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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Color
작가 : Bboil
작품등록일 : 2019.8.15

한 때의 추억은 그리움이 되어 ,그 이되 소녀를 갉아 먹느니
그 작은 몸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구나-.

무엇을 바래, 그 곳에 있으니.
무엇이 영원하길 바래, 그 곳에서 정처없이 헤매느니.

아, 그 소녀는 자신의 체온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로구나-...

 
1. 글래스 ( Glass )
작성일 : 19-08-15 07:28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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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새까만 암막이 곧게 깔린 밤.

 

 하늘은 마치, 누군가의 만남을 기대하기 라도 하는 것처럼, 다정한 굵은 비를 내리 붓고 있었다.

 

 하나 새근거리는 소녀는 그 만남을 알지 못하여,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음에.

 

 소녀 만이 알지 못할, 소녀에게 다가오는 구둣발 소리는 유독히 크게 들려왔다.

 

 열린 창으로 부터 불러오는 빗바람에 나부끼는 ,침대의 캐노피에 다다라, 가만히 소녀의 실루엣을 바라보던 인영은 , 손에 쥔 길다란 형체를 들어 캐노피를 걷어 올린다.

 

 소녀의 창을 통해 이어진 발코니의 옅은 노오란 등불은 인영을 완전히 비추지 못해, 주위 만을 맴돌아 그 형태만을 보여주었음 이니-.

 

 보통의 것보다도 커다란 챙이 말려 올라간 탑 햇( Top hat )과 팔마저 덮을 듯, 긴 소매의 원통 형의 프록 코트 (Frock coat)의 것을 걸친 인영은 걷어올려진 캐노피 속에, 고매하게 눈을 감은 소녀의 옆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고개를 턱으로 끌어당기어, 시선 만은 내린 채로-.

 우아하나 불편할 법한 자세를 유지하며 소녀를 바라보던 인영은 이내, 새까만 스틱을 침대 옆에 세우고 소녀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 내 자네가 집착하는 인간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 이렇게 밤 늦게 찾아왔다네. 비록 자네는 듣고 있진 않겠지만. “

 

 두터운 빗소리에서도 뚜렷이 들려오는 인영의, 젊은 남성의 목소리.

 사위를 가득 채운 빗소리는 어떠한 틈도 보이지 않건만, 그 인영의 목소리는 그 틈 조차도 뚫고서 소녀에게 닿는다.

 

 “ 다시 자네를 보았을 때 , 인사를 건널까, 아니면 안부를 물을까. 이곳까지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봤다네. 한데, 적당한 것이 떠오르지 않더군. 그저 적당히 마중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을까-. “

 

 탐 햇 사이로 흘러나온 회색의 긴 머리카락 몇 줄기가 그의 어꺠에 떨어지어, 축축히 젖은 프록 코트를 쓸어 내린다.

 노오란 등불에 쐬인 회색의 머리카락은 빛을 뿌리며, 소녀의 눈을 간질이나 .

 여전히, 소녀는 그를 마주하지 않고 있었다.

 

 “ 다름 아닌 이렇게 내가 찾아온건, 자네가 돌아온 날. 나만은 알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자 온걸세. 나는. 아니, 오롯이 나만이 자네로 부터 시작된 부산물이자, 그대만의 반려자이니까. 자네도 날 알듯이, 나 또한 자넬 모를 수 없을 거라는 걸. 해도, 바로 찾아 올 순 없었다네. 그날, 나는 자네가 돌아올 날에 맞추어둔 것들을 시작해야 했으니 말일세. “

 

 수평을 이루어 단조로이 울리는 ,그의 듣기좋은 목소리엔 고요하나, 힘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 시킨다는 행위에 있어서 익숙 하다는 듯.

 그의 목소리는 시를 읊는 것처럼, 자유로이 빗소리와 소녀 사이를 파고 들었다.

 

 “ 혹여, 이 일이 시작되어, 훗날 자네와 내가 마추했을 때. 어떠한 얼굴로 나를 볼까, 매번 그 생각을 해봤다네. 이번에는 이 표정을 지어줄까. 다음에는 ,저 표정을 지어줄까, 이러한 사소한 생각을 말일세. 어찌하면 자네의 얼굴에 무어, 하나라도 표정을 띄우려 노력하는 내가 참으로 기특하지 않은가 ? “

 

 그의 새까만 장갑에 덮여진 손이 소녀의 눈을 간질이는 빛을 가리듯, 소녀의 눈가에 닿았다.

 

 이처럼, 얕은 등불 아래에서 조차 ,그 자신의 눈엔 소녀의 얼굴이 가득했음 이나, 소녀는 그를 채 한줌조차 채우고 있지 않음 이니.

 

 그는 시선을 돌려, 나부끼는 커튼을 바라보았다.

 

 “ 아, 그리고 자네가 받아들인 아이들 처럼, 날 위해 움직여줄 아이들을 찾아 내었다네. 날 무척이나 걱정하는 아이들이지. 멀지 않은 때에 , 그 아이들이 자네에게 인사를 할 터 인데, 아무쪼록 어여삐 봐주게.“

 

 “ 아버님. “

 

 소녀와 그를 밝히던 옅은 노오란 등불은 가려지고 .

 내리 붓는 빗속 아래. 비를 우둑하니 맞이하며, 그를 향해 말을 걸어 오던 이의 시선이 그의 손 끝을 향한다.

