고, 이미 빨개질대로 빨개진 발은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습니다.

 ​

 구급차가 올 때까지 얼음물이 제발 진정시켜 주길 바라며 엄마는 신께 기도하고 또 하셨습니다.

 ​

 2도 화상의 고통을 처음으로 느끼면서 뜨거운 것에 대한 공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린 그것으로 인해 사우나 가는 것도 치를 떠는 저가 되어버렸습니다.

 ​

 결국 심하게 일그러진 피부로 인해 계속적으로 피부 이식을 해야 했습니다.

 

 신발을 신는 것조차, 참 편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습니까?

 ​

 하지만, 불행의 장난은 이것으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

 안타깝게도 이 일을 시작으로 저에게 일곱 번의 불행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

 제게 찾아온 불행은 처음엔 제 키만큼 사소하면서 차츰 그 크기를 불려만 갔습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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