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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Color
작가 : Bboil
작품등록일 : 2019.8.15

한 때의 추억은 그리움이 되어 ,그 이되 소녀를 갉아 먹느니
그 작은 몸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구나-.

무엇을 바래, 그 곳에 있으니.
무엇이 영원하길 바래, 그 곳에서 정처없이 헤매느니.

아, 그 소녀는 자신의 체온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로구나-...

 
1. 글래스 ( Glass )
작성일 : 19-08-15 07:23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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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플로스. “

 

 “ 나 또한 시중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일을 한거니, 고마워 할 필요없네 . 해도, 자네는 괜찮은가 ?“

 

 그, 헤벨의 한 올의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로질러 금을 만들어내고, 이내 샛파란 눈동자를 찔러온다.

 

 꺠어지지 않을 듯한 샛파란 창을 깨트리려하는 머리카락은, 그 의도를 실현시켰음인지.

 그의 눈동자엔 파문이 일고 있었다.

 

 눈꺼풀이란 순간의 가림막은 상대를 속이는 정도는 되었을지나, 자신으로 부터의 지속적인 방호벽은 되지 않았으니.

 자신의 등 뒤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 달리 한손의 흰 장갑 속에 숨어든, 노오란 손가락은 부단히 떨리고 있었다.

 

 “ 시스님을 모셔와, 아가씨께 아울릴 가구를 맞추고자 한 것이 이리, 발단이 될 줄을 몰랐습니다. “

 

 지금의 헤벨은 그저 그러하며, 충실한 시중인의 모습을 가장했다.

 

 이성적이고, 비감성적인 .

 지금을 그저 단순한 상황만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플로스는 양 귀를 끌어 안아 고개를 기울였다.

 

 플로스는 지금의 그에게로부터, 뚜렷한 색채를 가지지 않은 불쾌감을 느꼈다.

 

 “ 내 한 것이라곤, 그저 자넬 찾으러 가야겠다는, 몇 마디 뿐이었네 . “

 

 헤벨의 새하얀 아스코트 타이와 볼드윙 칼라 사이로 소녀, 에바의 붉은 향기의 자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자주빛을 띄고 있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혹여나 모르니, 플로스는 아가씨와 함께 해주시겠나요 . 저는 시스님을 배웅 하겠습니다. “

 

 토끼 플로스로부터 등을 내보이는 헤벨의 구둣발 소리는, 창을 두들겨 오는 빗소리에 묻혀 들려오지 않는다.

 

 빗방울이란 그늘에 숨어 도망 치는 듯한, 헤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플로스는 소녀의 갈색 문 앞에서 , 자신의 앙증맞은 두 손을 내려 보았다.

 

 누군가를 쫓아 뛰어 갈 수 있는, 굳은 살이 박힌 발바닥과 누군가와 맞대어 마주 잡을 수 있는 , 다섯 손가락 . 그리고, 누군가를 품어 줄 수 있는 체온을 가진 육체.

 

 자신이 보아왔던 , 그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것을 가지지 못한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본래 ,봉제 토끼 플로스는 헤벨에게 말을 채 내 뱉기도 전에 ,순간의 알아채고 있었음이다.

 

 소녀와 같이 있었을 떄의, 변화의 전초가 무엇이었음을.

 

 그럼에도, 플로스는 그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신이 어떠한 선택을 하였을지라도, 변화란 것은 오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

 아니, 플로스는 지금에 있어, 자신에게 여지가 없다는 걸 앎이다 .

 

 플로스는 , 스스로가 점차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공통된 색상의 생명이라는 육체조차 가지지 못한 무채색의 반푼이가 ,각 색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서 섞여들어 있다는 것이 과분한 것이라 생각했다.

 

 같이 있음이며, 같은 것을 입었을 지라도 결국 봉제 토끼란 인형인 것을-.

 

 갈색의 문을 열어, 침대에 눕혀진 소녀의 곁에 다가가, 분홍빛 손을 조심스레 자신의 몸에 대본다.

 

 하나, 플로스의 무채색은 전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그가 바래어 다가갔으나, 소녀가 품은 색은 여전히 그자리에 머물러 더욱 단단히 색을 품을 뿐이다.

 

 봉제 토끼는 바래어 본다.

 다시금 소녀의 손이 자신에게 닿아, 이 차갑고 무채색인 자신을 채워주기를 기다리며 .

 가지 않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흐르길 바라듯, 몸을 좌우로 흔들어 스스로가 시간이 되길 그렸다.

 

 투둑- 투둑-

 

 수면이 필요치 않은 , 순간의 채움을 위해 만들어진 봉제 토끼란 자신이 ,결국 이러한 순간을 채워줄 소모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

 

 빗소리란 초침시계에 맞추어 플로스는 ,하릴없이 움직였다.

 

 똑- 똑딱 -

 

 플로스의 것과 달리, 안정스러우나 엇물린 고철의 것을 드러내는 시계소리.

 

 기괴할 정도의 커다란 안대의 남성이 유독히 길고 얇은 검지를 턱끝에 세워 , 멀거니 흐르는 시각을 바라보고 있음이니, 헤벨이 입을 열어 온다.

 

 “ 죄송합니다 . 시스. 부끄러운 장면을 보여드려, 불편을 드렸습니다. “

 

 “ 별말씀을. 그보다, 이 시계는 꽤 전부터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여전히 돌아가고 있네요. “

 

 다기를 들어 남성의 손에 들린 찻잔을 채우는 헤벨의 얼굴이 남성을 따라,벽에 걸려진 시계를 향한다.