 

 “이런, 비를 맞으며 온게로구나. 이리 들어오거라. “

 

 그는 상대의 시선이 소녀에게 닿아 있음을 앎에도,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소녀를 밖으로 부터 숨기려 하는 행위는, 소녀를 위한 것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항시 , 한 걸음을 뒤로 물리어, 익숙한 누군가를 통해 듣기만을 원하며.

 자신의 것이 아닌, 익숙한 누군가의 이야기만을 원했음인 소녀에게는,

 오롯한 소녀 만의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음에 .

 

 그는 부디 소녀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한 줄 이라도 채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 소녀를 상대에게 인사시키듯, 상대를 자신의 앞으로 불러 세웠다.

 

 “ 기억해두거라. 훗날 , 네 앞에 섰을 떄. 네가 인사해야 할 이다. 그때엔 지금보다 성장한 모습이나, 다르진 않을게다. 기억할 수 있겠느냐 .“

 

 “ 아름다우신 분 이십니다. 아버님. “

 

 다알리아( dahlia ) 꽃 처럼, 바닥에 퍼지는 천 위로 , 화려하게 늘어뜨린 머리의 상대는 비에 젖었음에도 빼어난 빛을 흘리고 있었다.

 

 노오란 등불로부터 등을 지어 빛을 뿌리는 투명한 빗방울 이슬은 마치, 그녀가 가진 하나의 배경과 같았다.

 

 “ … 그렇구나. 아름다울지도 모르겠구나 . 아니, 아름다운 사람이었지. ”

 

 여인의 머리에 걸린 이슬이 그의 손길에 톡,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그 자신의 것의 하나를 떨군 듯,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 이슬은 러그에 스며들었다.

 

 “ 이제 가보자꾸나. 이 나라에 오래이 체류 했다간, 이 이의 아이들에게 들킬테지. “

 

 여인의 손을 맞잡아 일으켜 세운 그는 , 어미새가 아기새의 털을 정리해 주듯 , 여인의 젖은 옷가지 위로 손 수건을 두드린다.

 

 익숙하다는 듯, 그의 손길을 받아내는 여인은, 눈을 감고 고갤 숙여, 그의 손 수건에 담겨진 옅은 센토리아 향이 코를 간질 이는 것을 느꼈다.

 

 이내, 그의 손 수건이 이상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 때에 .

 그의 손을 다소곳이 맞잡아 순 수건을 빼내어 , 자신의 머리카락의 이슬 위로 향기를 적시어 가니.

 

 그는 여인에게서 눈을 돌려,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항시, 어떠한 일에서건 시작과 과정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으레 작은 말 한마디 조차 그렇듯.

 다만 그렇기에, 이처럼 결과를 맞이 한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사소한 인사말이나 안부조차 묻는 것에 , 실수가 있을까 돌아보고.

 그에 대해 이러했음 이면 나았을텐데,라 후회하고-.

 

 그는 지금이 만남이 좀 더 나은 만남이 될 수 있었을 것을 ,이라 후회 했다.

 

 그는 소녀의 변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그 뱃속에 들어있을 아이가, 서로에 대한 고통을 공유하듯.

 

 그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곧은 길인지 휘어진 길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향기처럼 훑어 지나쳐 갈뿐이다.

 

 “ 아버님. 준비되었습니다. “

 

 여인이 그를 불러오니, 이제야 끝이 왔음을 깨닫는다.

 

 시간이 있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거라는 약속은 그저 가만히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님을 아는 그는 , 다시 노력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서려 한다.

 

 소녀의 작은 눈 위로 매달린 길다란 눈썹이 배웅 하듯 나훌거리니, 그도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본다.

 

 “ 자네도 잘 있게. “

 

 그는 다음이란 단어를 쉬이 내뱉지 못했다.

 

 좋은 의미의 다음이 , 그 자신과 소녀에게 있지 못할 것임을 앎인데.

 어찌 다음을 기약할까.

 

 캐노피를 붙든 그의 손이 찬찬히 내려와, 그와 소녀 사이를 가로 지른다.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발은, 너무나 가벼이 움직여 졌다.

 

 만남이란 기대는, 여행길의 보았던 오아시스처럼-.

 너무나 가벼이 끝을 맺으려 했다.

 

 빗소리가 가득한 발코니로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은 한 우산 속에서 어꺠를 맞대어 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여인은 혹여 비가 그를 적실까, 그에게 우산을 밀어주나 .

 그는 생각에 빠진 듯 , 여인의 세심함을 마주하지 못했다.

 

 “ 아가레스에게 준비하라 일러주겠느냐 .“

 

 “ 그,를 말인가요 ? “

 

 “ 그래 . “

 

 그는 당혹스러워 하는 여인을 두어, 우산이란 그늘을 벗어나 비를 맞이한다.

 

 여인이 재차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라, 우산을 씌워주려 했으나.

 그는 스틱을 땅에 찍어 내리어, 여인의 발을 묶는다.

 

 “ 그리고, 오늘은 따로 행동하자꾸나. 날이 무척 좋아, 나도 모르게 들떴구나. 이를 식히고 가야겠어-. “

 

 잿빛의 비를 뿌리는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는 그와 여인의 사이엔 단 몇결음만이 떨어져 있을 뿐이다.

 하나, 여인은 단 몇 걸음을 채 채우지 아니하고, 걸음을 멈추어 .

 그만은 보지 못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본다.

 

 “ 아버님 . 뜻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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