 달과, 태양이 새겨진 판 위의 시침과 분침 만으로 돌아가는 낡은 천문시계, 오르로이( Orloj) 를 올려다 보는 헤벨의 얼굴엔 조금의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과거, 하루에도 몇번이나 이곳으로 내려와, 아이처럼 쪼그려 앉아 오르로이를 올려다 보던 ‘ 어머니’ 의 모습은 ,그가 복기할 수 있는 몇 없는 기억들 중에 하나 였음이니-.

 

 “ 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지금과는 동떨어진 것인데 , 이렇게 걸려있는걸 보면. 어찌 이해 해야 할까요. “

 

 남자는 외눈의 잿빛의 눈동자를 반쯤 접어, 얼굴을 기울였다.

 

 그 남자의 잿빛 속엔 정의내릴 수 없는 안개 만이 가득했다.

 

 안개란 불투명함은 어떠한 것조차 품기도, 내비칠 수도 없었으니, 헤벨이 오르로이를 보아 투과 하고 있는 그리움이란 감정의 색 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음이다.

 

 미세한 안개마저도 색을 흐릿하게 만듦인데, 그처럼의 짙은 안개가 어찌 색을 투과 할 수 있을까.

 

 “ 좋습니다. 다음에 제가 더 좋은 걸 구비해 오겠습니다. 기대하주세요. 헤멜. “

 

 바꾸어 낄 수 있는 새까만 일회용 배터리처럼.

 

 남자에겐 시계가 그렇게 비추어졌다.

 

 “ 한데, 이곳에 계셔도 괜찮은가요. 분명, 큰 공주님 곁에 있겠다 하신 걸로 들었습니다만. “

 

 형태란 형틀 없는 솜사탕은, 호기심이 많았다.

 

 목적도 없을 ,스쳐지나가는 것 마저 하나하나 삼키어 보다, 다시금 내뱉는 행위를 반복하는 안개란.

 이렇듯, 익숙하게 삼키어 들려 했다.

 

 “ 무어, 되었습니다. 제가 괜여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

 

 그, 시스는 한번의 입맞춤도 채 하지 않은 찻잔을 헤벨에게 되돌렸다.

 

 소녀의 백일홍과도 같은 눈동자 색의 분홍빛 찻물은, 헤벨의 손에 다시 돌아와 , 헤벨의 눈동자를 그대로 대비치고 었다.

 

 흔들리는 찻물 위로 그를 흩트리는 파문은 , 붉은 노을에 흔들리는 소녀의 눈망울과도 같아.

 그는 한 차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엇으로 부터, 그는 자신이 도망쳤음인지 알지 못했다.

 

 자그마한 자신의 욕심에 의해 상처 입은 소녀에 대한 두려움일까.

 혹은, 그러한 욕심이 있었음인 자신을 마주하지 못해 도망이라도 친 것일까.

 

 손에 잡힌 뜨거운 찻잔을 그대로 입에 대어, 조용히 한 모금 마신 그는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 감사합니다, 시스. 아가씨께서 기다리실 듯 하니,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

 

 그, 헤벨은 남자란 안개를 통해,노오란 등불을 보았다.

 

 길 위의 노오란 등불은 길을 가리켜, 항시 같은 그곳에서 자리를 비추었음 이나,

 헤벨 자신은 등불를 보지 못한 것과 같았다.

 

 배경이란 그늘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녹아 있었음에-.

 

 “ 실례가 될까요. 전 되려, 오랜만에 당신을 상대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큰 여왕님 얼굴도 뵈었구요. “

 

 때 마침을 알리듯 빗소리가 굵어진다.

 두 사람은 창을 깨트리려는 듯 부딪혀 오는 빗소리를 바라보아,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 배웅해드리겠습니다. “

 

 “ 천천히 걸을 까, 합니다. 아무리 비가 매일 내리는 곳이라 해도, 이렇게 큰 비는 매번 오는게 아니니까요. “

 

 서슬한 , 무표졍의 얼굴 위로 흘러나오는 콧소리.

 발마칸 안 주머니에 걸어둔 투명한 우산을 손에 쥐어 ,땅을 찍어내린 시스는 어린아이처럼 구둣발 소리를 크게 내어 등을 내보였다.

 

 무언가로 부터, 어디로부터 얽매여, 형태를 만들 필요가 없는 안개는 다시 거리를 노닐 것이다.

 

 누군가가 붙잡을 수도 없는 것이며, 들여다 볼 수 조차 없는 .

 그리고, 누구에게도 자신을 비추지 않는, 안개.

 

 하물며, 더 이상 누군가도 품을 수 도 없는 안개는 .

 오늘도 그, 헤멜의 앞에서 흘러간다.

 

 열을 띄던 분홍 빛의 찻물은 , 아롱하게 주홍빛을 띄고 .

 시스의 콧소리는 여운 처럼 남아, 헤벨의 귓가를 맴돌다 빗소리에 흩어졌다.

 

 그, 헤벨은 찻잔의 뚜껑을 닫아 ,불씨를 내뱉어 내는 붉은 벽난로의 앞에 서서 찾잔을 내려다 보다.

 이내, 찾잔을 벽난로 속에 던져 넣었다.

 

 너무나 쉬이 녹아 형태를 바꿈이며.

 무언가를 쉬이 채우고. 비우고.

 

 이내 커지기와, 터지기를 반복하는 감정이란 것과 찻잔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벽난로의 붉은 열은 점차 감정과 같은 찻잔을 녹여나간다.

 

 그리고 ,헤벨은 붉은 불씨에 둘러싸인 찻잔을 바라보다, 허리를 곧추세워 조용히 공간을 나섰다.

 

 달칵, 하는 문소리와 이제는 누구도 채우지 않는 공간에서.

 그 무엇도 채우지 않은 찻잔은 ,그대로 불씨에 점차 형태를 잃어 .

 이내 불에 중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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